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걷던 친정부 검사들의 운명

누가 되든 싹 다 물갈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제왕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막강하다. 승자독식의 구조의 대통령선거는 전쟁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전쟁은 5년마다 반복된다. 역으로 말하면 어떤 권력도 5년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친정부 인사’는 어떤 운명을 맞게 될까.

화무십일홍 권불십년.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고 아무리 높은 권세도 10년 동안 지속되지 않는다.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말을 할 때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다. 4~5년에 한 번 선거를 치를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특히 임기 말에 가까워 올수록 이 말의 무게는 남달라진다.

5년마다
집권 전쟁

문재인정부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제 20여일 후면 차기 대선의 승자가 결정된다. 정권 재창출과 정권교체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국민의 결정을 받는 것이다. 대선은 지난 정부에 대한 평가이자 미래 권력에 대한 기대가 분출하는 장이다. 

정권 재창출을 원하는 여당은 현 정부의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시켜 이를 지속해야 한다는 선거전략을 내세운다. 반면 야당은 현 정부의 부정적인 부분을 앞세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여야 모두에게 현 정부의 5년은 선거전략의 배경이 되는 셈이다. 

문정부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0%를 넘나드는데 정권교체를 원하는 비율이 과반인 독특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큰 이변이 없는 이상 임기 마지막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 개인 인기와 반비례해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은 절반이 넘는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응답자의 대부분이 ‘정권교체’를 지지 이유로 꼽았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널을 뛸 때조차 정권교체를 바란다는 비율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는 별개로 문정부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문정부의 5년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부분이 바로 ‘검찰개혁’이다. 검찰은 문정부 임기 내내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적폐 청산의 칼이면서 개혁 대상이라는 양면적인 상황에 놓인 채 5년 내내 다양한 사건에 휘말렸다.

문정부 들어 승승장구
논란에도 오히려 영전

검찰에 대한 관심은 차기 정부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윤 후보 모두 검찰과 관련된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후보는 문정부에 이어 검찰개혁을, 윤 후보는 검찰 독립성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 내부에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특히 문정부 들어 ‘꽃길’을 걸은 검사가 부각되고 있다. 이른바 ‘친정부’ 검사로 분류되는 이들이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의 결과가 이들의 운명과 맞물려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선 승자에 따라 꽃길이 가시밭길로 바뀔 수도 있고, 그대로 꽃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성윤 서울고검장은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로 꼽힌다. 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인 그는 문정부 들어 말 그대로 로열 로드를 걸었다. 검찰 빅4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 요직 중 3자리를 거쳤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순이다.


심지어 지난해 6월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으로 기소된 피의자 신분에도 불구하고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당초 검찰인사에서 승진이 누락되거나 좌천성 승진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결국 주요 사건의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자리로 가게 된 것.

이 고검장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무렵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칼 역할을 하면서 사사건건 대립했다.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두고 공개적으로 윤 후보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지지율 높은데
정권교체 열망

연루 의혹을 받은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에 대한 수사팀의 무혐의 결재를 받아들이지 않는 일도 있었다. 

윤 후보에 이어 차기 검찰총장 0순위로 꼽혔던 이 고검장은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금 사건을 시작으로 서서히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피의자 신분이 되면서 4명으로 추린 검찰총장 후보군에 포함되지 못했다. 여기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관련 논란에도 이 고검장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 고검장이 공수처 조사 과정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의 관용차를 이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황제 조사’ 논란이 불거졌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지적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사건이다. 출범한 지 1년이 넘었지만 공수처가 여전히 자리 잡지 못하고,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또 이 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사건에 대한 공수처 수사가 공회전을 거듭하면서 ‘봐주기’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가 몇몇 기자의 통신 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드러나 ‘사찰’ 의혹까지 불거졌다. 공수처 논란의 면면에 이 고검장의 존재가 있는 것이다.

