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 국면 전환 프로젝트

공수처로 추미애 구하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동안 잠잠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공수처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고 있는 것. 한편에서는 여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논란으로 시끄러운 국면을 돌리기 위한 카드로 공수처를 써먹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는 여권의 대표적인 숙원사업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1호 공약도 공수처 설치였다. 대선 후보 때부터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던 문 대통령은 공수처 설치를 그 시작점으로 여겼다. 

대통령의
1호 공약

참여연대는 지난 1996년 공수처를 포함한 부패방지법안을 입법 청원했다. 이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공수처 설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로부터 17년 만인 지난해 12월30일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수처 설치 방안이 논의된 지 20여년이 흐르고서야 마침내 제도화에 성공했다.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며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함에 차질이 없도록 문재인 정부는 모든 노력과 정성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공수처의 권한은 막강하다.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와 국무총리 비서실 정무직 공무원, 검찰총장, 판·검사, 시·도지사 등이 모두 공수처 수사대상에 포함되며, 이 중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기소권도 갖는다.


중복되는 범죄 수사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우선 수사권을 지닌다. 또 검찰과 경찰 등이 범죄 수사 과정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이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통보 의무 조항’은 수사 착수 단계부터 검·경의 수사를 무력화하고, 공수처가 특정 인사에 대한 선택적 수사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앞서 검찰은 해당 조항에 대해 “국가의 부패 범죄 대응 역량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검찰과 경찰도 독립적으로 공수처와 함께 고위공직자의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것으로, 공수처는 검·경 등 다른 수사기관의 상급기관 또는 반부패수사 기구의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고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공수처 출범이 가시화되면서 1호 수사 대상이 누가 될지를 두고 정치권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특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검찰 인사, 청와대 관계자 연루 의혹 사건 수사 등으로 대립각을 세운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렸다. 

추, 아들 휴가 미복귀 의혹 진땀
대정부질문서 질문 세례 쏟아져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는 “공수처가 설치되면 윤석열 검찰총장 부부가 수사 대상 1호가 될 수 있다”며 “윤 총장 본인이 검찰총장으로 재임하면서 나에 대한 날치기 기소를 포함해 법을 어기고 있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 문제들이 공수처서 다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 조모씨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했다는 혐의로 지난 1월 기소됐던 바 있다.  

공수처에 대한 논의는 지난 4월 총선서 여당이 압승을 거둔 이후 더욱 활발해졌다. 조 전 장관 의혹과 검찰 개혁은 총선 기간 내내 이슈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총선 승리로 검찰 개혁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고, 공수처 출범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출범 시기를 비롯한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위한 정치권의 수 싸움도 치열해졌다.


여당은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차지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또 야당과의 진통 끝에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도 차지했다. 법사위는 국회 본회의에 법안이 상정되기 전 마지막 관문으로, 다수당을 견제하기 위해 현재까지는 야당이 맡아왔다.
 

▲ 발언하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다시 말해 공수처 출범을 위한 후속법안 처리 등 민주당 앞에 놓인 장애물은 없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공수처가 발 빠르게 출범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문 대통령 역시 법정 시한 내 공수처 출범에 적극적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여야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서 “공수처 7월 출범에 차질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21대 국회가 열리면 공수처법 시행을 위한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6월24일에는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6월26일 청와대 브리핑서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 제5조에 따라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총선에서도
뜨거운 감자

하지만 공수처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결국 법정 시한 내에 출범이 무산됐다. 공수처 설립준비단은 7월15일에 맞춰 업무처리 체계 설계와 조직 구성, 법령 정비와 청사 마련 등 인적·물적 시스템을 구축해 준비를 마무리했지만 공수처장 자리는 공석으로 남았다. 

남기명 단장은 “공수처가 조속히 출범할 수 있도록 국회서 후속법안 처리와 처장 인선에 적극 협조해주길 바란다”며 “공수처 준비단은 최소한으로 축소 개편하고 준비한 사항은 공수처에 잘 이관하겠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공수처 출범 무산의 책임을 국민의힘(전 미래통합당)으로 돌렸다. 국민의힘은 공수처 출범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공수처법 위헌 소송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당시 당선인)은 변호사단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과 함께 공수처법에 대해 지난 5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유 의원은 “공수처법은 법안 제출 과정부터 본회의 의결까지 문희상 의장에 의한 불법 사·보임 허가, 원안 내용을 일탈한 위법한 수정안 상정 등의 절차와 조문에 심각한 위헌·위법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공수처 설치를 위한 후속법안을 국회서 처리했다. 지난 8월4일 인사청문회법과 국회법 개정안,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운영 규칙 개정안 등 이른바 공수처 후속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인사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에 따라 공수처장은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됐다. 또 공수처 관련 상임위는 법사위로 결정됐다.  
 

