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이후…추미애-윤석열 장외전

총장님 ‘꿈틀’ 장관님 ‘발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의 국감 발언으로 발발한 ‘추·윤 대전’이 장외전으로 번지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연일 윤 총장을 향해 맹공을 퍼붓는 중이다. 이전과 달리 추 장관에 대한 검사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어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윤석열 검찰총장

지난달 22일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독무대였다. 2013년 국감의 재연이라는 말도 나왔다. 당시 여주지청장이었던 윤 총장은 국감장에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에 대한 검찰 윗선의 외압을 폭로했다. 그해 국감을 강타한 핵폭탄이었다. 

2020년 국감
2013년 데자뷔

당시 국감에서 나온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윤 총장을 상징하는 수사로 자리 잡았다. 박근혜정부 시절 한직을 전전하면서도 그가 국민들의 뇌리에 남아있을 수 있었던 것도 국감에서의 활약이 컸다. 

이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에 합류하면서 부활의 날개짓을 시작한 윤 총장은 문재인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그 꽃길의 시작점이 2013년 국감이었던 셈이다. 

윤 총장은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지 한 달 만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로 문정부와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청문회에서 윤 총장을 치켜세웠던 집권여당은 태세전환에 나섰고 여론 역시 뒤집혔다. 


윤 총장의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한 것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부터다. 지난 1월 추 장관은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법무부에 입성했다. 5선 국회의원, 당 대표 출신의 거물 정치인이던 추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검찰인사와 조직개편으로 윤 총장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2번의 검찰인사로 윤 총장의 수족이 다 잘려 나갔다.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맡고 있던 검사들은 한직으로 좌천되거나 이 과정에서 옷을 벗었다. 그 자리는 친정부 검사들, 이른바 ‘추미애 라인’으로 채워졌다.

문정부에서 가장 승승장구하고 있는 검사로 꼽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대표적이다. 이 지검장은 불과 1년 만에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 ‘빅4’ 요직을 두루 거쳐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랐다. 

그 후로 사사건건 윤 총장과 대립하기 시작했다. 조 전 장관의 아들 조모씨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써준 혐의를 받고 있는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건,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 수사 등을 두고 윤 총장에 반기를 들었던 것. 

침묵 지키다 나온 작심발언
감찰 3건으로 거취 압박?

추 장관은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윤 총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은 윤 총장이 추 장관의 뜻을 사실상 수용하는 방식으로 일단락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와 동시에 윤 총장의 거취 문제가 끊임없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포함한 여권이 지난 4·15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검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윤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본격적으로 언급된 것도 그쯤이다. 아내와 장모 등 가족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어졌고 측근의 비위 의혹에 윤 총장 책임론이 불거졌다. 


하지만 윤 총장은 자리를 지켰다. 추 장관의 지시에 맞서다가도 끝내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다 공식석상에 설 기회가 있으면 몇 마디로 말로 정치권을 들썩이게 했다. 윤 총장의 발언에 갑론을박 정치적 해석이 따라 붙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지난 8월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당시 윤 총장은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 실현된다”고 말한 바 있다.

독재, 전체주의 등 수위 높은 표현에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추 장관의 검찰인사, 수사지휘권 발동, 집권여당의 사퇴 압박, 검찰 개혁에 대한 드라이브 등을 에둘러 비판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윤 총장은 더 이상의 추가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 대검찰청 국감에서 작심발언이 쏟아진 것이다. 당초 윤 총장이 국감에서 어떤 발언을 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식물총장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과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나선 만큼 지난 2013년 국감에서처럼 대형 폭로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1월부터
압박 커져

윤 총장의 입에 모였던 관심은 그가 국감 시작과 동시에 여당 의원들의 공격을 맞받아치기 시작하면서 크게 달아올랐다.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이어진 국감에 국민들의 관심이 폭발했다. 시청률이 폭주했고 언론은 윤 총장의 발언에 주목했다. 

윤 총장은 라임·옵티머스 금융사기 사건에 검찰이 연루됐고 부실수사를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무슨 근거로 제가 관련돼 있다고 발표했느냐”라고 반발했다. 이와 관련해 대검이 ‘중상모략’이라고 입장을 낸 데에 대해선 “중상모략이라는 단어,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추 장관은 SNS에 ‘검찰총장은 중상모략이라고 화부터 내기 전에 사과와 성찰부터 말했어야 한다’고 쓴 바 있다. 이외에도 윤 총장은 이날 국감장에서 추 장관에 대한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추 장관의 (라임·옵티머스 사건에 대한)수사지휘권 행사는 범죄자 말만 믿고 한 것”이라며 의견을 묻자 윤 총장은 “법리적으로 보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해서도 “위법하고 부당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지난 1월 인사를 두고 언론에서 ‘검찰총장 측근 대학살 인사’라고 표현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법에서 말하는 협의는 실질적으로 논의하라는 것”이라고 검찰 인사에 대해 비판했다. 

