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세 가족’ 경찰 조직은 지금…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12.21 11:55:25
  • 호수 13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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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빌빌거리는 사이 ‘차곡차곡’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개혁이 이뤄졌다. 이번 개혁에 따라 경찰 조직은 ‘국가경찰’ ‘수사경찰’ ‘자치경찰’ 등 세 조직으로 나뉜다. 이로 인해 ‘치안체계에 혼란이 빚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 서울지방경찰청

이른바 ‘권력기관 개혁 3법’으로 불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경찰법·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하면서 주요 권력기관 중 체질이 가장 많이 달라질 곳은 경찰이다. 당장 올 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1차 수사 종결권을 확보한 데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도 가져오게 되면서 힘이 세졌다. 

국·자·수
세 분야 공존

이에 따른 경찰 권한을 분산할 필요성도 높아졌다. 그 장치로 자치경찰제가 도입되고 국가수사본부가 출범된다. 내년부터 국가·자치·수사 경찰이 공존하는 ‘한 지붕 세 가족’ 체제로 바뀌게 된 것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경찰개혁 법안 국회 통과와 관련해 지난 16일 “앞으로 정책의 수립·집행·점검 전 과정에 걸쳐 공개 행정을 더욱 강화해 법 집행의 투명성을 높여 나가겠다”며 “경찰의 비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법이 시행되면 국가·자치·수사 사무별 지휘·감독기구가 분리되고, 그동안 경찰청장에게 집중됐던 권한이 각 시·도, 국수본으로 분산되면서 사실상의 분권 체계가 갖춰지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던 치안업무를 국가와 시·도가 같이 책임지는 형태로 바뀌게 된다”며 “시·도지사에 치안 책임이 부여돼 그에 맞는 예산과 인사 권한이 이양된다”고 덧붙였다.

내년 1월부터 경찰 조직이 국가·자치·수사 사무별로 지휘·감독기구가 분리되면서 몸집이 커진다. 당장 서울지방경찰청은 ‘넘버2’인 차장이 1명에서 3명으로 늘어나 3차장 체제로 바뀔 전망이다.

국가사무는 1차장이, 수사사무는 2차장이, 자치사무는 3차장이 맡는 방식이다. 공식명칭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서울특별시경찰청으로 바뀐다.

국가·경찰·수사 세분화
업무 혼선·비효율 등 우려

수사국 내에는 수사부·형사부·사이버수사국이, 보안국에는 안보수사국이 확대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2년 단임 임기제인 국수본부장은 임용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일단 공석으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청도 개편되는데 우선 명칭이 시도경찰청으로 변경된다. 자치경찰제가 도입됨에 따라 서울청은 3차장가, 나머지 지방청은 3부장 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수사·자치 사무를 각각의 차장과 부장이 담당하는 것이다.

김 청장은 “기획재정부에서 최종적으로 확정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것”이라며 “경정 이하에 대해선 승진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 권한이 시도 자치경찰위원회나 시도지자체장에게 위임돼 인사권도 분산되는 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는 내용이 담긴 국가정보원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새롭게 바뀔 경찰의 모습도 확정됐다. 경찰은 국가정보원법과 경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과 관련해 “안전과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 김창룡 경찰청장

기존엔 경찰청장이 경찰 전체를 지휘·감독했다면, 앞으로는 수사·국가·자치 사무 등까지 지휘·감독해야 하는 이른바 ‘한 지붕 세 가족’ 체계로 변하게 됐다. 이로써 수사 구조개혁의 목적으로 검찰과 국정원의 기능은 축소되고 경찰의 권한은 대폭 커졌지만,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는 부족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경찰법 전부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하면서 문재인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입법도 마무리됐다. 경찰은 앞으로 국가경찰, 수사경찰, 자치경찰로 나뉘게 된다.

기존 경찰의 지휘·감독체계는 경찰청장을 정점으로 한 ‘톱다운’ 방식이었다. 톱다운이란 최고 지도자가 직접 결정한 대로 일선 경찰들이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즉 최고 결정권자가 먼저 결정을 하고 그 다음 실무자들이 나머지 사항들을 조율해 나가는 방식을 의미한다. 

대공수사 이관
국정원과 협력

하지만 바뀐 지휘 체계는 각각 경찰청장, 국가수사본부장, 시도 경찰위원회가 나눠 맡게 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구조개혁에 따른 경찰권 비대화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로 인해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경찰 사무를 3등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혼선이 오고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청장의 권한은 줄었지만 비대해진 수사권을 그대로 넘겨받은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정치적 독립·중립성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관건이다. 

경찰의 한 축이 될 자치경찰이 시·도지사를 포함한 지자체 정치권력 입김에 휘둘릴 수 있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통과된 경찰법 전부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한 경찰서 안에 세 종류의 경찰관이 함께 근무하게 된다.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경찰과 담당 지역 내 생활 안전·교통·경비·일부 수사를 담당하는 자치경찰이 있고, 그 외 국가경찰 사무를 담당하는 국가경찰이 있다.

