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에 급반전' 윤석열 한동훈 승부수

설마설마했는데…묘수? 악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묘수일까, 악수일까. 대통령 당선인이 놓은 수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불러올 후폭풍은 가히 짐작할 수 없을 정도. 분명한 사실은 대통령 당선인이 불리한 정치구도에서 ‘승부수’를 띄웠다는 점이다.

대통령 당선 이후 취임하기까지 2개월 동안 온갖 인사의 이름이 거론된다. 내각 인선을 위한 장관 후보자 지명에 관심이 쏠리기 때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실현하기 위한 최적의 후보자를 찾는 데 골몰한다. 

아무도
몰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실력’을 내각 인선의 우선순위로 삼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깜짝’ ‘파격’ 인사는 없다는 뜻도 드러냈다. 1차 내각 인선 발표 때에도 이 같은 기조가 지켜지는 듯했다. 다양성 부족 등의 지적이 나오긴 했지만 ‘실력주의’라는 기준으로 일정 정도 용인되는 분위기였다.

지난 4일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고 국익을 확보하기 위해 능력 있고 실력 있는 분들로 구성할 것”이라며 “도덕성을 겸비하고 실력과 능력으로 신뢰감을 구축하는 것이 제1, 2요건”이라고 내각 인선 방향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지난 13일 윤 당선인의 2차 내각 발표는 충격의 도가니였다. 세간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지명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요직에 중용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뛰어 넘는 인사였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인수위 기자회견에서 한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한 배경에 대해 “유창한 영어 실력과 다양한 국제 업무 경험을 갖고 있다”며 “제가 주문한 것은 경제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무 행정의 현대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사법제도 정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절대 파격 인사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당선인이 직접 챙긴 인사
검찰 요직 예상 깨고 장관에

한 후보자는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윤 당선인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5년 사시 37회에 합격한 후 2001년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찰 연구관, 대검 정책기획과장, 서울중앙지검 초대 공정거래조세 조사부장 등을 지냈다. 

SK 분식회계 사건, 대선 비자금 사건, 현대차 비리 사건, 외환은행 매각 사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등에서 윤 당선인과 호흡을 맞췄다.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을 때는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3차장 검사를, 검찰총장 시절에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았다.

당시 최연소 검사장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 수사 등을 지휘했다.

윤 당선인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풍랑의 중심에 섰듯, 한 후보자의 운명도 그와 흡사했다. 추 전 장관이 취임과 동시에 진행한 검찰 인사에서 한 후보자는 ‘추풍낙엽’처럼 휩쓸렸다. 2020년 1월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긴 데 이어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연구위원, 진천본원 연구위원을 거쳐 지난해 6월부터는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년 새 4번의 좌천 조치를 당한 셈이다. 


4번 좌천에도
자리 지켰는데

이 과정에서 한 후보자는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과 관련해 공모 혐의를 받았다. 검찰의 휴대폰 압수수색 과정에서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재판 중이다. 숱한 논란에도 한 후보자는 “검찰에서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다”면서 사퇴설 등을 일축했다.

3‧9 대선에서 윤 당선인이 승리하면서 한 후보자가 요직으로 중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지난 6일 한 후보자가 채널A 강요미수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강요미수 혐의로 고발된 한 후보자를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2020년 4월 시민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이 MBC의 ‘검언유착’ 보도를 근거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 후보자의 공모 정황이 있다며 시작된 사건 수사가 2년 만에 최종 결론에 이른 것이다. 

수사팀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한 후보자를 무혐의 처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전임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이성윤 서울고검장 이후 지휘부는 한 후보자의 휴대전화 포렌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건 처리를 미뤄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한 후보자를 겨냥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려 했으나 검찰 안팎의 반대에 밀려 철회하기도 했다.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에서 한 후보자의 무혐의가 최종 확정되면서 그를 둘러싼 족쇄는 풀렸다. 그러자 한 후보자의 거취를 둘러싸고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등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윤 당선인이 어떤 식으로든 한 후보자를 요직에 배치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실제 윤 당선인은 대선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거의(정권 수사를)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다. 그가 서울중앙지검장이 안 된다는 얘기는 독립운동가가 중요 직책을 가면 일본이 싫어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랑 똑같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발탁은 당초 전망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후보자가 인수위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그의 법무부 장관 지명을 예측한 언론이 거의 없었을 정도. 윤 당선인의 측근조차 알지 못했다는 말도 들린다. 또 윤 당선인이 법무부 장관 인선만큼은 직접 챙겼다는 말도 있다.