검찰청법 34조1항에 따르면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도록 명시돼있다. 또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돼있다.


윤 총장과 추 장관은 지난 1월 첫 검찰인사 때부터 이 부분을 두고 힘겨루기를 벌였다. 그러면서 ‘윤석열 패싱’ 논란도 불거졌다. 

실력 있는 검사들이 좌천됐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힘 있는 사람 수사는 굉장히 힘들고 어렵다. 여러 불이익을 각오해야 하는 게 맞다”며 사실상 인정했다. 권력 수사하면 좌천으로 압축된다는 또 다른 의원의 말에 대해서도 재차 “그렇다”고 답했다. 

사퇴 압박에
“임기 지킬 것”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사퇴 압력으로 느껴지는 지에 대해서는 “임기라는 것은 취임하면서 국민들과 한 약속이다. 압력이 있더라도 제가 할 소임은 다 할 생각”이라며 물러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문 대통령이 총선 후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임기를 지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도 말했다. 
 

▲ ▲▲ 최근 사퇴한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 ⓒ고성준 기자

윤 총장의 작심발언에 추 장관 감찰로 응수했다. 수사지휘권 발동에 이어 감찰 카드를 통해 윤 총장을 옭아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 추 장관이 언급한 윤 총장 관련 감찰 사안은 언론사 사주 만남 의혹, 라임 사건 보고절차 위반 의혹 등이다. 

라임 사건과 관련한 검사·야권 정치인 로비 의혹이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보고되지 않았다는 의혹은 이미 지난달 22일 추 장관의 지시로 감찰이 진행 중이다.


라임 사건을 맡은 서울남부지검이 수사 과정에 드러난 야권 로비 의혹을 지난 5월 윤 총장에게 직접 대면보고 했으면서도 3개월 동안 대검 반부패부장에게 중간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윤 총장이 직접 감찰 대상에 거론되진 않았지만 추후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법부무는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수사 의뢰한 옵티머스 관련 의혹을 무혐의 처분하면서 수천억원대 펀드 사기 피해로 이어졌다는 국감 지적에 대해서도 감찰 지시를 내렸다.

또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신분으로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한 유력 언론사 사주를 만났다는 의혹에 대해 “감찰 중”이라고 전했다.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가능성이 가시화되면서 검찰 내부는 들끓고 있다. 자칫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극대화되면서 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추 장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검사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전파진흥원 사건 당시 수사팀 부장검사였던 김유철 원주지청장은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수사 의뢰인이 소극적이고 특히 ‘자체 조사와 금감원 조사 결과 문제가 없었다’ ‘수사의뢰서에 기재된 혐의 내용은 정확히 모른다’고 진술하는 이상 조사과나 형사과에서 수사력을 대량으로 투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옵티머스 사건은 2018년 10월 수리, 2019년 5월 처분돼 7개월이 초과된 사건으로 부장 전결이 아니라 차장 전결이라 윤석열 총장이 ‘보고를 못 받았다’고 한 건 잘못됐다”며 전결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 내부서 반발 움직임
여론도 “추 장관 교체?”

김 지청장은 “중앙지검 조사과 지휘 기간 4개월을 빼면 3개월 만에 처리된 사건이라 전결규정 위반이 아니다”라며 “무혐의로 처분한 사건도 중요 사건으로 차장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지 이견이 있었다. 특히 형제번호가 아닌 수제번호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는 경우 장기사건이 아닌 한 부장 전결로 처리해왔다”고 해명했다.  

‘검찰 개혁이 실패했다’는 검사의 작심비판도 나왔다. 이환우 제주지검 형사1부 검사는 “검찰개혁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아니, 절망하고 있다”며 “역시 ‘정치인들은 다 거기서 거기로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금 정치를 혐오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느낀다”며 “마음에 들면 한없이 치켜세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찍어 누르겠다는 권력의지도 느껴진다. 이미 시그널은 충분하고 넘친다”고 덧붙였다.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고성준 기자

아울러 “정치는 잘 모르겠다. 지금의 정권이 선한 권력인지 부당한 권력인지 제가 평가할 바는 못 된다”며 “다만 의도를 가지고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는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먼 훗날 부당한 권력이 검찰 장악을 시도하면서 2020년 법무부 장관이 행했던 그 많은 선례들을 교묘히 들먹이지 않을지 우려된다”며 “법적·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라임 수사 지휘를 맡아온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도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며 사퇴했다. 박 지검장은 추 장관의 윤 총장 수사지휘권 박탈에 대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고 정면으로 비판한 바 있다. 

