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어도 고' 검수완박 무서운 후폭풍

남은 시간 4개월 검찰 명운 달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땅, 땅, 땅’ 의사봉 소리가 형사사법체계를 뒤흔들었다. 70년 넘게 이어온 체계가 대변혁을 맞이하면서 국민은 또 다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와 마주하게 됐다. 이제 검찰에 남은 시간은 4개월. 본격적인 속도전이 시작됐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거부권 행사는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퇴임 전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공포했다. 문 대통령의 법안 공포로 73년 동안 유지된 형사사법체계가 큰 변화를 맞게 됐다.

퇴임 6일 전
속전속결 처리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현 정부의 검찰개혁 성과를 언급한 뒤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선택적 정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어 국회가 수사와 기소의 분리에 한걸음 더 나아간 이유”라고 했다.

검찰은 물론 법조계와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검수완박에 대한 저항이 상당했지만 문 대통령의 법안 공포로 검찰개혁이 마무리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문재인정부 초기부터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된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으로 권한이 축소된 데 이어 검수완박 법안 공포로 그나마 있던 권한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검수완박 법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행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중요범죄’에서 ‘경제·부패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중요범죄’로 수사 범위가 축소됐다.

시행령 등을 통해 직접 수사 범위 확대가 이뤄질 수는 있지만 법으로 못 박아 둔 만큼 큰 변화는 요원할 전망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검찰은 권력자의 직권남용이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포착해도 직접 수사할 수 없다. 다만 경찰 공무원과 공수처 공무원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수사 개시권은 검찰이 갖는다. 

현행 6개에서 2개로
9월부터 수사범위 축소

검찰청법 신설 조항 ‘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에 따라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도 분리된다. 다시 말해 경제·부패 범죄 등을 직접 수사한 검사는 관련 자료와 증거 등을 수사에 관여하지 않은 다른 검사에게 제시하고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을 받아야 한다. 

고발인의 이의신청권도 사라진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이 사건을 자체 종결할 경우 고소인이나 피해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고발인은 불가하다. 여러 사안에 대해 고발을 진행하는 시민단체는 이 부분을 ‘독소조항’으로 꼽았다.

직접 수사 부서 현황 보고도 진행된다. 검찰총장은 앞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가능한 부서의 소속 검사‧수사관 등의 현황을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검수완박 법안 시행 유예기간은 4개월이다. 6월 지방선거를 고려해 선거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권은 12월 말까지 유지된다. 선거범죄는 공소시효가 6개월로 짧기 때문에 정확한 법리 검토와 신속한 증거수집이 필요하다.

이번 지방선거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가 폐지되면 선거범죄수사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 통과의 여세를 몰아 지난 3일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가칭 한국형FBI) 설치를 논의하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구성안도 통과시켰다. 사개특위 구성 결의안에는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다. 국민의힘에서 파기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 내용이 담겼다. 

70년 체계
한 달 만에

결의안에 따르면 사개특위는 검찰의 수사권을 넘겨받을 중수청 신설, 이에 따른 수사권 조정뿐만 아니라 모든 수사기관의 공정성·중립성 및 사법적 통제를 담보할 수 있는 방안 등 사법체계 전반에 대해 논의한다. 활동기한은 올해 말까지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 표결 전 퇴장했다.

검찰은 헌법 소송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 수단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표 제출로 총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이 준수되지 않아 참담하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그는 “검수완박 법안의 내용 및 절차상 위헌성, 선량한 국민들께 미칠 피해, 국민적 공감대 부재 등을 이유로 재의 요구를 건의 드렸으나 국무회의에서 그대로 의결됐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검수완박 법안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상호 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의 권한 범위를 헌재가 판단하는 절차다. 검찰 역시 지난달 공판송무부를 중심으로 TF를 구성해 법안의 위헌적 요소를 검토해왔다. 

권한쟁의심판은 헌재 재판권 전원(9명)이 심리한다. 재판관 과반(5명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인용·기각·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국회의원이 심의.표결권 침해를 주장하며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이 받아들여진 판례가 있다. 1997년 노동법 등 ‘날치기’ 입법 사태와 2011년 이정희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한국정책금융공사법 등의 심의 중 반대토론이 묵살됐다며 제기한 청구 관련 판례다.