▲ 지난해 12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서 열린 본회의서 공직자수사법이 통과되고 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운영 규칙 제정안에는 야당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공수처장 선출이 사실상 어려워지는 현행 공수처법을 보완하는 내용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국회의장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를 지체 없이 구성해야 한다 ▲국회의장은 교섭단체에 기한을 정해 위원 추천을 서면으로 요청할 수 있고 각 교섭단체는 요청받은 기한 내 추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은 총 7명으로, 당연직 3명(법무부 장관·법원행정처장·대한변호사협회장)과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으로 구성된다. 이중 6명이 찬성해야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가능하다. 현행 정치 지형대로라면 국민의힘이 비토권을 갖고 있는 셈이다.


처장 후보
야당 비토권

국민의힘서 위헌 소송 등을 이유로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거부하면서 공수처 출범은 표류 상태에 빠졌다.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 8월5일 “공수처 설치 법정 시한이 속절없이 늦어져 현재는 위법 상태에 있다”며 “전적으로 법률을 어기면서까지 추천위원을 선임하지 않는 (미래)통합당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은 통합당이 야기한 국회 탈법 상태와 공수처 출범기한 지연을 용인할 생각이 없다”며 “통합당은 늦어도 8월 국회 시작까지 추천위원을 선임해 법적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으로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이 심화되고,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공수처에 대한 언급은 줄어들었다.

그러다 최근 민주당서 공수처 이슈를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 사건으로 수세에 몰린 민주당이 국면 전환용으로 공수처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8개월 넘게 정체돼있던 검찰 수사가 야당 공세에 밀려 급물살을 타면서 추 장관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추 장관의 아들 서씨는 2017년 주한미8군 한국군지원단 미2사단지역대 소속 카투사로 복무하면서 총 23일에 걸쳐 1·2차 병가와 개인 휴가를 연달아 사용했다. 이 과정서 부대 복귀 시한이 지난 뒤 개인 휴가가 처리돼 휴가 미복귀 논란이 일었다. 또 추 장관 부부와 전 보좌관 등이 휴가 연장 문제로 군 관계자에게 수차례 문의 전화를 했다는 의혹도 있다. 

추 장관 아들 의혹은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서 쟁점이 됐다. 추 장관은 물론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해당 논란으로 질문 세례를 받았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의원들의 잇단 법안 발의로 공수처 출범의 고삐를 쥐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서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지 않아 공수처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고 보고,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법안을 내고 있는 것.

한동안 언급 없이 조용해
의원들 잇따라 법안 발의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 8일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내지 않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 의원 22명이 공동발의한 개정안은 국회의장이 10일 이내의 기한을 정해 각 교섭단체에게 위원을 추천하도록 통고하고 해당 기간 내에 위원을 추천하지 않는 교섭단체가 있는 경우에는 법원조직법상의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인 한국법학교수회 회장·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해당 교섭단체 추천으로 갈음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으로 임명 또는 위촉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14일에는 법사위 간사를 맡고 있는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개정안을 냈다. 개정안에는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에 10일 이내 기한을 정해 위원 추천을 요청하고, 기한 내 추천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법학교수회장과 법학전문대학협의회 이사장을 추천위원으로 임명·위촉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소집되면 30일 이내로 추천 의결을 마치고 한 차례에 한해서만 10일 이내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의 법안 발의에 발끈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참으로 황당하다. 이제 민주적 대표성이 전혀 없는 사단법인을 들러리 야당으로 세워놓고 자기 맘대로 하겠다는 흉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이젠 눈에 뵈는 게 없다 보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서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 도중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민주당 의원들의 법안 발의에 환영의 뜻을 보였다. 이 지사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수처법 개정안 발의를 환영한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야당 협조 없이도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출범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해 “이재명과 공수처의 조합은 상상 가능한 것 중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뭐하러 한국판 두테르테가 되려고 하는지”라고 비판했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권위주의적인 통치자로 유명하다. 

180석으로
밀어붙여?

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백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현실적으로 봤을 때 정기국회 내에는 당연히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법사위 소위원회서 논의 절차, 결의 절차 등이 있는데 모든 절차들을 그대로 밟아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공수처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통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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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