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라인’ 식물 총장 리스트

어차피 왕장관 밑서 발발 길 텐데…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에 반발하며 물러난 지 한 달이 지났다. 감감무소식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찰 고위 간부 인사까지 단행했다. 윤석열정부 첫 검찰총장이 식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장관이 검찰을 컨트롤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검찰총장의 위상이 허수아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윤석열정부는 금융감독원장,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등 요직에 검찰 출신 인사들을 전면 배치했다. 대부분 특수통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형사·공판부 검사들의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다. 차기 검찰총장은 특수·형사·공판으로 갈리지 않는 신뢰가 두터운 인물이 내정될 것으로 보인다. 

후보 추천위
구성이 먼저

윤석열정부 첫 검찰총장의 역할이 수사 지휘보다는 내부 교통정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검찰총장 내정 후 취임까지는 통상적으로 한 달의 시간이 소요된다. 2011년 검찰청법이 개정되면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를 놓고 특수부 검사들이 퇴진을 압박해 한상대 검찰총장(제38대)이 물러난 뒤, 2013년 1월7일 첫 검찰총장후보추천위가 꾸려졌다.

한 총장 사퇴 38일 만이었다.


한 전 총장처럼 예고 없이 직을 던진 이들은 채동욱, 김수남, 윤석열 등이다. 사퇴 이후 추천위가 꾸려지기까지의 기간은 김수남 전 총장 때 30일이었지만, 채동욱과 윤석열 전 총장 때는 각각 7일에 불과했다. 이번 추천위 구성까지 걸린 시간은 50여일이 돼가고 있다.

추천위가 구성된 뒤에도 ▲개인·단체의 후보자 천거 ▲법무부 장관이 추천위에 심사 대상자 제시 ▲추천위가 3명 이상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 ▲법무부 장관 제청 및 대통령 최종 지명 ▲국회 인사청문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추천위 구성 후에도 한두 달의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한동훈 체제 법무부의 힘이 막강해진 것이 검찰총장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라고 보고 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인물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 특수부 출신을 알아보자니 검찰 내부 불만이 극에 달하기 때문에 어느 특정 라인으로 불리지 않는 인물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고위 간부 인사가 단행됐다. 새로운 검찰총장은 누가 와도 수사 지휘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경 지검 한 부장검사도 통화에서 “‘윤석열 사단’이 전면 배치돼 검찰총장이 될 ‘윤석열 라인’도 이제 없는 상황”이라며 “한 장관이 검찰 인사를 단행했고 ‘총장 패싱’ 논란까지 나오고 있는데 누가 검찰총장을 하고 싶겠냐. 윤석열정부가 원하는 총장은 ‘말 잘 듣고 유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총장 패싱 논란은 과거 정부부터 지속됐다. 이명박정부 때 첫 검찰총장 지명자인 천성관이 낙마하면서 대타로 총장이 됐던 김준규 전 총장, 노무현정부에 이어 이명박정부까지 재직했던 임채진 전 총장 등이 대표적이다.

김오수 사퇴 후 공백 역대 최장
‘윤 사단’ 내정 시 후폭풍 불가피


이들은 검사 인사 등 조직 운영에서 실질적인 수장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임 전 총장은 2009년 임기를 6개월 앞두고 퇴임하면서 “정권교체기 검찰총장이라는 자리는 치욕을 감내해야 하는 자리”라고 털어놨다. 임 전 총장보다 사법연수원 8기수 선배인 당시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김경한 검찰총장’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윤정부가 검찰총장 인선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검찰 수사관은 “수도권과 고검에 이미 ‘윤석열 라인’이 즐비하고 국회 원구성이 되지 않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검사장 인사가 끝나고 내달 정도에 하마평이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도 “아직 문정부 인사들이 씻겨 나가지 않았다. 탈피 후 진행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법무부는 지난 14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중 검사 정원을 기존 4명에서 9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법무연수원 발령은 검사들에게는 좌천으로 불리고 있다.

