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갤러리’ 재산 누락 의혹

부인 운영하는 화랑 건물 빼먹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김정수 기자 =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예비후보의 아내가 보유한 화랑 건물 지분이 과거 박 후보의 고위공직자 재산에서 누락된 것으로 확인했다. 캠프 측은 누락을 인정하면서도 직원의 실수였다는 입장이다. 
 

조현화랑은 31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주요 갤러리다. 본관은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예비후보(이하 박 후보)의 아내 조현 이사가 설립했다. 그는 미술 시장의 터줏대감으로 통하며 국내외 거장들과 여러 차례 호흡을 맞췄다. 사업 수완 역시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토지 매입

조현화랑은 1989년 ‘갤러리월드’로 개관했다. 갤리리월드는 당시 조 이사가 소유했던 부산 수영구 월드타운 건물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해운대가 신흥 화랑가로 떠오르자 조 이사는 해운대구 달맞이길로 화랑을 이전했다. 화랑은 주변 고급 주택단지 운치와 딱 들어맞았고, 부산을 대표하는 화랑으로 발돋움했다.

조 이사가 달맞이길에 자리를 잡은 시기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 이사는 그해 8월 규모 1020.5㎡의 토지를 컬렉터 박모씨와 절반씩(▲510㎡) 매입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07년, 기존 2층짜리 구관 A동(▲326㎡)에 4층짜리 갤러리 B동(▲465㎡)이 새로 들어오면서 화랑이 완성됐다. 2009년 A동(▲360㎡)이 증축되면서 오늘날 모습을 갖추게 됐다. 조 이사의 지분은 건물 A동 절반과 갤러리 B동 전체였다.


종합해보면, 조 이사의 몫은 토지 510㎡에 2009년 전후를 기준으로 628㎡와 660㎡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박 후보의 고위공직자 재산자료는 이와 달랐다. 박 후보가 국회의원과 이명박정부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등으로 재직했던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화랑의 재산 내역은 토지 510㎡와 건물 395㎡로 기재돼있다. 
 

▲ 박형준 부산시장 예비후보

재산 누락은 박 후보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의원직 및 정무직 공무원을 맡았던 3개년 동안 계속됐다. 박 후보자 측은 “담당 직원이 A동과 B동을 헷갈려 계산을 잘못한 것 같다”며 고의적 누락이 아니라고 했다.

아내 조현 2005년 부지 매입 후 갤러리동 소유
3개년 건물 지분 누락…캠프 “직원 실수였다”

비슷한 사례는 2016년에도 포착됐다. 당시 국회 사무총장이었던 박 후보는 배우자의 화랑 토지와 건물 가격을 11억4000만원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부동산 관계자들은 이를 납득하기 어려운 수치라고 입을 모았다.

컬렉터 박모씨는 2018년 화랑 토지와 A동 지분을 조현화랑에 매각했다. 매매가는 약 11억9000만원(토지 11억·A동 절반 9000만원)이었다. 조 이사와 박모씨의 건물·토지 소유 비중이 동일한 점을 미뤄보면, 조 이사 역시 2018년에 11억9000만원의 자산을 보유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B동 건물을 제외한 가격으로 보인다.


설령 2016년 신고한 재산에 B동 가격이 포함됐다 하더라도, 주변에 고급 주택단지를 두고 있는 1개 토지와 2개 건물의 2년 간 상승분이 5000만원에 그친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결국 2016년 재산신고에서 B동은 제외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박 후보 캠프 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2016년에 B동을 누락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2016년 시점에 갤러리동에 물이 많이 새는 등 문제가 많아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지으려고 멸실 신고를 하려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신고를 안 했다. 동업하시는 분이 반대해서 결국 포기했다. 그 당시에는 그런 상황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누락은 맞다”고 전했다.

캠프 인정
이후 번복

캠프 측은 임명직의 재산 누락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캠프 관계자는 “실수로 그렇게 할 수 있다. 어떤 책임을 져야 하나”라며 반문했다. 이어 “선거 때 재산신고하는 것과 공직자가 재산신고하는 것은 다르다. 선거 때 누락하면 선거법상 문제가 되지만, 공직자가 재산 등록할 때 누락되면 시정 명령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후 캠프 측은 돌연 2016년 재산은 누락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당시 조 이사가 소유한 토지 공시가격 8억6000만원, A동 지분 절반과 B동 건물을 합치면 대략 3억원대가 맞기 때문에 신고한 11억4000만원이 맞다는 것이다.
 

