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추’ 거대 양당 손익계산서

영감 잡으려다 집토끼 놓칠라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사사건건 대립하는 검찰과 법무부로 인해 국민들의 피로감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추미애 장관의 ‘자충수’가 계속되면서, 비호했던 여권인사들도 하나둘씩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추 장관을 대신해 검찰 개혁을 단행할 인사가 없다. 추 장관 리스크는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추미애 법무부 장관

“정도껏 하세요, 좀!” 지난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성호 위원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언성을 높였다. 추 장관은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며 “질문 자체가 모욕적이거나 근거가 없다면 위원장님이 제지해 달라”고 했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추 장관에게 법무부 특수활동비 의혹을 재차 질의했다.

품을 수도
버릴 수도

이에 불쾌함을 내비쳤던 추 장관은 의원들의 질의가 끝나기도 전에 계속해 말을 끊었고, 결국 정 위원장이 개입한 것이다.

단편적이지만 추 장관에 대한 여권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추 장관의 국회 출석은 늘 신문 1면을 장식해왔다. 추 장관이 국회에 오는 날이면 여당 지도부가 의원들에게 언행 조심을 당부할 정도였다.

추 장관은 개혁 성향을 두루 갖춘 강골로 꼽힌다.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에 예민하고, 이에 엄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끝내 사퇴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추 장관은 취임 후 닷새 만에 조 전 장관을 겨눴던 윤 총장 사단의 수족을 보란 듯이 잘랐다. 이는 사소한 기싸움에 불과했다. 이후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대립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사안마다 충돌하며 지겨운 대립을 이어오고 있다.

이후로도 계속된 ‘추-윤’ 갈등은 민심을 두 쪽으로 가르고 국론을 분열시켰다. 문 대통령이 결국 둘 중 하나를 내치는 결단을 보여야 한다는 소리가 나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임기 내 물러날 인물들이 아니다. 윤 총장은 국회 국감에서 임기를 다 마치라 했다는 대통령의 말을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전했다. 추 장관의 거듭되는 ‘때리기’에도 버티겠다는 것이다.

이에 추 장관은 대통령이 비선을 통해 메시지를 전할 분이 아니라고 응수했다. 청와대는 끝내 진위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반복되는 추·윤 갈등 언제까지?
추나땡? 웃는 ‘야’ 속 타는 ‘여’

두 고래 싸움의 승자는 예측할 수 없다. 다만 판세가 추 장관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은 확실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때리면 때릴수록 윤 총장의 정치적 위세는 더 커졌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대망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 17일 윈지코리아컨설팅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총장은 42.5%의 지지율을 기록해 야권의 1위를 차지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권 일각에서는 추 장관의 ‘칼질’이 도를 지나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법무부는 대검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윤 총장에 대한 대면조사 감찰을 강행했다. 이례적인 행보다. 지금까지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이 이뤄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의서 발언하는 주호영 원내대표 ⓒ고성준 기자

실제로 2013년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을 상대로 감찰을 지시하자, 채 전 총장은 즉각 사표를 제출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추 장관의 인사권·수사지휘권·감찰권 행사가 부정적인 선례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지휘권과 감찰권 행사는 추 장관 취임 이전까지 단 한 차례씩만 있었다. 그럴 때마다 검찰총장들은 직을 내려놨다. 검찰 독립성이 크게 훼손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반면 추 장관은 3주 동안 4번의 감찰 지시를 내렸다. 지휘권도 최소 2회 이상 발동됐다. 사실상 윤 총장의 사퇴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추 장관을 두둔했다. 이낙연 대표는 “윤 총장은 정치적 중립 시비 등 논란을 불식시켜주는 것이 맞고, 그러한 생각이 없다면 본인이 (거취를)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갈등의 본질은 검찰 개혁이라는 큰 흐름에 검찰 기득권이 저항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또 “추 장관이 흔들림 없이 검찰 개혁을 완수할 의무, 임무가 있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지겨운 대립
그 결론은?

하지만 민심은 추 장관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실제 4개의 여론조사기관이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법무부-대검 갈등에서 ‘추미애 장관 책임이 더 크다’는 의견이 36%로 나타났다. ‘윤석열 검찰총장 책임이 더 크다’는 의견은 24%로 낮았다.

여당 일각에서는 윤 총장을 키워주는 추 장관의 행보에 불만의 기류가 흐른다. 추 장관이 의도가 무엇이 됐건, 윤 총장의 정치 입문을 밀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추 장관의 감정적인 대응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추미애 장관에 대해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좀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지 않겠나. 사용하는 언어도 좀 더 절제된 언어였으면 좋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추 장관의 ‘커밍아웃’ 발언 역시 논란이 됐다. 추 장관은 한 평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추 장관이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을 남발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자, “이렇게 커밍아웃 해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다”고 응수했다.

