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라인’ 식물 총장 리스트

어차피 왕장관 밑서 발발 길 텐데…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에 반발하며 물러난 지 한 달이 지났다. 감감무소식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찰 고위 간부 인사까지 단행했다. 윤석열정부 첫 검찰총장이 식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장관이 검찰을 컨트롤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검찰총장의 위상이 허수아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윤석열정부는 금융감독원장,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등 요직에 검찰 출신 인사들을 전면 배치했다. 대부분 특수통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형사·공판부 검사들의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다. 차기 검찰총장은 특수·형사·공판으로 갈리지 않는 신뢰가 두터운 인물이 내정될 것으로 보인다. 

후보 추천위
구성이 먼저

윤석열정부 첫 검찰총장의 역할이 수사 지휘보다는 내부 교통정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검찰총장 내정 후 취임까지는 통상적으로 한 달의 시간이 소요된다. 2011년 검찰청법이 개정되면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를 놓고 특수부 검사들이 퇴진을 압박해 한상대 검찰총장(제38대)이 물러난 뒤, 2013년 1월7일 첫 검찰총장후보추천위가 꾸려졌다.

한 총장 사퇴 38일 만이었다.


한 전 총장처럼 예고 없이 직을 던진 이들은 채동욱, 김수남, 윤석열 등이다. 사퇴 이후 추천위가 꾸려지기까지의 기간은 김수남 전 총장 때 30일이었지만, 채동욱과 윤석열 전 총장 때는 각각 7일에 불과했다. 이번 추천위 구성까지 걸린 시간은 50여일이 돼가고 있다.

추천위가 구성된 뒤에도 ▲개인·단체의 후보자 천거 ▲법무부 장관이 추천위에 심사 대상자 제시 ▲추천위가 3명 이상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 ▲법무부 장관 제청 및 대통령 최종 지명 ▲국회 인사청문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추천위 구성 후에도 한두 달의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한동훈 체제 법무부의 힘이 막강해진 것이 검찰총장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라고 보고 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인물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 특수부 출신을 알아보자니 검찰 내부 불만이 극에 달하기 때문에 어느 특정 라인으로 불리지 않는 인물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고위 간부 인사가 단행됐다. 새로운 검찰총장은 누가 와도 수사 지휘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경 지검 한 부장검사도 통화에서 “‘윤석열 사단’이 전면 배치돼 검찰총장이 될 ‘윤석열 라인’도 이제 없는 상황”이라며 “한 장관이 검찰 인사를 단행했고 ‘총장 패싱’ 논란까지 나오고 있는데 누가 검찰총장을 하고 싶겠냐. 윤석열정부가 원하는 총장은 ‘말 잘 듣고 유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총장 패싱 논란은 과거 정부부터 지속됐다. 이명박정부 때 첫 검찰총장 지명자인 천성관이 낙마하면서 대타로 총장이 됐던 김준규 전 총장, 노무현정부에 이어 이명박정부까지 재직했던 임채진 전 총장 등이 대표적이다.

김오수 사퇴 후 공백 역대 최장
‘윤 사단’ 내정 시 후폭풍 불가피


이들은 검사 인사 등 조직 운영에서 실질적인 수장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임 전 총장은 2009년 임기를 6개월 앞두고 퇴임하면서 “정권교체기 검찰총장이라는 자리는 치욕을 감내해야 하는 자리”라고 털어놨다. 임 전 총장보다 사법연수원 8기수 선배인 당시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김경한 검찰총장’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윤정부가 검찰총장 인선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검찰 수사관은 “수도권과 고검에 이미 ‘윤석열 라인’이 즐비하고 국회 원구성이 되지 않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검사장 인사가 끝나고 내달 정도에 하마평이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도 “아직 문정부 인사들이 씻겨 나가지 않았다. 탈피 후 진행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법무부는 지난 14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중 검사 정원을 기존 4명에서 9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법무연수원 발령은 검사들에게는 좌천으로 불리고 있다.

