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라인’ 식물 총장 리스트

어차피 왕장관 밑서 발발 길 텐데…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에 반발하며 물러난 지 한 달이 지났다. 감감무소식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찰 고위 간부 인사까지 단행했다. 윤석열정부 첫 검찰총장이 식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장관이 검찰을 컨트롤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검찰총장의 위상이 허수아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윤석열정부는 금융감독원장,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등 요직에 검찰 출신 인사들을 전면 배치했다. 대부분 특수통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형사·공판부 검사들의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다. 차기 검찰총장은 특수·형사·공판으로 갈리지 않는 신뢰가 두터운 인물이 내정될 것으로 보인다. 

후보 추천위
구성이 먼저

윤석열정부 첫 검찰총장의 역할이 수사 지휘보다는 내부 교통정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검찰총장 내정 후 취임까지는 통상적으로 한 달의 시간이 소요된다. 2011년 검찰청법이 개정되면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를 놓고 특수부 검사들이 퇴진을 압박해 한상대 검찰총장(제38대)이 물러난 뒤, 2013년 1월7일 첫 검찰총장후보추천위가 꾸려졌다.

한 총장 사퇴 38일 만이었다.


한 전 총장처럼 예고 없이 직을 던진 이들은 채동욱, 김수남, 윤석열 등이다. 사퇴 이후 추천위가 꾸려지기까지의 기간은 김수남 전 총장 때 30일이었지만, 채동욱과 윤석열 전 총장 때는 각각 7일에 불과했다. 이번 추천위 구성까지 걸린 시간은 50여일이 돼가고 있다.

추천위가 구성된 뒤에도 ▲개인·단체의 후보자 천거 ▲법무부 장관이 추천위에 심사 대상자 제시 ▲추천위가 3명 이상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 ▲법무부 장관 제청 및 대통령 최종 지명 ▲국회 인사청문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추천위 구성 후에도 한두 달의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한동훈 체제 법무부의 힘이 막강해진 것이 검찰총장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라고 보고 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인물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 특수부 출신을 알아보자니 검찰 내부 불만이 극에 달하기 때문에 어느 특정 라인으로 불리지 않는 인물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고위 간부 인사가 단행됐다. 새로운 검찰총장은 누가 와도 수사 지휘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경 지검 한 부장검사도 통화에서 “‘윤석열 사단’이 전면 배치돼 검찰총장이 될 ‘윤석열 라인’도 이제 없는 상황”이라며 “한 장관이 검찰 인사를 단행했고 ‘총장 패싱’ 논란까지 나오고 있는데 누가 검찰총장을 하고 싶겠냐. 윤석열정부가 원하는 총장은 ‘말 잘 듣고 유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총장 패싱 논란은 과거 정부부터 지속됐다. 이명박정부 때 첫 검찰총장 지명자인 천성관이 낙마하면서 대타로 총장이 됐던 김준규 전 총장, 노무현정부에 이어 이명박정부까지 재직했던 임채진 전 총장 등이 대표적이다.

김오수 사퇴 후 공백 역대 최장
‘윤 사단’ 내정 시 후폭풍 불가피


이들은 검사 인사 등 조직 운영에서 실질적인 수장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임 전 총장은 2009년 임기를 6개월 앞두고 퇴임하면서 “정권교체기 검찰총장이라는 자리는 치욕을 감내해야 하는 자리”라고 털어놨다. 임 전 총장보다 사법연수원 8기수 선배인 당시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김경한 검찰총장’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윤정부가 검찰총장 인선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검찰 수사관은 “수도권과 고검에 이미 ‘윤석열 라인’이 즐비하고 국회 원구성이 되지 않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검사장 인사가 끝나고 내달 정도에 하마평이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도 “아직 문정부 인사들이 씻겨 나가지 않았다. 탈피 후 진행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법무부는 지난 14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중 검사 정원을 기존 4명에서 9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법무연수원 발령은 검사들에게는 좌천으로 불리고 있다.

