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에 급반전' 윤석열 한동훈 승부수

설마설마했는데…묘수? 악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묘수일까, 악수일까. 대통령 당선인이 놓은 수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불러올 후폭풍은 가히 짐작할 수 없을 정도. 분명한 사실은 대통령 당선인이 불리한 정치구도에서 ‘승부수’를 띄웠다는 점이다.

대통령 당선 이후 취임하기까지 2개월 동안 온갖 인사의 이름이 거론된다. 내각 인선을 위한 장관 후보자 지명에 관심이 쏠리기 때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실현하기 위한 최적의 후보자를 찾는 데 골몰한다. 

아무도
몰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실력’을 내각 인선의 우선순위로 삼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깜짝’ ‘파격’ 인사는 없다는 뜻도 드러냈다. 1차 내각 인선 발표 때에도 이 같은 기조가 지켜지는 듯했다. 다양성 부족 등의 지적이 나오긴 했지만 ‘실력주의’라는 기준으로 일정 정도 용인되는 분위기였다.

지난 4일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고 국익을 확보하기 위해 능력 있고 실력 있는 분들로 구성할 것”이라며 “도덕성을 겸비하고 실력과 능력으로 신뢰감을 구축하는 것이 제1, 2요건”이라고 내각 인선 방향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지난 13일 윤 당선인의 2차 내각 발표는 충격의 도가니였다. 세간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지명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요직에 중용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뛰어 넘는 인사였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인수위 기자회견에서 한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한 배경에 대해 “유창한 영어 실력과 다양한 국제 업무 경험을 갖고 있다”며 “제가 주문한 것은 경제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무 행정의 현대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사법제도 정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절대 파격 인사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당선인이 직접 챙긴 인사
검찰 요직 예상 깨고 장관에

한 후보자는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윤 당선인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5년 사시 37회에 합격한 후 2001년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찰 연구관, 대검 정책기획과장, 서울중앙지검 초대 공정거래조세 조사부장 등을 지냈다. 

SK 분식회계 사건, 대선 비자금 사건, 현대차 비리 사건, 외환은행 매각 사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등에서 윤 당선인과 호흡을 맞췄다.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을 때는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3차장 검사를, 검찰총장 시절에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았다.

당시 최연소 검사장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 수사 등을 지휘했다.

윤 당선인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풍랑의 중심에 섰듯, 한 후보자의 운명도 그와 흡사했다. 추 전 장관이 취임과 동시에 진행한 검찰 인사에서 한 후보자는 ‘추풍낙엽’처럼 휩쓸렸다. 2020년 1월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긴 데 이어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연구위원, 진천본원 연구위원을 거쳐 지난해 6월부터는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년 새 4번의 좌천 조치를 당한 셈이다. 


4번 좌천에도
자리 지켰는데

이 과정에서 한 후보자는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과 관련해 공모 혐의를 받았다. 검찰의 휴대폰 압수수색 과정에서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재판 중이다. 숱한 논란에도 한 후보자는 “검찰에서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다”면서 사퇴설 등을 일축했다.

3‧9 대선에서 윤 당선인이 승리하면서 한 후보자가 요직으로 중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지난 6일 한 후보자가 채널A 강요미수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강요미수 혐의로 고발된 한 후보자를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2020년 4월 시민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이 MBC의 ‘검언유착’ 보도를 근거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 후보자의 공모 정황이 있다며 시작된 사건 수사가 2년 만에 최종 결론에 이른 것이다. 

수사팀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한 후보자를 무혐의 처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전임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이성윤 서울고검장 이후 지휘부는 한 후보자의 휴대전화 포렌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건 처리를 미뤄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한 후보자를 겨냥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려 했으나 검찰 안팎의 반대에 밀려 철회하기도 했다.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에서 한 후보자의 무혐의가 최종 확정되면서 그를 둘러싼 족쇄는 풀렸다. 그러자 한 후보자의 거취를 둘러싸고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등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윤 당선인이 어떤 식으로든 한 후보자를 요직에 배치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실제 윤 당선인은 대선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거의(정권 수사를)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다. 그가 서울중앙지검장이 안 된다는 얘기는 독립운동가가 중요 직책을 가면 일본이 싫어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랑 똑같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발탁은 당초 전망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후보자가 인수위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그의 법무부 장관 지명을 예측한 언론이 거의 없었을 정도. 윤 당선인의 측근조차 알지 못했다는 말도 들린다. 또 윤 당선인이 법무부 장관 인선만큼은 직접 챙겼다는 말도 있다.