검찰 역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시기는 법무부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점인 차기 정부 출범 이후로 예측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줄곧 반대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한 후보자는 지난 4일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양항자 의원실이 확보한 청문회 답변자료에서 “검수완박 법안의 무리한 입법 추진으로 범죄자들은 죄를 짓고도 처벌받지 않고 힘 없는 국민만 피해를 볼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검찰 대응
헌재에 달려

이어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나 보완수사 요구가 폐지된다면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진다”며 “중요범죄의 대응 역량도 저하되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능해지면서 일반 서민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9월이 되면 검찰의 6대 범죄수사권 중 3개가 사라진다. 검찰 안팎에서는 4개월 안에 주요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의견과 무리라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통상 검사가 일반 사건을 처리하는 데 2~3개월이 걸리는 만큼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전문적인 법률 검토 등에 4개월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월성 원전 의혹,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대한 수사는 계속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은 지방경찰청이 승계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부칙이 본회의 통과 때 빠졌기 때문. 대장동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서울동부지검에서 맡고 있다.

이 부분을 두고도 검찰에서는 상반된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사건,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으로 4개월 안에 검찰의 수사능력을 확실하게 증명해 법안의 부조리함을 알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검수완박 법안이 공포된 직후 이미 수사 동력을 상실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별건 수사를 금지하는 조항이 형사소송법에 신설된 만큼 수사 과정에서 다른 혐의가 나오더라도 수사 확대가 어려워진 점도 회의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검수완박 법안 공포와는 별개로 ‘검찰 독립성 강화’라는 공약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지난 3일 서울 통의동 기자회견장에서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국민께 드리는 약속’을 공개했다. 국정과제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 등 검찰 권한 복원 공약이 대부분 그대로 추진된다. 

부칙 빠져 대장동·블랙리스트는 계속 수사
“수사 능력 증명” vs “이미 끝났다” 갈려

수사지휘권 폐지를 위해서는 검찰청법 8조를 개정해야 하지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다. 인수위는 장기적으로 법안 개정을 추진하되, 법 개정이 안 되더라도 수사지휘권 행사를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한동훈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 지명 이후 인터뷰에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 예산 편성과 배정 사무를 법무부에서 대검으로 이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대신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을 의무화해 국회가 직접 검찰을 통제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 시행령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또 경찰은 경찰 수사 단계를, 검찰은 검찰 수사 단계를 책임지는 검경 책임수사 시스템도 구축한다. 

공수처법 24조 폐지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경찰에 대한 공수처의 우월적 권한을 없애겠다는 것.

공수처법 24조는 ▲공수처로부터 이첩을 요청받은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 ▲고위공직자 비리를 인지한 경우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부분 역시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윤 대통령은 시행령을 통해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권한이 집중된 검찰개혁은 필요하지만, 검수완박은 경찰에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형태로서 방향이 잘못돼 바로잡아야 한다”며 “향후 검경 수사권이 상호 견제‧균형이 바로 잡히게 제대로 정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검찰 권력이 약해진 만큼 상대적으로 많은 권한을 갖게 된 경찰이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최근 경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앞서 경찰은 이 사건을 불송치했다가 고발인의 이의신청 후 검찰로부터 보완수사 요구를 받았다. 9월 이후에는 경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재차 불송치 판단을 내리면 검찰은 추가 수사를 할 수 없다.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의 부인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도 경찰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국민의힘은 이 상임고문과 김씨, 전직 5급 공무원 배모씨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 사건도 9월 이후 경찰이 불송치 할 경우 검찰은 수사가 불가능하다. 

차기 정부
그대로 간다

경찰은 역량을 증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검수완박 법안 공포 후 “범죄수사가 차질 없이 이뤄져 국민께서 느끼는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게 임하고, 검찰과 상호 존중, 협력을 통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우려를 해소해 국민의 더 많은 신뢰를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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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