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한동훈 집요한 평행이론

승천한 용의 칼 물려받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3·9 대선으로 진보-보수 집권 10년 주기설이 깨졌다. 탄핵 정국 이후 진보 진영이 정권을 잡은 지 5년 만에 공수가 바뀌게 됐다. 특히 검찰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미묘한 지각변동이 느껴진다. 그 중심에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문재인정부 들어 꽃길과 가시밭길을 동시에 걸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깜짝 발탁된 데 이어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박근혜정부 시절 대구고검으로 좌천돼 한직에서 보낸 시간을 전부 보상받는 듯했다.

대선 승리로
칼자루 잡아

윤 당선인의 꽃길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검찰총장이 된 지 불과 한 달 만에 ‘윤석열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에 칼을 댔다. 전격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에 돌입하면서 윤 당선인은 문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에 이른다.

광화문과 서초동에 각각 수십만~수백만의 시민이 모여 ‘조국 수호’와 ‘조국 구속’을 외쳤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윤 당선인 앞에 본격적으로 가시밭길이 펼쳐졌다. 검찰인사에서 주변 측근들이 ‘추풍낙엽’처럼 썰려 나갔고, 본인도 검찰총장 권한이 축소돼 뼈아팠다. 전쟁과도 같은 갈등 상황은 1년 넘게 이어졌다.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의 대립에 국민이 피로감을 호소할 정도였다.

결국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검찰총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 같은 해 11월 대선후보로 선출됐고 지난 9일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윤 당선인의 승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정부 검찰총장이 상대당의 대선후보로 출마한 것도 충격인데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기 때문.

김대중-노무현,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진 집권 10년 주기설도 깨졌다.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이 유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상황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진 부분도 눈여겨볼 만하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를 두 달 남긴 현재도 40% 안팎을 넘나들고 있다.

사상 첫 레임덕 없는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정권교체를 당한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0.73%p, 24만7000표라는 역대 최소 득표 차. 대선 결과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층의 막판 결집이 대단했다’는 평이 나왔다. 여론조사 상으로는 윤 당선인이 이재명 대선후보에 비해 우세한 결과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선거는 승자독식 체제다. 대통령의 권한은 ‘제왕적’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막강하다.

국회 의석은 민주당이 172석으로 다수 당이지만 대통령은 국민의힘에서 배출되면서 공수는 이미 바뀌었다고 봐도 무방한 상태다. 대통령의 힘은 인사권에서 나온다. 오는 5월 윤 당선인 취임 이후 정부부처, 산하기관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특히 윤 당선인의 ‘친정’인 검찰은 이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권교체로 공수 뒤바뀌어
검찰 내부 분위기 뒤숭숭

이규원 춘천지검 부부장검사는 대선 이튿날 사의를 표명했다. 이 검사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의혹’과 관련한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후 불법으로 출국금지 조처를 내린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과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이 검사의 사표가 곧장 수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럼에도 대선 결과가 나온 다음 날 이 검사가 사표를 낸 사안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거취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법으로 보장된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이다. 김 총장은 내년 5월31일까지 검찰총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이 취임하고 1년 이상 동행해야 한다. 현재 임기 10개월 차인 김 총장이 2년 임기를 모두 채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김 총장이 먼저 거취 표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사퇴를 압박하는 취지로 풀이됐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윤 당선인이 검찰의 독립성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고 맞섰다.

김 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사실상 사퇴 거부다.

검사의 사의 표명, 검찰총장의 거취 등을 두고 검찰 안팎이 뒤숭숭한 중에 윤 당선인 이상으로 관심을 받는 인사가 있다. 바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이다.

검사 사의
총장 나가?