한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네 편 내 편 가리지 않고 오직 법과 상식에 따라서 정의가 바로 서는 법치국가를 바라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공직생활하는 동안 강자의 불법에 더 엄정하려고 노력했듯이 용기와 헌신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윤 당선인과 이어온 친분으로 검찰의 중립성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는 시선에 대해서도 “제가 일해온 과정을 보면 인연에 기대거나 맹종하거나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고 어디서 뭘 하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범계·추미애 장관 시절 수사지휘권 남용이 얼마나 국민에게 해악이 큰지 실감했다”며 “장관에 취임하더라도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지휘권 행사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은 검찰 독립성 강화를 골자로 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수사지휘권
행사 안 해”

현재 정치권 안팎에서는 ‘조선제일검’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면서 수사 부서로 이동하리라 예상됐던 한 후보자를 임명직에 지명한 윤 당선인의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자신의 SNS에 “칼을 거두고 펜을 쥐어줬다”고 한 후보자 발탁 배경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아마 한 검사장은 검찰에 남아 못다 이룬 검사로서의 꿈을 이어가고 싶었을 것”이라며 “검사라면 누구나 오르고 싶은 중앙지검장, 아니 검찰총장의 꿈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윤 당선인은 한 검사장에게 펜을 맡겼다”며 “지난 20년간 검찰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범죄와의 전쟁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선진화된 형사사법 시스템을 만드는 설계자가 되기를 요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에서는 윤 당선인이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시도에 ‘강대강’ 맞수를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최근 검수완박 입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윤 당선인 취임 전에 검수완박 입법을 완료해 검찰의 힘을 완전히 빼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검수완박 입법이 진행될 경우 검찰은 그나마 가지고 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도 할 수 없게 된다. 민주당에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


검찰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시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문재인 대통령에 면담을 요청하는 등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검사장은 물론 평검사 사이에서도 반발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검란’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민주당 검수완박 당론 맞수?
지명 철회 요구 검증 예고

하지만 172석의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입법 시도를 밀어붙이면 검찰은 물론 국민의힘에서도 이를 저지하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윤 당선인은 그런 상황을 막고자 한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지명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한 후보자 발탁을 두고 정치권 특히 민주당의 반응은 격렬하다. 일부에서는 ‘경악’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측근을 내세워 검찰 권력을 사유화하고 서슬 퍼런 검찰공화국을 만든다는 의도를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라며 “통합을 바라는 국민에 대한 전면적이고 노골적인 정치보복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윤 당선인의 승부수는 한 후보자의 청문회 과정과 취임 직후 진행될 6‧1 지방선거에서 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한 후보자에 대한 대대적인 검증을 예고하면서 청문회는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내각 인선 자체가 한 후보자 지명에 전부 먹혀버린 상황이기 때문에 청문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은 상황이다. 

여기서 한 후보자가 민주당의 송곳 검증을 이겨낸다면 윤 당선인의 승부수는 ‘묘수’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반면 검증 과정에서 한 후보자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만한 사안이 터진다면 윤 당선인의 승부수는 ‘악수’가 될 수 있다.

한 후보자를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보는 사람이 많아 국정 동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수준까지 폭발력을 가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결과 따라
국정 영향

