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 숙원’ 공수처 역할의 한계

방패로 세웠다 부메랑 될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위한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공수처장 후보 지명 등의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하지만 공수처 출범은 물론 안착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산적한 과제가 많다. 여론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고위공직자수사범죄처리법

2019년 12월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수처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지 8개월여 만이었다. 당시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부터 본회의 통과에 이르기까지 여야는 극심한 정쟁을 벌인 바 있다. 

시작은
창대했지만…

이날 본회의에서 통과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발의안 공수처법은 고위공직자의 비리와 범죄를 전담 수사하는 기구를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공수처는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와 국무총리비서실 정무직 공무원, 검찰총장, 판·검사, 시·도지사 등에 대한 수사권을 갖는다.

이 중 판·검사와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선 기소권도 갖는다.

공수처는 중복되는 범죄 수사에 대해 우선 수사권을 가진다. 특히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검·경 등 다른 수사기관 수사 이첩을 요청할 수 있다. 여기에 검·경 등이 범죄 수사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할 경우, 이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는 조항이 담겼다. 이 조항은 수사 착수 단계부터 검·경 수사를 무력화하고, 공수처가 특정 인사에 대한 선택적 수사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공수처장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 7명 위원 중 6명 이상 찬성으로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지명,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했다. 추천위는 여야가 각각 추천한 위원 2명과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으로 구성된다. 당초 공수처법에는 야당의 비토권이 존재했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검찰개혁의 핵심인 공수처 출범에,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위헌 여부를 두고 헌재에 제소하는 등 공수처 출범을 막는 데 사활을 걸었다. 그 사이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했던 공수처 법정시한(지난해 7월15일) 내 출범이 실패로 돌아갔다.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는 문제를 두고도 여야는 팽팽하게 대립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는 여러 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공수처장 청문회·조직 구성
출범과 안착까지 첩첩산중

하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의 갈등이 극한까지 치달으면서 오히려 공수처 출범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상대로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 조치를 하면서 정국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여당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연내 통과를 밀어붙였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야당의 비토권을 없애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해 12월10일 통과된 공수처법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의 의결 정족수를 ‘3분의 2 이상’(5명 이상)으로 완화하고, 정당이 열흘 이내에 추천위원을 선정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학계 인사를 대신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변호사 자격을 10년 이상 보유하고 재판·수사·조사 실무 경력 5년 이상’이었던 공수처 검사 자격 요건을 ‘변호사 자격 7년 이상’으로 완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후보자 ⓒ고성준 기자

이후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는 지난해 12월28일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모두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인사들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0일 두 사람 가운데 김 연구관을 초대 공수처장 후보로 낙점했다.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꼭 1년 만이었다. 


김 후보자는 대구 출신에 보성고, 서울대 고고학과를 나왔다. 1995년 법관으로 임용됐다가 1998~2010년까지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특별검사팀에 특별수사관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2010년부터는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연구관으로 재직하며 헌재 소장 비서실장, 선임헌법연구관, 국제심의관을 맡았다. 

법 고치고
추천 강행

청와대 관계자는 “김 후보자는 판사, 변호사, 헌재 선임연구관 외에 특검 특별수사관 등의 다양한 법조 경력을 가진 만큼 전문성과 균형감, 역량을 갖췄다고 판단했다”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이어 “그동안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등 헌법적 가치 수호를 위해 노력해왔으며 대한변협 사무차장 등 공익 활동도 활발히 수행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최종 후보자로 지명했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여당은 중립과 공정을 기대한다는 환영의 뜻을 보냈다. 반면 야당은 정권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5일 “공수처가 대한민국에 법이 살아있고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국가기관이라는 기대가 있다”며 “반대로 공수처가 앞으로 정반대로 운영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공수처에 대한 기대가 우려가 되지 않도록 또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단 공수처장 후보 지명까지는 마쳤지만, 공수처가 정식으로 출범하고 안착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있다. 공수처는 법 규정상 공수처장 없이 조직을 구성 및 운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 윤석열 검찰총장

출범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라 할 수 있는 공수처 차장, 수사처 수사관 선임, 수사처 검사를 뽑기 위한 인사위원회(이하 인사위) 구성 등에 있어서 공수처장의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후보 추천 과정에서 여야가 강하게 부딪쳐온 만큼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험난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당은 이번 달 내 공수처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야당은 인사청문회 자체에 심드렁한 상황이다. 우여곡절 끝에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해도 야당의 송곳 검증이 예상된다. 위장전입 의혹, 뒤늦은 체납 증여세 납부 등 김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추윤 갈등에
국민 의심↑

공수처 조직 구성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공수처장은 공수처 차장을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대통령이 차장을 임명하는 구조다. 그 다음에 인사위를 열어 공수처 검사 23명을 임용해야 한다. 인사위 구성을 두고 여야가 또 한 번 맞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공수처 인사위는 공수처장과 공수처 차장, 공수처장 위촉 1명에 여당 추천 2명, 야당 교섭단체 추천 2명으로 구성된다. 

