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라인’ 순장조 딜레마

‘승승장구 1년’ 끝이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수장이 바뀌면 조직 내부는 불가피하게 물갈이 과정을 거친다. 수장의 성향에 따라 인사의 향방은 엇갈린다. 승승장구했던 사람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한직으로 밀려나 있던 사람이 깜짝 발탁되기도 한다. 
 

▲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법무부 수장이 바뀌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임명안을 재가하면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후보자 딱지를 뗐다. 박 장관은 취임 첫날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몸살을 앓은 서울 동부구치소로 출근했다. 교정본부의 코로나19 관련 상황을 살핀다는 의도였다.

공 많았지만
과도 뚜렷해

같은 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를 떠났다. 지난해 1월 장관으로 임명된 지 1년여 만이다. 추 전 장관은 이날 이임식에서 “모든 개혁에는 응당 저항이 있을 수 있다. 영원한 개혁은 있어도 영원한 저항은 있을 수 없다”며 “그것이 우리가 걸어온 변함없는 역사의 경로이며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라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의 공과는 극명하게 갈린다. 조국 전 장관의 후임으로 법무부에 입성한 추 전 장관은 임기 초부터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 392일간의 재임기간 동안 추 전 장관은 검찰의 권한 줄이기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제한하고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이뤄냈다. 진보 진영의 숙원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출범시켰다. 부모의 자녀 체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민법 개정안을 성사시켰다.


또 증권 분야에 한정된 집단소송제를 전 분야로 확대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일반화하는 상법 개정안도 마련했다. 소비자 보호와 피해구제 강화에 힘썼다는 평가다. 

하지만 공만큼이나 과도 뚜렷했다. 추 전 장관은 임기 내내 윤석열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었다. 추윤대전, 추윤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극심한 대립이었다. 두 사람은 추 전 장관의 취임 직후 검찰 고위간부급 인사 과정에서 검찰총장의 의견 청취 문제를 두고 맞부딪쳤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수사지휘권도 여러 차례 발동했다. 수사지휘권은 추 전 장관 이전까지 딱 한 차례만 발동된 바 있다. 지난해 7월 ‘채널A 사건’ 수사와 관련해 윤 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강행하려 하자 이를 중단하라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10월에는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 사건과 윤 총장 가족 의혹 사건 등에서 윤 총장을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재차 행사했다. 

고위간부급 인사 단행 예정
이성윤·심재철 향방에 관심

지난해 11월 추 전 장관은 윤 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면서 징계를 청구했다.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 정지명령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후 검사징계위원회를 강행,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을 끌어냈다. 하지만 두 번 모두 법원이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추 전 장관은 치명상을 입었다.

그 사이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윤 총장은 한때 지지율 조사에서 1위에 오를 만큼 반사이익을 얻었다. 추 전 장관은 체면을 구긴 것은 물론,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일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문 대통령이 재가한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법원에서 뒤집히면서 추 전 장관이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 ▲박범계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그에게는 아들 특혜 휴가 의혹 사건이 임기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소설 쓰시네” “김도읍(국민의힘 의원), 검사 안 하길 잘 해” 등의 발언으로 야당 의원들과 여러 차례 대립했다. 최근에는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1000명이 넘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책임론도 나왔다. 결국 추 전 장관은 “국민께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추 전 장관의 법무부는 지난해 정부 업무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C 등급을 받은 법무부는 3년째 최하위 평가를 받고 있다. 법무부는 정부 혁신(B 등급)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 모두 최하위인 C 등급을 받아 종합평가 최하위 그룹을 형성했다. 특히 일자리·국정과제 분야에서 “권력기관 개혁의 성공적 안착 등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추 전 장관은 떠났지만 그의 유산은 남았다. 특히 이른바 ‘추미애 라인’으로 불리는 인사들의 향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달 21일 평검사 인사에 이어 고위간부급 인사를 앞두고 있다. 새로 취임한 박 장관이 고위간부급 인사를 단행하면 추미애 라인의 변화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게다가 추미애 라인 인사들의 현 상황도 그리 좋지 못하다.

총장과 갈등
완벽한 패배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의 후임으로 임명된 이용구 차관은 ‘택시기사 폭행사건’으로 사면초가 상태다. 고 전 차관은 지난해 11월30일 추 전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12월1일 서울행정법원이 윤 총장의 직무 배제 효력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기 하루 전날이다. 

문 대통령은 고 전 차관의 사의 표명이 있은 다음날 바로 이 차관을 내정했다. 당시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이 차관은 징계위원회에 참석,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결정을 내렸다. 