이 고검장과 함께 박은정 성남지청장도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로 꼽힌다. 최근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를 두고 ‘수사 무마’ 의혹이 불거지면서 부각되는 중이다. 성남FC 의혹 사건은 2015~2017년 네이버, 두산건설 등 6개 기업이 후원금과 광고비 명목으로 총 160여억원을 성남FC에 제공하고 민원을 해결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 후보였다.

피의자인데
고발당해도

2017~2018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바른미래당 등에서 이 후보를 제3자 뇌물 혐의로 고발하면서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1월 이 사건을 담당하던 박하영 전 검사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쓰고 사의를 밝히면서 재차 불거졌다.

박 전 검사는 경찰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것에 대해 보완수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박 지청장이 수사를 뭉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친정부 검사로 꼽히는 박 지청장이 여당 대선후보의 연루 의혹이 있는 사건을 의도적으로 막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 전 검사는 결국 지난 10일 검복을 벗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김오수 검찰총장은 수원지검에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라고 지시했고, 결국 무혐의 처분한 경기남부 분당경찰서에서 다시 사건을 넘겨 받았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20년 2월 법무부 감찰담당관에 발탁된 박 지청장은 같은 해 말 윤 후보의 감찰·징계를 직속상관인 류혁 법무부 감찰관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밀어붙이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윤 후보의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과 관련한 감찰 중 법무부 감찰관실 파견 검사가 ‘박 지청장이 보고서 내용을 일부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 의혹으로 고발됐지만 검찰 수사는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지난해 6월 검찰 인사에서 검사장 승진 1순위로 꼽히는 성남지청장으로 영전했다.

박 지청장의 남편인 이종근 서울서부지검장 역시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다. 2020년 12월4일 이용구 당시 법무부 차관이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이종근2’라는 이름의 참여자와 윤 후보 징계를 사전 논의하는 사진이 포착됐을 때 그 정체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갔다.

윤-이 검찰 관련 정반대 공약
새 판 짜면 누가 살아남을까?


당시 대검 형사부장이자 박 지청장의 남편인 이 지검장의 이름이 언급된 것.

윤 후보의 검찰총장 임기 내내 대립각을 세운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역시 친정부 검사로 알려져 있다. 추 전 장관 시절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으로 발탁된 그는 당시 ‘윤석열 대항마’로 불리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이 윤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임 감찰관을 보냈다는 추측이 제기됐을 정도. 

최근에도 임 감찰관은 윤 후보와 ‘장외싸움’을 벌이고 있다. 공수처가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된 윤 후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자 “재정신청을 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정신청은 수사기관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기소 여부 등을 대신 판단해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공수처가 수사 중인 윤 후보 관련 4건의 사건 중 가장 먼저 결론이 나왔다. 이 사건은 2020년 윤 후보가 한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수사팀에 대한 감찰을 대검 감찰부에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 담당하도록 지시해 검찰총장의 직권을 남용하고 감찰 행사를 방해했다는 내용이다. 

당초 법조계에서는 해당 의혹을 두고 ‘한명숙 구하기’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임 감찰관은 공수처의 무혐의 결론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뜻을 보였다. 공수처의 결론으로 임 감찰관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친정부 검사가 한 전 총리를 구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대선 이후
검 운명은?

차기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되든 검찰은 새 판을 짤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 아래에서 친정부 검사로 분류됐던 이들이 계속해서 꽃길을 걸을지, 아니면 또 다른 친정부 검사가 나올지는 대선 결과에 달려있다. 대선은 이제 3주도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의 검사’ 한동훈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은 현 정부에서 가장 ‘가시밭길’을 걸은 검사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무렵 대검 반부패 강력부장이었던 그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사실상 직무 배제됐다.

2020년 1월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전보된 이후 같은 해 6월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났다.