인사위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되기 때문에 유일한 야당 교섭단체인 국민의힘 추천 인사위원 2명의 동의 없이도 검사 임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아예 인사위원을 추천하지 않을 경우 나머지 5명만으로 인사위를 구성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공수처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국민 여론이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권력기관 개혁’을 화두로 잡았다. 검찰이 독점했던 권한을 경찰에 나눠주고, 검찰을 견제하는 기관인 공수처를 만드는 방식으로 검찰개혁을 진행했다. 검찰개혁은 문 정부를 상징하는 수식어로 자리 잡았다. 대통령은 물론 여권 인사들, 지지자들까지 검찰개혁이라는 말을 수시로 사용했다.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압도적인 수준이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2019년 9월27~28일 양일간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검찰개혁 주장에 대한 공감도’ 여론조사에서 61.0%가 검찰개혁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36.1%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검찰개혁의 핵심인 공수처에 대한 지지는 2019년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019년 1월9일에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9%가 공수처 설치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 응답은 15.6%에 그쳤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검찰개혁에 대한 여론 변화
대통령 지지율도 추락 거듭

하지만 이 같은 기류는 지난해 들어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해 추·윤 갈등은 1년 내내 사회를 달궜다. 지난해 1월 추 장관이 법무부에 입성한 이후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치기 시작했다. 검찰인사‧수사 지휘권 문제를 거쳐 검찰총장 직무배제‧징계청구 등 사상 초유의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여당에선 추 장관의 행보를 두고 검찰개혁의 일환이라고 주장했지만, 야당에선 ‘윤석열 찍어내기’라고 비판하면서 정치권으로까지 전선이 넓어졌다. 그 사이 윤 총장이 대권후보로 급성장하더니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과 함께 3강 구도를 구성할 만큼 지지율이 폭발적으로 오르면서 묘한 상황이 됐다. 

게다가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정직 2개월 처분 모두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특히 법무부 징계위의 정직 2개월 처분은 문 대통령의 재가까지 이뤄졌던 터라 추 장관은 물론 청와대도 타격을 받았다.
 

▲ 문재인 대통령 ⓒ고성준 기자

문 대통령의 사과, 후임 법무부 장관 지명 등 지난해 말에 이르러서야 추·윤 갈등이 윤 총장의 압승으로 마무리되는 모양새가 나왔다. 

엠프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기관 4개사가 지난해 11월30일부터 12월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5%가 검찰개혁 추진 방향이 ‘검찰 길들이기로 변질되는 등 당초 취지와 달라진 것 같다’고 응답했다.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당초 취지에 맞게 진행되는 것 같다’는 응답은 28%에 그쳤다(자세한 사항은 NBS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근에는 국민 59%가 검찰개혁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71%는 절차와 방법에 무리가 있다고 인식한다는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겨레>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지난해 12월27일부터 사흘간 벌인 여론조사 결과다(자세한 사항은 케이스탯리서치 홈페이지 참조). 대의에 공감하지만 절차가 잘못됐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얻고 있는 셈이다.

국민 절반
“매우 잘못”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35%대로 주저앉으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동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얼미터가 지난 4~6일 만 18세 이상 성인 1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5.1%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부정평가도 61.2%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문 대통령이 강세를 보였던 40대에서도 부정평가가 긍정을 앞섰다. 특히 ‘매우 잘못함’이라고 응답한 적극적 비토층이 50%에 육박했다(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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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분당보건소 부지 올스톱 비스토리

