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한동훈?' 윤석열 후계자 낙점설 막전막후

칼 쥐어주고 여의도 보낸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차기 대권후보로 낙점했다. 물론 벌써부터 다음 대통령을 점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아직 정식 취임도 전인 대통령을 두고 5년 뒤의 대통령을 예단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그러나 요즘 정계에는 ‘한동훈 대망설’이 계속해서 돌고 있다. 소문의 출처가 어디인지 추적해보니 다름 아닌 윤 당선인 본인의 ‘입’이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관한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요즘 주요 화두여서이기도 하고, 그의 거침없는 발언이 화제가 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자 요즘 정계에선 ‘보수진영의 차기 대권후보로 한 후보자가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나돈다.

칼잡이
아바타

실제로 그간 헌정 역사에서 대통령 당선인이 일찌감치 자신의 후계자를 키우는 일은 종종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한 후보자를 자신의 다음 주자로 키우려는 것일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자마자 재선위원회를 설치해 본인의 재선운동을 지시한 바 있다.

다시 돌아올 대통령선거에서 대통령을 한 번 더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행보였다. 물론 4년 중임제의 미국 대통령이 그 다음 대선의 승리까지 염두에 두고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당선되자마자 재선을 준비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다. 차기 정부를 수립하기도 전에 그 다음 임기를 노리는 행위는 역대 미국 대통령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일이다.

반면 한국의 대통령들은 이 같은 행보를 종종 보여왔다. 5년 단임제를 택하고 있는 한국의 대통령제에서는 재임이 불가능하지만, 역대 한국의 대통령들은 자신의 ‘후계자’를 낙점하고 키워주는 방식으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이어나가려 했다.

대통령들은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자신의 후계자에게 많은 힘을 실어주는 형태로 인사를 진행했다. 그중 몇몇 케이스는 실제로 대통령까지 당선되기도 했다.

그 케이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해양수산부 장관에 임명하며 그가 차기 대통령으로 일어설 발판을 만들어줬다.

정치적으로 비주류의 길을 걷고 있던 노 전 대통령에게 주류의 길을 소개해준 것이다. 이후 두 전직 대통령은 ‘전생의 형제’라고 불릴 만큼 사이가 각별해진다. 둘의 인연은 1997년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3당 합당에 거부하며 ‘꼬마 민주당’으로 남은 새정치국민회의에 노 전 대통령이 합류했다.

1997년 15대 대선을 앞두고, 꼬마 민주당이 민자당의 후신인 한나라당에 맞서 싸울 조짐을 보이자 소신을 지키며 제3지대에 있던 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에 합류해 김 전 대통령을 도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치인으로 데뷔한 이력 때문에, 그리고 3당 합당을 거부한 이력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은 DJ계에서도, YS계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채 항상 노 전 대통령은 항상 민주당의 비주류로 남아있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런 그의 손을 붙잡아주며 당을 떠나지 않게끔 배려했다.

장관 후 22대 총선 통해 국회 입성
차기 대권에 도전 시나리오 급부상

이후 민주 진영의 대권후보로 발돋움한 노 전 대통령의 대선 운동에서 김 전 대통령은 큰 힘이 되어줬다. 현직 대통령이 특정 대선후보를 지원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됐기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은 직접적인 도움 대신 ‘보이지 않는 선’에서 노무현 캠프를 최대한 지원했다.

노 전 대통령 또한 대선 운동 기간 ‘국민의 정부’와 차별화할 것을 참모진으로부터 수차례 제안받았지만, 끝까지 김 전 대통령과 ‘선을 긋는’ 발언은 일절 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당시 세 아들의 비리가 터지며 입지가 줄어든 김 전 대통령을 차기 대권후보가 끝까지 지켜준 것이다.

이후 대북송금 사태와 노 전 대통령의 ‘차별화 선언’으로 둘의 사이는 잠시 소원해졌으나, 적어도 김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부터 노 전 대통령의 당선 전까지 둘 사이에 갈등은 일어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 후에도 대통령들의 ‘후계자 키우기’는 계속됐다. 가장 가까운 예가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다. 지금은 부인 정경심씨가 구속 수감되며 정치인으로서의 커리어가 사실상 끝난 조 전 장관이지만 문 대통령은 당선이 되고 청와대에 입성하자마자 ‘티 나게’ 조 전 장관을 민주당 진영의 다음 대권후보로 키워주려 했다.