현직 장관이 일개 평검사를 찍어 누르는 행태에 대한 파장은 일파만파 커졌다. 원조 친노무현 인사로 꼽히는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를 두고 ‘경박한 짓’이라 했다. 지휘권자의 자제력을 잃은 모습이라는 비판 여론도 쇄도했다. 이 사건은 추 장관이 검찰 내부 구성원들과 척을 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 국정감사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특활비 논란은 추 장관을 엄호했던 민주당 내 기류를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특수활동비를 주머닛돈처럼 사용하고 있으며, 서울중앙지검에는 특수활동비를 배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추 장관은 윤 총장의 특수활동비 사용 현황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때 아닌 특활비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예산 심사에서 청와대 및 정부부처를 대상으로 특활비 검증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다. 사실상 추 장관이 ‘자충수’를 둔 셈이다.


만약 제도가 문제라면,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대안을 냈으면 될 일이었다. 윤 총장을 향한 사사로운 악감정이 화근이었다.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워먹은 격이다.

대권 위한
자기 정치?

국민의힘에서는 추 장관이 움직이면 야권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여의도 정가에 요즘 ‘추나땡(추미애만 나오면 땡큐)'이라고 하는 말이 돌고 있다. 추 장관이 하도 논란을 만들고 또 연일 자살골로 이어지기 때문에 나온 말”이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추 장관이 꺼낸 ‘비밀번호 자백법’ 카드는 결정적 패착이었다. 추 장관은 피의자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를 강제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할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한동훈 검사장 사례를 들었다.

‘검언유착’ 사건의 당사자인 한 검사장이 비밀번호를 밝히지 않아 수사에 차질을 겪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해당 법률이 제정되면 기본권이 침해될 여지가 크다. 인권을 강조하는 민주당의 정체성과도 전혀 맞지 않다. 무엇보다 법이 도입되면 검찰의 권한이 상당히 커진다.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추 장관이 나서서 제정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민변과 참여연대 등 진보 시민사회마저 추 장관에 대한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정치권에서는 추 장관의 최근 행보를 두고 평정심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추 장관을 두고 ‘광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할 정도다. 추 장관이 과민한 대응이 도드라진 시점은 추 장관의 아들 군복무 관련 의혹이 불거진 후다.

추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아들과 관련된 보도가 31만건”이라며 불만을 토로한 바 했다.

여권의 불만도 동시에 터져 나왔다. 추 장관은 아들 병가 연장 문제와 관련해 보좌관이 부대에 전화했는지 여부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서 추 장관은 부대 관계자 전화번호를 보좌관에게 알려줬고, 보좌관과 부대 관계자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 개혁, 마땅한 인물 없다
국민 피로…청와대 결단 필요

하지만 추 장관은 국민들에게 그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다. 추 장관의 거짓으로 여권의 엄호만 무색해진 셈이다.

일각에선 추 장관의 행보에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추 장관이 대권 행보를 위한 ‘자기 정치’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추 장관은 검찰개혁을 발판삼아 친문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법무부에는 추 장관을 응원하는 수십 개의 꽃다발이 매일 배달되고 있다.

추 장관을 향해 “정도껏 하시라”고 했던 정성호 위원장은 이들로부터 거센 맹공을 받기도 했다.
 

추 장관은 이미 “검찰 개혁을 완수할 때까지 정치적 야망을 갖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장관직을 그만둔 이후 행보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유보했다. 추 장관이 대선 출마 여지를 남겨두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내년 선거를 치러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곤혹이다. 추 장관의 행보가 중도층의 민심 이반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시장 선거는 집토끼 전략으로는 부족하다. 중도층 섭렵이 관건인 싸움이다. 당 일부에선 추 장관의 언행과 행보가 선거판을 움직일 수 있으니 그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내 추 장관 리스크가 커지고 있지만, 검찰개혁을 성공시킬 마땅할 인물이 없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검찰 개혁의 하이라이트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아직 출범조차 못했다. 검언유착 사건, 윤 총장 가족 및 측근 사건 등 추 장관이 수사지휘를 내린 사건 중 어느 하나 결론난 사건이 없다.

게다가 윤 총장은 최근 월성1호기 원전 수사에 칼을 들이댔다. 수사의 칼 끝은 탈원전 정책을 내세운 청와대를 향해 있다. 윤 총장이 더 노골적으로 정부여당을 노리는 상황에서 이를 대응할 여당의 공격수가 없다. 당에서 추 장관을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커지는
리스크

문제는 국민의 피로감이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두 사람을 해임하라는 청원에 수만명이 동의하는 진광경이 펼쳐졌다. 일각에선 청와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추-윤 갈등이 여권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배너

관련기사

20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