법무부는 검찰 내부 우려에도 총장 인선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한 장관이 사실상 중간·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자처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취임 다음 날인 지난달 18일 검사 7명을 검사장급으로 승진시키고 검사장 11명을 전보하는 등의 인사를 실시했다.

이때 인사로 ‘윤석열 라인’ 핵심으로 꼽히는 이원석 당시 제주지검장이 대검 차장으로 임명됐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이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된 뒤 그 자리에 각각 송경호, 양석조 검사를 발령했다.

문정부도 초기에 검찰총장이 없는 상황에서 대검 차장(봉욱), 법무부 검찰국장(박균택), 서울중앙지검장(윤석열)을 임명했으나 급한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의 임명, 보직 등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고 제청하도록 돼있다.

윤정부 첫 검찰총장은 검사장급 인사 이후인 내달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창원지검장인 노정연 검사장이 하마평에 오르면서 헌정 사상 첫 여성 검찰총장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 지검장은 2019년 7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검찰의 꽃’이라 불리는 검사장으로 승진하며 ‘여성 3호’ 검사장에 오른 인물이다.

하마평 유일
여성 노정연

서울 출신인 노 지검장은 중앙여고와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제35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법조계에 발을 들였다.

1997년 성남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노 지검장은 이후 법무부 여성아동과장, 법무부 인권구조과장, 공주지청장,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장, 천안지청장,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를 거쳐 2019년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으로 승진하며 검사장 타이틀을 획득했다.


이때 국내 최초 ‘부녀 검사장’과 국내 최초 ‘부부 검사장’ 타이틀까지 동시에 얻었다. 그의 부친은 광주지검장을 지낸 노승행 변호사고, 그의 남편은 대전고검장을 지낸 조성욱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다.

이후 전주지검장, 서울서부지검장을 지낸 후 현재 창원지검장으로 재직 중이다. 특히 2020년 서부지검장으로 있을 땐 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실 의혹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당시 여당 의원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현 무소속)을 기소했다.

노 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가장 큰 배경으론 검찰 내 ‘유리천장’이 거론된다. 정권 출범 초기 남성 편중 장관급 인사로 비판을 받은 후 최근 교육부·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에 여성을 지명하며 여성 인사 중용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지금까지 44명의 검찰총장이 나왔지만 여성 검찰총장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검찰총장뿐만 아니라 여성고검장도 아직 없다. 현재까지 검찰은 노 지검장 포함 5명의 여성 검사장을 배출했고 현직은 노 지검장, 고경순 춘천지검장(28기), 홍종희 서울고검 차장검사(29기) 3명이다.

법무부 검찰과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전체 검사 2179명 중 여성 검사는 732명으로 전체의 33.6%에 달한다.

유력 후보로 꼽혔던 박찬호 광주지검장이 사의를 표하면서 이원석 차장검사가 차기 총장으로 직행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보좌 이원석
직행 가능성

박 지검장은 지난 7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명예가 회복된 지금이 검사직을 내려놓을 때라 생각된다”며 사직 인사를 했다. 이날 검찰 내부에선 그간 차기 총장 유력 후보로 거론돼온 박 지검장의 사의가 의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 지검장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7년 8월 중앙지검 2차장검사로, 검찰총장이던 2019년 7월엔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윤 대통령을 보좌했다. 윤 대통령 검찰 재직 당시 윤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빗대 ‘윤석열의 왼팔’로까지 불리며 윤 대통령의 큰 신임을 얻었다.

이 차장검사는 타 검사장급 간부들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낮다. 이 차장검사가 총장 직행 티켓을 거머쥐면 관례상 다수의 고위 간부들이 옷을 벗어야 한다. 그러나 박 지검장이 사표를 내면서 국면이 바뀌게 됐다.

