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어도 고' 검수완박 무서운 후폭풍

남은 시간 4개월 검찰 명운 달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땅, 땅, 땅’ 의사봉 소리가 형사사법체계를 뒤흔들었다. 70년 넘게 이어온 체계가 대변혁을 맞이하면서 국민은 또 다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와 마주하게 됐다. 이제 검찰에 남은 시간은 4개월. 본격적인 속도전이 시작됐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거부권 행사는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퇴임 전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공포했다. 문 대통령의 법안 공포로 73년 동안 유지된 형사사법체계가 큰 변화를 맞게 됐다.

퇴임 6일 전
속전속결 처리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현 정부의 검찰개혁 성과를 언급한 뒤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선택적 정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어 국회가 수사와 기소의 분리에 한걸음 더 나아간 이유”라고 했다.

검찰은 물론 법조계와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검수완박에 대한 저항이 상당했지만 문 대통령의 법안 공포로 검찰개혁이 마무리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문재인정부 초기부터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된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으로 권한이 축소된 데 이어 검수완박 법안 공포로 그나마 있던 권한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검수완박 법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행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중요범죄’에서 ‘경제·부패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중요범죄’로 수사 범위가 축소됐다.

시행령 등을 통해 직접 수사 범위 확대가 이뤄질 수는 있지만 법으로 못 박아 둔 만큼 큰 변화는 요원할 전망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검찰은 권력자의 직권남용이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포착해도 직접 수사할 수 없다. 다만 경찰 공무원과 공수처 공무원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수사 개시권은 검찰이 갖는다. 

현행 6개에서 2개로
9월부터 수사범위 축소

검찰청법 신설 조항 ‘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에 따라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도 분리된다. 다시 말해 경제·부패 범죄 등을 직접 수사한 검사는 관련 자료와 증거 등을 수사에 관여하지 않은 다른 검사에게 제시하고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을 받아야 한다. 

고발인의 이의신청권도 사라진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이 사건을 자체 종결할 경우 고소인이나 피해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고발인은 불가하다. 여러 사안에 대해 고발을 진행하는 시민단체는 이 부분을 ‘독소조항’으로 꼽았다.

직접 수사 부서 현황 보고도 진행된다. 검찰총장은 앞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가능한 부서의 소속 검사‧수사관 등의 현황을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검수완박 법안 시행 유예기간은 4개월이다. 6월 지방선거를 고려해 선거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권은 12월 말까지 유지된다. 선거범죄는 공소시효가 6개월로 짧기 때문에 정확한 법리 검토와 신속한 증거수집이 필요하다.

이번 지방선거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가 폐지되면 선거범죄수사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 통과의 여세를 몰아 지난 3일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가칭 한국형FBI) 설치를 논의하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구성안도 통과시켰다. 사개특위 구성 결의안에는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다. 국민의힘에서 파기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 내용이 담겼다. 

70년 체계
한 달 만에

결의안에 따르면 사개특위는 검찰의 수사권을 넘겨받을 중수청 신설, 이에 따른 수사권 조정뿐만 아니라 모든 수사기관의 공정성·중립성 및 사법적 통제를 담보할 수 있는 방안 등 사법체계 전반에 대해 논의한다. 활동기한은 올해 말까지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 표결 전 퇴장했다.

검찰은 헌법 소송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 수단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표 제출로 총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이 준수되지 않아 참담하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그는 “검수완박 법안의 내용 및 절차상 위헌성, 선량한 국민들께 미칠 피해, 국민적 공감대 부재 등을 이유로 재의 요구를 건의 드렸으나 국무회의에서 그대로 의결됐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검수완박 법안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상호 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의 권한 범위를 헌재가 판단하는 절차다. 검찰 역시 지난달 공판송무부를 중심으로 TF를 구성해 법안의 위헌적 요소를 검토해왔다. 

권한쟁의심판은 헌재 재판권 전원(9명)이 심리한다. 재판관 과반(5명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인용·기각·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국회의원이 심의.표결권 침해를 주장하며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이 받아들여진 판례가 있다. 1997년 노동법 등 ‘날치기’ 입법 사태와 2011년 이정희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한국정책금융공사법 등의 심의 중 반대토론이 묵살됐다며 제기한 청구 관련 판례다.