이후 지난해 12월19일 언론보도를 통해 이 차관이 연루된 택시기사 폭행사건이 알려졌다.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해 11월6일. 당시 이 차관은 변호사였다. 이틀 뒤인 8일 택시기사는 이 차관과 직접 만나 사과를 받고 합의했다. 그러고 나서 9일 택시기사가 서초경찰서에 출석해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사건 발생 엿새 만인 12일 내사종결 처리했다.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고성준 기자

경찰은 폭행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없고 피해자가 합의했기 때문에 내사종결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블랙박스 영상이 드러나면서 경찰이 수세에 몰렸다. 심지어 경찰은 영상을 직접 보고도 “못 본 걸로 하겠다”며 사건을 덮었다. 경찰은 논란이 커진 이후에야 사과문을 내고 진상조사에 나섰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김학의 출금 사건’으로 곤란한 처지에 처했다. 이 지검장은 문재인정부 들어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은 검찰 빅4로 불린다. 이 지검장은 3년 만에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장까지 올랐다.

서울중앙지검장은 주요 관공서와 대기업 본사가 밀집한 서울을 관할하는 만큼 ‘검사장의 꽃’으로 불린다. 

1년 만에
상황 악화

이 지검장도 추 전 장관만큼은 아니어도 윤 총장과 자주 갈등을 빚었다. 조국 전 장관 아들의 인턴 경력확인서를 허위로 써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기소 건과 채널A 사건에 대한 전문수사자문단 구성을 두고 윤 총장에게 반기를 든 바 있다. 채널A 사건과 관련해서는 한동훈 검사장을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는 수사팀 보고서의 결재를 피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최근 이 지검장은 김학의 전 차관의 출금 의혹과 관련해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지검장은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이었다. 이 지검장은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한 날 서울동부지검에 ‘지검장이 출금서류 제출을 사후 승인한 걸로 해달라’는 부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26일 대검 반부패강력부를 압수수색하면서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검찰이 이 지검장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상갓집 항명’의 주인공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상갓집 항명은 한 장례식장에서 양석조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이 직속상관이던 심 국장에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왜 무혐의냐. 당신이 검사냐”고 공개적으로 항명한 사건이다. 
 

▲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박성원 기자

심 국장은 추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준비단에서 언론홍보팀장을 맡았다. 그리고 지난해 1월 추 전 장관의 첫 인사에서 반부패부장을 달았고, 두 번째 인사에서는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자리를 옮겨 추 전 장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법무부 검찰국장은 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요직이다. 

심 국장은 윤 총장 징계위원회에 합류했다가 ‘자진회피’ 형식으로 빠졌다.

박범계 “총장 의견 듣겠다”
좌천 검사들 다시 돌아오나

당시 심 국장은 윤 총장 직무정지의 주요 사유였던 대검의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을 추 전 장관에게 제보하고, 윤 총장 징계 절차와 윤 총장 수사 의뢰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심 국장이 윤 총장 징계위원회에서 제보자와 징계위원, 진술자 역할을 맡은 사실이 알려져 비판이 일기도 했다.


지난 18일 미래대안행동은 법조비리 사건인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심 국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대검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정운호 게이트는 검사장,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들이 상습도박 혐의로 기소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보석 청탁 등을 대가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아 챙긴 대형 법조비리 사건이다. 

이 단체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이었던 심 국장이 정 전 대표의 변호인이었던 최유정 변호사로부터 뇌물을 수수하고 정 전 대표의 보석 청구에 ‘재판부 적의 처리’ 의견을 냈는지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통상 피고인의 구속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반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재판부의 판단에 맡긴다는 ‘적의 처리’ 의견은 보석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이용구 법무부 차관 ⓒ고성준 기자

추 전 장관은 장관직에서 물러나기 전 평검사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21일 법무부는 고검검사급 검사 11명과 평검사 531명 등 542명에 대한 인사를 2월1일자로 진행했다. 법무부는 추 장관이 유지해 온 형사부 우대 원칙을 적용해 전국 검찰청 내 우수 형사부 검사를 발탁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지난달 28일 “검찰 인사가 급선무”라며 “인사 원칙과 기준을 가다듬은 뒤 윤 총장과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이 윤 총장과 인사를 논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추 전 장관 때처럼 ‘윤석열 패싱’ 논란은 불거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까지
인사 단행

윤 총장이 검찰 인사에 의견을 내게 되면 추미애 라인 검사들이 밀려나고 윤석열 라인이 다시 중심부로 옮겨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의 거취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채널A 사건 수사팀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결과를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 재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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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석열로 연결되는 SM그룹 수상한 동업 추적

