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란’ 추미애의 엔드플랜

평검사들 반란? 한명만 잡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추·윤 대전’에 평검사들이 뛰어들었다. 법무부와 대검찰청,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전쟁이 평검사로까지 전선을 넓힌 모양새다. 검란을 방불케 하는 평검사들의 반발에 검찰 개혁 이슈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고성준 기자

국정감사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평검사들이 들고 일어났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국감 발언이 나비효과를 일으킨 모양새다. 검찰 조직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거듭된 압박이 평검사들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집단 반발
좌표 찍기

지난달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국감장에서 윤 총장의 작심발언이 터져 나왔다. 오랜 시간 침묵을 지켜왔던 윤 총장의 입이 이날 국감을 기점으로 열리면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으로 대표되는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갈등이 또 다시 불거졌다. 

법사위 위원들의 질의에 윤 총장의 거침없는 답변이 이어지자 추 장관은 국감 도중에 감찰을 지시하는 등 예민하게 반응했다. 지난 1월 추 장관의 취임 이후 일어난 일에 대해 윤 총장이 조목조목 반박하자 감찰권 행사로 응수한 것이다. 

검찰 인사,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 검찰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의 관계 등 법무부와 검찰을 둘러싼 이슈에 윤 총장과 추 장관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며 맞붙었다. 


갈등 국면은 국감 이후에도 계속 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여권에서는 윤 총장의 발언을 비판하며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동시에 윤 총장의 대선 지지율이 국감을 기점으로 폭등하자 비판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여기까지는 이전 상황과 비슷하다. 윤 총장의 발언에 추 장관이 반응하고 민주당 등에서 지원사격을 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평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1~2명의 평검사들이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 등에 비판글을 게재하는 일이 있긴 했지만 이번에는 그 규모가 상당히 불어났다. 일각에서는 ‘디지털 검란’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달 26일 법사위 종합감사에서 2019년 서울중앙지검의 옵티머스 관련 수사가 부실하다는 취지의 지적이 쏟아졌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 총장이었다. 민주당 박범계, 박주민 의원 등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수사 의뢰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서 무혐의 처분된 과정과 결과 등에 대해 문제 삼았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김유철 춘천지검 원주지청장이 수사와 처분 과정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지만 추 장관은 감찰 진행을 지시했다. 수사 축소 및 봐주기 의혹, 사건 당시 지검장이었던 윤 총장에게 보고했는지 여부 등을 감찰 대상으로 언급했다. 국감에서 여권 위원들이 제기했던 쟁점 위주다. 

공개 저격에 검사들 반발
커밍아웃 글 400건 육박 

추 장관의 지시가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자 검사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환우 제주지검 형사1부 검사가 추 장관의 감찰 지시 다음날인 지난달 28일에 올린 ‘검찰 개혁은 실패했다’는 제목의 글은 평검사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는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지휘권·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며 “마음에 들면 한없이 치켜세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찍어 누르겠다는 권력 의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검사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체포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낸 바 있다.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을 직접 수사하고 사형을 구형해 관심을 받았다. 

이 검사의 작심 비판에 전·현직 법무부 장관이 반응했다. 추 장관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료 검사 약점 노출 막으려 피의자 20일간 구금에 면회까지 막은 검사’라는 제목의 언론보도를 게재하며 “좋다. 이렇게 커밍아웃을 해주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적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조 전 장관 역시 동일한 보도를 페이스북에 올리고 “추 장관을 공개 비판한 제주지검 이환우 검사는 어떤 사람?”이라며 실명을 공개했다.

해당 기사는 검사가 동료 검사의 비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남성을 무리하게 수사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으로 지난해 8월 보도됐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해당 의혹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추 장관의 저격 글에 맞서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도 이프로스에 ‘장관님의 SNS 게시글에 대하여’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최 검사는 “장관님이 생각하는 검찰 개혁은 어떤 것이냐”고 공개적으로 따졌다. 최 검사는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다.

국민 여론
부정적

그는 “혹시 장관님은 정부와 법무부 방침에 순응하지 않거나 사건을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하지 않는 검사들을 인사로 좌천시키거나 감찰 등 갖은 이유를 들어 사직하도록 압박하는 것을 검찰 개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여쭤보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와 같이 정치권력이 검찰을 덮어버리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저 역시 이환우 검사와 동일하게 커밍아웃하겠다”고 썼다. 이 검사와 최 검사의 글에 ‘나도 커밍아웃하겠다’는 내용의 댓글이 400여건(5일 기준) 가까이 달리고 있다. 이프로스에 댓글을 달면 실명이 드러난다. 

