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라인’ 식물 총장 리스트

어차피 왕장관 밑서 발발 길 텐데…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에 반발하며 물러난 지 한 달이 지났다. 감감무소식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찰 고위 간부 인사까지 단행했다. 윤석열정부 첫 검찰총장이 식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장관이 검찰을 컨트롤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검찰총장의 위상이 허수아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윤석열정부는 금융감독원장,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등 요직에 검찰 출신 인사들을 전면 배치했다. 대부분 특수통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형사·공판부 검사들의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다. 차기 검찰총장은 특수·형사·공판으로 갈리지 않는 신뢰가 두터운 인물이 내정될 것으로 보인다. 

후보 추천위
구성이 먼저

윤석열정부 첫 검찰총장의 역할이 수사 지휘보다는 내부 교통정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검찰총장 내정 후 취임까지는 통상적으로 한 달의 시간이 소요된다. 2011년 검찰청법이 개정되면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를 놓고 특수부 검사들이 퇴진을 압박해 한상대 검찰총장(제38대)이 물러난 뒤, 2013년 1월7일 첫 검찰총장후보추천위가 꾸려졌다.

한 총장 사퇴 38일 만이었다.


한 전 총장처럼 예고 없이 직을 던진 이들은 채동욱, 김수남, 윤석열 등이다. 사퇴 이후 추천위가 꾸려지기까지의 기간은 김수남 전 총장 때 30일이었지만, 채동욱과 윤석열 전 총장 때는 각각 7일에 불과했다. 이번 추천위 구성까지 걸린 시간은 50여일이 돼가고 있다.

추천위가 구성된 뒤에도 ▲개인·단체의 후보자 천거 ▲법무부 장관이 추천위에 심사 대상자 제시 ▲추천위가 3명 이상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 ▲법무부 장관 제청 및 대통령 최종 지명 ▲국회 인사청문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추천위 구성 후에도 한두 달의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한동훈 체제 법무부의 힘이 막강해진 것이 검찰총장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라고 보고 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인물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 특수부 출신을 알아보자니 검찰 내부 불만이 극에 달하기 때문에 어느 특정 라인으로 불리지 않는 인물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고위 간부 인사가 단행됐다. 새로운 검찰총장은 누가 와도 수사 지휘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경 지검 한 부장검사도 통화에서 “‘윤석열 사단’이 전면 배치돼 검찰총장이 될 ‘윤석열 라인’도 이제 없는 상황”이라며 “한 장관이 검찰 인사를 단행했고 ‘총장 패싱’ 논란까지 나오고 있는데 누가 검찰총장을 하고 싶겠냐. 윤석열정부가 원하는 총장은 ‘말 잘 듣고 유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총장 패싱 논란은 과거 정부부터 지속됐다. 이명박정부 때 첫 검찰총장 지명자인 천성관이 낙마하면서 대타로 총장이 됐던 김준규 전 총장, 노무현정부에 이어 이명박정부까지 재직했던 임채진 전 총장 등이 대표적이다.

김오수 사퇴 후 공백 역대 최장
‘윤 사단’ 내정 시 후폭풍 불가피


이들은 검사 인사 등 조직 운영에서 실질적인 수장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임 전 총장은 2009년 임기를 6개월 앞두고 퇴임하면서 “정권교체기 검찰총장이라는 자리는 치욕을 감내해야 하는 자리”라고 털어놨다. 임 전 총장보다 사법연수원 8기수 선배인 당시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김경한 검찰총장’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윤정부가 검찰총장 인선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검찰 수사관은 “수도권과 고검에 이미 ‘윤석열 라인’이 즐비하고 국회 원구성이 되지 않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검사장 인사가 끝나고 내달 정도에 하마평이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도 “아직 문정부 인사들이 씻겨 나가지 않았다. 탈피 후 진행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법무부는 지난 14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중 검사 정원을 기존 4명에서 9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법무연수원 발령은 검사들에게는 좌천으로 불리고 있다.