한 부원장의 이름은 윤 당선인과 함께 언론은 물론 정치권 관계자, 누리꾼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한 부원장이 문정부 관련 사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등 대형 사건의 수사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부원장은 문정부 들어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일각에서는 부침의 정도로만 따지면 윤 당선인보다 더 심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 추 전 장관 취임 이후 검찰인사 때마다 좌천을 거듭해 특수통 검사였던 그가 비수사 부서로 밀려났다.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 휘말렸고, 이 과정에서 압수수색을 하러 온 검사에 독직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1973년생인 한 부원장은 1995년 22세 나이로 사법시험에 합격, 2001년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법무부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엘리트 검사로 평가받는다. 특히 굵직한 사건에 참여해 재벌 총수 등 거물급 인사를 구속시키는 데 일조하면서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평검사 시절 SK그룹 분식회계 사건과 불법 대선자금 수사, 현대자동차그룹 비리 수사 등에 참여했다. 2007년에는 뇌물수수 혐의를 받은 현직 국세청장을 구속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윤 당선인과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특검팀에 합류했다.

2017년 문정부가 출범했을 때부터 한 부원장은 윤 당선인과 함께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을 때는 3차장 검사로 이름을 올렸다. 2018년 4월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한다고 발표한 것도 한 부원장이었다.

요직 있다
나락으로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됐을 때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발탁됐다. 반부패‧강력부장은 검찰 내 ‘빅4’로 꼽히는 요직이다.

거기까지였다. 윤 당선인이 추 전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할 무렵부터 한 부원장 역시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2020년 1월 추 전 장관의 첫 검찰인사, 이른바 ‘검찰대학살’ 당시 부산고검 차장으로 좌천된 데 이어 법무연수원 용인분원→법무연수원 진천본원→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거듭 인사를 당했다.


부산고검으로 좌천된 이후엔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 ‘검언유착’ 의혹에 그의 이름이 등장했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한 부원장을 언급하며 취재원을 협박했다는 내용이다. 한 부원장은 줄곧 결백을 주장했다.

실제 수사팀은 한 부원장과 이 전 기자의 공모를 입증하지 못했다. 

해당 수사와 관련해 휴대전화 유심을 압수하려다 한 부원장의 몸을 눌러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전 울산지검 차장검사는 독직폭행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정 전 차장검사에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이후 정 전 차장검사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인사 조치됐다. 

거듭된 좌천에도 한 부원장은 검찰을 떠나지 않았다. “검찰에서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는 취지의 인터뷰가 보도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한 부원장이 오는 8~9월 검찰 정기인사 때 수사 부서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의 ‘중용 0순위’가 한 부원장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4번 좌천되고도 버텨
서울중앙지검장 가나?

실제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부원장을 지칭하며 “이 정권(문정부)에서 피해를 보고 거의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라며 “중앙지검장이 되면 안 된다는 얘기는 일제 독립운동가가 정부 중요 직책을 가면 일본이 싫어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랑 똑같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한 부원장의 거취를 두고 벌써부터 신경전이 팽팽하다. 민주당에서는 한 부원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윤 당선인과 한 부원장이 엄청 가까운 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중앙지검이라는 게 어떤 데냐면 지금 윤 당선인 본인을 포함해 그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사건들, 이런 다수의 사건이 존재하는 곳인데 거기 그렇게 어마무시하게 특별한 관계인 사람을 검사장으로 앉힌다는 것은 사건의 공정한 수사를 담보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한동훈 검사에 대해서 어떤 인사 계획도 나온 게 없는데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다”며 “한동훈 검사가 공무상 잘못한 것이 있다면 배제를 주장해도 된다. 그런데 민주당이 한동훈 검사를 집단 린치 해놓고 이제 와서 자신들의 집단 린치 과거가 마음에 걸리니까 불이익을 주자는 것이라는 이게 바로 2차 가해”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과 한 부원장이 평행이론이 언급된다. 윤 당선인은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 시절 국정감사에서 상부의 외압을 폭로한 뒤 한직으로 밀려났다. 이후 대구고검으로 좌천돼있던 그를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중앙으로 이끌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특검팀에 수사팀장으로 불러들인 것. 

당겨주면
날아오를까?

특검팀 합류 이후 윤 당선인은 훨훨 날기 시작했다. 현재 한직으로 밀려나 있는 한 부원장 역시 윤 당선인의 부름을 받아 그와 비슷한 길을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부원장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는 이미 검찰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태풍의 눈’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오는 8~9월 검찰인사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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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