[단독] 윤석열로 연결되는 SM그룹 수상한 동업 추적

홀로 다 먹으려다 계획 변경 사전작업 끝나자 숟가락 얹기 ‘알박기’ 핑계로 어쩔 수 없었다지만… 뒤편에서 아른거리는 거물급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SM그룹과 윤석열 조력자의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가 진행한 수상한 동업이 뒤늦게 드러났다. 단독으로 처리해도 될 법한 프로젝트를 손보면서까지 제3자를 끌어들인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알박기’ 때문이라는 해명보다 유력 인사에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은 ‘광주 광산구 도산동 989-21번지 일원(대지면적 3만5114.6㎡)’에 591세대 규모의 주거 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였다. SM그룹 산하 건설 계열사인 ‘우방건설(현 동아건설산업)’은 2016년 10월7일 사업계획 승인을 받고 시행·시공 전 과정을 도맡는 방식으로 진행을 예고했다. 재주 부리니 이득은 따로 삽을 뜨는 일만 남았던 프로젝트는 사업계획이 통과된 지 48일 만인 당해 11월24일에 생각지 못한 변곡점을 맞았다. 이 무렵 광주 광산구청은 ‘주택건설사업계획 변경승인 고시’를 통해 사업주체에 ‘도림티앤씨’가 추가됐음을 알렸다. 우방건설이 단독 진행 계획을 접고, 뒤늦게 제3자를 끌어들인 모양새였다. 사실 SM그룹 입장에서는 공동 시행을 반길 만한 이유가 전혀 없었다. 도림티앤씨를 사업주체에 추가시키면 개발에 따른 차익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작아진다는 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은 민간개발이라는 특성상 지주작업부터 인·허가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사업자가 책임지는 구조였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는 대신 사업 종료 시 차익 극대화를 기대해 봄 직했다. 도림티앤씨가 신뢰할 만한 업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우방건설의 결정을 쉽사리 납득할 수 없게 만들었다. 김동호씨가 1999년 설립한 도림티앤씨는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이 추진될 당시만 해도 관련 분야에서 별다른 존재감이 없던 곳이다. 이전까지는 정보통신공사업에 주력했고, 2016년 초 부동산 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우방건설은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 관련 지분을 70% 대 30%로 분할하는 데 동의했다. 100%를 얻고자 했던 밑그림을 접고, 30%를 내놓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방건설은 엄청난 번거로움을 무릅썼다. 도산동 989-21번지 일원을 대상으로 폐쇄 부동산 등기를 확인한 결과, 우방건설은 사업계획 승인(2016년 10월7일) 이전까지 필지 30곳 이상을 단독으로 확보한 상태였다.그러나 우방건설이 선점한 필지들은 변경승인 고시(2016년 11월24일)를 목전에 둔 시점에 우방건설 ‘7’, 도림티앤씨 ‘3’으로 소유권 비율이 일제히 분할 조정됐다. 한번에 끝날 일을 두 번에 걸쳐 급하게 처리한 양상이었다. 여기저기 이상한 흔적 SM그룹은 지주작업에 써야 할 비용을 대여하는 불필요함마저 감내했다. 도림티앤씨가 개발 사업에 필요한 필지를 사들이는 데 투입했던 금액은 1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는 우방건설의 2016년 감사보고서 기재된 건설용지 241억원을 지분율 70%로 반영해 도출한 값이다. 정작 도림티앤씨는 무자본에 가까운 상태에서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볼 법한 상황이었다. 도림티앤씨의 2016년 감사보고서에는 제1금융에서 차입한 77억3900만원과 우방건설에서 빌린 56억원이 ‘토지분양대금’으로 기재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SM그룹 측은 사업 지연을 우려해 자금을 대여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SM그룹 관계자는 “공동 사업자의 자금 부족으로 토지 매입이 지연돼 일부 자금을 단기 대여한 것”이라며 “분양 후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았다”고 밝혔다. 의문점을 남긴 것과 별개로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은 별 탈 없이 끝맺음했다. 우방건설이 2017년 6월 동아건설산업과 합병하면서 사업주체가 기존 ‘우방건설·도림티앤씨’에서 ‘동아건설산업·도림티앤씨’로 변경됐지만, 프로젝트는 당초 계획했던 2019년 2월에 맞춰 완료됐다. 물론 동아건설산업 역시 SM그룹의 건설 계열사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개발 사업으로 양측이 거둔 분양매출은 총 1674억원으로 추산된다. 도림티앤씨는 2019년 감사보고서에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에 의한 누적분양매출을 502억원으로 기재했다. 해당 사업에서 도림티앤씨의 지분율이 3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아건설산업이 거둔 분양매출이 1171억원임을 유추할 수 있다. 특히 도림티앤씨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입된 분양매출에 힘입어 매출 규모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2016년 140억원이었던 도림티앤씨 매출은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이듬해 257억원으로 껑충 뛴 데 이어, 2018년에는 433억원으로 치솟았다. 실질적으로 남긴 금액을 의미하는 분양수익 역시 꽤나 쏠쏠했다. 동아건설산업의 2019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분양매출에서 분양원가(859억원)를 제외한 총 분양이익은 312억원으로 기재돼 있다. 