▲ 조현화랑 내부 ⓒ페이스북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고위공직자의 근린생활시설은 공시 가격이 있는 경우는 국세청 기준시가를, 공시 가격이 없는 경우에는 지방세법에 따른 ‘건물 시가 표준액’으로 산정해 공시한다.

조현화랑 건물의 경우에는 정해진 공시 가격이 없다. 따라서 건물 시가 표준액으로 공시해야 한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2016년 조현화랑 건물 시가 표준액에 따르면 A동 2억1500만원, B동 3억6600만원으로 확인됐다. 조 이사의 지분을 계산해보면 4억7400만원이다. 8억6700만원의 토지 지분까지 더하면 총 13억4000만원이 된다. 박 후보자 측에서 신고한 금액과 1억9600만원가량 차이가 난다.

갤러리동
또 누락?

캠프 관계자는 실거래가로 재산을 신고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조 이사가 가지고 있는 건물 지분은 2016년까지 단 한 번도 거래된 적 없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실거래가 있다면 실거래가로 올리는 게 맞다. 실거래가 없었을 경우 실거래가를 올릴 수가 없다. 실거래가는 말 그대로 실제 거래된 금액이다. 공시지가가 없다면 건물 시가 표준액을 기준으로 올리면 된다”고 말했다.

공직자의 재산 누락은 매번 크게 논란이 되는 사안 중 하나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역시 후보 검증대에 올랐을 당시 8년간 2092만원 상당의 임야를 누락한 사실이 드러나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고위공직자가 재산신고를 누락할 경우 공직자윤리위원회는 공직자윤리법 제22조에 따라 해당 공직자의 해임 또는 징계 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 

만약 누락 금액이 5000만원에서 3억원 사이일 경우 공직자에게 ‘경고’ 조치가 내려진다. 특히 선거 후보자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재산신고를 누락한 뒤, 이를 선거 공보물 등으로 공표했을 경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등이 성립된다. 다만 선거법 공소시효는 6개월이다.

2016년 건물시가액 기준 1억9000만원 제외 의혹 
가족 지분 100%, 화랑 특성상 수익 구조 불투명

취재 과정에서 캠프 측은 조 이사와 조현화랑이 큰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 미술계에서 유명한 조 이사의 이름을 딴 것일 뿐, 회사 내 지분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조 이사와 조현화랑의 거래 역시 법인과 제3자가 거래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조현화랑은 사실상 조 이사의 가족 회사로 보인다.
 

▲ 조현화랑 ⓒ카카오맵

조현화랑은 조 이사가 달맞이길에 화랑을 설립할 당시 결성됐다. 조 이사는 2009년부터 2019년 12월까지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2018년 A동 건물 지분을 조현화랑에 매각했을 당시에도 조 이사는 회사의 대표직을 맡고 있었다. 2016년에는 조 이사의 아들인 최모씨가 각자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2020년 9월 기준으로 경영진에는 최 대표와 조 이사, 신원 미상의 최 이사, 감사 주모씨까지 총 4명으로 집계됐다. 

이후 2019년 7월 조 이사가 보유하고 있는 B동 3층에는 주식회사 제이에이치아트가 들어섰다. 조현화랑 사업에 더해 일반 음식점업 및 기타 음식점업이 추가됐다. 조현화랑의 최 대표가 동일하게 대표직을 맡았다.

박 후보가 청와대에 입성했던 2009년 조 이사는 보유하고 있던 조현화랑 지분 50% 전부를 매각했다. 지난해 9월 기준 아들인 최 대표가 지분 80%를 갖고 있고, 최 대표의 가족이 2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사실상 조 이사의 가족들이 조현화랑 지분을 전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세 화랑
가족회사

<일요시사>가 입수한 조현화랑의 재무자료에 따르면 2017~2019년 총자산은 48억, 58억, 53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0억원, 49억원, 65억원이었다. 순이익은 2억원, 6600만원, 3억원으로 나타났다. 화랑계 관계자는 “갤러리 대부분 작가와 수익을 나누기 때문에 화랑이 갖는 수익구조를 정확히 알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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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