법무부는 검찰 내부 우려에도 총장 인선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한 장관이 사실상 중간·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자처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취임 다음 날인 지난달 18일 검사 7명을 검사장급으로 승진시키고 검사장 11명을 전보하는 등의 인사를 실시했다.

이때 인사로 ‘윤석열 라인’ 핵심으로 꼽히는 이원석 당시 제주지검장이 대검 차장으로 임명됐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이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된 뒤 그 자리에 각각 송경호, 양석조 검사를 발령했다.

문정부도 초기에 검찰총장이 없는 상황에서 대검 차장(봉욱), 법무부 검찰국장(박균택), 서울중앙지검장(윤석열)을 임명했으나 급한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의 임명, 보직 등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고 제청하도록 돼있다.

윤정부 첫 검찰총장은 검사장급 인사 이후인 내달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창원지검장인 노정연 검사장이 하마평에 오르면서 헌정 사상 첫 여성 검찰총장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 지검장은 2019년 7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검찰의 꽃’이라 불리는 검사장으로 승진하며 ‘여성 3호’ 검사장에 오른 인물이다.

하마평 유일
여성 노정연

서울 출신인 노 지검장은 중앙여고와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제35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법조계에 발을 들였다.

1997년 성남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노 지검장은 이후 법무부 여성아동과장, 법무부 인권구조과장, 공주지청장,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장, 천안지청장,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를 거쳐 2019년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으로 승진하며 검사장 타이틀을 획득했다.


이때 국내 최초 ‘부녀 검사장’과 국내 최초 ‘부부 검사장’ 타이틀까지 동시에 얻었다. 그의 부친은 광주지검장을 지낸 노승행 변호사고, 그의 남편은 대전고검장을 지낸 조성욱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다.

이후 전주지검장, 서울서부지검장을 지낸 후 현재 창원지검장으로 재직 중이다. 특히 2020년 서부지검장으로 있을 땐 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실 의혹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당시 여당 의원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현 무소속)을 기소했다.

노 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가장 큰 배경으론 검찰 내 ‘유리천장’이 거론된다. 정권 출범 초기 남성 편중 장관급 인사로 비판을 받은 후 최근 교육부·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에 여성을 지명하며 여성 인사 중용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지금까지 44명의 검찰총장이 나왔지만 여성 검찰총장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검찰총장뿐만 아니라 여성고검장도 아직 없다. 현재까지 검찰은 노 지검장 포함 5명의 여성 검사장을 배출했고 현직은 노 지검장, 고경순 춘천지검장(28기), 홍종희 서울고검 차장검사(29기) 3명이다.

법무부 검찰과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전체 검사 2179명 중 여성 검사는 732명으로 전체의 33.6%에 달한다.

유력 후보로 꼽혔던 박찬호 광주지검장이 사의를 표하면서 이원석 차장검사가 차기 총장으로 직행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보좌 이원석
직행 가능성

박 지검장은 지난 7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명예가 회복된 지금이 검사직을 내려놓을 때라 생각된다”며 사직 인사를 했다. 이날 검찰 내부에선 그간 차기 총장 유력 후보로 거론돼온 박 지검장의 사의가 의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 지검장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7년 8월 중앙지검 2차장검사로, 검찰총장이던 2019년 7월엔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윤 대통령을 보좌했다. 윤 대통령 검찰 재직 당시 윤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빗대 ‘윤석열의 왼팔’로까지 불리며 윤 대통령의 큰 신임을 얻었다.

이 차장검사는 타 검사장급 간부들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낮다. 이 차장검사가 총장 직행 티켓을 거머쥐면 관례상 다수의 고위 간부들이 옷을 벗어야 한다. 그러나 박 지검장이 사표를 내면서 국면이 바뀌게 됐다.