법무부는 검찰 내부 우려에도 총장 인선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한 장관이 사실상 중간·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자처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취임 다음 날인 지난달 18일 검사 7명을 검사장급으로 승진시키고 검사장 11명을 전보하는 등의 인사를 실시했다.

이때 인사로 ‘윤석열 라인’ 핵심으로 꼽히는 이원석 당시 제주지검장이 대검 차장으로 임명됐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이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된 뒤 그 자리에 각각 송경호, 양석조 검사를 발령했다.

문정부도 초기에 검찰총장이 없는 상황에서 대검 차장(봉욱), 법무부 검찰국장(박균택), 서울중앙지검장(윤석열)을 임명했으나 급한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의 임명, 보직 등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고 제청하도록 돼있다.

윤정부 첫 검찰총장은 검사장급 인사 이후인 내달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창원지검장인 노정연 검사장이 하마평에 오르면서 헌정 사상 첫 여성 검찰총장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 지검장은 2019년 7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검찰의 꽃’이라 불리는 검사장으로 승진하며 ‘여성 3호’ 검사장에 오른 인물이다.

하마평 유일
여성 노정연

서울 출신인 노 지검장은 중앙여고와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제35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법조계에 발을 들였다.

1997년 성남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노 지검장은 이후 법무부 여성아동과장, 법무부 인권구조과장, 공주지청장,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장, 천안지청장,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를 거쳐 2019년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으로 승진하며 검사장 타이틀을 획득했다.


이때 국내 최초 ‘부녀 검사장’과 국내 최초 ‘부부 검사장’ 타이틀까지 동시에 얻었다. 그의 부친은 광주지검장을 지낸 노승행 변호사고, 그의 남편은 대전고검장을 지낸 조성욱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다.

이후 전주지검장, 서울서부지검장을 지낸 후 현재 창원지검장으로 재직 중이다. 특히 2020년 서부지검장으로 있을 땐 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실 의혹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당시 여당 의원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현 무소속)을 기소했다.

노 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가장 큰 배경으론 검찰 내 ‘유리천장’이 거론된다. 정권 출범 초기 남성 편중 장관급 인사로 비판을 받은 후 최근 교육부·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에 여성을 지명하며 여성 인사 중용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지금까지 44명의 검찰총장이 나왔지만 여성 검찰총장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검찰총장뿐만 아니라 여성고검장도 아직 없다. 현재까지 검찰은 노 지검장 포함 5명의 여성 검사장을 배출했고 현직은 노 지검장, 고경순 춘천지검장(28기), 홍종희 서울고검 차장검사(29기) 3명이다.

법무부 검찰과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전체 검사 2179명 중 여성 검사는 732명으로 전체의 33.6%에 달한다.

유력 후보로 꼽혔던 박찬호 광주지검장이 사의를 표하면서 이원석 차장검사가 차기 총장으로 직행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보좌 이원석
직행 가능성

박 지검장은 지난 7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명예가 회복된 지금이 검사직을 내려놓을 때라 생각된다”며 사직 인사를 했다. 이날 검찰 내부에선 그간 차기 총장 유력 후보로 거론돼온 박 지검장의 사의가 의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 지검장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7년 8월 중앙지검 2차장검사로, 검찰총장이던 2019년 7월엔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윤 대통령을 보좌했다. 윤 대통령 검찰 재직 당시 윤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빗대 ‘윤석열의 왼팔’로까지 불리며 윤 대통령의 큰 신임을 얻었다.

이 차장검사는 타 검사장급 간부들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낮다. 이 차장검사가 총장 직행 티켓을 거머쥐면 관례상 다수의 고위 간부들이 옷을 벗어야 한다. 그러나 박 지검장이 사표를 내면서 국면이 바뀌게 됐다.

