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김학의 출금 사건 막전막후

의혹 너머에 추라인 검사들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김학의 사건’이 재점화 되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둘러싼 의혹이 처음 제기된 건 2013년. 7년이 지난 현재까지 사건은 종결되지 않았다. 의혹과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망령처럼 정치권을 떠도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출국금지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 의혹이 제기됐다.
 

▲ 출국 중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JTBC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인 2013년 3월 법무부 차관으로 발탁됐다. 하지만 이른바 ‘별장 성접대 동영상’ 의혹으로 취임 6일 만에 낙마했다. 당시 김 전 차관은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지만 새 정부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2013년 시작
여전히 논란

김 전 차관에 대한 경찰, 검찰의 수사가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진행됐지만 수사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종결됐다. 김학의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문재인정부로 들어서다. 문정부 출범 후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가 발족되면서 김 전 차관을 둘러싼 의혹이 구체성을 띠기 시작했다. 

지난 2019년 3월 민갑룡 당시 경찰청장은 “(별장 동영상 화질이)명확한 건 (2013년)5월에 입수했는데,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하고 명확하기 때문에 (김 전 차관과)동일인이라고 판단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클럽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의혹 사건’ ‘고 장자연씨 사건’과 함께 김 전 차관 사건을 언급하면서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특히 이 사건에 검찰과 경찰이 유착됐다는 의혹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고 신뢰받는 사정기관으로 거듭나는 일은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 이후 과거사위의 활동 기간이 연장됐다. 같은 해 3월22일 과거사위는 태국으로 나가려던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았다.

김 전 차관은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 뇌물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문제는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점이다.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 승인요청서 등에 이미 종결됐거나 존재하지 않는 사건·내사번호가 게재됐다는 의혹이 나온 것. 

2019년 3월 출국금지 과정
“절차적 흠결 있었다” 제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익신고서를 접수한 공익제보자는 대검과 법무부가 이를 묵인·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 당시에도 파견검사에게 출국금지 요청 권한이 있는지 여부를 두고 적법 절차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22일 밤 인천공항에서 태국으로 출발하는 비행기표를 발권한 뒤 이튿날 0시20분에 출발하는 방콕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재수사를 앞둔 상황이었다. 출입국당국이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를 법무부에 보고하면서 당시 재수사 사건을 조사하던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도 해당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파견된 이규원 검사는 김 전 차관이 출국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중앙지검 사건번호 2013형제65889호로 자신 명의의 ‘긴급 출금 요청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2013형제65889호는 김 전 차관이 2013년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성폭력 혐의 사건번호였다.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고성준 기자

출입국관리법상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범죄 피의자’라는 조건의 긴급출금 대상자가 될 수 없는 사건이었다. 또 이 검사는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은 뒤엔 법무부 장관의 사후승인을 위해 서울동부지검 내사번호(2019년 내사1호)를 활용했다. 이 내사번호는 존재하지 않던 것이다.

지검장의 직인을 찍어야 하는 곳에는 ‘代이규원’이라고 서명했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긴급 출국금지 요청은 ‘수사기관의 장’이 해야 한다. 당시 이 검사가 파견검사 신분이었던 게 쟁점이 되는 이유다. 이런 과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조사단에 파견 나간 이 검사가 정식 수사 권한도 없이 허위 공문서로 긴급 출국금지를 요청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
“명운 걸어라”

법무부는 지난 12일 “긴급 출국금지 및 사후 승인을 요청한 조사단 소속 검사는 서울동부지검 검사 직무대리 발령을 받은 ‘수사기관’에 해당하므로, 내사 및 내사번호 부여, 긴급 출국금지 요청 권한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중대한 혐의를 받고 있던 전직 고위공무원이 심야에 국외 도피를 목전에 둔 급박하고도 불가피한 사정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었다”고도 말했다. 