박 지검장의 사의와 함께 이 차장검사가 총장 직무대리로서 존재감을 보이며 조직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는 점도 이 차장검사의 총장 직행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로 거론된다. 이 차장검사는 최근 대검 주요 부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있으며 그 범위를 계속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으로 국정 농단 수사를 주도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별개로 운영된 검찰 특수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기도 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윤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신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으로 근무하며 검찰이 기소한 국정 농단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유지에 주력했다. 윤 대통령 검찰총장 취임 이후엔 대검 기조부장으로서 근무하다 2020년 1월 수원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다.

이 차장검사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지만 민주당의 반발은 크지 않을 인물로 평가받는다. 제주지검장 시절엔 취임 직후와 이임 직전 4·3 평화공원을 참배하고 피해자를 면담하는 등 4·3 사건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쏟기도 했다.

유우성 수사
이두봉 깜짝?

이두봉 인천지검장은 문정부에서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으로 근무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윤석열 체제 서울중앙지검에서 신설된 4차장을 맡았고 이후 수석 차장검사인 1차장으로 영전했다.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임명 후에는 대검 과학수사부장으로서 윤 대통령을 보좌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대검 참모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 인사로 대전지검장으로 보임된 후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를 강도 높게 진행해 문정부를 정면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씨를 보복 기소한 전력은 큰 걸림돌이다. 이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유씨를 과거 기소유예했던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당시는 유씨에 대한 간첩 혐의를 수사하던 공안1부가 법원에 조작된 증거를 제출한 것이 드러나 검찰이 위기에 몰린 상황이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유씨 상고심에서 “검찰이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공소권 남용을 인정했다.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해 공소 기각한 첫 사례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 당시 공안1부 부부장 검사로서 위조된 증거를 법정에 직접 제출했던 이시원 전 부장검사를 임명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이 또다시 무리수를 두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후곤 고검장은 ‘친윤(친 윤석열)’ 색채가 옅은 인사로 약점이자 장점이 될 수 있다. ‘윤석열 사단’이 약진한 지금까지의 인사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제 식구 챙기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통령-법무부 장관’을 잇는 검찰 친정 체제 구축이 현실화되자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법무부 검찰 인사 좌지우지
깨져버린 중립성 회복 우선

‘친윤 일색’ 검찰 지휘부라는 비판을 희석하기 위해 여환섭·김후곤 고검장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검찰총장의 운신 폭은 제한될 공산이 크다.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대검 차장은 물론 서울중앙지검장과 주요 검찰청 검사장, 서울중앙지검 2·3·4차장까지 ‘윤석열 사단’이 포진됐다. 위로는 ‘정권의 실질적 2인자’로 꼽히는 한 장관, 아래로는 실세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간부들에게 포위된 ‘관리형 총장’에 머물기 쉽다.

김 고검장은 지난달 출근길에서 취재진에 검찰의 중립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지금 검찰이 굉장히 어려운 시기인데, 직원들과 합심해서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나가도록 맡은 바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고검장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내용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해 국회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내부적으로 시행하는 과정에서 챙길 것은 챙기는 등 직원들과 협의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내보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검찰 인사에서 윤석열라인 쏠림 현상에 대한 검찰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고검장으로 취임하는 첫날 말씀드릴 입장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나중에 전체적인 인사를 보면 ‘공정하게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과 기대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고검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 중 한 명으로 대검찰청 대변인,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대구지검장 등을 지냈다. 윤 대통령과 같이 근무한 인연은 많지 않지만 검찰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일선 검사들에게 두터운 신망을 받는다는 평가다.

특히 김 고검장은 동국대 법대 출신이어서 40여년 만에 ‘비(非) 스카이(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 총장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비윤 중립
색 지울 김후곤

서울고검의 한 검사는 “김 고검장이 특수통이지만 비윤(비 윤석열)으로 특정 라인에 갈리지 않는 중립에 가장 알맞은 인물”이라며 “현재 형사·공판부 검사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본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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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