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윤정부 내각 세 가지 퍼즐

골라도 문제 놔둬도 문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지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고민에 빠졌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은 김건희 리스크, 비선 논란 등이 윤 대통령 지지율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부실 인사 논란까지 가중되면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대통령실 인사기획·비서관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책임론까지 제기된다.

장관 후보자들의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윤석열정부에서 낙마한 이들만 3명이다.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중도 하차했다. 윤정부를 엄호하던 정부여당 국민의힘조차 이들의 임명 강행이 역풍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그 우려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이어 아웃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정호영 전 후보자에 이어 지난 4일 자진사퇴했다. 장관급 인사 중 세 번째 낙마자가 생기면서 여론까지 악화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저는 오늘 자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직을 사퇴한다”면서 “고의적으로 사적인 용도로 유용한 바가 전혀 없으며, 회계 처리 과정에서 실무적인 착오로 인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최종적으로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각종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반복적으로 설명했으나, 이 과정에서 공직자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던 저의 명예는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상처를 입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지도부의 사퇴 요구에 반발했으나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하고 윤 대통령도 ‘신속한 처리’ 방침을 밝히자 결국 물러났다.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교수 시절 여학생을 성희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정위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2014년 회식 자리에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참석한 분들께 불편을 드린 사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10일엔 “큰 공직을 맡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확신이 서지 않는다. 교직에만 매진하겠다”며 자진사퇴했다.

여당이 직접 나서 부적격 후보자의 퇴로를 마련한 것은 그만큼 부실 인사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하락하고 있다.

칼자루 쥔 검찰 잇단 인사 구멍
‘욕먹어도’ 장관 논란 불구 강행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내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만취 ‘음주운전’으로 논란이 일었던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박 부총리는 이외에도 각종 연구 윤리 관련 의혹, 조교 갑질 논란을 해소하지 못해 임명 직후에도 비판 여론이 계속되고 있다.

야당은 인사 부실이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 공세의 표적으로 정조준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된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당연하다”며 “혈중알코올농도 0.251%의 만취 운전을 한 박 부총리 역시 자진 사퇴가 정답”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이동영 대변인도 “박 부총리도 만취 운전에 이어 교수 시절 갑질 의혹 등이 추가로 연일 드러나고 있는 만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소명 없이 무리한 임명 강행은 윤석열정부의 또 다른 인사 참사를 예고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부실 인사 논란이 잇따르자 대통령의 인사철학과 스타일은 물론이고 대통령실이 검증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자녀 특혜 논란(정호영 전 후보자), 방석집 논문 심사 논란(김인철 전 후보자)으로 중도 낙마 사태를 겪고도 또다시 부실 인사 논란을 초래한 것은 인사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전조 증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정부가 ‘능력주의 인사’ 프레임에 갇혀 도덕성 검증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김 후보자 논란에 대해 “공무원은 자기가 맡은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평소 인사철학을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부적격 후보자들이 잇따라 낙마하면서 윤 대통령의 인사 기준이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인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곧바로 지지율로 반영되는데도 대통령실 참모들 모두 안이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정부 인사 참사 논란이 지속되면서 정책 드라이브를 걸기도 애매해졌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지금 수장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정부부처는 정책 변화나 추진 등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며 “부실 인사 논란이 지속돼도 최대한 빨리 내각을 완성시키는 것이 옳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검증 안 했나 못 했나
수장 공백 장기화 모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7일 인사정보관리단(관리단)을 출범시켰다. 윤정부 초반 뚜렷한 검찰 약진 기조가 이어졌다. 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 산하의 관리단 요직을 검사들이 꿰찼고, 대통령실의 2차 추가 검증 역시 검찰 출신이 담당하는 구조가 됐다.

윤 대통령 임기 중 대법관·헌법재판관 등 인선도 줄줄이 예정돼 사법부 최고 법관 검증 우려와 현행법 저촉 논란도 제기된다.

법무부는 대통령령 개정에 따라 이날 출범한 관리단 초대 단장에 행정고시 출신 정통 공무원인 박행열 인사혁신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리더십개발부장을 임명했다. 사회 분야 정보수집을 맡는 인사1담당관에는 이동균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장이, 경제분야 업무를 담당하는 인사2담당관에는 이성도 전 국무조정실 평가총괄과장이 각각 선임됐다.

이 담당관과 함께 검찰 출신으로는 김현우 창원지검 부부장검사와 김주현 법무부 정책기획단 검사가 관리단에 합류했다. 이들은 지난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나란히 파견돼 손발을 맞춘 이른바 ‘친윤’ 검사들로 분류된다.

인수위에 이어 현 정부 인사검증 업무의 연속성을 감안한 조치라고 하더라도 현직 검사들의 잇단 중용에 검찰 안팎에서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관리단은 향후 대통령 비서실장이 고위인사 후보군을 압축해 전달하면 1차 검증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인사검증 자료는 다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넘어가 2차 검증이 이뤄진 뒤 윤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밟는다. 최종 인사검증을 총괄하는 공직기강비서관은 현재 이시원 전 수원지검 형사2부장이 맡고 있다.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청와대 인사기획관(복두규), 인사비서관(이원모), 법률비서관(주진우) 등은 모두 검찰 출신이자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채워졌다. 현 정부 인사검증 라인을 모두 검찰이 장악한 셈이다.

정치권과 법조계, 시민사회와 보수 언론조차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최근까지 장관 후보자들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검찰 출신 인사들이 객관적 검증을 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상당하다. 검찰 안팎에서조차 부실 검증 논란이 지속되면서 인사를 담당하는 대통령실·법무부 관계자들이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의혹이 사실로

한 재경 지검 부장검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검찰 출신들이 인사 라인을 장악하면서 철두철미할 것이라는 장점도 있겠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윤정부의 기조는 ‘제 식구는 프리패스’”라며 “차후 부실 인사 논란이 또 불거져도 그 누구도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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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사건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111일 만이자, 탄핵 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것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역사를 재현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다만, 사저 경호 문제 등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즉시 관저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에 청와대 관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최대 15년(10년+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으나, 임기만료 전 퇴임한 경우에는 최대 10년(5년+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전직 대통령 예우 모두 박탈 정치권 ‘장미 대선’ 현실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받았을 대통령 연금 수령 자격도 상실됐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여의 8.85배)의 95%를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세전)이고, 이 기준에 따른 매월 연금액은 약 1533만원(연 기준 1억8397만원)이다. 이 밖에 기념사업 지원과 개인 사무실 및 보좌진 지원도 중단됐으며, 사후 국립묘지 안장 대상서도 제외된다. 공직 취임의 기회도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2항은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선고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사재판 절차 뿐이다. 형사재판은 탄핵 심판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상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째 되는 날은 오는 6월3일이므로 이날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말육초’(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고, 정확히 60일째인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선례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도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시점이 6월3일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60일째 되는 날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일인 5월28일이 조기 대선일로 유력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어느 날짜에 선거가 치러지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했고, 이제 차기 권력을 향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잠룡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정권 재장출의 목표를 두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선 즉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