검찰 역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시기는 법무부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점인 차기 정부 출범 이후로 예측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줄곧 반대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한 후보자는 지난 4일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양항자 의원실이 확보한 청문회 답변자료에서 “검수완박 법안의 무리한 입법 추진으로 범죄자들은 죄를 짓고도 처벌받지 않고 힘 없는 국민만 피해를 볼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검찰 대응
헌재에 달려

이어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나 보완수사 요구가 폐지된다면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진다”며 “중요범죄의 대응 역량도 저하되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능해지면서 일반 서민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9월이 되면 검찰의 6대 범죄수사권 중 3개가 사라진다. 검찰 안팎에서는 4개월 안에 주요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의견과 무리라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통상 검사가 일반 사건을 처리하는 데 2~3개월이 걸리는 만큼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전문적인 법률 검토 등에 4개월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월성 원전 의혹,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대한 수사는 계속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은 지방경찰청이 승계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부칙이 본회의 통과 때 빠졌기 때문. 대장동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서울동부지검에서 맡고 있다.

이 부분을 두고도 검찰에서는 상반된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사건,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으로 4개월 안에 검찰의 수사능력을 확실하게 증명해 법안의 부조리함을 알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검수완박 법안이 공포된 직후 이미 수사 동력을 상실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별건 수사를 금지하는 조항이 형사소송법에 신설된 만큼 수사 과정에서 다른 혐의가 나오더라도 수사 확대가 어려워진 점도 회의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검수완박 법안 공포와는 별개로 ‘검찰 독립성 강화’라는 공약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지난 3일 서울 통의동 기자회견장에서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국민께 드리는 약속’을 공개했다. 국정과제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 등 검찰 권한 복원 공약이 대부분 그대로 추진된다. 

부칙 빠져 대장동·블랙리스트는 계속 수사
“수사 능력 증명” vs “이미 끝났다” 갈려

수사지휘권 폐지를 위해서는 검찰청법 8조를 개정해야 하지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다. 인수위는 장기적으로 법안 개정을 추진하되, 법 개정이 안 되더라도 수사지휘권 행사를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한동훈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 지명 이후 인터뷰에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 예산 편성과 배정 사무를 법무부에서 대검으로 이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대신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을 의무화해 국회가 직접 검찰을 통제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 시행령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또 경찰은 경찰 수사 단계를, 검찰은 검찰 수사 단계를 책임지는 검경 책임수사 시스템도 구축한다. 

공수처법 24조 폐지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경찰에 대한 공수처의 우월적 권한을 없애겠다는 것.

공수처법 24조는 ▲공수처로부터 이첩을 요청받은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 ▲고위공직자 비리를 인지한 경우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부분 역시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윤 대통령은 시행령을 통해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권한이 집중된 검찰개혁은 필요하지만, 검수완박은 경찰에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형태로서 방향이 잘못돼 바로잡아야 한다”며 “향후 검경 수사권이 상호 견제‧균형이 바로 잡히게 제대로 정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검찰 권력이 약해진 만큼 상대적으로 많은 권한을 갖게 된 경찰이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최근 경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앞서 경찰은 이 사건을 불송치했다가 고발인의 이의신청 후 검찰로부터 보완수사 요구를 받았다. 9월 이후에는 경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재차 불송치 판단을 내리면 검찰은 추가 수사를 할 수 없다.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의 부인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도 경찰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국민의힘은 이 상임고문과 김씨, 전직 5급 공무원 배모씨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 사건도 9월 이후 경찰이 불송치 할 경우 검찰은 수사가 불가능하다. 

차기 정부
그대로 간다

경찰은 역량을 증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검수완박 법안 공포 후 “범죄수사가 차질 없이 이뤄져 국민께서 느끼는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게 임하고, 검찰과 상호 존중, 협력을 통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우려를 해소해 국민의 더 많은 신뢰를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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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