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끝 뭉갠' 문재인정부 마지막 검찰 인사 막전막후

‘역시나’ 아직 살아 있는 권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무부 장관이 휘두른 인사권에 검찰이 흔들리고 있다. 검찰 인사가 역대 최대 규모로 이뤄지면서 그 여진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대선을 8개월 앞두고 검찰의 칼끝이 무뎌지면서 문재인정부를 겨냥한 수사의 향방이 안개 속으로 접어들었다.

정치권은 이미 대선 모드에 들어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지난 대선에 이어 다시 도전 의사를 밝혔다. 내년 3월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8개월. 정치권은 물론 검찰 역시 정권 연장과 정권교체의 기로에 서있는 상황이다. 

대선 정국
기로 섰다

검찰의 존재감은 정권 말에 이를수록 뚜렷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수사권을 무기로 정권의 호흡기를 뗐다 붙였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는 물론 문재인정부에서도 ‘마지막 검찰총장’에 높은 관심을 기울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권 말 검찰총장은 말 그대로 가시밭길을 걷는다. 대선을 앞두고 필연적으로 터져 나오는 정치적 사건을 직면해야 한다. 정권 입장에서는 확실한 ‘자기편’이 필요하다. 레임덕을 최소화할 방패를 세우고 싶은 것이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마찬가지다.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으로 피의자 신분이 되면서 김 총장이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떠올랐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도 김 총장을 제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을 거쳐 검찰총장 자리에 오른 김 총장은 ‘정권의 호위무사’ ‘방탄 총장’ 등으로 불렸다. 미묘한 부분은 김 총장의 임기가 문정부와 차기 정부에 반씩 걸쳐 있다는 점이다.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으로 법에 보장돼있다. 김 총장의 임기는 2023년 5월31일까지다.

실제 자기편인 줄 알고 앉힌 검찰총장이 튀는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김영삼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이었던 김태정 총장은 DJ 비자금 수사를 대선 이후로 유보해 DJ정권 탄생에 일조했다는 말을 들었다.

노무현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인 임채진 총장은 정권이 교체된 뒤 자신을 임명한 노무현 대통령을 수사했다. 이후 노 대통령이 서거하자 사퇴했다. 박근혜정부의 김수남 검찰총장도 임명권자인 박 대통령을 구속시켰다. 

불안함의 발로였을까. 지난달 25일 단행된 검찰인사에서 중간간부급 검사들이 대거 물갈이됐다. 박 장관은 사실상 임기 중 마지막 검찰인사를 역대 최대 규모로 단행하면서 인사권을 최대로 휘둘렀다. 

역대 최대 규모 인사
중간 간부 90% 이동

법무부는 고검 검사급(차·부장검사) 검사 652명, 평검사 10명 등 총 662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발표했다. 이날 인사로 검찰 중간간부 가운데 90% 이상이 자리를 옮기게 됐다. 올해 3월말 기준 고검 검사급 전체 인원은 686명이다. 

당초 중간간부급 인사는 대규모로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올해 초 박 장관 취임 직후 정기인사 규모가 소폭에 그친 데다 이달 초 김 총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검찰 진용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의지도 반영됐다. 여기에 검찰 직제개편까지 맞물리면서 인사폭이 커졌다. 


앞서 박 장관은 “거의 대부분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등 지방검찰청 8곳에 인권보호부가 신설됐고, 일부 지방검찰청의 반부패수사부-강력범죄형사부, 공공수사부-외사범죄형사부가 각각 통폐합됐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정권 수사를 하던 수사팀장들이 전원 교체됐다는 점이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대구지검 형사2부장으로 전보됐다.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을 담당했던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도 창원지검 인권보호관으로 발령 났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을 수사한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은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한 박지영 대전지검 차장은 춘천지검 차장으로 이동했다. 전 민주당 이상직 의원의 횡령‧배임 의혹을 수사한 임일수 전주지검 형사3부장은 서울북부지검 형사4부장으로 임명됐다. 

정부 겨냥
좌천의 길?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을 맡았던 신봉수 평택지청장과 홍승욱 천안지청장은 서울고검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고검은 수사에 관여할 수 없는 자리다. 서울고검은 친정부 검사인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자리해 있다.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 특검팀에서 일하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갔던 신자용 부산동부지청장도 서울고검으로 가게 됐다. 윤 전 총장 시절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 사건을 지휘한 송경호 여주지청장도 수원고검으로 발령 났다.

윤 전 총장 가족·주변인 의혹 사건을 맡았던 수사팀장들도 바뀌었다.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협찬금 명목 금품수수 의혹을 수사하던 정용환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은 반부패·강력수사 1부장으로 내부 이동했다. 

