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챙기는 윤석열 승부수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석열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은 권력만 놓고 따져봤을 때 사실상 2인자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거론되는 순간 정치권은 충격에 휩싸였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대놓고 자신의 편인 한 후보자에게 힘을 싣겠다는 취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003년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연을 맺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 구속, 대선 비자금 사건, 론스타 매각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맡아온 특수통 인사다.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활과 좌천을 당할 때 궤를 같이한 인물이기도 하다. 

영원한
오른팔

윤 대통령이 승승장구할 때마다 오른팔인 한 후보자 역시 함께 힘을 받았다. 2019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임명될 당시 윤석열 사단은 꽃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 후보자는 윤 대통령을 등에 업고 중앙지검 3차장에서 전국의 모든 특수수사를 담당하는 반부패 강력부장 자리까지 단번에 꿰찼다.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윤석열 사단은 조국 사태와 추윤(추미애-윤석열) 대전을 겪으며 좌천당한다. 윤 대통령 본인을 비롯해 한 후보자도 검찰의 인사 단행으로 부산으로 쫓겨났다. 


같은 해 한 후보자는 쫓겨난 것도 모자라 검언 유착 사건으로 불리는 채널A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 감찰 대상에까지 포함된다.

대검 감찰부는 한 후보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겠다며 윤 대통령(당시 총장)을 찾아갔으나 “쇼하지 말라”며 감찰부에게 사실상 경고했다.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한 후보자 지키기에 적극 나선 셈이다. 윤 대통령이 한 후보자에 대한 감찰을 중단시키려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당시 수사팀은 한 후보자와 이모 기자의 공모를 입증하지 못했다. 결국 한 후보자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윤 대통령이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화려하게 부활한다. 

과거 윤 대통령은 한 후보자를 두고 “독립운동가”라며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에 대한 애정은 여전한 모양새인데 위기에서 구해내자마자 식구 챙기기까지 하는 중이다.

무혐의 처분 일주일 만에 그는 법무부 장관으로 지목됐다. 한 후보자의 등장은 강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없는 죄를 만들어 뒤집어 씌웠다며 문재인정권을 맹렬하게 타격했다.

한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지명은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국민의힘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카드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를 견제하기 위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철 박탈) 패를 급히 꺼내들었다.

지난 9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도 민주당은 한 후보자를 공격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법무부 장관 부적격자라며 낙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경·사법체계 영향력
정치 데뷔 전 존재감 상승

이와 함께 최근 통과된 검수완박을 고리로 검찰의 힘을 한껏 빼놓겠다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오히려 윤 대통령과 한 후보자를 돕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검수완박에 대해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검수완박을 강행하도록 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검수완박을 반대하지만, 검경 협조체계를 구축해 공백을 메우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힘을 잃게 된 이상 임명될 법무부 장관에게 힘을 싣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도 그럴 것이 검찰 수사권이 더욱 축소되지만 법무부 장관에게는 더 큰 권한이 생긴다. 앞서 윤 대통령은 민정수석실 폐지를 공언한 바 있다.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는 표면상 이유로 국민 신상 털기, 뒷조사 등을 들었다. 이와 함께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것. 실제 과거 정부에서 민정수석은 왕수석으로 불리며 여러 폐단들을 낳았다. 

민정수석실이 폐지된다면 법무부 장관은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다. 민정수석실에서 맡았던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역할도 도맡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의 권한 강화는 윤 대통령에게도 힘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와 기소 등 각종 사안을 보고받는다. 민정수석이 하던 일을 대통령이 직접 맡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검찰수사 축소 대안으로 여겨지는 상설 특별검사 제도는 대통령의 임명권 외에도 법무부 장관의 직권으로 발동하는 게 가능하다.

민주당이 띄운 중대범죄수사청 이른바 한국형 FBI까지 법무부 산하에 들어오게 된다면 검찰 수사권이 축소되더라도 법무부 장관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함께 부활

경찰의 수사권이 확대됐지만 윤 대통령이 국가수사본부장 임명권을 가져 제청권을 가진 법무부 장관을 필두로 사실상 검경 권력을 양손에 쥘 수 있는 셈이다. 내년 7월 경찰청장도 임기가 만료돼 윤 대통령이 직접 임명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더해 내년 9월 공석이 되는 대법원장까지 윤 대통령 사람으로 채운다면 사실상 권력기관 대부분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는 게 수월해진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권이 폐지된다고 해도 법무부 장관부터 청와대부터 검찰에 이르기까지 윤석열 라인으로 채워진다면 수사지휘권 자체가 필요 없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를 통해 정치권도 견제할 수 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측근 관계자)으로 불리며 현재 정치적 동맹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은 당내에서 실세로 불린다. 