한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네 편 내 편 가리지 않고 오직 법과 상식에 따라서 정의가 바로 서는 법치국가를 바라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공직생활하는 동안 강자의 불법에 더 엄정하려고 노력했듯이 용기와 헌신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윤 당선인과 이어온 친분으로 검찰의 중립성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는 시선에 대해서도 “제가 일해온 과정을 보면 인연에 기대거나 맹종하거나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고 어디서 뭘 하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범계·추미애 장관 시절 수사지휘권 남용이 얼마나 국민에게 해악이 큰지 실감했다”며 “장관에 취임하더라도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지휘권 행사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은 검찰 독립성 강화를 골자로 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수사지휘권
행사 안 해”

현재 정치권 안팎에서는 ‘조선제일검’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면서 수사 부서로 이동하리라 예상됐던 한 후보자를 임명직에 지명한 윤 당선인의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자신의 SNS에 “칼을 거두고 펜을 쥐어줬다”고 한 후보자 발탁 배경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아마 한 검사장은 검찰에 남아 못다 이룬 검사로서의 꿈을 이어가고 싶었을 것”이라며 “검사라면 누구나 오르고 싶은 중앙지검장, 아니 검찰총장의 꿈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윤 당선인은 한 검사장에게 펜을 맡겼다”며 “지난 20년간 검찰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범죄와의 전쟁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선진화된 형사사법 시스템을 만드는 설계자가 되기를 요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에서는 윤 당선인이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시도에 ‘강대강’ 맞수를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최근 검수완박 입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윤 당선인 취임 전에 검수완박 입법을 완료해 검찰의 힘을 완전히 빼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검수완박 입법이 진행될 경우 검찰은 그나마 가지고 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도 할 수 없게 된다. 민주당에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


검찰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시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문재인 대통령에 면담을 요청하는 등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검사장은 물론 평검사 사이에서도 반발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검란’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민주당 검수완박 당론 맞수?
지명 철회 요구 검증 예고

하지만 172석의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입법 시도를 밀어붙이면 검찰은 물론 국민의힘에서도 이를 저지하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윤 당선인은 그런 상황을 막고자 한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지명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한 후보자 발탁을 두고 정치권 특히 민주당의 반응은 격렬하다. 일부에서는 ‘경악’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측근을 내세워 검찰 권력을 사유화하고 서슬 퍼런 검찰공화국을 만든다는 의도를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라며 “통합을 바라는 국민에 대한 전면적이고 노골적인 정치보복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윤 당선인의 승부수는 한 후보자의 청문회 과정과 취임 직후 진행될 6‧1 지방선거에서 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한 후보자에 대한 대대적인 검증을 예고하면서 청문회는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내각 인선 자체가 한 후보자 지명에 전부 먹혀버린 상황이기 때문에 청문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은 상황이다. 

여기서 한 후보자가 민주당의 송곳 검증을 이겨낸다면 윤 당선인의 승부수는 ‘묘수’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반면 검증 과정에서 한 후보자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만한 사안이 터진다면 윤 당선인의 승부수는 ‘악수’가 될 수 있다.

한 후보자를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보는 사람이 많아 국정 동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수준까지 폭발력을 가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결과 따라
국정 영향

현재 한 후보자는 청문회 준비단을 꾸리고 인사검증을 준비하고 있다. 청문회 준비단은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에 꾸려졌다. 준비단장은 통상적인 관례에 따라 주영환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이 맡는다. 주 실장은 한 후보자와 연수원 동기로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2019년 인사청문회 준비단에서 공보 담당을 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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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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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