현재 한 후보자는 청문회 준비단을 꾸리고 인사검증을 준비하고 있다. 청문회 준비단은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에 꾸려졌다. 준비단장은 통상적인 관례에 따라 주영환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이 맡는다. 주 실장은 한 후보자와 연수원 동기로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2019년 인사청문회 준비단에서 공보 담당을 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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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민희진·뉴진스 어두운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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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여론은 한쪽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가 힘을 실어주면서다. 하지만 무대가 법정으로 옮겨간 이후부터 상황이 반전됐다. 동시에 여론도 뒤집혔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2024년 4월 연예기획사 하이브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상대로 내부 감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다.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해 어도어를 독립시키려 한 정황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당시 어도어 소속 가수는 아이돌 뉴진스가 유일했기에 분쟁의 크기는 순식간에 커졌다. 상처 입은 톱 아이돌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분쟁, 이른바 ‘민-하 대전’이 2년째로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민 전 대표가 전면에서 하이브와 이른바 ‘맞다이’를 벌였지만 이후 뉴진스가 직접 판에 뛰어들면서 새 국면을 맞이했다. 동시에 빌리프랩 등 하이브의 다른 레이블, 어도어의 전 직원, 광고 제작사 돌고래유괴단 등이 전선에 합류했다. 민-하 대전에서 여론은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처음 민 전 대표에 대한 감사 소식이 전해진 이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은 민 전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민 전 대표는 ‘선’, 하이브는 ‘악’이라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뉴진스는 2024년 11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민-하 대전이 시작된 지 7개월 만에 뉴진스가 전면에 나서면서 파장이 커졌다. 뉴진스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연말마다 발표하는 ‘올해를 빛낸 가수’ 순위에서 2023년과 2024년 연달아 1위를 기록할 만큼 대중성이 높다. 그런 가수가 소속사와 정면 대결을 선택하자 연예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뉴진스가 소송 대신 구두로 계약 해지를 선언한 방식이 합당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랐다’ ‘소속사 간 다툼에 아티스트를 끌어들이면 안 된다’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하면서 갈등의 무대는 정치권으로까지 넓어졌다. 하이브와 뉴진스, 민 전 대표 간의 갈등 양상을 비롯해 연예인의 노동자성까지 화두로 떠올랐다. 뉴진스 상대 전속계약 유지 인정 해인 혜린 하니 복귀 다니엘 해지 일각에서는 뉴진스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한 시점을 국감 때로 보기도 한다. 연예계 갈등을 국정감사에서 다루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 전 대표와 뉴진스에 대해 여론은 나름 호의적이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미국에서 여성 BJ와 만났다는 내용의 사생활 이슈 등이 도마 위에 오른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SNS나 기자회견 등 민 전 대표와 뉴진스가 이른바 여론전을 위해 올랐던 무대가 법정으로 바뀌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하이브와 어도어, 민 전 대표와 뉴진스 등이 연루된 소송은 10여개에 이른다. 소속사와 아티스트 간 전속계약, 민 전 대표가 하이브와 맺은 풋옵션 계약, 민 전 대표와 어도어 전 직원 간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표절 논쟁에서 시작된 민 전 대표와 빌리프랩 간의 손해배상 소송,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한 어도어와 돌고래유괴단의 손해배상 소송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흥미로운 대목은 여론과 법원 판결의 괴리다. 특히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여론까지 뒤집을 정도로 ‘원사이드’ 판결로 이어졌다. 뉴진스 측이 제시한 전속계약 해지 이유를 법원은 단 한 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도어의 전속계약 유효 소송에 법원이 연이어 ‘인용’ 판결을 내리면서 뉴진스는 벼랑 끝까지 몰렸다. 뉴진스는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다. 어도어로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끝까지 싸우겠다’던 뉴진스의 태도가 누그러진 것도 이 시기다. 독자 활동이 완벽하게 막혔고 활동을 위해서는 어도어에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나왔다. 연예계에서는 뉴진스가 복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여론도 뒤바뀌어 실제 뉴진스는 복귀했다. 멤버 5명 모두가 함께 어도어로 돌아가는 ‘완전체’ 복귀는 아니었기에 각종 설이 흘러나왔다. 연예계에서는 판결을 기점으로 멤버들 사이가 갈라진 것 같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만큼 향후 발생할 손해배상, 위약벌 등이 천문학적 금액에 이를 수 있다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난해 11월 뉴진스 멤버 해린과 혜인이 먼저 복귀했다. 