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지 불과 5일 만에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또다시 ‘비상계엄’을 거론해 논란이 일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12·3 내란 사태’ 관련 행위를 위법하다고 판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서 나온 발언인 만큼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송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갖고 있고, 지금은 대통령이 궐위 상태”라며 “대한민국 유사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모든 국민의 안위와 나라의 존망을 좌우할 결단을 내려야 하는 분”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선 한 권한대행의 헌재 후보자 지명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두고 여야 법사위 위원들의 설전이 오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해 ‘월권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송 의원은 김정원 헌재 사무처장에게 한 권한대행의 지명 행위를 두둔하며 “외적이 침입해 온다면 비상계엄이라도 발동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어 “외적이 쳐들어왔을 때 비상계엄 선포가 가능하느냐?”고 거듭 질의했다.
해당 발언에 회의장 내 분위기는 급속도로 싸늘해졌다. 법사위원들은 “그만하라”며 즉각 말렸고, 사회를 맡은 박범계 법사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송 의원이 비상계엄을 운운한 것은 매우 큰 유감”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 처장 역시 난처한 표정으로 “제가 여기서 답변드릴 사항은 아닌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송 의원은 “외적이 쳐들어오면 당연히 막아야 한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이 정한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재차 강변했다.
송 의원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반응은 온라인 상에서도 감지된다.
누리꾼들은 “헌재 재판 결과에 불복 중인 것 같다” “내란을 획책하고도 또 언급하는 수준 봐라” “저 정도면 내란 선동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 “또 계엄? 내란 공범이냐?” “계엄으로 나라가 몇 번이고 뒤집혔는데 저렇게 가볍게 입에 올릴 단어인가” 등 부정적인 견해가 쏟아졌다.
야권에서는 더욱 강경한 비판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권 관계자는 “탄핵 대통령을 배출한 당이 비상계엄을 재거론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책임을 통감해 반성해도 모자랄 판에 뻔뻔함을 다시 각인시킨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발언이 더 논란이 되는 이유는 그가 윤 전 대통령 파면 선고 당일인 지난 4일에도 헌재 결정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송 의원은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재도약을 꿈꿨던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됐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도 “여러 가지로 부족했고, 방해하고 끌어내리려는 세력은 강하고 집요했다”며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책임, 더 잘하게 하지 못한 책임을 함께 공유하며 머리 숙여 모든 국민께 사죄드린다”고 적었다.
헌재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위법·위헌이라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탄핵의 원인이 외부 세력의 방해 때문이라는 논리를 펼친 셈이다.
이에 일각에선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만큼 헌재 판결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이 반복될 경우, 자칫하면 중도층의 표심을 잃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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