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또 논란’ X맨 한덕수 국무총리 기행 후일담

더 이상 윤정부에 득 될 게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나라가 평화로우면 백성이 ‘나랏님’ 동향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공직에 있는 사람이 제 할 일을 잘하면 국민 역시 제 할 일만 잘하면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기준에 맞춘다면 현재 우리나라는 좋은 상황이 아닌 듯하다. 국무총리의 이름이 연일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 4월3일 윤석열 대통령(당시 당선인)은 초대 국무총리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지명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한 전 총리는 정파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정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하신 분”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민관을 아우르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각을 총괄하고 조정하면서 국정과제를 수행해나갈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이전 정부
두루 중용

전북 전주 출신인 한 총리는 보수·진보 진영을 가리지 않고 두루 중용된 정통 경제관료다. 김대중정부에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대통령 경제수석을 지냈고 노무현정부 시절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이명박정부에서도 주미대사를 지냈다. 

한 총리의 지명은 여소야대 청문회를 돌파할 ‘묘수’로 여겨졌다. 국무총리는 국무위원인 장관 임명 제청권을 갖고 있다. 총리 인준이 안 되면 내각 구성이 어려워진다. 윤 대통령이 이 부분을 고려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쉽게 거부할 수 없는 카드를 내세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야당의 반대로 인사청문회가 파행을 거듭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지난 5월21일 윤 대통령은 한 총리를 윤석열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임명했다. 한 총리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책임총리로서 국익과 국민을 우선하는 나라를 만드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로부터 5개월이 흘렀다. 윤 대통령의 묘수로 여겨졌던 한 총리에 대한 여론은 최근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국정 운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부터 한 총리가 윤석열정부의 ‘X맨’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 아니라 ‘실패에 가까운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에 계속해서 ‘구실’을 던져주고 있는 점은 여당 입장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이태원 참사 관련 3차례
구설수 오르고 해명 반복

지난 19일 한 총리는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이태원광장에 설치된 시민분향소를 찾았다. 하지만 유가족의 항의로 조문하지 못하고 현장을 떠나야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 총리가 무단횡단을 한 것. 반대편 도로에 정차 중인 전용차를 타기 위해 빨간불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장면이 포착됐다.

언론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한 총리는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다가 취재진과 유튜버의 질문을 피하려 무단횡단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덕수 국무총리 도로교통법 위반(무단횡단) 경찰에 신고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한 총리의 무단횡단을 국민신문고를 통해 서울 용산경찰서에 신고했다는 내용이다. 실제 용산서는 “한 총리와 관련된 국민신문고 신고 건이 접수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도로교통법 시행령에 따르면 무단횡단을 하면 범칙금 3만원 부과 대상이다.

국무총리실은 당시 상황에 대해 현장 경찰관의 지시를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총리실은 “한 총리는 지난 19일 오후 안타까운 마음에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찾았다가 유가족의 반대로 조문을 하지 못하고 정부서울청사로 복귀했다”며 “이 과정에서 근무 중이던 용산경찰서 경찰관의 지시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넜다”고 설명했다. 

한 총리를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월29일 이태원 참사 이후 한 총리가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일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3일 이태원 참사를 겪은 고등학생 A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태원 참사 당시 함께 간 친구는 숨졌고 A군은 부상을 당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말실수에
무단횡단

경찰은 A군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 총리는 A군의 죽음에 대해 “본인 생각이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 총리의 발언에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들끓었다. A군 사망의 원인을 피해자 탓으로 돌린다는 비판이 나왔다. ‘망언’ ‘2차 가해’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스스로 생명을 포기하기까지 그가 느꼈을 고통과 마음의 상처를 개인의 굳건함이 모자란 탓으로 돌리는 총리가 어디 있나”라며 “국무총리라는 사람이 정부 책임을 회피할 궁리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충격적 망언”이라고 SNS에 적었다. 