[단독] 분당보건소 부지 올스톱 비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펜스로 둘러쳐진 땅에는 드문드문 잡초만 나 있었다. 입구 쪽의 주차 차단기도 작동하지 않았다. 사거리 주변서 이 땅만 ‘이가 빠진 듯’ 공터 상태다. 누가 봐도 ‘목이 좋다’는 말이 나올 법한 위치지만 오늘도 텅 비어있다. “원래 보건소가 들어오기로 했어요. 그전에는 정자1동 행정복지센터(임시 청사)가 있었고요. 노인분들이 휠체어 타고 다니면서 편의시설을 이용하고 그랬어요.” 한 성남시민이 텅 빈 부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건널목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는 대기업 사옥, 오른편으로는 상가, 뒤편으로는 아파트가 자리한 이른바 ‘노른자위 땅’이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지도를 확인한 뒤 “완전 정자동 메인이네. 부르는 게 값일 것”이라고 했다. 앞 뒤 양 옆 꽉꽉 찼는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63번지 일원 2832㎡(약 854평) 규모의 땅. 원래 성남시 소유의 땅이었다가 용도변경을 거쳐 기업에 매각됐다. 성남시가 ‘기업 유치’를 목적으로 부지의 매각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기 시작한 시기는 2015년이다. 2020년 성남시 판교에 있는 한 기업이 4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 문제는 그걸로 끝이었다는 점이다. 올해 6월에 이르도록 건물 건립을 위한 삽 한 번 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2022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공사가 어려웠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그 이후에도 해당 부지는 여전히 공터로 남아있다. 한 성남시민에 따르면 주차장으로 사용된 적이 있을 뿐 공사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초 성남시는 정자동 163번지에 보건소를 세우려 했다. 그러다 2015년 11월16일 성남도시관리계획에 의거해 공공청사 부지서 중심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했다. 성남시는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 토지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우수 기업을 유치하려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실제 2016년 1월21일 열린 성남시의회 제216회 경제환경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한 시의원이 “정자동에 있는 공공청사 부지를 매각해서 업무 단지로 사용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지”라고 질문하자 성남시 회계과장은 “고용도 창출하고 시 재정의 효율성도 증대시키고, 실제로 보면 기업체가 유치됨으로써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성남시의회는 2016년 1월과 3월, 5월에 ‘정자동 163번지 기업 유치를 위한 매각’ 안건을 두고 질의와 토론을 진행했다. 두 번의 부결 끝에 2016년 5월24일 안건이 가결됐다. 당시 경제환경위원회 위원장은 “매각 대금이 지역주민들께 일정 부분 투입될 수 있도록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말한 뒤 안건 가결을 선포했다. ‘부르는 게 값’ 노른자위 땅 보건소 부지였다가 용도변경 성남시는 2017년 5월23일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부지의 매각을 공식화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성남시는 첨단산업육성위원회를 열어 해당 부지에 기업 유치를 위한 공모 지침과 평가 기준을 확정한 뒤 ‘우선 협상 대상자 선정 모집 공고’를 냈다. 해당 부지의 공시지가는 211억원(㎡당 745만원), 감정평가액은 376억원(㎡당 1329만원)이라고 밝혔다. 당시 해당 부지에는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들어선 상태였고 정자1동 행정복지센터(임시청사)는 그해 9월 분당정자 청소년 수련관으로 옮긴다고 했다. 성남시는 부지 매입 자격을 ▲제조업의 연구시설 ▲벤처기업 집적 시설 ▲문화산업 진흥시설 등으로 제한했다. 지식산업, 전략산업, 벤처기업을 유치해 지역발전을 꾀하겠다는 취지다. 성남시는 “성남하이테크밸리, 판교테크노밸리, 분당벤처밸리 등 3대 산업집적지와 한 축을 이뤄 도시 균형발전과 첨단사업 고도화에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고 말했다. 부지 매각과 관련해 우선 협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접수는 그해 7월17일부터 21일까지 닷새 동안 이뤄졌다. 성남시는 공급 신청서, 기업 현황, 사업 계획, 입찰 계획 등을 작성해 성남시 창조산업과에 직접 방문해 제출하라고 고지했다. 8월 중에 개발 방향 이해도, 사업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고 득점 기업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뒤 협상을 거쳐 매매계약을 체결한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의회서도 지역 기여 강조 성남시는 ▲기업 현황(정량 300점) ▲사업 계획(정성 500점) ▲토지 가격(200점) 등 총 1000점 만점으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현황의 경우 규모와 재무 상태로 구분해 각각 70점, 230점을 배점했다. 사업 계획은 사업 평가(200점), 건축 운영(150점), 지역 기여(150점) 등 세 분야로 나눴다. 2018년 4월 성남시는 드림시큐리티가 제안한 소프트웨어 진흥시설 설치 사업 계획이 시 첨단산업 육성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드림시큐리티는 핀테크 서비스와 FIDO 기반의 생체인증 기술, 블록체인 기반의 인증과 암호를 개발하는 연구·개발 중심의 IT 벤처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성남시와 드림시큐리티 간의 계약은 체결되지 않았다. 