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킹메이커’ 추미애 마이웨이

한동훈 맞설 추다르크 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권에 오래 머문 정치인에게는 한두 개 정도의 수식어가 붙게 마련이다. 언론 혹은 지지자가 붙여준 별명은 정치인의 정체성이 되는 경우가 많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유독 수식어가 많은 정치인이다. ‘추다르크’ ‘세탁소 집 둘째 딸’ ‘돼지 엄마’ ‘탄핵의 여왕’ 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킹메이커’라는 별명이 자주 언급된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연예계에만 통용되는 말이 아니다. 국민의 관심을 받아야 하는 직업은 무관심보다 욕설을 듣는 걸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예 관심이 없으면 악플을 선플로 바꾸는 반전조차 일어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국민의 관심과 선택을 받아야 하는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이력
거물 무게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여성 정치인 사이에서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굳이 성별로 나누지 않더라도 정치권에서 이른바 ‘거물’이라 불릴 만큼의 무게감을 자랑한다. 판사 출신, 5선 국회의원, 제1야당의 당 대표, 법무부 장관 등 화려한 이력을 가졌다.

대선 때마다 후보로 거론될 만큼 전국구로 이름이 알려진 대중 정치인이기도 하다. 

굵직한 경력 덕분에 언론과의 접촉면이 넓은 편인 추 전 장관은 이름 앞에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대표적인 별명이 ‘추다르크(추미애+잔 다르크)’다. 백년전쟁에서 프랑스를 승리로 이끈 성녀 잔 다르크처럼 추진력 있게 개혁을 진행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선거 당시 붙은 별명으로 역사가 깊다.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선대위 국민참여운동본부를 이끌며 ‘희망돼지 저금통’을 들고 선거운동자금을 모아 ‘돼지 엄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노 전 대통령 탄핵 추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탄핵의 여왕’으로도 불렸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는 야당 대표였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추 전 장관은 2018년까지 대형 선거에서 잇따라 승리하면서 2년 임기를 꽉 채운 최초의 당 대표가 됐다. 특히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추 전 장관의 위상은 정점을 찍었다. 문재인정부에서 화려한 꽃길을 걸을 것으로 예측됐다.

대선 이후 책임론 불거져
SNS 끊고 두문불출하더니…

실제 추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는 등 문 전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 문재인정부는 임기 초부터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법무부는 문정부 핵심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정부부처로 그 위상이 남달랐다. 게다가 추 전 장관은 가족 비리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후임으로 발탁됐다. 

여권은 물론 청와대는 추 전 장관이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검찰개혁을 완수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추 전 장관은 그 기대에 부응하듯 취임과 동시에 검찰 장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시 검찰총장과 대립각을 세웠다는 점이다. 이른바 추윤대전의 발발이다. 

문정부에서 파격 발탁된 검찰총장과 거물 정치인 출신의 법무부 장관은 사사건건 대립했다. 추 전 장관이 인사권을 휘두르면 윤 대통령이 문정부 관련 수사로 화답하는 식이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요구 등 사상 초유의 일이 연거푸 일어났다. 


두 사람의 갈등이 1년 넘게 정치권을 장악하면서 국민이 피로감을 호소할 정도였다. 흥미로운 지점은 추윤대전 과정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가 폭등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여당 대선후보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야당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때 추 전 장관에게 붙은 별명이 바로 ‘킹메이커’다. 

단 한 번의 선출직도 경험하지 못한 윤 대통령이 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데 이어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그 1등 공신(?)으로 추 전 장관을 꼽는 목소리가 나왔다. 추 전 장관과의 대립 과정에서 인지도가 높아졌고, 정부와 여당의 공격을 받는 이미지가 생기면서 야당 지지자의 응원이 커졌던 것.