한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 대표는 “외신기자들 앞에서 이태원 참사를 농담거리로 받아치던 그 모습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는 게 드러났다”며 “이제 그만하실 때가 됐다. 내려오십시오”라고 직격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도 “망언과 눈치 없음, 공감능력 제로를 뽐낼 때만 존재감을 드러내는 국무총리는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누리꾼 사이에서도 비판이 쇄도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총리실은 입장을 내놨다. 총리실은 “한 총리의 발언은 안타까운 마음의 표현일 뿐, 비극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거나 국가의 책무를 벗으려는 의도가 아니었음을 알려드린다”며 “이 같은 안타까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국민들께서도 관심을 가져주시도록 당부했다”고 밝혔다. 

현안 몰라?
패싱 논란

총리실의 해명에도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진정성 논란도 불거졌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한 총리의 발언이 문제된 게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한 총리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이후 외신기자와의 간담회에서 농담 섞인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해당 발언이 나올 당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 애도기간이었다는 점도 기름을 부었다.

한 총리는 지난달 1일 이태원 참사 관련 외신기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날 한 총리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기자 질문 과정에서 통역에 문제가 생기자 ‘잘 안 들린다’ ‘뭘 말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그러자 기자는 “(사람들이)거기 가 있었던 것이 잘못이었는지, 누구의 잘못도 아닌 것 같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지 질문했다”고 한국어로 질의 요지를 다시 설명했다. 

한 총리는 “주최자가 좀 더 분명하면 그런 문제들이 좀 더 체계적‧효과적으로 이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없을 때 현재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크라우드 매니지먼트’(인파 관리)에 대한 현실적‧제도적으로 개선점 해야할 지점이 있다”고 답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그 다음이다.

이후 “통역 관련해서 문제가 있어 죄송하다”는 공지가 나왔다. 여기에 한 총리는 “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기자의 질문에 빗대 농담성 발언을 한 것. 한 총리의 답변 장면이 담긴 영상이 SNS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비난이 빗발쳤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고 채 닷새도 안 돼 국무총리가 말장난을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태원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보고 겪은 국민이 트라우마를 호소하던 시기랑 맞물리면서 논란은 들불처럼 번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기계 조작으로 동시통역기 볼륨이 낮아 외국인 기자들이 항의하고 회견이 지체되자 양해를 구하는 차원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한 총리는 “경위와 무관하게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책임총리 역할 한다더니
식물·신문총리 불명예만

한 총리는 이태원 참사 관련 언행으로 비판이 제기되면 총리실을 통해 해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관련해서만 세 차례나 같은 상황이 반복된 셈이다. 임기 초반 책임총리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던 한 총리의 포부도 무색해지는 모양새다.

한 총리는 인사청문회 당시 “국무총리가 되면 책임총리로서 확고한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재 한 총리는 ‘식물총리’ ‘신문총리’ 등 불명예스러운 표현으로 불리고 있다. 지난 9월 국회 대정부질문 때는 핵심현안을 모르고 있거나 신문에서 봤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한 총리는 대통령 헬기가 나무에 부딪혀 손상된 것을 알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신문에서 보고 알았다”고 답했다.

전날에도 영빈관 신축 계획과 예산에 대해 “저는 몰랐고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답변했다. 

대통령 헬기가 망가지거나 영빈관을 새로 짓는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총리 패싱’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2인자로서 국정운영에 있어 장악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됐다. 대정부질문을 거치면서 옅어졌던 존재감이 최근 이태원 참사 관련 설화로 뚜렷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조짐은 임기 초부터 있었다. 윤석열정부 첫 국무조정실장으로 사실상 내정됐던 윤종원 IBK 기업은행장이 낙마하면서 첫 행보부터 삐끗했던 것. 당시 한 총리가 윤 행장을 직접 추천했는데 국민의힘 내부에서 강한 반발이 나왔다. 지난 5월 일어난 일로 윤정부 출범과 동시에 당정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당시 원내대표)은 윤 행장의 문재인정부 청와대 경제수석 이력을 문제 삼았다. 권 의원은 “지난 정부의 실패한 경제정책을 주도한 사람이 어떻게 새로운 정부의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겠나”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후 윤 행장이 자리를 고사하면서 한 총리는 초장부터 당정 ‘파워게임’에서 밀리는 모양새가 됐다. 