성남시 관계자에 따르면, 드림시큐리티 측에서 매입을 철회했다. 이후 재차 공모 절차를 거쳐 ㈜마이다스아이티가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 회사 소개서에 따르면, 마이다스아이티는 공학기술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보급 및 구조 분야 엔지니어링 서비스와 웹 비즈니스 통합 설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마이다스아이티는 2020년 2월14일 424억원에 해당 부지를 샀다. 당시 성남시가 내놓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마이다스아이티는 1114억원을 들여 연면적 3만963㎡, 지상 15층, 지하 5층 규모의 벤처기업 집적 시설을 건립한다고 밝혔다. 4개 이상의 벤처기업이 입주하고 판교제1테크노밸리에 있던 마이다스아이티 직원 600명이 모두 옮겨온다고도 덧붙였다. 삽 한 번 안 떠 시민 의문 제기 그러면서 “마이다스아이티는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창업보육 지원, 커뮤니티 공간 조성, 청소년 자인씨앗학교를 운영하고 주말에 주차장(240면)을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자리 매칭·치매 예방·스마트 제조혁신 등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관련 기관에 무상 지원하고 지역 주민 고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고 했다. 성남시가 우선 협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서 150점을 배점한 ‘지역 기여’ 관련 부분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는 공사 완공 시점으로 2023년을 언급하면서 조감도도 공개했다. 당시 성남시 관계자는 “정자동 163번지 부지는 분당벤처밸리 내 벤처기업 육성촉진지구고 인근엔 네이버, 넥슨, 엔씨소프트 등 첨단지식산업 업체가 대거 포진해 벤처기업 집적 시설이 들어서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며 “아시아실리콘밸리 조성의 한 축이 돼 자족 기능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지 매각 이후 5년이 지났다. 매각 전인 2019년 12월부터 주민 자율 주차장(90면)으로 사용되던 것도 이제는 운영되지 않고 있다. 마이다스아이티가 세운 ‘개발 부지 안내문’이 세워져 있을 뿐이었다. 안내문에는 ‘본 지역은 아래와 같은 방향으로 개발될 예정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연구/업무 공간 ▲자연주의 인본 경영 공간 ▲시민 행복 공간 등이라고 쓰여 있다. 한 성남시민은 “주민 편의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다가 기업에 매각된 이후 계속 비어있다. 성남시가 부지를 매각하겠다고 밝힌 시기로 따지면 8년, 마이다스아이티가 땅을 산 시기로 보면 5년째 땅을 놀리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성남시에서 어떤 제재를 가하는 것도 아니다. 기업의 사정은 둘째치고 성남시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판교 벤처기업 매입 “구체적인 내용 안내 어렵다” 성남시의회가 2020년 10월16일 진행한 경제환경위원회 제4차 회의서 정자동 163번지 관련 문제가 언급됐다. 매각 이후 8개월이 흐른 시점이다. 당시 한 시의원은 “빨리빨리 언제까지 안 되면 계약위반으로 통보해야 한다. 확인해야 한다”며 “계약위반이 될 수 있는 사항은 꼼꼼히 따져서 빨리빨리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성남시 아시아실리콘밸리 담당관이 “지금 그곳은 설계 단계다. 주차장 사용 문제는 확인해서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시의원은 “우리가 정해진 규칙대로 (첨단산업)육성위원회에서 심의했던 내용대로 계약위반이 아닌지 우리가 따져야 하는 거고…(중략)…우리한테 제출한 계획대로 이행을 안 했을 경우 계약위반으로 취소할 수도 있다고 얘기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회의 이후 성남시의회서 정자동 163번지 관련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성남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설계 변경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협약서에 공사 시점에 대한 부분이 있긴 하다. 다만 그 부분에 단서 조항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마이다스아이티서 단서 조항을 통해 공사 기간을 연장해 온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올해 상반기 중에 착공하는 것으로 얘기가 나왔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부연했다. 공사 지연에 대한 성남시 대응을 묻자 “더 이상 저희도 같은 사유로는 연장을 안 해주려는 상태”라면서도 “성남시 차원서 마이다스아이티 측에 법적으로 공사를 재촉하거나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사항이 명확하진 않다”고 설명했다. 시 직무유기? 제재 못한다 마이다스아이티 관계자는 “(해당 부지에)사옥을 지을 예정”이라며 “사옥을 처음 세우는 것이다 보니 잘 짓기 위해 설계를 변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남시 보도자료에 언급된 부분(지역 기여 관련)이 설계에 포함돼있는지는 답하지 않았다. 홍보팀 관계자는 <일요시사>의 추가 질문에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안내가 어려운 점 양해를 부탁한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