둘의 인연은 10년도 더 된 것으로 전해진다. 참여정부의 핵심 참모 역할이 끝난 문 대통령은 경남 양산으로 돌아가 인권 변호사로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이때 조 전 장관은 수차례 문 대통령 거처를 찾아가 시간을 함께 보냈다고 전해진다.

당시 문 대통령의 소탈하고 깊이 있는 매력에 빠지게 된 조 전 장관은 이후 문 대통령과 정치적 여정을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 실질적인 정치적 행보를 보인 것은 2012년 문 대통령이 처음 대선에 출마했을 때다.

조 전 장관은 당시 TV에 출연해 찬조연설을 하고 대규모 선거 유세에서도 지원사격하는 등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자신의 정치적인 색깔을 SNS 등에 표출하며 두각을 나타낸 그였지만 교수의 옷을 뒤로한 채 특정 정치인을 돕는 행보는 이때가 처음이었다. 2012년 선거 패배 후 이후 둘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로 당선되며 문 대통령이 다시 대권 가도에 시동을 걸자 조 전 장관은 다시금 발 벗고 그를 도왔다. 정치적인 판단 미스로 여러 차례 위기에 닥친 문 대통령을 그는 끝까지 떠나지 않았으며 때때로 그의 ‘칼잡이’가 돼 정적들을 대신 공격하기도 했다. 

2017년 대연정론 공방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맞서 싸운 것이 가장 유명한 일화다. 안 전 지사가 당시 자유한국당에 제안한 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조 전 장관은 “대연정이라면 공동정부를 만들어야 하는 한국당과 함께 이뤄야 할 목표가 뭔지 모르겠다”며 “그들은 경제민주화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동의한 적 없다”고 조목조목 따졌다.

가신의 칼춤 
‘재롱 보듯?’

노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안 전 지사와 공개적으로 대립할 수 없었던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도움을 받은 셈이다. 이 같은 인연을 기억하고 있던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조 전 장관을 차기 대권후보로 키웠다.

문재인정부의 초대 민정수석으로 조 전 장관을 발탁하며 문 대통령은 그의 정치 커리어를 청와대에서 시작하게 했다. 이렇게 조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며 청와대 생활을 했다고 전해진다.

둘은 표면상 상하관계였지만 서로에 대한 예의는 잊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방식대로 조 전 장관의 대권 가도에 힘을 실어줬다. 주요 요직에 앉히며 중책을 맡기기도 했고, 중요한 결정사항이 있을 때마다 그와 논의해 함께 국정운영을 풀어나가기도 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조국 차출론’이 불거지자 문 대통령은 “나는 조국 수석에게 정치를 권유하거나 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그 여부는 전적으로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당시 조 전 장관도 “나는 정치적 근육이 없다. 민정수석이 끝나면 바로 학교로 돌아갈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정치를 권유했을 때의 상황과 많이 닮아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정치를 수차례 권유했지만 그때마다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으로 끝내겠다”며 한사코 거부했었다.

그러나 그랬던 그도 결국 대통령이 됐던 것처럼, 그는 조 전 장관을 민정수석으로 끝내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검찰개혁을 맡길 법무부 장관으로 그를 전격 발탁한 것이다.

이처럼 대통령과 그 후계자 선정은 대한민국 헌정 역사에서 수차례 반복돼왔다. 그리고 최근에도 이 같은 역사는 되풀이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선거기간 내내 인사에 ‘최소한’으로 개입하고 모든 인사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단언해왔다.

그는 당선 후 나흘 만인 3월13일 기자회견에서 “국민 통합은 실력 있는 사람을 뽑아 국민을 제대로 모시고, 각 지역이 균형 발전할 수 있도록 지역발전의 기회를 공정하게 부여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인수위 측 인사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능력’을 최우선으로 둔 인사를 고집했다. 그는 “당선인이 자신과 친분이 얼마나 두터운지, 혹은 대선 승리에 얼마나 일조했는지보다는 자리에서 자신의 능력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는지를 우선 고려사항으로 두고 있다”고 <일요시사>에 전했다.

능력 최우선
끝까지 고집

그런 그가 끝까지 고집했던 인사가 한 후보자다. 인수위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다른 인사에는 깊숙이 관여하지 않지만, 유독 법무부 장관 자리는 독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했다.

자신이 공개적으로 내세웠던 원칙을 깨면서까지 한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자리를 보장한 것이다. 이 때문에 여의도에서는 ‘윤 당선인이 벌써부터 다음 후계자를 한동훈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둘의 관계는 그동안 있어왔던 대통령-후계자 관계와 흡사하다. 매우 닮은 이력을 지니고 있고, 인연도 오래됐다. 검찰 내에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를 때도, 정치적인 수세에 몰려 힘든 시절을 겪을 때도 둘은 늘 함께였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선거운동을 한참 진행하던 지난 2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동훈 검사장은 중요한 자리에 갈 것”이라며 “(외압에도 조국에 대한 수사를)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라고 그를 치켜세웠다. 