윤 전 총장 장모 최모씨를 ‘요양병원 부정수급’ 의혹으로 기소한 박순배 중앙지검 형사6부장은 광주지검 형사2부장으로 옮겼다. 윤 전 총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윤대진 검사장의 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사건 무마 의혹을 수사하는 서정민 중앙지검 형사13부장은 국무조정실로 파견됐다.

법무부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박 장관을 보좌하던 검사들이 수사 보직으로 이동한 점도 눈길을 끈다. 박철우 법무부 대변인은 서울중앙지검 2차장에,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은 중앙지검 4차장에 보임됐다. 추 전 장관 시절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을 맡은 진재선 서산지청장은 중앙지검 3차장이 됐다.

후폭풍 계속
검사복 벗어

윤 전 총장 감찰, 징계 청구 당시 실무를 주도한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성남지청장으로, 임은정 대검 검찰정책연구관은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 전보됐다. 임 감찰담당관은 그동안 SNS를 통해 검찰 조직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법무부 대변인에는 박현주 서울동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이, 대검찰청 대변인에는 서인선 서울북부지검 형사부장이 발탁됐다. 서울중앙지검 공보담당관도 이혜은 평택지청 형사1부장이 맡는다. 법무부·대검·서울중앙지검의 공보 담당을 모두 여성 검사가 맡게 된 것. 


법무부는 “검찰개혁과 조직 안정의 조화를 주안점에 두고 전면적인 ‘전진 인사’를 통해 검찰 조직의 쇄신과 활력을 도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권·민생 업무에 묵묵히 매진해 온 형사·공판부 검사를 우대하고 공인전문검사·우수 여성검사를 발탁해 온 기존 인사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특정 부서나 인맥, 출신에 편중됨 없이 전담별·지역별 인적 구성을 다양화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인사가 단행되고 1주일이 지났지만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나병훈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지난달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나 차장검사는 이번 인사에서 한직으로 분류되는 수원고검 검사로 발령 났다. 

김욱준 전 차장검사 후임으로 지난 2월에 부임한 그는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사건,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검·언유착 의혹) 등을 수사했다.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수사팀의 입장을 적극 대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 차장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이제 정들었던 검찰을 떠나 새로운 길을 갈 때가 된 것 같다”며 “최근 검찰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마음으로 서로 존중하고 협력해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리라 확신한다”고 전했다. 

정권 수사팀 모두 해체
‘피고인’ 검사는 승진

서울고검 검사로 보임된 이준식 부천지청장 역시 사직 의사를 밝혔다. 그도 “어려운 시기에 먼저 떠나게 돼 죄송스럽지만, 우리 조직은 늘 그래왔듯이 어려움을 잘 헤쳐 나갈 것으로 믿는다”며 이프로스에 글을 남겼다. 


양인철 서울북부지검 인권감독관도 명예퇴직원을 냈다. 그는 지난해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으로 재직하며 추 전 장관 아들 군 복무 휴가 특혜 의혹을 맡아 수사했다. 수사 중 서울북부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전보됐다가 이번 인사에서 대구고검 검사로 가게 됐다. 

이번 인사를 두고 법조계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던 수사팀이 모두 와해되면서 사실상 정권 관련 수사는 동력을 상실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피고인’ 신분의 검사들이 수사 부서에 배치되고 승진까지 하면서 법치가 파괴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규원 검사는 공정거래위원회 파견직을 유지하면서 대전지검 부부장검사로 승진했다. 지난 고위간부급 검찰인사에서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한 이성윤 고검장 사례가 오버랩된다는 비판이다. 

일각에서는 ‘정권 관련 수사를 하면 좌천되고 친정부 성향은 승진한다’는 문정부 검찰 인사 공식이 이번에도 되풀이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 전 장관은 취임 직후 ‘검찰 대학살’이라고 회자되는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검찰인사로 이른바 ‘윤석열 라인’이 한직으로 밀려나거나 검사복을 벗었고, 친정부 검사들이 요직을 꿰찼다. 추 전 장관 때부터 시작된 이 같은 인사 기조는 박 장관에 이르러서도 변하지 않은 셈이다. 여기에 김 총장 역시 검찰 인사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는
공식됐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은 “상식과 인사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이번 검찰 인사는 법무부가 불의와 불법의 총본산임을 보여줬다”며 “인사권 행사를 빙자해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앞장서 법치를 파괴한 박 장관은 그 인사 농단에 의한 엄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속기사> 월성 원전 관련 인물 기소 
“부당하게 관여했다”

대전지검 형사5부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들이 2018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한 한수원의 경제성 평가에 부당하게 관여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백 전 장관이 정 사장의 배임과 업무방해를 교사한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 기소 여부에 대해 판단받기로 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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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