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검찰의 대반격

문-이 측근부터 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새 정부 출범 이후 전열을 가다듬은 검찰이 공격 모드로 돌입했다. 5년 내내 개혁 대상으로 지목돼 ‘동네북’ 취급을 받았던 검찰이 역공을 취하는 모양새다. 특히 이전 정부 관련 수사가 확대되면서 ‘윗선’ ‘몸통’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점쳐진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으로 불리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 공포될 때까지만 해도 검찰의 부활을 점치는 목소리는 많지 않았다. 문재인정부 내내 축소돼온 검찰의 권한은 대통령 임기 말에 이르러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중 부패·경제 범죄에 대한 수사권만 남게 됐다.

초토화됐다
간신히 부활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처리 시도에 반발해 사퇴했다. 이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을 거쳐 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윤 대통령의 당선으로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전 공포까지 마무리지었다. 

거듭된 권한 축소에 검찰은 초토화됐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옷을 벗었고, 전국 고검장들이 사의를 밝히는 초유의 사태가 이어졌다. 최근 금융감독원장으로 임명된 이복현 전 검사도 검수완박 법안에 반발해 사표를 냈다. 지도부의 연이은 사의 표명으로 검찰 조직 자체가 흔들렸다.

반전은 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부터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1기 내각을 조각하는 과정에서 법무부 장관에 한동훈 전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지명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한 장관의 행보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서울중앙지검장, 수원지검장 등 검찰 요직에 배치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민주당에서 한 장관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 같은 예측을 모두 뒤엎고 한 장관을 윤석열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파격 인사였다. 한 장관의 존재감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두드러졌다. 민주당 의원과의 공방전은 유튜브 채널에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지방선거 대패 이유로 ‘한동훈 청문회’를 꼽기도 했다.

한 장관은 취임 직후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공석인 검찰총장을 대행할 대검찰청 차장검사, 문재인정부 관련 사건 수사팀을 이끌 서울중앙지검장, 민주당 이재명 의원 관련 사건을 잡고 있는 수원지검장 등을 교체했다.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됐던 검사들이 요직에 배치됐고, 문정부 시절 ‘친정부 검사’로 불렸던 이들은 한직으로 밀려났다. 

‘뭉개기 의혹’ 수사 기지개
특수통 전진 배치로 급물살

찬밥 취급을 받았던 특수통 검사가 전진 배치되면서 문재인정부, 이재명 의원 관련 사건 수사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오는 9월이면 검수완박 법안 시행으로 검찰의 권한이 한층 축소되는 만큼 내부에서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검찰의 칼은 사건의 ‘윗선’ ‘몸통’으로 향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은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다. 이 의원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무렵 성남시에서 진행된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특정 업체가 큰 이익을 봤다는 내용이다. 또 사업을 진행하면서 정치권, 법조계 유력 인사에 뇌물이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대장동 사건은 대선 기간 내내 화두였다.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후보끼리 대장동 의혹 몸통이라고 서로를 지목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9월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 대장동 사건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검사 20여명을 포진시킨 대규모 수사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나왔다. 

결과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로 이어졌다. 대장동 5인방(유동규·김만배·남욱·정영학·정민용)은 재판에 넘겼지만 ‘윗선’에 대한 수사는 대선이 마무리될 때까지 진행되지 않았다. 이 의원은 물론 그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에 대한 수사도 지지부진했다. 