당장 일선 경찰들은 경찰 사무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런 방식을 두고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한 수도권 경찰청 직장협의회 관계자는 “성폭력 범죄는 자치경찰이 수사하게 돼있는데 수사 도중 국수본 관할의 다른 범죄 혐의를 인지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어려운 사건은 떠넘기려 할 것이고 실적에 도움이 될 만한 사건은 서로 가져가려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복잡한 지휘계통도 문제다. 예컨대 자치경찰은 시·도지사 소속의 시·도경찰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의 지휘를 받지만 성폭력·학교폭력 범죄 등 자치경찰 관할의 일부 수사는 자치위가 아닌 국수본부장의 지휘를 받는다.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대로 자치경찰제를 시행하려면 수사 기능까지 지자체로 모두 넘겨줘야 하는데, 알짜배기 수사 권한은 국수본 형태로 국가경찰 내에 남겨두려다 보니 기형적인 안이 탄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자체 사무가 경찰에 전가될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몸집은 
커진다

서울의 한 경찰관은 “지금도 명도집행처럼 명백한 지자체의 사무임에도 경찰 출동을 당연하게 여기는 일이 부지기수”라며 “지자체 사무를 경찰에 떠넘기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경찰청은 통과된 개정안에서 자치경찰제 사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사무 전가 우려를 최소화했다는 입장이다. 노숙인·주취자·행려병자 보호조치 등이 기존 안에 포함됐다가 일선 경찰의 반발로 삭제됐고, 지나치게 넓게 해석될 수 있는 표현들은 명확하게 다듬었다.

경찰청은 오히려 지자체와 지방경찰 간 업무 중복으로 인해 발생했던 비효율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예를 들어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시 면허증은 경찰서에 반납하고 교통비는 지자체에 지급하던 것이 한곳에서 통합 처리되는 식이다.

경찰 안팎의 관심은 새로 생길 국수본부장자리에 쏠리고 있다. 국수본부장은 1차 수사종결권 확보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로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경찰 수사권을 경찰청장에게서 넘겨받게 돼있다. 경찰청장 권한을 분산하려는 조치인데, 일각에선 3만명 규모의 수사경찰을 지휘하는 막강한 자리를 하나 더 만든 셈이라는 시각도 있다.

경찰은 일단 국수본부장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본적 장치는 법 조문에 담았다는 입장이다. 국수본부장이 헌법·법률을 위반한 때는 국회 탄핵소추 대상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고, 경찰청장은 원칙적으로 개별 사건을 지휘·감독할 수는 없지만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 수사’에 있어서는 예외를 뒀다.

일종의 견제 장치인 셈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정권의 성향·코드와 상관없이 정확하고 중립적인 수사를 할 수 있는 인물을 (국수본부장으로)뽑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중립적 수사 가능한 인물 
해당기관과 관계설정 주목

자치경찰을 지휘·감독하게 될 자치위 역시 마찬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자치위는 총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시·도의회에서 2명, 교육감이 1명, 자치위 위원추천위원회에서 2명, 시·도지사가 1명, 국가 경찰위에서 1명을 임명하게 돼있다. 같은 지자체 내에서 선거로 선출되는 시·도의회와 교육감 구성이 시·도지사와 같은 정치적 이해를 할 가능성이 큰 만큼 시·도지사의 입김이 강하게 미치는 자치위원이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

곽 교수는 “지방 토호세력을 비롯해 지방자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경찰 업무에도 영향력을 끼치려 할 수 있다”며 “시범운영 기간에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수처가 등장하고,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되면서 경찰이 해당 기관과 어떻게 관계 설정을 해 나갈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우선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 비위를 수사 대상으로 두고 있는 만큼 경찰과는 서로 견제하는 관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 수사 대상에는 경무관 이상 고위 경찰공무원과 그 가족이 포함돼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수사를 진행하던 중에 고위 공직자 범죄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즉각 공수처에 통보하게 돼있다. 이후 공수처장이 사건 이첩을 요구하면 경찰은 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두 수사기관이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과 경찰은 기본적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이 강점을 가진 대공 정보권이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경찰의 대공 수사는 어느 정도 국정원의 협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청장은 국정원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난 13일 “3년의 유예기간 동안 안보수사 역량을 높이고 관계 부처와 협력 체계를 공고히 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국정원의 정치 개입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5·18, 세월호, 댓글 사건, 민간인 사찰 같은 국정원 관련 의혹이 두 번 다시 거론되지 않도록 진상규명에도 끝까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치안 혼란?
떠넘기기?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에 대해선 “대공수사권도 정보 수집과 수사 분리의 대원칙을 실현해 인권 침해 소지를 없앴다”며 “국가안보 수사에 공백이 없도록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전담 조직 신설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공수사권은?

대공수사권이란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에 대한 수사 권한을 가리킨다.

국가정보원뿐만 아니라 경찰·검찰도 갖고 있지만, 그동안 국정원의 전유물처럼 인식됐다. 

원래 이 조항은 중앙정보부 설립 직후(1961년 6월)에 공포된 중정법에 포함됐다.

당시 법률은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국내외 정보사항 및 범죄수사와 군을 포함한 정부 각부 정보수사 활동을 조정 감독하기 위해 중앙정보부장, 지부장 및 수사관은 소관 업무에 관련된 범죄에 관해 수사권을 갖는다’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게다가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는 문구까지 포함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다.

이 조항은 1963년 12월 중정법 개정 당시 ‘형법 중 내란죄·외환죄, 군형법 중 반란죄, 이적죄, 군사기밀누설죄, 암호부정사용죄,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에 규정된 범죄의 수사’라고 구체화 된 뒤 지금까지 골격을 유지해왔다.

과거 국정원의 대공수사는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몬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가안전기획부 시절에는 한 기업의 홍콩 주재원이었던 윤태식씨가 1987년 1월 부인 김옥분(일명 수지김)씨를 살해한 사건을 ‘여간첩이 남편을 납북 기도한 사건’으로 조작해 발표했다가 2000년 언론 보도로 전모가 폭로되기도 했다. 

또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모느라 증거를 조작했다가 거꾸로 국정원 직원들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기도 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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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