법무부는 검찰 내부 우려에도 총장 인선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한 장관이 사실상 중간·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자처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취임 다음 날인 지난달 18일 검사 7명을 검사장급으로 승진시키고 검사장 11명을 전보하는 등의 인사를 실시했다.

이때 인사로 ‘윤석열 라인’ 핵심으로 꼽히는 이원석 당시 제주지검장이 대검 차장으로 임명됐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이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된 뒤 그 자리에 각각 송경호, 양석조 검사를 발령했다.

문정부도 초기에 검찰총장이 없는 상황에서 대검 차장(봉욱), 법무부 검찰국장(박균택), 서울중앙지검장(윤석열)을 임명했으나 급한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의 임명, 보직 등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고 제청하도록 돼있다.

윤정부 첫 검찰총장은 검사장급 인사 이후인 내달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창원지검장인 노정연 검사장이 하마평에 오르면서 헌정 사상 첫 여성 검찰총장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 지검장은 2019년 7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검찰의 꽃’이라 불리는 검사장으로 승진하며 ‘여성 3호’ 검사장에 오른 인물이다.

하마평 유일
여성 노정연

서울 출신인 노 지검장은 중앙여고와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제35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법조계에 발을 들였다.

1997년 성남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노 지검장은 이후 법무부 여성아동과장, 법무부 인권구조과장, 공주지청장,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장, 천안지청장,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를 거쳐 2019년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으로 승진하며 검사장 타이틀을 획득했다.


이때 국내 최초 ‘부녀 검사장’과 국내 최초 ‘부부 검사장’ 타이틀까지 동시에 얻었다. 그의 부친은 광주지검장을 지낸 노승행 변호사고, 그의 남편은 대전고검장을 지낸 조성욱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다.

이후 전주지검장, 서울서부지검장을 지낸 후 현재 창원지검장으로 재직 중이다. 특히 2020년 서부지검장으로 있을 땐 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실 의혹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당시 여당 의원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현 무소속)을 기소했다.

노 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가장 큰 배경으론 검찰 내 ‘유리천장’이 거론된다. 정권 출범 초기 남성 편중 장관급 인사로 비판을 받은 후 최근 교육부·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에 여성을 지명하며 여성 인사 중용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지금까지 44명의 검찰총장이 나왔지만 여성 검찰총장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검찰총장뿐만 아니라 여성고검장도 아직 없다. 현재까지 검찰은 노 지검장 포함 5명의 여성 검사장을 배출했고 현직은 노 지검장, 고경순 춘천지검장(28기), 홍종희 서울고검 차장검사(29기) 3명이다.

법무부 검찰과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전체 검사 2179명 중 여성 검사는 732명으로 전체의 33.6%에 달한다.

유력 후보로 꼽혔던 박찬호 광주지검장이 사의를 표하면서 이원석 차장검사가 차기 총장으로 직행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보좌 이원석
직행 가능성

박 지검장은 지난 7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명예가 회복된 지금이 검사직을 내려놓을 때라 생각된다”며 사직 인사를 했다. 이날 검찰 내부에선 그간 차기 총장 유력 후보로 거론돼온 박 지검장의 사의가 의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 지검장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7년 8월 중앙지검 2차장검사로, 검찰총장이던 2019년 7월엔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윤 대통령을 보좌했다. 윤 대통령 검찰 재직 당시 윤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빗대 ‘윤석열의 왼팔’로까지 불리며 윤 대통령의 큰 신임을 얻었다.

이 차장검사는 타 검사장급 간부들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낮다. 이 차장검사가 총장 직행 티켓을 거머쥐면 관례상 다수의 고위 간부들이 옷을 벗어야 한다. 그러나 박 지검장이 사표를 내면서 국면이 바뀌게 됐다.