설상가상으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 개발사업본부장, 김문기 개발1처장이 지난해 12월10일과 21일, 극단적 선택으로 연달아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 모두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 내부 감사를 받던 상황이었다.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주는 조건으로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도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위로 향한
권력 수사

검찰이 ‘줄타기를 하고 있다’ ‘눈치를 보고 있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요지부동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당선되고 한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입성한 이후 검찰 내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장동 사건 수사가 발 빠르게 이뤄지면서 이 의원에 대한 수사망이 빠른 속도로 좁혀지는 모양새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검찰이 이 의원을 대장동 사건 피의자로 특정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입증과 관련된 수사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검찰은 대장동 5인방에 배임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면서도 대장동 개발사업의 최종 인허가·결정권자였던 이 의원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이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이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을 이용한 정치보복, 정치탄압이 시작된 듯하다”며 “21세기 대명천지에 또다시 사법정치 살인을 획책하자는 거냐. 정치보복, 사법살인 기도를 중단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검찰의 대장동 사건 수사를 윤석열정부의 보복 수사로 규정한 것이다. 

민주당 역시 “사법살인을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는 논평을 내놨다. 민주당 조오섭 대변인은 “언론 보도를 통해 검찰이 이 의원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배임 혐의의 피의자로 적시해 수사를 진행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편파수사, 기획수사, 정치보복 수사다. 무슨 증거가 있어 이 의원을 배임 혐의 피의자로 특정했는지 밝히길 바란다”고 반발했다. 

방탄 배지
소용없나

일각에서는 이 의원의 소환 조사가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체포특권을 위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 의원으로선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 불체포특권 대상이다. 

더 큰 문제는 측근들의 ‘입’이다. 대장동 5인방의 재판 과정에서 이 의원에게 불리한 증언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 실제 대선 기간 동안에도 대장동 사건 공판이 월요일마다 열리면서 이 의원이 ‘월요일 리스크’ ‘먼데이 리스크’를 극복해야 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이 의원이 성남시장·경기도지사로 재직할 무렵 불거졌던 사건 수사도 불이 붙은 상황이다. 경찰은 김씨의 법카 유용 의혹과 관련해 최근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당시 가장 ‘윗선’이었던 이 의원은 수사 과정에서 소환되는 인물의 진술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태다. 

문재인정부 관련 사건 수사도 판박이다. 검찰은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수사·공판 과정에서 수사망을 점차 좁혀가고 있다. 결재 라인 길목에 있는 인물에 대한 수사를 통해 위로 올라가는 방식이다.

현재 그 표적으로 지목된 인물이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이다.

백 전 장관은 장관 재직 시절 산하 기관장 13명으로부터 사직서 제출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김도읍 의원이 2019년 1월 중부발전 등 발전 공기업 4개사 사장이 산업부 고위 관계자의 압력에 못 이겨 사표를 냈다며 백 전 장관, 이인호 전 산업부 차관, 박모 전 에너지 산업정책관 등 5명을 고발한지 3년여 만에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장동 5인방 입 열 때마다…
백운규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숨

그나마 이 의원 관련 사건과 다른 점은 법원에서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수사 진행에 잠시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사실이다. 신용무 서울동부지법 영장담당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백 전 장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신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대체적인 소명은 이뤄진 것으로 보이나 일부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피의자가 현재 별건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점이나 지위, 태도 등에 비춰 도망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백 전 장관은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이 백 전 장관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문정부 청와대와의 고리를 잡으려 했던 작전이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과는 관계없이 검찰이 문정부 청와대와 야당(민주당)으로 사정 범위를 넓힐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수사 대상에 올랐기 때문. 박 의원은 당시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다.

여기에 산업부뿐만 아니라 외교부·교육부·농림축산식품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일부 등의 산하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의혹도 불거진 상황이다. 정현백 전 여가부 장관, 김영록 전 농식품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홍남기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피고발인으로 이름이 올라 있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가 윗선으로 번져 문재인 대통령까지 안 간다는 보장이 있나”라며 “이명박정부 시즌2”라고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까지 거론했다.

박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개시되자 당 차원의 대응을 위해 기자회견을 자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보복 수사다”
“적폐 청산은?”