처음부터
힘 없었나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총리가)나이를 먹었나보다. 원래 늘공(공무원 시험을 거친 직업 공무원)들, 특히 고위직까지 간 직업 공무원들의 특징은 아주 지나치게 공손한 게 대개 주특기고 저 친구도 그랬던 친구”라고 말했다. 이어 “비서실장도 자기 마음대로 임명 못 하는 총리 자리는 간다고, 연봉 좋은데 그냥 거기에 있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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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양정원 남편 연루 주가조작 ‘리니언시 1호’ 사건 전말

[단독] 양정원 남편 연루 주가조작 ‘리니언시 1호’ 사건 전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코스닥 상장사 듀오백 주가조작 사건이 현직 경찰 유착 의혹으로 번졌다. 시세조종 사건으로 시작됐던 수사가 “주가조작 세력의 뒤를 경찰이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확대된 것이다. 경찰은 관련 인사들에 대한 인적 쇄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가 직접 보도자료까지 배포할 정도로 이례적인 규모의 사건이다. 검찰은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리니언시(자진 신고 감면)’ 제도를 활용해 수사에 착수했다. 약 3개월 만에 시세조종 조직의 구조와 자금 흐름, 경찰 상대 청탁 정황까지 포착할 수 있었다. 주가조작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현금 30억원의 주인이자, 투자자로 알려진 차모씨가 자진 신고하면서 수사에 탄력을 받았다. 검찰은 이를 ‘시세조종 리니언시 1호’ 사건으로 지칭했다. 자진 신고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자칭 영화 <작전> 실제 모델이라고 주장해 온 시세조종 전문가 김모씨(이하, 작전주 김씨)가 기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대신증권 부장 출신 전모씨, 유명 인플루언서 양정원의 남편으로 알려진 이모씨, 전직 축구선수 김모씨까지 가세한 조직형 범행이었다. 김씨는 과거 승부조작을 주도해 선수직을 박탈당했다. 이들은 코스닥 상장사 특정 종목을 타깃으로 삼아 차명계좌와 대포폰, 현금 30억원 등을 동원해 본격적인 시세조종에 나섰다. 검찰은 실제로 현금 30억원이 담긴 캐리어가 대신증권 사무실로 전달되는 장면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닥 상장사 듀오백 주식 거래를 둘러싸고 30억원대 현금 이동과 차명계좌 운용, 반대매매, 투자금 반환 분쟁 등이 얽힌 정황이 담긴 내부 조사 자료가 확인됐다. 지난 3월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여행용 캐리어에 담긴 현금 전달부터 다수 명의 계좌 개설, 투자자문사와의 주식 양수도 계약, 수십억원대 자금 이동, 이후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날짜별로 상세히 기재돼있다. 본지가 확보한 ‘조사 기초자료’에 따르면 사건의 출발점은 지난해 12월1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 노원역 인근 한 카페에서 차모씨는 “코스닥 상장사 씨유박스 만기 전환사채(CB) 70억원을 인수할 수 있으며, 20억원 상당의 권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구조가 변경되며 70억원 전체 인수가 아닌 일부만 인수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에 차씨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후 논의는 듀오백 주식 거래로 이어졌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2일 서울 강동구 한 카페에서 차씨는 “듀오백 2대 주주가 보유한 200만주를 주당 2700원, 총 54억원에 인수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어 “54억원 규모 인수 자금과 별도로 30억원의 주식 매수 자금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기록됐다. 