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검찰개혁 마지막 퍼즐

정권만 겨냥하면…형사부까지 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 완결편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특수부가 몰락하면서 상대적으로 득세했던 형사부조차 ‘팽’당하는 모양새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이 목전에 왔다는 분석이다.

문재인정부는 검찰을 상대로 ‘투트랙 전략’을 펼쳤다. 적폐 청산을 위한 칼이면서 개혁의 대상으로 여긴 것. 박근혜정부를 향했던 검찰의 칼이 문정부를 겨누기 시작한 때부터 검찰개혁은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잘 지내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은 ‘검찰 권한 축소’ 즉 검찰 힘 빼기로 요약할 수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으로 검찰 권력을 나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으로 검찰 감시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는 인사권과 조직개편안으로 검찰 조직을 쪼갰다.

첫 표적은 특수·공안부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으로 중용될 때까지만 해도 특수통 검사들의 전성시대였다. 이전 정부에서 드러난 적폐를 때려잡을 검사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실제 윤 전 총장 취임 직후 단행한 첫 검찰 고위 간부급 인사에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인물들이 대거 약진했다.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중간 간부급 인사에서도 특수통 검사들이 요직에 포진됐다. 


특히 박근혜정부 말기 국정농단 특검에 파견돼 윤 전 총장과 호흡을 맞췄거나 문정부 출범 이후 2년 반에 걸친 적폐수사에서 공을 세운 검사들이 주요 보직에 등용됐다. 한동훈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이 대표적이다. 

특수통 검사들을 전진 배치한 ‘윤석열호’는 오래 가지 못했다. 균열은 2019년 8월 윤 전 총장 취임 이후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조 전 수석은 법무부 장관 지명 직후부터 온갖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몸살을 앓았다. 

검찰은 2019년 8월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조 전 수석과 관련된 의혹 수사에 뛰어들었다. 검찰의 칼이 이전 정부에서 ‘살아있는 권력’으로 옮겨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중심으로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이때쯤이다. 

검찰과 법무부가 완전히 대립구도에 접어든 시기는 추미애 전 장관이 취임한 이후부터다. 불과 36일 만에 법무부 장관 자리를 내려놓은 조 전 수석의 후임으로 법무부에 입성한 추 전 장관은 취임 초부터 검찰, 특히 윤 전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수사하려면 승인 받아라
법무부 조직개편안 논란

추 전 장관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고, 이는 취임 직후 단행된 검찰 인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 대학살’이라고 불릴 만큼 대대적인 검찰 인사가 이뤄진 것. 

문정부를 겨냥한 수사를 담당하고 있던 검사들이 좌천되면서 윤 전 총장의 손발이 잘려나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 전 총장에게 임명장을 건네면서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라” 당부한 지 6개월 만이었다.


조 전 수석 일가 의혹과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의 감찰무마 사건 등을 지휘한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현재 법무연수원 연수위원)으로,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사건의 지휘라인인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전보조치됐다. 

추 전 장관은 특수·공안부를 개혁 대상으로, 형사부를 우대하는 인사 기조를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해 8월 검찰 중간 간부급 인사를 앞두고 열린 검찰 인사위원회에서는 인권보호 및 형사‧공판 등 민생과 직결된 업무에 전념해온 형사·공판부 검사들, 우수 여성검사 및 공인전문검사를 적극 우대‧발탁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다. 

추 전 장관의 인사 기조는 퇴임 때까지 이어졌다. 법무부는 지난 1월 추 전 장관의 마지막 검찰 인사에서도 “묵묵히 민생과 관련된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며 국민에게 신뢰와 감동을 준 우수 형사‧공판부 검사를 발탁해 ‘형사부 검사 우대 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정권 수사를 주로 담당했던 특수·공안부의 입지가 줄어들고 형사부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검찰의 수사능력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기에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확 쪼그라들었다.  

권력 겨누자
완전히 돌변

지난 1월1일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로 축소됐다. 부패 범죄의 경우 특가법 적용 대상이면서 뇌물 액수가 3000만원 이상인 경우, 공직자 범죄는 대상자가 4급 이상일 때만, 경제 범죄는 피해액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사기만 직접수사가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형사부의 수사권마저 제한하는 내용의 검찰 조직개편안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21일 대검을 통해 조직개편안 및 의견 조회 요구 공문을 대검찰청을 통해 전국 각 지방검찰청에 내려 보냈다. 