박 지검장의 사의와 함께 이 차장검사가 총장 직무대리로서 존재감을 보이며 조직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는 점도 이 차장검사의 총장 직행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로 거론된다. 이 차장검사는 최근 대검 주요 부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있으며 그 범위를 계속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으로 국정 농단 수사를 주도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별개로 운영된 검찰 특수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기도 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윤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신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으로 근무하며 검찰이 기소한 국정 농단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유지에 주력했다. 윤 대통령 검찰총장 취임 이후엔 대검 기조부장으로서 근무하다 2020년 1월 수원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다.

이 차장검사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지만 민주당의 반발은 크지 않을 인물로 평가받는다. 제주지검장 시절엔 취임 직후와 이임 직전 4·3 평화공원을 참배하고 피해자를 면담하는 등 4·3 사건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쏟기도 했다.

유우성 수사
이두봉 깜짝?

이두봉 인천지검장은 문정부에서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으로 근무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윤석열 체제 서울중앙지검에서 신설된 4차장을 맡았고 이후 수석 차장검사인 1차장으로 영전했다.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임명 후에는 대검 과학수사부장으로서 윤 대통령을 보좌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대검 참모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 인사로 대전지검장으로 보임된 후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를 강도 높게 진행해 문정부를 정면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씨를 보복 기소한 전력은 큰 걸림돌이다. 이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유씨를 과거 기소유예했던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당시는 유씨에 대한 간첩 혐의를 수사하던 공안1부가 법원에 조작된 증거를 제출한 것이 드러나 검찰이 위기에 몰린 상황이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유씨 상고심에서 “검찰이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공소권 남용을 인정했다.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해 공소 기각한 첫 사례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 당시 공안1부 부부장 검사로서 위조된 증거를 법정에 직접 제출했던 이시원 전 부장검사를 임명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이 또다시 무리수를 두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후곤 고검장은 ‘친윤(친 윤석열)’ 색채가 옅은 인사로 약점이자 장점이 될 수 있다. ‘윤석열 사단’이 약진한 지금까지의 인사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제 식구 챙기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통령-법무부 장관’을 잇는 검찰 친정 체제 구축이 현실화되자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법무부 검찰 인사 좌지우지
깨져버린 중립성 회복 우선

‘친윤 일색’ 검찰 지휘부라는 비판을 희석하기 위해 여환섭·김후곤 고검장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검찰총장의 운신 폭은 제한될 공산이 크다.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대검 차장은 물론 서울중앙지검장과 주요 검찰청 검사장, 서울중앙지검 2·3·4차장까지 ‘윤석열 사단’이 포진됐다. 위로는 ‘정권의 실질적 2인자’로 꼽히는 한 장관, 아래로는 실세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간부들에게 포위된 ‘관리형 총장’에 머물기 쉽다.

김 고검장은 지난달 출근길에서 취재진에 검찰의 중립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지금 검찰이 굉장히 어려운 시기인데, 직원들과 합심해서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나가도록 맡은 바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고검장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내용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해 국회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내부적으로 시행하는 과정에서 챙길 것은 챙기는 등 직원들과 협의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내보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검찰 인사에서 윤석열라인 쏠림 현상에 대한 검찰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고검장으로 취임하는 첫날 말씀드릴 입장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나중에 전체적인 인사를 보면 ‘공정하게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과 기대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고검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 중 한 명으로 대검찰청 대변인,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대구지검장 등을 지냈다. 윤 대통령과 같이 근무한 인연은 많지 않지만 검찰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일선 검사들에게 두터운 신망을 받는다는 평가다.

특히 김 고검장은 동국대 법대 출신이어서 40여년 만에 ‘비(非) 스카이(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 총장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비윤 중립
색 지울 김후곤

서울고검의 한 검사는 “김 고검장이 특수통이지만 비윤(비 윤석열)으로 특정 라인에 갈리지 않는 중립에 가장 알맞은 인물”이라며 “현재 형사·공판부 검사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본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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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