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아픈 '부동산 집도의'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

메스 들고 대장동부터 도려낼까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지난 대선 정국을 기점으로 연일 주가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4위를 기록하며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했고, 이후 선거대책위원회 정책총괄본부장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을 거쳐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됐다. 그동안 여권 부동산 정책 비판에 앞장섰던 원 후보자. 그가 부동산 시장에 내릴 ‘약방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1964년 2월 제주도 서귀포시(당시 남제주군)에서 태어났다. 원 후보자 집안은 14대째 제주도에서 살고 있던 ‘토박이’였다. 원 후보자 역시 중문국민학교, 중문중학교, 제주제일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제주 토박이로 자랐다.

운동권 투사
보수 소장파

유년 시절 집안 사정이 좋지 못했다. 같은 동네에서만 10번 넘게 이사를 다녔고, 온 가족이 빚쟁이에게 시달리기도 했다. 원 후보자는 가난의 어려움을 몸소 실감하면서 공부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그의 학창 시절은 수석의 연속이었다. 고등학교 때 전교 1등 자리를 놓쳐본 적이 없었다. 아울러 전국적으로 치러진 시험에서도 12번 모두 수석을 차지했다. 원 후보자는 1982년 제1회 대입학력고사에서도 수석을 꿰차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학교 수업에 충실하고,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했다”고 공부 비결을 밝혔다. 원 후보자의 인터뷰는 두고두고 회자되면서 수재들의 유행어가 됐다. 원 후보자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수석으로 진학했다. 그는 “장차 대한민국을 위해 막스 베버와 같은 법사회학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학 생활 초반에는 학업에 충실했던 일명 ‘도서관파’였다. 하지만 이후 신군부의 폭압적 정치와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실상을 알게 되면서 이내 운동권에 발을 들이게 됐다.

원 후보자는 서울대 교정 안에서 발생한 ‘전경 여학생 추행 사건’ 항의 시위에 참가했다. 이때 소지품 중 시위 관련 유인물이 발견돼 경찰서로 연행됐다. 며칠 구금된 뒤 훈방 조치됐지만 학교에서는 유기정학 처분을 받았다.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운동권 활동에 오히려 더 몰입하게 됐다.

1984년,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오거리에서 데모 유인물을 배포하다가 구속 위기를 맞고, 당국에게 ‘요주의 인물’로 찍혀 수배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야학과 노동운동에도 열심이었다. 원 후보자는 구로공단의 교회에서 여성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야학을 열고 인천 금속공장에 위장 취업해 노동현장을 몸소 느꼈다.

생활비는 과외와 번역으로 근근이 벌었다.

20대의 대부분을 사회운동에 바친 그였지만, 결국 전향하며 운동권에 작별을 고한다. 1980년대 말 동유럽 사회주의의 몰락을 목격한 것이 사상 전환의 주된 계기가 됐다.

제적과 휴학을 반복했던 원 후보자는 입학한 지 8년 만인 1989년 2월이 돼서야 가까스로 대학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다. 군 복무 면제로 ‘군백기’도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 셈이다.

군 면제 사유는 후천적 발가락 기형이다. 원 후보자 설명에 따르면 그는 5살 무렵 리어카에 올라 타다가 리어카 바퀴에 발가락이 끼어 들어가면서 오른발 2번째 발가락이 골절·일부 절단됐다. 사고 직후 봉합 치료를 받았지만, 발가락을 수직으로 붙인 탓에 끝내 환부가 후천적 기형으로 남고 말았다.


훗날 정치에 입문한 후, 군 면제 이력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때 원 후보자는 자신의 발가락을 직접 공개하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 전국 수석
운동권서 개혁보수 정치인으로

1990년 말부터는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그는 2년간의 수험생활 끝에 제34회 사법시험을 수석으로 통과했다. 사법연수원(24기)은 5등으로 수료했다.

학생운동, 민주화운동 경력이 있었음에도 1995년 검사 임관에 성공했다. 초임지는 서울지방검찰청이었다. 그는 검사 재직 시절 재개발조합 사기사건, 딱지어음사건, 다단계 피라미드 범죄 등 주로 경제사범 소탕에 열중했다. 부산지방검찰청 강력부에 있을 때는 지역 내 조직폭력 및 마약사범과 사투를 벌였다.

1998년 8월 검사직을 그만두고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활동 기간은 짧았지만 소프트웨어재산권보호위원회 고문변호사, 전국 PC방 연합회 고문변호사, KBS 방송자문 변호사 등 당시만 해도 생소한 개념이었던 지식재산권·IT 분야 전문 변호사로 족적을 남겼다.

이듬해인 1999년에는 정치에 입문한다. 당시 ‘젊은 피’ 수혈 경쟁을 벌이던 한나라당과 새정치국민회의(민주당의 전신) 양쪽에서 모두 영입 제의를 받았다.

여당이었던 새정치국민회의 측은 원 후보자에게 고향인 제주도 지역구 공천을 약속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서울 지역구 공천을 약속했다.