윤 대통령과 추 전 장관이 한창 대립할 무렵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 왜 특정인의 ‘킹메이커’를 하느냐”고 비꼬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에 오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때였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추 전 장관과 민주당의 ‘윤석열 때리기’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추윤대전
판정패

조 의원은 자신의 SNS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헌법 총강에 나올 정도로 엄중하다”며 “추 장관의 문제점 중 하나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차라리 윤석열 검찰총장의 선대위원장임을 깨끗이 고백하라”고 말했다. 

이후 추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정직 위기에서 기사회생하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서울행정법원이 윤 대통령의 징계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책임론이 불거진 것. 추 전 장관을 필두로 한 징계 시도가 법원의 제동으로 무산되자 추윤대전이 윤 대통령의 판정승으로 끝났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 문 전 대통령이 법원의 결정 이후 존중 의사를 밝히고 인사권자로서 혼란을 초래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히면서 추 전 장관은 치명상을 입었다. 추 전 장관은 2020년 12월 사의를 표명하고 법무부 장관 자리에서 내려왔다. 윤 대통령은 그로부터 3개월 뒤인 지난해 3월 검찰총장에서 사퇴했다. 

추 전 장관은 대선 기간에도 야당 대선후보로 나선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지난해 6월 “추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로 정치인생의 마지막 종지부를 찍으려 하는 중”이라며 “다크나이트로 한국 정치사에 남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사람들은 윤석열을 그저 강직한 검사로만 알았을 뿐 그가 정치에 나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조국에 이어 추미애가 법무부 장관이 되면서 사태가 급반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괴롭히기의 정석을 보여주는 추미애를 보면서 사람들은 이 정부가 말하는 검찰개혁의 실체를 알게 됐고, 묵묵히 매를 맞았던 윤석열을 문정부에 맞서는 대항마로 인정하게 된 것”이라고 현 상황을 짚었다. 

대통령 당선
1등 공신

추 전 장관의 SNS는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뚝’ 끊겼다. ‘정치 신인’ 윤 대통령에게 집권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민주당 내부에서 추 전 장관 책임론이 제기됐다. 이후 6·1 지방선거에 앞둔 지난 5월30일 SNS에 글을 올렸지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자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당시 추 전 장관은 “개혁은 단순한 투쟁이 아니다. 대안 제시 능력과 이를 설득할 수 있는 실력이 필요하다”면서 “일상의 모순이 쌓여 본래의 의도대로 제도가 작동하지 않을 때 수선하고 고쳐나가는 총체적 의지가 개혁이다. 개혁이 멈추면 피폐해진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린 바 있다. 


다시 시작된 추 전 장관의 침묵은 50일 가까이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18일 긴 침묵을 깨고 SNS 활동을 재개했다. 내용은 윤석열정부에 대한 비판이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경제 위기 등과 맞물려 30%대로 추락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에 추 전 장관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 

추 전 장관은 18일 자신의 SNS에 “윤정부의 심각한 문제는 민주 국가의 권력을 검찰조직 중심으로 집중, 심화시키는 데 있다”며 “정부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과 경찰의 상호 견제와 협력관계를 깨고 검경이 일사불란한 일체화된 통치 도구가 될 것”이라고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신설 방안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추 전 장관의 날선 비판은 다음날에도 계속됐다. 지난 19일 “정부가 무능하고 부패할수록 부자들이 이용하기는 더 쉬워진다. 코로나19가 세계 경제를 덮었을 때도 유지했던 무역 흑자국이 14년 만에 적자로 뒤집혔고 23년 만에 대중국 교역이 적자를 기록했다”고 현재 경제 상황을 언급했다. 

윤 지지율 하락에 비판 가해
누리꾼 “구원투수 등장했다”

이어 “그런데도 위기 대책은 없고 오히려 세금으로 코인 빚을 갚아주겠다는 뜬금없는 정책, 외환거래 사전신고제를 폐지해 달러 유출을 쉽게 하는 부유층 편익만 챙기고 있다”며 “똑똑한 검찰 정부가 될 줄 알고 뽑은 국민으로서는 부패한 검찰 깐부 정부라니 부아가 날만하다. 그러니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추 전 장관의 등장에 누리꾼 사이에서는 ‘여권의 구원투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추 전 장관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호재’라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서는 추 전 장관이 ‘이번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띄우려는 게 아니냐’며 비꼬는 주장도 제기됐다. 