국민의힘은 문정부 시절 ‘적폐 청산’을 언급하면서 반박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집권하던 시절에 우리 당 인사들에 대한 보복 수사를 많이 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문정부 초반 2년간의 적폐 청산 수사도 정치보복이었는지 우 비대원장에게 되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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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수처가 검찰과의 줄다리기를 끝냈다. 대통령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로서는 검찰의 요청을 쉽사리 거절할 수 없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구속이라는 성과를 거뒀으나 사건 이첩을 막을 순 없었던 셈이다. 오히려 공수처가 시간 끌기에 나섰다면 자칫 수사 자체가 꼬여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했다. 불법 수사로 규정하면서 제 무덤을 파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측은 사건이 검찰로 이첩되면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기관 쇼핑’ 논란을 자처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친정을 믿겠다는 무리수로 해석된다. 수사는 끝났는데… 공수처는 지난달 22일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윤 대통령을 체포한 뒤 제대로 된 수사나 조사를 이어가지 못했다. 조사를 거부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은 이날까지 총 세 차례나 불발됐다. 앞서 공수처는 구인 시도 첫날인 같은 달 20일, 윤 대통령이 완강하게 거부하자 대치만 하다가 6시간 만에 철수했다. 전날에는 탄핵 심판 변론을 마친 윤 대통령을 상대로 구인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이 외부 진료를 받고 오후 9시가 넘어 복귀하면서 무산됐다. 인권 보호 규정상 오후 9시 이후 심야 조사는 피의자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체포 당일인 지난달 15일 첫 대면조사 때부터 모든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7차례에 걸친 출석 및 조사 요구를 모두 거부한 셈이다. 공수처는 최근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고 했으나 대통령실은 오후 3시쯤 집행을 불승인했고 관저 압수수색은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해 오후 4시50분쯤 집행 중지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압수수색은 윤 대통령이 사용했던 비화폰 서버 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였다. 경찰도 같은 이유로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대통령경호처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비화폰을 통해 군·경찰에 “국회에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문짝을 도끼로 부숴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 등의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전날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수처는 지난달 23일 과천청사에서 윤 대통령 내란혐의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기소) 요구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판·검사나 경무관 이상 경찰관만 직접 기소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지난해 12월3일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직무권한을 남용해 경찰 국회 경비대 소속 경찰관들과 계엄군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공, 불법 수사 규정 강제구인도 실패 어쩔 수 없이 이첩…구속 제외 성과 ‘0’ 공수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및 국방부 조사본부의 공조가 없었다면 오늘 수사 결과는 발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검찰청 역시 공수처의 이첩 요청권에 응해 사건을 적시에 이첩하고 이후 다수의 조서 및 공소장 관련 자료 등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도 공수처에는 비상계엄과 관련된 피의자들 및 관련자들 사건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책임 있는 수사 대상자는 모두 의법 조치될 수 있도록 수사를 엄정히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은 아직 검찰 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이들은 “검찰에 사건이 이첩된 이후 판단하겠다”며 유보해 왔다. 공수처 조사와 달리 검찰 조사엔 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계속 거부할 명분이 부족할 뿐 아니라 향후 재판 과정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 분위기를 봐가며 수사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과 공수처의 갈등을 이용해 일부분 협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친정을 더 신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종 기소권을 가진 검찰 조사 단계에선 구치소 방문 조사 등 최소 범위로 응하되,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전면 부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노태우·전두환·노무현·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검찰 조사에 응했던 바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엔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 거부 명분으로 내세웠던 ‘내란죄 수사권’을 다시 꺼내 들며 검찰 조사도 거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위고하 막론하고 윤 대통령 측은 지금까지 공수처와 검찰 모두 법적으로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으며,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만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윤 대통령 조사를 시도하는 것은 ‘불법 수사’라며 공수처 수사를 거부해 온 것과 대응 방식이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협조도 안 했는데 검찰에 협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애초 검찰도 윤 대통령에 대해 강하게 수사해 왔고 그런 검찰에 윤 대통령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검찰의 소환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일에 출석해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검찰은 구속 기간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실무 관행을 고려해 연장을 신청했다. 