한 후보자는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수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을 이끌어내며 스타 검사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는 윤 당선인과 함께 본격적인 상승가도를 달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발표한 것도 그였고, 조국 수사 지휘를 자청한 사람도 그였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며 그의 검사생활에 위기가 시작됐다. 한 후보자는 당시 윤 당선인과 함께 여권과 가장 강하게 대립한 인물로 손꼽힌다.

본인의 상사를 수사하며 지도부와 많은 마찰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한 후보자는 정면으로 되받아치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항했다. 집요한 수사 끝에 그는 결국 조 전 장관을 낙마시켰지만 그 대가를 감내해야 했다.

이후 이뤄진 인사발령에서 부산고등검찰청 차장검사로 좌천성 인사를 당한 것이다. 그후 채널A 이동재 기자와 공모해 취재원을 협박했다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이 불거지며 불명예스러운 법정 다툼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런 그를 윤 당선인이 챙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신의 뜻에 따르느라 이런저런 곤욕을 치른 사람에게 보은하는 인사는 정치권의 관행이다. 자신의 뒤를 이어줄 것이라 생각하는 인사를 요직에 앉혔던 과거 대통령들처럼, 윤 당선인은 한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 자리에 앉혔다. 

김-노·문-조 계승의 역사 보니…
오래된 인연에 정치적 뜻 맞아야

그러나 일각에서는 ‘왜 검찰 요직이 아니라 법무부 장관이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인 대장동, 백현동 문제에 대한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 탓이다. 대장동과 백현동 수사는 현재 국민의힘의 큰 무기로 작용한다.

해당 사건을 입증해 민주당 측에 타격을 입히면 ‘최순실 국정 농단’ 때만큼의 후폭풍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를 두고 국민의힘 측 관계자는 전혀 다른 시각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한 후보자를 윤 당선인이 장관에 임명한 데에는 대장동 수사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함께 담겨있다”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수완박’이 최종 진행된다면 검찰이 대장동을 수사할 수단은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의석 수가 민주당보다 60석가량 적은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사용하고 있는 ‘살라미 전술’을 막을 방법이 전무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이 된다면 검수완박과는 관계없이 대장동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법무부 장관이 되면 장관 주재하에 상설특검이 얼마든지 열릴 수 있고, 중대범죄수사처도 장관 산하에 들어오기 때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이 현실화되면 해당 권한과 일을 법무부 장관에게 맡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보통 정부에서는 여러 장관 중 하나의 자리겠지만 윤정부의 법무부 장관 자리는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라는 설명이다.

윤 당선인이 조 전 장관을 수사하며 보수진영의 대권후보가 됐던 것처럼, 만일 한 후보자가 대장동 수사를 무사히 끝낸다면, 일약 보수진영의 스타로 떠오르게 된다.

정치경험이 전무한 윤 당선인이 대통령까지 갈 수 있었던 주요 요인은 ‘검사로서의 활약’뿐이었고, 이 역할을 그대로 한 후보자에게 물려주려는 것이다.

호위무사
역할 수행

대통령의 후계자 양성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많다. 권력자가 자신의 권력을 다음 사람에게 물려주는 것은 왕국에서나 있었던 일이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제왕적’ 대통령이더라도 자신의 후임 대통령은 정할 수 없다. 현재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에게 자신의 후임 자리를 내준 것처럼 말이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한동훈 정치적 역량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차기 대통령 설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근거는 그의 정치적 역량이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보다 정치적 언변과 역량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윤 당선인 스스로도 공개적인 석상에서 “정치적 역량은 한 검사가 나보다 뛰어나다”며 인정한 바 있다.

정계에서도 한 후보자의 역량을 높이 평가한다. 특히 그의 간결하고 강한 언변에 높은 점수를 준다.

그는 검수완박을 강행하는 민주당에 “이렇게 명분 없는 야반 도주극까지 벌여야 하나”라며 직격탄을 날렸고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는 “어용 노릇하기 위해서 권력의 청부업자 역할을 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그의 시원한 언변에 지지자들은 열광했으며 한 정치 평론가는 “이 같은 단어 선택은 정치인으로서 매우 좋은 능력”이라고 평가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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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