권 의원은 압도적 지지로 원내 당권을 쥐었지만 아직까진 당내 명확한 2인자가 아니라는 시선이 존재한다. 2년 뒤 총선에서 권 원내대표가 공천권을 쥐게 될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이 한 후보자를 국민의힘 내로 급파한다면 윤핵관 입장에서는 입지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윤핵관의한 후보자가 잠재적 경쟁자 중 한 명인 셈이다. 그는 벌써부터 윤 대통령 다음 주자로 거론된다. 이런 탓에 권 원내대표와 장 의원 입장에서는 한 후보자의 정치권 등장이 긴장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 꾸준히 이슈가 돼 존재감을 키운다면 한 후보자를 중심으로 지지층 결집 효과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는 지명 직후 존재감이 계속 커지고 있으며 엘리트 이미지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거침없는 언변으로 긍정적 여론을 구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민주당과 대척점에 선 뒤, 대권주자로 존재감과 몸집을 키웠다. 한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과거와 비슷하게 검수완박을 두고 민주당과 대립 중인 상태다. 앞으로 그의 존재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사실상
2인자

조만간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띄웠던 적폐 수사에 돌입할 것으로 여겨진다. 한 후보자도 적폐 수사가 불가피함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손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모두 감옥에 보냈다. 이젠 한 후보자에게 직접 맡겨 문재인정부에 칼을 빼들 수 있다. 

다만 이전 정부에 대한 수사가 윤 대통령에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퇴임 때까지 지지율 40%를 견고하게 지켰다. 이전 정부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더라도 지지율이 높은 이전 대통령을 건드렸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반면 한 후보자를 옹호하는 모습만 보인다면 윤 대통령에게 타격이 가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두 인물은 현재 한 몸과 다름없다.

그의 실책이 윤 대통령에게까지 전달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가해질 수 있는 대목이다. 

한 후보자가 윤정부의 비위에 반기를 들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정치권에서는 거의 ‘0’에 가깝다고 본다. 윤 대통령이 그를 직접 챙겼던 만큼 반기를 드는 것은 서로 자폭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채널A 사건, 고발 사주 의혹 등과 관련해 윤 대통령과 한 후보자는 함께 등장한다. 인선 순간부터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한 후보자 임명을 두고 검찰 사유화라는 맹공을 퍼부어왔다. 

‘검찰 왕국’ 탄생 우려
여야 협치 이젠 어렵다?

한 후보자는 김오수 전 검찰총장보다 7기수를 뛰어넘은 파격 인사로 검찰 내에서도 허탈함이 감지된다. 그의 임명으로 검수완박 추진을 부추긴 꼴이 됐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정치적인 고려 없이 자기편만 인선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년간 여소야대 형국을 이겨내기 위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게 이유다.

이런 탓에 민주당은 한발도 물러나지 않을 모양새다. 한 후보자에게 내로남불 이미지를 씌우기에 여념이 없다. 앞선 상황에서 조국 사태 수사를 지휘하는 컨트롤 타워였다. 민주당이 한 후보자를 낙마시키기 위해 가동 중인 프레임도 조국 프레임이다. 

한 후보자는 딸의 불법 스펙 쌓기 논란에 휩싸여 있다. 민주당의 실책에 묻힌 측면이 있지만 향후 한 후보자가 정치권에 입성했을 때 발목을 잡힐 수 있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만큼 한 후보자에게 지속적으로 논란이 발생되면 윤 대통령에게도 타격이 가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국민 통합이라는 취지도 무색해졌다.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도 중도층을 집중 공략하며 우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러나 대선 후 한 후보자 임명은 국민에게 편을 택하라는 강요를 하고 있는 셈이 됐다. 0.73%p 차로 승리한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역풍이 불 수 있을 만큼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윤 대통령은 한 후보자를 어떤 방식으로든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내각 내 상당수 인사가 검찰 출신으로 채워졌다. 사실상 벌써 검찰공화국이 탄생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민심을 알았다면 한 후보자를 지명해선 안 됐다”며 “한 후보자는 정의, 분열과 적대 정치에 위치한다”고 직격했다. 

현재 진행형인 여야 대치 상황을 한층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라고 해석된다. 이런 탓에 여소야대가 뒤바뀐 상황에서 거대 야당이 된 민주당과의 협치를 기대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같은 편
득과 실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조차 한 후보자 인준에 난색을 표했다. 이 상임고문은 “무리한 인사고, 적절하지도 않다”며 “법무부, 검찰 사법체계를 윤 대통령 밑에 두겠다는 말로 들린다”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한동훈 어시스트?

지난 9일 오전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3시까지 17시간가량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한 후보자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지만 한 방이 없었다. 

한국3M부터 이모 발언까지 민주당의 헛발질만 이어졌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한 후보자 딸이 이모와 함께 논문 1저자로 참여했다”고 공격했으나 교신 저자인 이모 교수를 잘못 이해해 망신만 당했다.

이 과정에서 한 후보자는 “내 딸이 이모가 있었어?”라며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한 후보자 임명을 돕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 섞인 반응이 나온다.

민주당은 부적격 인사라고 결론지었으나 오히려 한 후보자의 존재감만 키워준 꼴이 된 셈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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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