또 4개월 뒤에는 법무연수원 진천본원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당시 추가 좌천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6월 검찰 인사 이후에는 “보복을 견디는 것도 검사의 일의 일부이니 담담하게 감당하겠다”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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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원은 내란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에게 철퇴를 내렸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400여일 만이다. 이날 선고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는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악명을 이어가게 됐다. 5명의 전직 대통령에게 가해진 ‘대법정의 저주’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19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운명의 날’이었다. 각종 혐의로 받는 재판 중에 가장 핵심 사안에 대한 법원의 첫 번째 판결이 이날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관련자들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 족족 유죄였기에 반전이라고 할 만큼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443일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로 윤 전 대통령은 최고형을 피해갔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가 맞다고 판시했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상 권한 행사로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 목적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의 목적이 국회나 행정·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했다면 내란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사실관계의 핵심으로 군을 국회로 보낸 점을 꼽았다. 지 판사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게 실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결국 군을 국회로 보낸 행위 자체가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군을 보내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갖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연이은 탄핵, 예산 삭감 등에 따른 국가 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비상계엄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는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지 판사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도 언급했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 5명 국가 위기 상황 타개는 명분에 불과할 뿐 본질은 헌법기관의 마비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며 수사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왔다. 재판부는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검찰은 공수처 송부 기록 외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기소한 것으로 보이고 공수처가 수집한 증거를 다 빼더라도 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단을 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정리했다. 검찰과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하 내란 특검)의 주장 중 윤 전 대통령이 장기 독재를 하기 위해 2023년께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 사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했다는 것이다. 또 국회를 무력화할 계획 등에 관한 별다른 증거나 자료,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 외에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죄가 인정돼 징역 30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 김종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은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최고형 피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닷새 만인 지난달 24일 항소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법정의 기록은 물론, 훗날 역사의 기록 앞에서도 이번 판단의 문제점을 분명히 남겨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검의 무리한 기소, 그 전제 위에서 이뤄진 1심의 모순된 판단과 그 정치적 배경에 대해 저희는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의 ‘저주’가 이번에도 나타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법정 417호는 150석 규모의 형사 법정이다. 대법정 417호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에서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5명이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별칭이 생길만한 대목이다. 전두환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하늘색 반팔 수의 차림은 국민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 최고 권력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법정에 서서 판결을 듣고 있는 모습 자체가 충격인 시대였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내란 우두머리(당시 내란 수괴) 등 혐의로 넘겨진 전직 대통령은 대법정 417호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996년 당시 검찰은 반란 및 내란 수괴 외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 총 10개 죄목으로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9개 죄목으로 기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전 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2년6개월, 2심에서 징역 17년,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국정 농단 다스 재판 그로부터 30여년 뒤 윤 전 대통령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찰 측 구형도 사형으로 같았다. 내란 특검은 지난 1월13일 “법률가로서 검찰총장까지 지낸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앞장서 헌법을 준수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헌법 질서 파괴로 나아간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는다.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고 오히려 중한 형을 정해야 한다”고 구형 배경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의 1심 선고도 대법정 417호에서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으로 지위를 잃고 구속 기소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국민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였다. 2018년 4월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대기업 등으로부터 231억9427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6년 10월 이후 불거진 국정 혼란의 장본인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태에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국정 혼란과 대통령 파면의 주된 책임은 피고인과 최순실에게 있다”며 “그럼에도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받던 18개 혐의 중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 16개를 유죄로 봤다. 150명 규모 방청석 역사적 재판의 현장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결론 내리면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논란에 종지부가 찍힌 순간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2007년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피고인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피고인의 결백을 믿는 다수의 국민 덕분에 피고인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며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의 막강한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해 행사해야 할 책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재판 결과 피고인이 친인척 명의를 빌려 다스를 설립해 실소유하면서 246억원가량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범행 기간이 길고 이득액이 상당하며 범행 당시 이미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비판했다. 또 “의혹만 가득했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 저질렀던 다른 범행이 함께 드러남으로써 당시 피고인을 믿고 지지했던 국민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며 “그런데도 친인척이나 측근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등 책임을 전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되풀이된 30년 역사 전직 대통령 관련 재판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 대법정 417호에서 열리는 건 규모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이 방청을 원하기에 대형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5명의 전직 대통령은 방청석의 150여명과 실시간으로 중계된 재판을 본 국민 앞에서 단죄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