개편안은 서울중앙지검을 제외한 일선 검찰청 형사부의 경우 1곳에서만 6대 범죄를 수사하도록 하고, 이 경우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지검보다 작은 지청에서 6대 범죄를 수사하려면 검찰총장이 요청해 법무부 장관의 승인이 떨어져야 한다. 

검찰은 이번 조직개편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할 수 있도록 한 검찰청법을 어기는 처사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검찰청법 8조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 

법무부는 “지난해 개정한 검찰청 사무기구 규정에 따르면 형사부는 ‘일반 형사사건을 하라’고 이미 규정돼있다”며 “다만 기준이 애매모호해 형사부가 6대 범죄 수사를 개시하는 경우가 있다 보니 이번에 명확히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사건 정점
청와대로


이어 “현행 규정에도 직접수사의 경우 대검의 승인을 받아서 하게 돼있고 지난해와 올해 검찰총장 승인을 안 받고 수사한 적은 없다”며 “대검 규정으로 돼있던 건데 대통령령으로 가져오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안이 문정부 수사에 몰두하는 형사부를 옥죄기 위한 방편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나온다. 현재 문정부를 겨냥한 수사는 모두 일선지검 형사부가 주도하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는 수원지검 형사3부가 맡고 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불구속 기소한 데 이어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기소할 방침이다. 

해당 사건과 맞닿아 있는 ‘청와대 기획사정’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서 맡고 있다.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의혹 조작 수사는 대전지검 형사5부에서 하고 있다. 대전지검 수사팀은 백운규 전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에 대해 기소 의견을 냈다. 

세 사건에서 궁극적인 겨냥점은 청와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무소속(전 민주당) 이상직 의원을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한 것도 전주지검 형사3부다. 특수·공안부에서 문정부를 겨냥한 수사에 돌입하자 권한을 축소시킨 것처럼 형사부에도 똑같이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른바 ‘박범계-김오수표 검수완박’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에서는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입법을 밀어 붙이고 있다. 지난 3월4일 윤 전 총장이 전격 사퇴를 발표한 이유도 중수청 추진에 대한 반발이었다. 


당시 윤 전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중수청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피력한 것으로 풀이됐다. 

여권에선 중수청 논의 불거져
검찰인사에서 추미애 시즌2?

하지만 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 강경파는 중수청 신설과 관련해 “조만간 신임 당 대표에게 보고할 것”이라면서 올해 정기국회 내 처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중수청 신설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비친 것. 민주당 내에서는 강경파를 중심으로 ‘검찰개혁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는 일단 법무부의 조직개편안이 ‘검수완박’을 위한 장치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수청 신설에 대해서는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등 새로운 형사사법제도를 안착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중수청 신설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의 진정성은 검찰 인사에서 드러날 것이라 보는 시각이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대규모 검찰 인사를 예고한 바 있다. 지난 27일 법무부는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검사장급 이상의 승진·전보 인사 기준을 심의했다. 

지금까지 검찰인사위가 열린 뒤 당일이나 이튿날 검찰 인사안이 발표되는 경우가 많아 검찰인사위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검찰인사위에서 논의된 인사 기준을 토대로 구체적인 인사안을 짜겠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검찰인사위가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하기도 전에 이뤄지면서 ‘총장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박 장관은 이에 대해 김 후보자가 정식 취임하면 공개적, 공식적으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검찰 인사의 칼날은 형사부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 인사 규정에 따르면 부장검사는 1년의 필수보직 기간이 보장돼 해당 보직에 부임한지 1년이 되지 않으면 인사를 낼 수 없다. 하지만 인사 전 직제개편이 이뤄지면 예외를 적용받아 현 보직에 부임한지 1년이 되지 않아도 인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수사팀
운명은?

문정부를 겨냥한 수사를 진행하는 형사부 소속 부장검사들이 이에 해당한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들이 좌천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추 전 장관의 ‘검찰 대학살’ 인사가 1년6개월 만에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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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