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 나선 문정부의 두 얼굴

청와대 건든 검사들이 사라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토사구팽은 토끼 사냥을 마치고 더 이상 쓸모 없어진 개가 또 다른 사냥의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현재 검찰의 상황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사자성어다. 문재인정부 초기 검찰은 적폐 청산을 내세운 정부의 사냥개였다. 하지만 지금은 ‘검찰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사냥을 당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 문재인 대통령

지난달 16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8·29전당대회 최고위원에 출마한 이원욱 의원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서 열린 온라인 합동연설회서 “임명받은 권력이 선출 권력을 이기려고 한다.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라며 “권력을 탐하는 윤석열을 끌어내리고 검찰 개혁을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끼 잡고
먹힌 개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 의원의 발언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원욱 의원의 ‘검찰총장이 주인 무는 개’라는 발언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막말이자 망언”이라며 “문재인정부가 임명한 검찰총장이 개라면, 대통령이 개인 줄 알고도 임명한 것인가. 설마 대통령도 개라는 건 아니겠지요?”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이 의원의 발언이 집권여당인 민주당서 검찰을 대하는 시각을 보여준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실제 문재인정부 들어 검찰에 대한 평가는 널을 뛰고 있다.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초부터 적폐 청산의 칼이면서 조직 자체가 청산의 대상인 적폐로 지목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 중심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있다. 문 대통령은 고검장급인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사장급으로 환원 조치하면서까지 윤 총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승진, 임명했다. 당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의 최대 현안인 최순실 게이트 추가 수사 및 사건 공소유지를 원활하게 수행할 적임자를 승진 인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25일 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박근혜정부서 한직으로 좌천됐던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의 수장으로 올라선 순간이었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 임명식서 그를 ‘우리 윤 총장’이라고 부르며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또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격한 수사를 당부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우리 윤 총장은 권력형 비리에 대해, 권력에 대해,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의 희망을 받았는데 그런 자세를 끝까지 지켜달라”고 말했다. 

장관이 휘두른 인사권에
청와대 수사팀 우수수∼

이어 “그런 자세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청와대든 정부든 또 집권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 그래야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국민이 체감하게 되고 권력형 부패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윤 총장 취임 직후 단행된 첫 검찰인사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과 특수통 검사들이 약진하는 등 시작은 훈훈했다. 윤 총장과 함께 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이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 박찬호 제주지검장(당시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승진) 등이다. 

검찰과 청와대·정부·민주당의 허니문은 길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해 8월27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가족 비리 의혹 등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현직 법무부 장관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사상 초유의 일도 일어났다. 검찰이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에 뛰어들면서 검찰과 당·정·청의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조 전 장관은 임명 35일 만인 지난해 10월14일에 전격 사퇴했다. 이후 지난 1월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했다. 추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인사권과 직제개편 등을 무기로 검찰을 흔들었다. 이 과정서 윤 총장은 지금껏 관행처럼 내려왔던 부분서조차 배제되는 ‘윤석열 패싱’을 당했다.


검찰청법 34조 1항은 검사 인사와 관련해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추 장관은 1월 단행된 첫 검찰인사부터 윤 총장과 인사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인사 대상자들의 복무평가와 인사에 대한 개략적인 구도를 남긴 인사자료인 ‘블루북(bluebook)’도 오가지 않았다고 한다. 

조국 수사에
허니문 끝나

윤석열 패싱 논란은 1월과 8월 검찰인사서도 이어졌다. 검찰총장이 배제된 두 번의 검찰인사는 ‘윤석열 고립’ ‘친정부 검사 약진’으로 요약이 가능하다. 윤 총장의 측근들은 좌천성 인사를 당했고, 문 정부 들어 승승장구 하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필두로 그의 측근들이 전진 배치됐다. 

여기에 청와대 및 청와대 관계자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사건 수사팀의 해체가 이어졌다. 검찰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라임·옵티머스 펀드 환매중단 사태, 추 장관 아들 군대 휴가 미복귀 의혹 등에 대해 수사 중이었다. 

이 수사팀 관계자들이 검찰인사 과정서 전부 뿔뿔이 흩어졌다. ‘살아있는 권력’이 연루된 사건인 만큼 수사와 공소유지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수사의 연속성을 위해 수사팀에 대한 인사를 뒤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이 검찰 내부는 물론 법조계 등에서도 제기됐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월에 단행된 검찰인사가 문 정부 핵심 인사들을 수사한 검사들에 대한 문책 내지 보복이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 법무부는 “검찰개혁법령의 제·개정에 따라 직접수사 부서 축소·조정과 공판중심주의 강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형사부와 공판부의 확대를 추진한 것”이라며 “현안 사건 수사팀 존속 여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추 장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인 6월 당시 인사가 ‘문책성 인사’였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추 장관은 지난 6월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서 7월로 예정됐던 검찰인사 방향에 대한 질문에 “2월 문책성 인사에 이어 7월 인사는 형사부나 공판부서 묵묵히 일하는 인재를 발탁, 전문검사 제도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겠다”고 답했다. 