법무부의 해명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현직 법조인들까지 법무부의 논리를 반박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법무부의 해명은)근거 없는 소리”라고 일축하면서 “사건번호 부여는 검사가 임의로 하는 것이 아니다”며 “내사사건은 수제번호를, 수사사건은 형제번호를 부여하는데 모두 주임검사가 상사에게 결재를 올려 완료되면 담당 직원이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정유미 인천지검 부천지청 인권감독관은 “검사들은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수사활동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게 판단한다”며 “그 인권이 설령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인간들의 인권이라 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임시번호 뒤 정식번호가 수사관행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도대체 어떤 인간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씨부리는 것인지 궁금해 미치겠다”며 “적어도 내가 검찰에 몸담고 있던 20년간에는 그런 관행 같은 건 있지도 않았고, 그런 짓을 했다가 적발되면 검사 생명 끝장난다”고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사법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아무리 형사처벌 필요성이 절박해도 적법절차의 원칙을 무시할 수 없다”며 “‘나쁜 놈 잡는데 그깟 서류나 영장이 뭔 대수냐, 고문이라도 못 할까’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냥 야만 속에서 살겠다는 자백”이라고 꼬집었다. 

전 장관도
책임론 나와


대검 진상조사단의 김학의 사건 조사팀에 소속됐다가 사퇴한 박준영 ‘재심 전문’ 변호사도 “김 전 차관의 출금 문제는 공무원의 역할인 ‘법치주의 실현’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정의실현을 위해 불가피한 업무처리였다는 건 무리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반부패·강력부장인 이 지검장이 출국금지 과정이 절차적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동부지검에 정식 내사번호를 입력해 동부지검장 명의로 출국금지를 요청한 것으로 해달라는 취지로 연락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이었던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이 출입국본부를 방문해 개입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박 전 장관이 출국금지 승인 요청을 받아들인 배경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이종근

대검은 당초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배당됐던 이 사건을 수원지검 형사3부로 재배당했다. 소규모 지청에서 수사하던 사건이 상급기관으로 올라간 것이다. 재배당 조치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검찰청 규모 등을 고려해 보다 충실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재배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양지청 지휘부가 수사를 뭉개고 있다는 일각의 의심에 대해 선을 그은 셈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을 두고 박 전 장관 등이 관여해 불법이 자행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 정부 들어 4명의 법무부 장관이 모두 무법부 장관이 되고 있다”며 “법치주의를 선도적으로 무시하는 문재인정부의 소위 ‘법무장관 시리즈’는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부 “수사관행” 해명
법조인들 “말도 안 된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조직의 명운이라는 어명을 받아 든 법무부 내 친문(친 문재인)파들이 김학의 출국금지 쇼를 연출하고 실행에 옮겼고, 불법이 탄로 나자 은폐와 조작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법질서를 정면으로 위반한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이제라도 국민들께 사과하고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특단의 지시를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다. 당 대표나 원내대표의 언급 등 당 차원의 대응은 자제하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 등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라인으로 언급되는 검사들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법사위원 가운데서는 김용민 의원만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 의원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회수하지 않고서는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이 대놓고 봐준 김학의 사건이 재발견돼 김학의가 구속되자 검찰의 분풀이가 이를 조사한 사람들로 향하는 것 같다. 검찰 입장에서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돼버린 사람들이 김학의 사건의 실체를 밝혔고, 검찰의 부정을 폭로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변호사로서 과거사위 김학의 사건 주무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과거사위 간사인 이용구 법무실장(현 법무부 차관)에게 연락이 와 출국금지 필요성이 있고, 조사단에서 과거사위에 출금을 요청하면 과거사위가 이를 권고하고 법무부가 출금을 검토하는 방안을 상의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야 “사과해”
여 침묵 중

자유연대와 공익지킴이센터 등 8개 시민단체는 지난 14일 박 전 장관과 김 의원 등 7명을 형법 허위 공문서 작성죄 및 동행사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의 공동정범으로 고발했다. 이들은 “피고발인 박상기, 이용구, 김용민, 이규원, 김태훈, 이성윤은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이며, 이들의 범죄행위를 보면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의 승인 아래, 당시 법무부 감찰 과거사위 위원인 이용구와 김용민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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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