차씨의 지인 문모씨는 2024년 8월경부터 김씨의 사무실을 오가며 관련 정보를 듣고 있었다. 앨터스투자자문이 보유한 듀오백 보통주 200만주를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실제 현금 이동은 같은 달 27일 진행된 것으로 나타난다. 자료에는 지난해 12월27일 오후 4시경 대신증권 일산WM지점에서 전직 야구선수 김모씨와 문씨가 대신증권 전 부장 전모씨 및 작전주 김씨에게 30억원을 전달했다고 기재돼있다. 형태는 ‘여행용 슈트케이스 및 쇼핑백’으로 적시됐다. 자금을 4인 명의 계좌로 나눠 입금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텔레그램을 통해 계약자 4인의 명의로 전씨에게 일체 권한을 위임한다는 위임장 파일이 전달됐으며, 작전주 김씨의 부인 송씨·양정원의 사촌동생 김모씨와 소모씨, 그리고 이모씨 등 명의로 증권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휴대전화 4대도 이들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적혀 있다. 30억 중 7억만 돌려받은 현금 주인 폭로 반대매매 발생 후 투자금 손배소로 번져 자료에는 “대신증권에서는 현금 보관이 불가능하다고 해 작전주 김씨가 직접 수령해 이동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이후 자금은 금융기관을 통해 입고됐다. 지난 2025년 1월3일 새마을금고 영등포본동지점에서 차명주 A씨의 명의로 현금 30억원이 입금됐고, 현금 확인에만 4시간이 소요됐다는 내용이 기재돼있다. 또 문씨에게 은행 입고 사실을 전달했다는 기록도 포함됐다. 본격적인 계약은 지난 1월14일 진행됐다. 자료에 따르면 이날 방배동 스타벅스에서 앨터스투자자문과 계약을 위한 사전 미팅이 진행됐다. 당시 최초 54억원 지급 계획과 관련해 양정원 남편 이씨가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고, 30억원 중 일부 자금으로 앨터스투자자문이 보유한 듀오백 주식 150만주를 우선 계약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같은 날 앨터스투자자문 사무실에서는 150만주에 대한 계약이 체결됐다. 자료에는 4명의 차명주 명의로 각각 37만5000주씩 계약이 진행됐다. 이씨는 양정원 사촌동생 소씨의 대리인 자격으로, 야구선수 김씨는 차씨의 부인 송씨 대리인 자격으로 참여했다고 적혀 있다. 계약 상대방은 앨터스투자자문 회장 유영근이다. 이 과정에서 보유 주식 수량이 부족해 추가 매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고, 계약 체결일은 2025년 1월15일 자로 작성됐다. 또 앨터스투자자문 고객 4인이 보유한 총 49만5000주에 대해 차명주 A씨와 별도의 양수도 계약도 체결된 것으로 정리돼있다. 실제로 자금 이체도 이뤄졌다. 같은 해 1월15일 A씨는 150만주 계약금 명목으로 각 5062만5000원씩 총 2억250만원을 앨터스투자자문에 송금했다. 같은 날 49만5000주 계약금 10%에 해당하는 총 1억3365만원도 지급됐다. 세부 내역에는 B씨 3만5000주 945만원, C씨 8만주 2160만원, D씨 15만주 4050만원, E씨 23만주 6210만원 등이 기재됐다. 이들의 수법은 전형적인 주가조작 패턴을 따른다. 복수 계좌를 활용한 이른바 ‘배수 계좌’ 구조를 통해 물량을 분할하고 반복 매매를 진행했다. 배수 계좌주는 전 축구선수 김씨로 알려졌다. 통정매매와 가장매매, 고가 매수 주문 등을 반복하며 듀오백 주가는 단기간 급등했다. 1900원대였던 주식은 장중 4000원 이상까지 치솟았고, 거래량도 최대 400배 가까이 폭증했다. 검찰은 이들이 최소 200억원 이상 규모의 시세조종 거래를 벌여 14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1월17일에는 대신증권 차명주 김씨의 계좌에서 양정원에게 2억원이 송금됐고, 같은 날 소씨 계좌에서는 문씨에게 1억원이 송금됐다. 이후에도 특정 인물의 지시에 따라 수억원 단위 자금이 지속적으로 이동했고, 일부 자금은 개인 계좌로 빠져나가기도 했다. 이후 주가 흐름과 반대매매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자료에는 2025년 3월경 반대매매가 발생했다고 기재돼있다. 