어도어는 두 멤버의 복귀를 발표하면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남은 세 멤버(하니, 다니엘, 민지)와도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후 하니 복귀, 다니엘 계약 해지라는 결론이 나왔다. 민지는 논의 중인 상황이다. 어도어는 완전체를 깨더라도 다니엘과는 함께 갈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어도어는 다니엘과 그의 가족 1인,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다니엘 등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한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어도어가 다니엘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액은 총 431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다니엘에게 청구된 소송 액수는 331억원으로 이중 300억원은 위약벌, 31억원은 활동 중단과 광고 촬영 미이행 등에 따른 손해배상이다. 그외 100억원은 민 전 대표와 다니엘의 모친에게 뉴진스 이탈과 복귀 지연 등으로 인한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액으로 알려졌다. 다니엘은 지난 12일 어도어로부터의 피소 이후 첫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심경을 전했다. 9분간 이어진 라이브 방송에서 다니엘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수백억원대의 소송에 휘말려 있는 상황에서 한마디, 한마디가 불리한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재판 간 연쇄 반응 뉴진스와의 소송전에서 압승을 거둔 어도어는 이제 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뉴진스가 이미지 훼손, 금전적 손해 등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반면, 어도어는 뉴진스라는 이름을 지켜냈다. 특히 다니엘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그간의 사정이 드러나면 여론 자체가 급격하게 기울 가능성도 보인다. 한때 ‘뉴진스의 엄마’로 불렸던 민 전 대표도 코너에 몰렸다. 최근 민 전 대표가 증인으로 나섰던 돌고래유괴단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것도 현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15년 설립된 돌고래유괴단은 지난해 경북 경주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홍보 영상 ‘주차장에서 생긴 일’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는 어도어가 돌고래유괴단과 그 대표인 신우석 감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돌고래유괴단이 어도어에 1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신 감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어도어 측은 “돌고래유괴단 측을 상대로 낸 소송액 11억원 중 법인의 계약 위반 10억원이 인정됐고, 명예훼손으로 별도로 제기한 1억원은 기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고래유괴단은 뉴진스의 곡 ‘디토’ ‘OMG’ ‘ETA’ 등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2024년 8월 ETA 뮤직비디오를 ‘디렉터스컷(감독판)’으로 제작해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일이다. 어도어는 “당시 광고주로부터 해당 영상에 대한 컴플레인을 접수했다”며 “뉴진스 관련 영상 소유권은 어도어에 있고 계약서에 명시된 사전 동의 절차가 없었으므로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돌고래유괴단 10억원 배상 판결 주주 간 계약 해지&풋옵션 쟁점 그러자 돌고래유괴단은 ETA 감독판은 물론 자신들이 운영하던 비공식 뉴진스 팬덤 유튜브 채널인 ‘반희수’에 게시돼있던 뉴진스 관련 영상을 전부 삭제했다. 어도어는 ETA 감독판 영상에 대한 게시 중단을 요청했을 뿐 뉴진스 관련 모든 영상 삭제는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민 전 대표는 증인으로 출석해 감독판 영상을 별도로 게시하는 것에 대한 구두 협의가 있었으며 어도어 측 주장에 “바보 같고 어이없다”고 말한 바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번 판결이 민 전 대표의 소송에 미칠 영향이다. 민 전 대표는 현재 하이브와 주주 간 계약 및 풋옵션(주식매수 청구권) 행사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뉴진스와 어도어가 벌인 전속계약 관련 소송 등도 판결이 나왔을 당시 민 전 대표와 하이브 사이의 재판에 끼칠 영향을 두고 법조계의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는 하이브가 민 전 대표 등 2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과 민 전 대표 등 3명이 하이브를 상대로 낸 풋옵션 행사 관련 주식 매매대금 청구 소송의 마지막 변론기일 재판을 열었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경영권 찬탈을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주주 간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민 전 대표와 전 어도어 이사진은 풋옵션 행사에 따른 주식 매매대금 지급을 청구한 게 골자다. 이날 하이브는 데뷔도 하지 않은 뉴진스를 위해 어도어에 210억원을 투자하는 등 민 전 대표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민 전 대표가 신뢰 관계를 파괴하고 하이브에 타격을 주는 언론플레이를 하는 등 고의로 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 측은 어도어를 탈취할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고 투자자를 만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2월이면 결론 난다 법적 흐름은 민 전 대표에게 단연 불리한 상황이다. 모든 소송이 민-하 대전에서 파생된 만큼 각각 재판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이 향후 어도어가 다니엘과 그 모친, 민 전 대표에게 제기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의 선고기일은 다음 달 12일로 예정돼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