이때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김부겸 총리가 원 후보자를 영입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리는 “힘들겠지만 맡아서 5년 내지 10년을 하면 답이 나올 것”이라며 원 후보자에게 한나라당 입장을 적극 권유했다.

결국 원 후보자는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을 선택했다. 그는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를 이루겠다”고 입당 소감을 밝혔다. 운동권 출신이 개혁 보수 정치인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2000년 4월 치러진 16대 총선에서 서울 양천갑 지역구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입당을 권유했던 김 총리와 함께 국회에 입성했다. 다만 김 총리가 임기 중 열린우리당으로 이적한 이후로는 다른 길을 걷게 됐다.

논란 일면
정면돌파

당선 이후로는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정병국 전 의원과 함께 일명 ‘남원정’으로 불리며 당내 개혁을 주도하는 소장파로 자리매김했다. 때로는 당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까지 적극적으로 개혁 의견을 내비쳤다.


이러한 행보 덕택인지, 탄핵 역풍에 휩쓸렸던 2004년 17대 총선에서도 생존했다. 당 안팎의 거센 비판 속에서도 소신을 지키고, 지역구인 양천구 목동 곳곳을 돌며 민심을 살핀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총선 직후 치러진 한나라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때 당 최연소 최고위원 기록을 새로 썼다. 

원 후보자는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선거 경선에 나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비록 대통령 경선에서는 탈락했지만 40대 대권주자로 나서 완주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이는 차기 대권 유력 주자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2008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과반 득표로 여유롭게 3선 고지에 올랐다. 2009년에는 당 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돼 당내 쇄신을 주도했다.

2010년 서울시장 자리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오세훈 후보(현 서울시장)의 대항마를 정하기 위한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전 의원에게 석패했다.

이후 2010년 7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한나라당 사무총장, 공천심사위원장, 최고위원 등을 두루 역임해 당내 입지를 다졌다.


이를 바탕으로 2011년 당권에 도전했다. 당시 원 후보자는 ‘한국 정당정치의 비정상적 공천시스템 개혁’과 ‘선진 정치를 위한 선거구 개편’을 핵심 의제로 내걸었다. 하지만 차기 총선 불출마라는 배수진까지 쳤음에도 최종 4위로 낙선하고 말았다.

이 여파로 2012년부터 1년여간 잠시 정치권을 떠나기도 했다.

당초 행안부·법무부 장관 하마평
대장동 1타·주택찬스 공약 영향?

원 후보자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독일 아데나워 재단‧중국 베이징대 등에서 방문학자 자격으로 수학하고 2013년 말 귀국했다.

2014년 2월, 금융 3사 고객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하자 ‘개인정보유출 국민변호인단’을 꾸리며 이목을 끌었다. 당시 원 후보자는 국내 피해자 5만여명을 대리해 무료 공익소송을 주도했다.

같은 해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로 복귀전을 치를 것’이라는 세간의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원 후보자가 새누리당 지도부로부터 ‘당내 중진 차출론’이라는 명목으로 제주지사 출마를 압박받으며 무산됐다.

결국 제6회 지방선거에서 제주도지사에 출마했다. 정치에 입문한 지 1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60%의 득표율로 무난히 당선됐다. 취임 이후에는 제주도 내 부동산 투기 규제 강화 정책과 중국을 비롯한 외국 자본 투자 유치 견제에 집중했다.

이외에도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16위로 최하위권이던 제주 지역 청렴도를 임기 중 4위까지 끌어올리고, 4000억원가량의 지방부채를 모두 상환하는 등 체질 개선에 힘썼다.

임기 중 두 차례나 탈당을 감행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2017년 1월 초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 일원으로 합류했다. 이어 같은 달 말에는 “지역사회에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아 도정에 전념하겠다”며 대통령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2018년 4월에는 바른미래당 합당에 반발해 탈당했다. 이후 2년여간 무소속 상태를 유지하면서 오랫동안 정치적 공감대를 구축해왔던 남 전 지사(자유한국당 복당)나 정 전 의원(바른미래당 합류)과는 각기 다른 행보를 보였다.

원 후보자는 무소속으로 제주도지사 재선에 도전했다. 정당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현직 지사라는 프리미엄을 살린 ‘인물론’ 전략으로 낙승을 거뒀다. 

재선 후 임기 초반 협치를 중시하는 행보를 보였다. 당시 제주도의회 의석을 ‘싹쓸이’한 민주당을 달래기 위한 포석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원 후보자는 지사가 추천하는 제주·서귀포시 행정시장 내정자로 각각 고희범 전 민주당 제주도당위원장과 양윤경 제주 4·3희생자유족회장을 선택했다. 친민주당 성향의 내정자들은 청문회에서 무난하게 ‘적격’ 판정을 받았다.

당선 3달 뒤인 9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당시 원 후보자는 사전선거운동 위반·허위사실공표 등 총 5개 혐의를 받았다.