판사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10일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구속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연장 허가 시 구속 만료 시점은 오는 5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날 전후로 윤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검찰은 공수처와 별도로 지난해 12월18일부터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해 왔다. 김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핵심 관련자 10명을 군검찰과 함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 밖에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과 군·경찰 간부들도 조사하며 윤 대통령 혐의를 다졌다. 후배들이 나설 차례 검찰은 그간 확보한 물적·인적 증거를 토대로 윤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캐물을 계획이다. 최 대행에게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을 지시했는지, 곽·이 전 사령관 등에게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위해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주요 인사 체포를 지시했는지, 총기 사용을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부르기보다는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면조사가 이뤄지면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은 친정인 검찰 후배들과 마주 앉아 조사받게 된다. 윤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23기로, 특수본부장인 박 고검장은 29기, 김종우 차장은 33기다. 수사팀 최순호 중앙지검 형사3부장은 국정 농단 수사팀서 당시 팀장이던 윤 대통령 지휘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우선 윤 대통령에 대한 혐의 다지기를 위해 국방부 조사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특수본은 지난달 23일, 요인 체포조 편성 및 운영 혐의와 관련해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비상계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 정계와 법조계 주요 인사 14명에 대한 체포조 운영 정황을 포착해 최근까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체포조 운영 정황을 상세히 적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충암고 후배 여 전 사령관은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계엄령 선포됐으니까 너희 수사관 100명 우리한테 보내줘야 한다”며 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국방부 조사본부는 요인 체포조를 위해 조사본부 차원서 100명의 수사관을 동원했다고 보고 있다. 체포조에는 방첩사 수사관 50명과 경찰 수사관 100명도 동원됐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헌재 여론전 윤 믿을 건 친정뿐? 검 “대면조사 필요…봐주기 없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네진 쪽지도 핵심 물적 증거다. 지난달 22일 민주당이 공개한 해당 쪽지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제목 아래 ▲예비비 조속 편성 ▲국회 관련 각종 운용자금 완전 차단 ▲국가비상 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민주당은 이 쪽지를 윤 대통령이 최 대행에게 직접 전달했다며 “최 대행은 명백한 내란 공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측은 해당 쪽지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위헌적으로 해산하려 한 핵심 증거라고 보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 변론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란 쪽지를 기재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냐”고 묻자, “저는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 해제 뒤 한참 있다가 언론서 메모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며 부인했다. 쪽지의 존재가 처음 드러난 건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 현안 질의서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최 대행이 “윤 대통령이 저를 보시더니 ‘참고하라’며 옆에 누군가가 자료를 하나 줬는데, 접혀 있었다”는 발언부터였다. 이날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대통령께서 직접 주셨냐”는 질문에, 최 대행은 “대통령이 직접 주시진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행은 “한 장짜리 자료인데, 접혀있었다”며 “제 직원(기재부 차관보)한테 ‘이것 가지고 있어’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4일 새벽 1시쯤 기재부 간부회의를 한 뒤, 차관보가 저한테 ‘아까 주신 문건이 있다’고 말해 확인했고, ‘비상계엄 상황서 유동성 확보를 잘 해라’라는 문장이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다만 최 대행에게 쪽지를 건네준 인사가 누구인지까지는 국회 회의록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최 대행은 해당 문서를 계엄 해제 이후 폐기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최 대행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의 “쪽지를 준 적도 없다”는 말은 최소한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최 대행에게 직접 건네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 존재를 언론을 보고 알았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최 대행의 “참고하라고 했다”는 발언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휴가도 반납 혐의 다지기 전날 국회 비상계엄 국정조사 청문회서도 윤 대통령의 쪽지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쪽지를 직접 준 게 맞다”고 증언했고, 한 총리는 “전체적인 것들을 기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1명 중 한 총리를 포함해 최 대행 등 7명을 조사했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소환조사했다”고 전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