검사 비판↑
검란 될까?

한편 ‘교체해야할 국무위원’으로 추 장관을 뽑은 응답자가 37%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쿠키뉴스가 여론조사업체 데이터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1000명에게 실시한 조사 결과 추 장관은 교체 대상 1위로 꼽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13.3%),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8.5%)이 뒤를 이었다.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 등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추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한 조사에서도 52.7%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자세한 내용은 데이터리서치 홈페이지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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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대문’ VS ‘어대명’ 차이 해부

‘어대문’ VS ‘어대명’ 차이 해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한민국의 흑역사’가 10년도 안 돼 반복되고 있다. ‘평행이론’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비슷한 양상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하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보인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그때와 지금, 무엇이 같고 다를까? 2024년 12월은 국민에게 충격과 공포의 시간이었다.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서 가결됐다. 현직 대통령은 법정형이 사형과 무기징역, 무기금고뿐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으며 사상 초유의 체포 작전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 여객기 사고로 179명의 아까운 목숨도 잃었다. 8년 만에 재연됐다 순서의 차이만 있을 뿐 10여년 전 우리나라는 이미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295명이 사망했고 9명이 실종됐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서 가결됐다.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파면됐다. 2000년대 들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서 가결된 사례는 세 번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 전 대통령,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헌재서 탄핵안이 기각되면서 직무에 복귀했다. 직무가 정지된 윤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불과 8년 새 두 명의 보수 진영 대통령이 헌재 심판대 위에 섰다. 사건의 발단부터 전개, 절정, 결말에 이르기까지 멀리서 보면 비슷하게 흘러가는 듯하지만 가까이에서 볼수록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단적인 예로 박 전 대통령은 ‘태블릿PC’ 보도가 불씨를 댕겼다면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가 시발점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안 가결-헌재의 탄핵안 인용-특검 수사-사법 처분 등의 과정을 거쳐 단죄됐다. 특검 수사가 진행되는 사이 조기 대선이 치러졌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궐위된 때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돼있다. 2017년 5월9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보궐선거가 열렸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윤 대통령의 상황은 박 전 대통령보다 복잡하다. 헌재의 탄핵 심판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의 내란죄 수사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양쪽에서 압박하는 형국이다.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도 소용없는 중범죄라서 수사 속도가 박 전 대통령보다 훨씬 빠른 상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 호감도 만큼 비호감도↑ 정치권의 눈은 조기 대선에 쏠려 있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을 최우선에 놓고 심리 중이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18일 이전에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탄핵안이 인용되면 6월경에는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여야 잠룡들은 헌재의 탄핵안 인용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파면이 결정된 날부터 두 달 사이에 대선을 치러야 하기에 기존에 인지도와 지지율을 어느 정도 확보한 인물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의 눈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쏠리는 이유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 대표는 압도적인 차기 대권주자로 인식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위 그룹과 큰 격차를 보이면서 1위위로 질주하는 중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 대표가 3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오세훈 서울시장(7%), 홍준표 대구시장(7%),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5%),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4%) 등이 뒤를 이었다. ‘없다 또는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32%였다. 이번 조사는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서 ±3.1%포인트, 응답률은 22.8%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4~6일 만 18세 이상 2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조사에서도 이 대표는 45.1%를 얻었다. 홍준표 대구시장(9.7%),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8%),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7.2%), 오세훈 서울시장(6.1%) 등이 뒤를 이었다. 빠르면 6월 보궐선거로 이 대표의 지지율은 여당 후보 5인(홍준표·한동훈·원희룡·오세훈·안철수)의 지지율을 모두 합한 수치(33%)보다 오차범위 밖에서 높았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100% RDD 방식으로 실시했고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조원씨앤아이 홈페이지 참조). 