같은 해 11월 검찰에 기소됐고, 2019년 2월 1심에서 벌금형 80만원을 선고받아 지사직은 지켜냈다. 재판부는 “공소 사실이 모두 인정되지만, 기존에 발표된 공약을 발표하거나 다른 후보자를 비방한 게 아니고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이후 검찰과 원 후보자 양측 모두 항소를 포기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2020년 2월,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의 제의를 받아들여 미래통합당 창당에 합류했다. 이후 같은 해 5월 대권 도전을 시사했고, 지난해 8월 들어 제주도지사를 퇴임하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똑바로
똑똑하게

경선 초반에는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하지만 2차 컷오프 직전 ‘대장동 1타 강사’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덕에 컷오프를 통과할 수 있었다.

유튜브의 한 채널에 출연해 대장동 개발사업 논란을 요약·설명한 것이 계기가 됐다.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자타공인 ‘이재명 저격수’가 된 셈이다. 원 후보자는 최종 경선에서도 이러한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며 자신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후보를 상대할 적임자라고 자부했다. 

경선에서는 최종 4위에 그쳤지만, ‘대장동 1타 강사’ 직함으로 인지도를 끌어올린 것이 기회로 작용했다.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결정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의해 선거대책위원회 정책총괄본부장에 임명됐다. 차기 정권의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은 만큼, 윤석열정부가 탄생하면 중용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 1월 초 선대위가 해체되면서 잠시 거취가 불투명해지기도 했지만, 선거대책본부의 정책본부장으로 재신임받으며 가능성을 이어나갔다. 

이후 종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하마평에 오르는 등 향후 행보에 대한 예측이 이어졌다.

그러나 대선이 치러지기까지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원 후보자의 행선지는 대선 승리 이후에나 결정됐다. 윤 당선인이 그에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 자리를 제안한 것이다. 이어 지난 10일에는 윤석열정부 초대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됐다. 

“의외의 인선”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인수위 합류 이후 원 후보자의 입각 가능성은 높게 점쳐졌지만 직함이 예상 밖이라는 평가다. 원 후보자는 당초 행정안전부·법무부 장관이나 대통령비서실장 하마평에 오르내린 바 있다.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이 해당 장관직에 정치인 기용을 자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 변수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아울러 원 후보자가 경선 중 ‘대장동 1타 강사’ ‘주택 찬스 공약’ 등으로 이목을 끈 점이 이 같은 인선으로 이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원 후보자는)3선 국회의원, 제주지사 재선을 지내며 혁신적 도시 행정을 펼친 분”이라며 “공정과 상식이 회복되어야 할 민생 핵심 분야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이해가 높은 분”이라고 발탁 배경을 전했다. 이어 “수요가 있는 곳에 충분히 주택을 공급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균형 발전 핵심 지역인 공정한 접근성과 광역 교통체계를 설계할 적임자라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원 후보자는 발탁 직후 “정부 역량을 집중해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를 안정시키고 꿈을 잃은 젊은 세대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전문 경력이 없다’는 지적에는 “국민들의 눈높이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잘 접목시켜 정무적 역할을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이제 관건은 여소야대 청문회 문턱을 넘는 일이다. 민주당은 발표 직후부터 강력하게 반발하며 험난한 청문회를 예고하고 나섰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지난 10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를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공개 저격했다.

이재명 저격
청문회 어쩌나

그는 “원 후보자의 제주도지사 시절 제주 신공항 등 제주 도정에 대한 성과를 보면 전문성, 추진력, 협상력 등을 겸비해야 할 국토부 장관에 적합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원 후보자의 발탁 배경을 두고선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와 과장된 정치공세에 앞장섰던 것에 대한 논공행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국정 운영 파트너로서의 민주당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일방적인 처사”라고 날을 세웠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5전 5승’ 민주당 숙적 원희룡, 왜?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적어도 선거에서만큼은 더불어민주당의 ‘숙적’으로 불릴만하다. 1999년 정치에 입문한 뒤 민주당을 상대로 무패행진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민주당 후보를 국회의원 선거에서 3번, 지방선거에서 2번 만나 모두 과반의 득표로 승리했다.

2004년 탄핵 역풍이 거셀 때도, 2018년 보수 궤멸 선거 때도 ‘개인기’를 바탕으로 승리를 거두며 존재감을 뽐냈다.

특히 2018년 7회 지방선거 당시, 원 후보자는 대구‧경북 외의 지역에서 당선된 유일한 보수 진영 광역단체장이었다.

원 후보자는 지난해 대선 경선에 나섰을 때 이 같은 이력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열린  국민의힘 경선 예비후보 1차 TV토론회에서 ‘나는 귤재앙이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민주당과 선거에서 다섯 번 싸워 다섯 번 이겼다. 민주당이 볼 때는 내가 재앙”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민주당 후보로 예상되는 (민주당)이재명 후보에게 귤재앙의 신맛을 실컷 맛 보여드리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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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