이 같은 비판에도 추 장관은 지난달 31일 “불편한 진실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외면하지 않고 직시할 때까지 말이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검사들의 반발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에 ‘커밍아웃 검사 사표 받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정치인 총장이 검찰을 정치로 덮어 망치고 있다”며 “반성하고 자숙해도 모자랄 정치 검찰이 이제는 대놓고 정치를 하기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감찰 중에 대전에 방문해 그를 추종하는 정치 검찰들이 언론을 이용해 오히려 검찰 개혁을 방해하고 있다”며 “자성의 목소리 없이 오히려 정치인 총장을 위해 커밍아웃하는 검사들의 사표를 받아달라”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에는 5일 오전 기준 43만명이 동의했다. 
 

▲ 서울중앙지검 전경 ⓒ고성준 기자

청와대 청원 동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 유죄 선고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횡령 사건에 대한 확정판결을 계기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와 소극적 권력 수사가 도마에 오르면서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평검사들의 반발과 청와대 국민청원 글은 윤 총장과 추 장관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추 장관과 평검사들의 행보를 각각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
추 vs 반추

노무현정부에서 초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추 장관의 커밍아웃 발언에 대해 “평검사가 조금 비판했다고 해서 장관이 글을 올리는 것은 경박한 짓이라고 본다”며 “국가 원수 중에 이것(SNS)을 좋아하는 사람은 트럼프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제발 소셜미디어 활동을 중단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반면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검찰 개혁이 8부 능선을 넘어가면서 일부 특권 검사들의 개혁 저항이 노골화되고 있다”며 “검찰권을 사유화하려는 검사들은 자성하고 검찰 개혁에 따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내부 통신망에서 일부 검사들이 법무부 장관의 수사권 지휘에 대해 항명성 댓글을 달고 있다”며 “이는 아직도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한 일부 검사 집단의 잘못된 저항”이라고 비판했다. 


추 장관 취임 이후 평검사들의 반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추 장관은 지난 2월 ‘검찰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한 바 있다.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나누자는 추 장관의 주장은 검찰의 반발을 샀다. 

이프로스에 일선 검사들의 비판글이 게재되면서 긴장감은 고조됐다. 평검사들은 법무부 방침을 비판하면서 검사장 회의 내용을 공개하라고 잇따라 요구했다. 법무부 검찰과장이 “회의록 공개는 전례가 없다”고 맞받으면서 내부 논쟁이 촉발했다.  

당시 추 장관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현재 상태로는 조직적 반발이 있으나 모든 개혁엔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국민을 중심으로 놓고 볼 때는 개혁 방향이 옳다”고 했다.  

연일 총장 비판하면서도
일선 검사들 달래기 나서

지난 2월21일에 열릴 예정이던 검사장 회의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잠정 연기됐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창궐하던 때였다. 법무부는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소강상태에 들어간 이후 검사장 회의를 반드시 개최할 예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일각에서는 평검사들의 집단 반발에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추 장관은 이번 사태에서도 평검사에 각을 세우기보다는 윤 총장에 집중했다. “검찰총장의 언행과 행보가 문제”라며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을 재개한 것.

이는 검찰 내 반발이 더 커지기 전에 표적이 윤 총장임을 분명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추 장관은 이날 법무부를 통해 “권력기관으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그 어느 기관보다 엄중하게 요구된다”며 “그 정점에 있는 검찰총장의 언행과 행보가 오히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이)국민적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매우 중차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청원에 담긴 국민들의 비판과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동시에 검사들의 다양한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검사들의 불만을 진화하려 했다. 이어 “대다수의 일선 검사들이 묵묵히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고, 법무부 장관으로서 정치적 중립성 담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은 지난 4일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그는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다는 것은 순수한 의미의 권력형 비리를 캐내는 것”이라며 “그런데 순수한 의미의 권력형 비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는 사례가 최근 있었고, (검찰총장이)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검찰권을 남용하지 않느냐는 우려에 휩싸여 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의 거듭된 비판과는 별개로 윤 총장은 지방 검찰청 방문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임 검사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뼈있는 말을 던지는 식이다. 추 장관의 발언에 직접 대응하는 대신 간접적인 방식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간접적으로
속내 밝혀

실제 윤 총장은 지난 3일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부장검사 30명을 상대로 한 리더십 교육 강연에 참석해 “검찰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공화국 정신에서 탄생한 것”이라며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 개혁은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검찰제도는 프랑스 혁명 이후 공화국 검찰에서 시작됐다”며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공화국 정신에서 탄생한 만큼 국민의 검찰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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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