박 지검장의 사의와 함께 이 차장검사가 총장 직무대리로서 존재감을 보이며 조직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는 점도 이 차장검사의 총장 직행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로 거론된다. 이 차장검사는 최근 대검 주요 부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있으며 그 범위를 계속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으로 국정 농단 수사를 주도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별개로 운영된 검찰 특수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기도 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윤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신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으로 근무하며 검찰이 기소한 국정 농단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유지에 주력했다. 윤 대통령 검찰총장 취임 이후엔 대검 기조부장으로서 근무하다 2020년 1월 수원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다.

이 차장검사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지만 민주당의 반발은 크지 않을 인물로 평가받는다. 제주지검장 시절엔 취임 직후와 이임 직전 4·3 평화공원을 참배하고 피해자를 면담하는 등 4·3 사건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쏟기도 했다.

유우성 수사
이두봉 깜짝?

이두봉 인천지검장은 문정부에서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으로 근무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윤석열 체제 서울중앙지검에서 신설된 4차장을 맡았고 이후 수석 차장검사인 1차장으로 영전했다.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임명 후에는 대검 과학수사부장으로서 윤 대통령을 보좌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대검 참모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 인사로 대전지검장으로 보임된 후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를 강도 높게 진행해 문정부를 정면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씨를 보복 기소한 전력은 큰 걸림돌이다. 이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유씨를 과거 기소유예했던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당시는 유씨에 대한 간첩 혐의를 수사하던 공안1부가 법원에 조작된 증거를 제출한 것이 드러나 검찰이 위기에 몰린 상황이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유씨 상고심에서 “검찰이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공소권 남용을 인정했다.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해 공소 기각한 첫 사례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 당시 공안1부 부부장 검사로서 위조된 증거를 법정에 직접 제출했던 이시원 전 부장검사를 임명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이 또다시 무리수를 두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후곤 고검장은 ‘친윤(친 윤석열)’ 색채가 옅은 인사로 약점이자 장점이 될 수 있다. ‘윤석열 사단’이 약진한 지금까지의 인사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제 식구 챙기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통령-법무부 장관’을 잇는 검찰 친정 체제 구축이 현실화되자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법무부 검찰 인사 좌지우지
깨져버린 중립성 회복 우선

‘친윤 일색’ 검찰 지휘부라는 비판을 희석하기 위해 여환섭·김후곤 고검장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검찰총장의 운신 폭은 제한될 공산이 크다.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대검 차장은 물론 서울중앙지검장과 주요 검찰청 검사장, 서울중앙지검 2·3·4차장까지 ‘윤석열 사단’이 포진됐다. 위로는 ‘정권의 실질적 2인자’로 꼽히는 한 장관, 아래로는 실세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간부들에게 포위된 ‘관리형 총장’에 머물기 쉽다.

김 고검장은 지난달 출근길에서 취재진에 검찰의 중립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지금 검찰이 굉장히 어려운 시기인데, 직원들과 합심해서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나가도록 맡은 바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고검장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내용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해 국회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내부적으로 시행하는 과정에서 챙길 것은 챙기는 등 직원들과 협의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내보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검찰 인사에서 윤석열라인 쏠림 현상에 대한 검찰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고검장으로 취임하는 첫날 말씀드릴 입장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나중에 전체적인 인사를 보면 ‘공정하게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과 기대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고검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 중 한 명으로 대검찰청 대변인,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대구지검장 등을 지냈다. 윤 대통령과 같이 근무한 인연은 많지 않지만 검찰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일선 검사들에게 두터운 신망을 받는다는 평가다.

특히 김 고검장은 동국대 법대 출신이어서 40여년 만에 ‘비(非) 스카이(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 총장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비윤 중립
색 지울 김후곤

서울고검의 한 검사는 “김 고검장이 특수통이지만 비윤(비 윤석열)으로 특정 라인에 갈리지 않는 중립에 가장 알맞은 인물”이라며 “현재 형사·공판부 검사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본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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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