추 전 장관과 한 장관은 감정이 좋을 수 없는 사이다. 한 장관은 추 전 장관 시절 검찰 인사 때마다 족족 물을 먹었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3차장 검사, 검찰총장 재직 시기 반부패·강력부장로 발탁돼 승승장구하던 한 장관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법무연수원 연구위원·사법연수원 부원장 등으로 연이어 좌천됐다.

두 사람은 지난해 호창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해 8월 대선후보로 출마했던 추 전 장관캠프는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것을 두고 “한동훈씨의 지휘 아래 별건 수사를 통해 마른 수건 쥐어짜듯 뽑아낸 혐의였다”고 한 장관(당시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한동훈씨’라고 지칭했다. 

여기에 한 장관은 “추미애씨는 도대체 뭘 보고 다 무죄라고 계속 거짓말하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고 반박했다. 양측은 이어진 추가 입장문에서도 서로를 ‘한동훈씨’ ‘추미애씨’라 부르며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추 전 장관 캠프는 “전직 상관에게 ‘추미애씨’라 부르는 용기는 가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호칭은 중요한 게 아니니 추미애씨가 원하는 대로 불러드릴 수 있다만, 공인인 추미애씨를 추미애씨라고 부르는데 ‘가상한 용기’가 필요한 사회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현직 장관
정책 뒤집어

최근에는 법무부 장관 취임과 동시에 추 전 장관 시절 폐지됐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서울남부지검에 부활시켰다. 한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합수단 폐지는)서민 다중이 피해자인 금융증권 범죄에 대해 연성으로 대처하겠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시장에 준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폐지할 공익적인 목적을 발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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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석열로 연결되는 SM그룹 수상한 동업 추적