이후 차씨가 30억원 반환을 요구했고, 이씨 측은 듀오백 인수 구조와 120억원 규모 코인 자금, 향후 주가 목표 등을 언급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특히 자료에는 “목표가 8000원”, “최종적으로 1만7000원”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자료에는 차씨가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며 법적 대응 가능성을 언급했고, 이후 관계자들 사이에 갈등이 심화됐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뚜렷한 줄기 나왔는데 놓아준 경찰? 유착 정황 포착···인적 쇄신으로 끝? 실제로 2025년 3월14일 반대매매로 주가가 무너지면서 작전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30억원의 실소유를 둘러싼 분쟁이 본격화됐다. 차씨는 “30억원은 자신의 자금”이라며 반환을 요구했다. 자금이 자신의 동의 없이 이동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제보에 따르면, “이씨 측에서 차씨에게 반환한 현금은 7억원가량”이라며 “23억을 못 돌려받으면서 차씨가 반환을 요구하면서 신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대신증권 내부 감사도 진행된 것으로 나타난다. 2025년 5월 대신증권 감사실에 관련 진정서가 접수됐으며, 전씨에 대해 정직 6개월 조치가 내려졌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자료 마지막 부분에는 차씨가 대신증권 외 2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는 내용이 적시돼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핵심 인물이자 양정원의 남편 이씨가 서울 강남권 경찰 관계자들에게 각종 형사사건 무마 청탁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이씨가 과거 양정원이 연루된 사기 사건 해결을 부탁하며 현직 경찰관들에게 향응과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제 공소 사실에는 경찰관들에게 유흥주점 접대를 제공하고 금품까지 건넨 내용이 포함됐다. 수사선상에는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으며, 검찰은 강남경찰서 압수수색까지 진행했다. 이어 서울경찰청은 강남서의 수사·형사과 인력을 전원 교체하기에 이르렀다. 수사라인 교체는 강남서 소속 송 모 경감이 이씨로부터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뤄졌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2일 오후 상반기 경정급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강남서 신임 수사 1과장 자리에는 경북경찰청에서 전입해 온 손재만 경정이, 수사 2·3과장은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전입해 온 유민재·채명철 경정이 맡는다. 형사 라인의 경우 1과장에는 김원삼 서울 강서경찰서 형사1과장이, 2과장에는 염태진 서울 용산경찰서 형사과장이 각각 자리했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전날(11일) 기자간담회에서 “유착 의혹과 관련 강남권 수사 부사에서 경정·경감급에 대한 근무 기강을 포함한 내부 평가를 고려해 순환 인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남서 수사 라인 물갈이는 2019년 ‘버닝썬’ 사태 후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강남서는 최근 강남권 외 경찰서 수사 경력자 등을 지원 조건으로 하는 ‘수사·형사과 보직 공모’를 경찰 내부적으로 공고했다. 경감을 대상으로 한 두 자릿수 모집이다. 버닝썬 후 최대 물갈이 공고에 따르면 팀원·팀장을 구분해서 모집하지만 강남권 경찰서 5곳(강남·서초·송파·방배·수서) 이외 26개 관서에서 근무 중인 경감이어야 한다는 게 필수 조건으로 내걸렸다. 이씨의 주가조작 혐의를 수사하던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수사 과정에서 그가 평소 친분이 있던 경찰청 소속 A 경정을 통해 당시 강남서 수사1과 팀장이던 송 경감에게 사건 무마를 청탁하고, 룸살롱 접대 등 향응을 제공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