추 장관이 언급한 2월 인사는 1월23일에 단행된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 257명과 평검사 502명 등 759명에 대한 것이다. 당시 인사로 청와대 관련 수사를 실무 지휘했던 차장검사 3명은 모두 지방으로 발령났다. 윤 총장 취임 이후 첫 검찰인사가 이뤄진 지 불과 6개월 만이었다. 조 전 장관 시절 만들었던 ‘필수 보직기간 1년’ 원칙도 지키지 않은 셈이다. 

손발 잘라
총장 고립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이던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평택지청 지청장으로, 조 전 장관 가족 비리 의혹 수사를 맡았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여주지청 지청장으로 전보됐다. 이들과 함께 손발을 맞췄던 부장검사들도 대거 보직이 변경됐다. 반부패수사 1∼4부장도 모조리 교체됐다. 

1월23일 인사를 통해 좌천성 인사 발령을 받은 김성주 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장검사는 검복을 벗었다. 그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던 중이었다. 법무부는 김 전 부장검사를 울산지검 형사5부장으로 전보 조치했다. 초임 부장으로 근무했던 자리에 다시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좌천성 인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1월 검찰인사가 윤 총장의 수족을 잘라내는 것이었다면 8월에는 그 자리를 친정부 인사로 채우는 작업이 이뤄졌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2부장은 지난 8월27일 중간간부 인사서 대구지검 형사 1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삼성전자·제일모직 합병 의혹 사건을 수사한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은 대전지검 형사3부장으로 이동했다. 

반면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서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과 폭행 논란을 빚은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광주지검 차장으로 영전했다. 김욱준 서울중앙지검 4차장과 구자현 법무부 대변인 등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추 장관의 측근은 각각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영전했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에는 윤 총장 장모의 사문서 위조 혐의를 수사 지휘했던 최성필 의정부 지검장이 올랐다. 반부패수사부 등 직접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4차장은 형진휘 서울고검 검사로 정해졌다. 차장급 보직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 1∼4차장이 이 지검장과 추 장관의 측근으로 채워진 셈이다. 

좌천되거나 전보되거나
빈자리 친정부 검사로

추 장관은 8월7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 당시 “특정 학맥이나 줄을 잘 잡아야 출세한다는 것도 사라져야 한다”며 “이제 검찰서 ‘누구누구의 사단’이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 애초 특정라인·특정사단 같은 것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적은 바 있다. 

하지만 7일 검찰인사 직후 사의를 표명한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은 “친정권 인사들이니 추미애 검사들이니 하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행태가 우려스럽고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사장 인사서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나자 사의를 표하면서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렸다. 


그는 “전국시대 조나라가 인재가 없어서 장평 전투서 대패하고 40만 대군이 산채로 구덩이에 묻혔느냐”며 “옹졸하고 무능한 군주가 무능한 장수를 등용한 그릇된 용인술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을 옹졸하고 무능한 군주, 검찰인사서 요직을 차지한 검사장들을 무능한 장수로 빗대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 윤석열 검찰총장

직제개편을 통해 정권 관련 수사는 와해되다시피 했다. 추미애 법무부의 검찰인사 기조는 특수부 축소, 형사·공판부 우대다.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가 추 장관 취임 이후 초토화됐고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형사·공판부 검사들이 요직을 꿰찼다. 

앞서 1월에는 라임사태를 수사하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이 해체됐다. 2013년 출범한 합수단은 6년 반 동안 1000명 가까운 자본시장법 위반 사범을 다루며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려 왔지만 법무부의 검찰 직제개편 과정서 분해됐다. 이 과정서 라임사태의 수사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또 8월27일 검찰인사 직전에도 직제개편 과정서 대검의 차장급 보직 4개(수사정보정책관·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공공수사정책관·과학수사기획관)가 사라졌다. 모두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자리다. 대검은 “범죄 대응 역량 축소가 우려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반대 입장을 냈지만 사실상 법무부 안이 그대로 통과됐다. 

8월 인사로
마침표 찍어

8월 인사로 추 장관의 ‘검찰 장악이 완결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전체적인 수사 지휘를 맡아야 할 검찰총장은 수족이 다 잘려 ‘식물총장’으로 전락했고, 주요 수사팀은 인사이동 과정서 와해돼 동력을 잃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권이 검찰을 ‘믿는 구석’으로 만들어버렸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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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