[단독] 윤석열로 연결되는 SM그룹 수상한 동업 추적

홀로 다 먹으려다 계획 변경 사전작업 끝나자 숟가락 얹기 ‘알박기’ 핑계로 어쩔 수 없었다지만… 뒤편에서 아른거리는 거물급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SM그룹과 윤석열 조력자의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가 진행한 수상한 동업이 뒤늦게 드러났다. 단독으로 처리해도 될 법한 프로젝트를 손보면서까지 제3자를 끌어들인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알박기’ 때문이라는 해명보다 유력 인사에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은 ‘광주 광산구 도산동 989-21번지 일원(대지면적 3만5114.6㎡)’에 591세대 규모의 주거 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였다. SM그룹 산하 건설 계열사인 ‘우방건설(현 동아건설산업)’은 2016년 10월7일 사업계획 승인을 받고 시행·시공 전 과정을 도맡는 방식으로 진행을 예고했다. 재주 부리니 이득은 따로 삽을 뜨는 일만 남았던 프로젝트는 사업계획이 통과된 지 48일 만인 당해 11월24일에 생각지 못한 변곡점을 맞았다. 이 무렵 광주 광산구청은 ‘주택건설사업계획 변경승인 고시’를 통해 사업주체에 ‘도림티앤씨’가 추가됐음을 알렸다. 우방건설이 단독 진행 계획을 접고, 뒤늦게 제3자를 끌어들인 모양새였다. 사실 SM그룹 입장에서는 공동 시행을 반길 만한 이유가 전혀 없었다. 도림티앤씨를 사업주체에 추가시키면 개발에 따른 차익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작아진다는 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은 민간개발이라는 특성상 지주작업부터 인·허가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사업자가 책임지는 구조였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는 대신 사업 종료 시 차익 극대화를 기대해 봄 직했다. 도림티앤씨가 신뢰할 만한 업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우방건설의 결정을 쉽사리 납득할 수 없게 만들었다. 김동호씨가 1999년 설립한 도림티앤씨는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이 추진될 당시만 해도 관련 분야에서 별다른 존재감이 없던 곳이다. 이전까지는 정보통신공사업에 주력했고, 2016년 초 부동산 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우방건설은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 관련 지분을 70% 대 30%로 분할하는 데 동의했다. 100%를 얻고자 했던 밑그림을 접고, 30%를 내놓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방건설은 엄청난 번거로움을 무릅썼다. 도산동 989-21번지 일원을 대상으로 폐쇄 부동산 등기를 확인한 결과, 우방건설은 사업계획 승인(2016년 10월7일) 이전까지 필지 30곳 이상을 단독으로 확보한 상태였다.그러나 우방건설이 선점한 필지들은 변경승인 고시(2016년 11월24일)를 목전에 둔 시점에 우방건설 ‘7’, 도림티앤씨 ‘3’으로 소유권 비율이 일제히 분할 조정됐다. 한번에 끝날 일을 두 번에 걸쳐 급하게 처리한 양상이었다. 여기저기 이상한 흔적 SM그룹은 지주작업에 써야 할 비용을 대여하는 불필요함마저 감내했다. 도림티앤씨가 개발 사업에 필요한 필지를 사들이는 데 투입했던 금액은 1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는 우방건설의 2016년 감사보고서 기재된 건설용지 241억원을 지분율 70%로 반영해 도출한 값이다. 정작 도림티앤씨는 무자본에 가까운 상태에서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볼 법한 상황이었다. 도림티앤씨의 2016년 감사보고서에는 제1금융에서 차입한 77억3900만원과 우방건설에서 빌린 56억원이 ‘토지분양대금’으로 기재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SM그룹 측은 사업 지연을 우려해 자금을 대여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SM그룹 관계자는 “공동 사업자의 자금 부족으로 토지 매입이 지연돼 일부 자금을 단기 대여한 것”이라며 “분양 후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았다”고 밝혔다. 의문점을 남긴 것과 별개로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은 별 탈 없이 끝맺음했다. 우방건설이 2017년 6월 동아건설산업과 합병하면서 사업주체가 기존 ‘우방건설·도림티앤씨’에서 ‘동아건설산업·도림티앤씨’로 변경됐지만, 프로젝트는 당초 계획했던 2019년 2월에 맞춰 완료됐다. 물론 동아건설산업 역시 SM그룹의 건설 계열사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개발 사업으로 양측이 거둔 분양매출은 총 1674억원으로 추산된다. 도림티앤씨는 2019년 감사보고서에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에 의한 누적분양매출을 502억원으로 기재했다. 해당 사업에서 도림티앤씨의 지분율이 3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아건설산업이 거둔 분양매출이 1171억원임을 유추할 수 있다. 특히 도림티앤씨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입된 분양매출에 힘입어 매출 규모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2016년 140억원이었던 도림티앤씨 매출은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이듬해 257억원으로 껑충 뛴 데 이어, 2018년에는 433억원으로 치솟았다. 실질적으로 남긴 금액을 의미하는 분양수익 역시 꽤나 쏠쏠했다. 동아건설산업의 2019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분양매출에서 분양원가(859억원)를 제외한 총 분양이익은 312억원으로 기재돼 있다. 