최근 정치권에서 조기 대선 가능성과 함께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8년 전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나돌았던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과 일맥상통하는 표현이다. 그럼에도 한편에서는 당시 문 전 대통령의 상황과 현재 이 대표의 상황은 천차만별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서 박 전 대통령에게 밀려 낙선했다. 당시 대선은 제3당 후보 없이 보수 후보와 진보 후보의 맞대결로 치러졌다. 양측 모두 짜낼 수 있을 만큼 모조리 다 짜낸 선거서 패하자 문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이후 지지세를 회복하기까지 꽤 긴 시간을 암흑기로 보냈다. 문 전 대통령을 야권의 압도적인 대선주자로 만든 결정적 한 방은 국정 농단 사태였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존재가 드러났고 파생 의혹이 쏟아졌다. 1300만명(누적)의 국민이 거리로 나왔다. 국민적 인기를 등에 업은 문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헌재서 인용될 무렵 ‘차기 대통령’으로 완벽하게 눈도장을 찍은 상태였다. 하지만 현재 이 대표의 상황이 당시 문 전 대통령과 비슷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여론조사 수치상으로는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살얼음판’을 걷는 듯하다는 말이 들린다. 이 대표가 가진 사법 리스크에 더해 ‘비토층’이 상당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도 싫지만, 이 대표도 싫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면 나오면 공격거리 많아 실제 최근 나온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는 호감도, 비호감도 모두 1위를 기록했다. <뉴스핌>의 의뢰로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6~7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 중 가장 호감이 가는 인물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39.1%가 이 대표를 꼽았다. 오세훈 서울시장 9.5%, 홍준표 대구시장 9.3% 등이 뒤를 이었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 가장 호감이 가지 않는 인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도 이 대표는 40.8%로 단연 1위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3.5%, 홍준표 대구시장이 12.2% 등이었다. 흥미로운 대목은 호감도 1~4위(이재명·오세훈·홍준표·원희룡)와 비호감도 1~4위가 같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여야의 대선후보군이 어느 정도 추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대선후보군은 ‘이재명 1강’ 독주 속에 범여권의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지는 양상”이라며 “범여권 유력 후보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이 대표 한 명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마저 탄핵 정국을 거치며 한 달 만에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이재명 대항마’는 사실상 실종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비호감도 1위 원인으로는 사법 리스크를 지목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때 불거진 대장동 개발비리 특혜 의혹서 시작된 사법 리스크를 여전히 벗지 못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만 5개고 검찰서 추가로 수사 중인 사건도 2개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교사 의혹은 1심 판결이 나왔다. 특히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당선무효형이 나오면서 대선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법원서 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날 수 있는 수준이다. 발목 잡는 사법 리스크 박 때와 다른 보수 결집 위증교사 1심 재판에서는 무죄를 받았지만 항소심서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실제 법조계에서는 선고 전 공직선거법 위반보다 위증교사 혐의의 유죄 가능성을 더 크게 봤다. 위증교사 혐의는 양형 기준에 따라 무죄 아니면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어 항소심서 판결이 바뀌면 이 대표는 벼랑 끝에 몰리게 된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윤석열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상대 후보의 공격 포인트 역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면서 대통령과 그 배우자가 연루된 의혹과 논란에 크게 실망했다. 윤 대통령이 퇴장하고 이 대표가 대선후보로 검증을 받기 시작하면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층의 결집이 심상찮은 점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보수 진영은 친박(친 박근혜)과 비박(비 박근혜) 등으로 사분오열했다. 탄핵안 표결 당시 찬반이 갈리면서 물리적으로 분당 사태까지 벌어졌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은 재적의원 299명 가운데 찬성 234표로 가결됐다. 당시 야당과 야당 성향 무소속 의원 표는 171표였다.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표수(200표)는 29표였지만 그보다 많은 63표가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서 나왔다. 당이 쪼개질 수밖에 없는 이탈표였다. 반면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때는 2번의 표결 끝에 간신히 정족수를 넘겼다. 찬성은 204표로 국민의힘서 12표가량의 이탈표가 나왔다. 탄핵안이 가결된 뒤에도 국민의힘은 강경 지지층을 등에 업고 결집 중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지키기’에 나선 보수층과 국민의힘의 힘을 빼기 위해 ‘머릿수’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이 과정서 중도층의 이탈이 표면화되는 모양새다. 애매한 표수 걸림돌 될까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궤멸 직전까지 몰렸던 보수층이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없다’는 태도로 대응하는 점은 민주당은 물론 이 대표에게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명확하게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은 유보층이 상당하다는 점을 봤을 때 중도층을 놓치면 대권서 멀어질 수 있다. 진보 진영의 지지만으로는 ‘어대명’은 완성될 수 없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