해당 금액은 동아건설산업의 지분율 70%가 적용된 값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한 동아건설산업과 도림티앤씨의 합산 분양수익은 446억원, 도림티앤씨 몫으로 남겨진 분양수익은 134억원으로 추산된다. 결국 SM그룹은 단독으로 진행했다면 450억원 가까이 남길 수 있었던 사업에 도림티앤씨를 참여시킴으로써 130억원가량을 날린 모습이다. 달리 말하면 도림티앤씨는 돈을 빌려주고, 지주작업을 주도적으로 처리해 준 SM그룹 덕분에 2년여 만에 130억원대 이익을 남겼다는 뜻이다. 어렴풋하게 드러난 배경 공교롭게도 SM그룹이 도림티앤씨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속내는 최근에서야 어렴풋하게 드러난 상황이다. 도림티앤씨 설립자와 핏줄로 이어진 유력 인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림티앤씨는 김동호씨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가족회사의 형상을 띠고 있다. 주주 구성을 보면 배찬호 도림티앤씨 대표가 지분 25%를 보유한 최대주주, 배영이씨는 지분 20%로 2대 주주다. 배찬호 대표와 배영이씨는 각각 도림티앤씨 설립자인 김동호씨의 처남, 부인이다. 김동호씨의 이력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과거 SM그룹에 몸담았다는 점이다. 법인 등기 확인 결과 김동호씨는 SM그룹 계열사인 한통엔지니어링 이사진 명단에 등재됐던 기록이 존재한다. 1969년 설립된 한통엔지니어링은 전기통신공사업을 영위해 온 법인으로, 2007년 6월 SM그룹 계열에 편입됐다. 김동호씨는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100% 개인회사였던 한통엔지니어링에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다. 한때나마 SM그룹 오너의 측근이었다고 해석해도 무리는 아니다. 또 다른 SM그룹 계열사인 우방산업에서도 비슷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우방산업은 ㈜삼라에서 지분 99.4%를 보유했던 건설 계열사로, 김동호씨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SM그룹 측은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에 도림티앤씨가 참여하기에 앞서 김동호씨와 도림티앤씨의 연관성을 파악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도림티앤씨의 ‘알박기’를 사업에 참여시킨 이유라고 해명했다. SM그룹 관계자는 “사업부지 내 도림티앤씨 소유의 필지가 섞여 있었고, 사업 추진을 위해 필지 매입을 시도했지만 도림티앤씨가 끝내 거절했다”며 “부득이하게 사업 진행을 위해 공동 사업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김동호씨가 단순히 SM그룹과의 접점만 있던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취재 결과 김동호씨는 한국전력 역대 수장 중 최초의 정치인 출신인 김동철 현 한국전력 사장의 친동생으로 확인됐다. 김동철 사장은 2023년 9월 한국전력 부임 전까지만 해도 거물급 정치인으로 호명되는 일이 더 많았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그는 20대까지 내리 4선에 성공했으며, 20대 대선이 끝난 직후인 2022년 3월에는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당선인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가 자리 잡은 광주 도산동은 김동철 사장이 4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지역구였던 ‘광주 광산구 갑’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김동철 사장은 개발 사업에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구청 및 지방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상을 지녔던 셈이다. 게다가 김동철 사장은 2015년 11월부터 2016년 5월까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또한 2016년 국토교통부가 광주 광산구 송정역 일대를 ‘지역경제 거점형 투자선도 지구’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일익을 담당했다는 평가는 받는 등 지역 사회에서 개발 정책 및 투자 유치 활동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만약 SM그룹이 김동철 사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활용한다는 취지로 도림티앤씨를 끌어들였다면 심각성은 배가 될 수 있다. 해당 행위가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에 저촉될 여지를 따져 볼 필요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M그룹은 김동철 사장과 김동호씨의 관계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SM그룹 관계자는 “김동호씨와 김동철 사장이 형제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김동호씨는 SM그룹 계열사 대표를 퇴사한 이후 개인 사업을 운영했고, 그의 개인 가족관계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가려진 딴 생각 SM그룹이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에서 700m 남짓 떨어진 광주 광산구 도산동 소재 ‘도산우방아이유쉘아파트’와 관련해 광주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부의 표적이 된 전례도 찜찜한 구석이다. SM우방이 시공한 해당 아파트는 2016년 12월 준공해 2022년 말 분양 전환했는데, 검찰은 분양 전환 과정에서 돈의 흐름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검찰은 지난해 10월 SM그룹 본사, SM우방 대구 본사, 광주 광산구청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 수사를 진행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