박 지검장의 사의와 함께 이 차장검사가 총장 직무대리로서 존재감을 보이며 조직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는 점도 이 차장검사의 총장 직행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로 거론된다. 이 차장검사는 최근 대검 주요 부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있으며 그 범위를 계속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으로 국정 농단 수사를 주도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별개로 운영된 검찰 특수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기도 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윤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신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으로 근무하며 검찰이 기소한 국정 농단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유지에 주력했다. 윤 대통령 검찰총장 취임 이후엔 대검 기조부장으로서 근무하다 2020년 1월 수원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다.

이 차장검사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지만 민주당의 반발은 크지 않을 인물로 평가받는다. 제주지검장 시절엔 취임 직후와 이임 직전 4·3 평화공원을 참배하고 피해자를 면담하는 등 4·3 사건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쏟기도 했다.

유우성 수사
이두봉 깜짝?

이두봉 인천지검장은 문정부에서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으로 근무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윤석열 체제 서울중앙지검에서 신설된 4차장을 맡았고 이후 수석 차장검사인 1차장으로 영전했다.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임명 후에는 대검 과학수사부장으로서 윤 대통령을 보좌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대검 참모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 인사로 대전지검장으로 보임된 후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를 강도 높게 진행해 문정부를 정면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씨를 보복 기소한 전력은 큰 걸림돌이다. 이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유씨를 과거 기소유예했던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당시는 유씨에 대한 간첩 혐의를 수사하던 공안1부가 법원에 조작된 증거를 제출한 것이 드러나 검찰이 위기에 몰린 상황이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유씨 상고심에서 “검찰이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공소권 남용을 인정했다.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해 공소 기각한 첫 사례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 당시 공안1부 부부장 검사로서 위조된 증거를 법정에 직접 제출했던 이시원 전 부장검사를 임명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이 또다시 무리수를 두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후곤 고검장은 ‘친윤(친 윤석열)’ 색채가 옅은 인사로 약점이자 장점이 될 수 있다. ‘윤석열 사단’이 약진한 지금까지의 인사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제 식구 챙기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통령-법무부 장관’을 잇는 검찰 친정 체제 구축이 현실화되자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법무부 검찰 인사 좌지우지
깨져버린 중립성 회복 우선

‘친윤 일색’ 검찰 지휘부라는 비판을 희석하기 위해 여환섭·김후곤 고검장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검찰총장의 운신 폭은 제한될 공산이 크다.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대검 차장은 물론 서울중앙지검장과 주요 검찰청 검사장, 서울중앙지검 2·3·4차장까지 ‘윤석열 사단’이 포진됐다. 위로는 ‘정권의 실질적 2인자’로 꼽히는 한 장관, 아래로는 실세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간부들에게 포위된 ‘관리형 총장’에 머물기 쉽다.

김 고검장은 지난달 출근길에서 취재진에 검찰의 중립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지금 검찰이 굉장히 어려운 시기인데, 직원들과 합심해서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나가도록 맡은 바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고검장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내용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해 국회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내부적으로 시행하는 과정에서 챙길 것은 챙기는 등 직원들과 협의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내보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검찰 인사에서 윤석열라인 쏠림 현상에 대한 검찰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고검장으로 취임하는 첫날 말씀드릴 입장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나중에 전체적인 인사를 보면 ‘공정하게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과 기대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고검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 중 한 명으로 대검찰청 대변인,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대구지검장 등을 지냈다. 윤 대통령과 같이 근무한 인연은 많지 않지만 검찰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일선 검사들에게 두터운 신망을 받는다는 평가다.

특히 김 고검장은 동국대 법대 출신이어서 40여년 만에 ‘비(非) 스카이(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 총장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비윤 중립
색 지울 김후곤

서울고검의 한 검사는 “김 고검장이 특수통이지만 비윤(비 윤석열)으로 특정 라인에 갈리지 않는 중립에 가장 알맞은 인물”이라며 “현재 형사·공판부 검사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본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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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