해당 금액은 동아건설산업의 지분율 70%가 적용된 값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한 동아건설산업과 도림티앤씨의 합산 분양수익은 446억원, 도림티앤씨 몫으로 남겨진 분양수익은 134억원으로 추산된다. 결국 SM그룹은 단독으로 진행했다면 450억원 가까이 남길 수 있었던 사업에 도림티앤씨를 참여시킴으로써 130억원가량을 날린 모습이다. 달리 말하면 도림티앤씨는 돈을 빌려주고, 지주작업을 주도적으로 처리해 준 SM그룹 덕분에 2년여 만에 130억원대 이익을 남겼다는 뜻이다. 어렴풋하게 드러난 배경 공교롭게도 SM그룹이 도림티앤씨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속내는 최근에서야 어렴풋하게 드러난 상황이다. 도림티앤씨 설립자와 핏줄로 이어진 유력 인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림티앤씨는 김동호씨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가족회사의 형상을 띠고 있다. 주주 구성을 보면 배찬호 도림티앤씨 대표가 지분 25%를 보유한 최대주주, 배영이씨는 지분 20%로 2대 주주다. 배찬호 대표와 배영이씨는 각각 도림티앤씨 설립자인 김동호씨의 처남, 부인이다. 김동호씨의 이력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과거 SM그룹에 몸담았다는 점이다. 법인 등기 확인 결과 김동호씨는 SM그룹 계열사인 한통엔지니어링 이사진 명단에 등재됐던 기록이 존재한다. 1969년 설립된 한통엔지니어링은 전기통신공사업을 영위해 온 법인으로, 2007년 6월 SM그룹 계열에 편입됐다. 김동호씨는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100% 개인회사였던 한통엔지니어링에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다. 한때나마 SM그룹 오너의 측근이었다고 해석해도 무리는 아니다. 또 다른 SM그룹 계열사인 우방산업에서도 비슷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우방산업은 ㈜삼라에서 지분 99.4%를 보유했던 건설 계열사로, 김동호씨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SM그룹 측은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에 도림티앤씨가 참여하기에 앞서 김동호씨와 도림티앤씨의 연관성을 파악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도림티앤씨의 ‘알박기’를 사업에 참여시킨 이유라고 해명했다. SM그룹 관계자는 “사업부지 내 도림티앤씨 소유의 필지가 섞여 있었고, 사업 추진을 위해 필지 매입을 시도했지만 도림티앤씨가 끝내 거절했다”며 “부득이하게 사업 진행을 위해 공동 사업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김동호씨가 단순히 SM그룹과의 접점만 있던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취재 결과 김동호씨는 한국전력 역대 수장 중 최초의 정치인 출신인 김동철 현 한국전력 사장의 친동생으로 확인됐다. 김동철 사장은 2023년 9월 한국전력 부임 전까지만 해도 거물급 정치인으로 호명되는 일이 더 많았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그는 20대까지 내리 4선에 성공했으며, 20대 대선이 끝난 직후인 2022년 3월에는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당선인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가 자리 잡은 광주 도산동은 김동철 사장이 4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지역구였던 ‘광주 광산구 갑’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김동철 사장은 개발 사업에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구청 및 지방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상을 지녔던 셈이다. 게다가 김동철 사장은 2015년 11월부터 2016년 5월까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또한 2016년 국토교통부가 광주 광산구 송정역 일대를 ‘지역경제 거점형 투자선도 지구’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일익을 담당했다는 평가는 받는 등 지역 사회에서 개발 정책 및 투자 유치 활동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만약 SM그룹이 김동철 사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활용한다는 취지로 도림티앤씨를 끌어들였다면 심각성은 배가 될 수 있다. 해당 행위가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에 저촉될 여지를 따져 볼 필요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M그룹은 김동철 사장과 김동호씨의 관계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SM그룹 관계자는 “김동호씨와 김동철 사장이 형제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김동호씨는 SM그룹 계열사 대표를 퇴사한 이후 개인 사업을 운영했고, 그의 개인 가족관계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가려진 딴 생각 SM그룹이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에서 700m 남짓 떨어진 광주 광산구 도산동 소재 ‘도산우방아이유쉘아파트’와 관련해 광주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부의 표적이 된 전례도 찜찜한 구석이다. SM우방이 시공한 해당 아파트는 2016년 12월 준공해 2022년 말 분양 전환했는데, 검찰은 분양 전환 과정에서 돈의 흐름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검찰은 지난해 10월 SM그룹 본사, SM우방 대구 본사, 광주 광산구청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 수사를 진행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