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국회 헌정기념관에는 높이 7m의 대형 과일나무 조형물이 있다. 2015년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국회 사무총장일 당시 1억3000만원의 세금을 들여 제작했다. 공교롭게도 이를 제작·설치한 작가는 박 후보 아내와 인연이 있다.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국회 사무총장직을 지냈던 지난 2015년 국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세계무형문화유산 관광자원화사업’을 공동주최했다. 이 사업은 문체부 산하의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하 재단)이 주관한 것으로, 국회 내 새로운 문화 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진행됐다.
쌩뚱
해당 사업은 2015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진행됐다. 재단은 크게 ▲공공미술 분야 ▲전통음악 공연 분야로 사업을 추진했다. 전통음악 공연은 봄(4. 25.~5. 23.)·가을(9.5.~10.3.) 시즌의 토요일마다 열렸다. 이를 위해 국회 잔디마당에는 가로 18m, 세로 15m, 높이 60cm의 무대가 설치됐다.
무대 옆에는 공공미술 분야의 ‘과일나무’도 함께 마련됐다. 높이 7m, 지름 2.5m, 중량 2.5t짜리 대형 조형물이다. 대형 나무기둥 위에 여러 과일이 섞여 있는 형상을 갖췄다. 설치미술가 최정화 작가가 제작했다. 과일나무에는 ‘풍요와 다산’ ‘민과 관의 화합’ 등의 의미가 담겼다.
과일나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국회의사당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다. 과일나무와 전통음악의 조합 역시 쌩뚱맞은 느낌이라는 혹평도 나왔다. 주최 측은 전통 공연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 해당 작품을 마련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국회 사무총장 시절 1억 조형물 논란
‘조현화랑’ 건축·인테리어 맡아 의혹
일각에서는 ‘전시 행정’으로 인한 세금 낭비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사업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설치 비용에만 8000만원의 세금이 들어갔다. 작가에게는 5000만원의 사례비도 함께 지급됐다. 이는 재단의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마련했다. 국회에서도 인쇄홍보물 제작 및 언론 홍보 등으로 650만원가량의 예산이 따로 들어갔다. 과일나무는 현재 국회 헌정기념관으로 옮겨진 상태다.
조형물 이동 및 재설치를 위해 1800여만원 예산이 추가적으로 집행됐다.
공공미술 분야의 과일나무는 관계 전문가(미술계 3명, 전통음악계 1명)로 구성된 재단 측 선정위원회를 통해 선발됐다. 공개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형태다. <일요시사>는 이를 심사한 위원들의 명단을 문체부에 요구했으나, 위원들의 고지 거부로 명단 전체를 확보하지 못했다.
입찰 아닌 수의계약
재단 “심사 거쳤다”
의아한 대목은 공공미술 분야와 전통음악 공연 분야의 선정 과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재단은 과일나무 용역은 수의계약으로 진행했지만, 전통음악 공연의 용역은 국가계약법시행령 제43조에 따라 공개 입찰로 선정했다. 해당 공고문은 제안 참가 자격 항목에 ‘최근 3년 이내 단일 공연 실적이 2000만원 이상인 자’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해당 용역에는 총 7880만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재단 측 관계자는 “미술 작품에 관한 경우는 전문가 선정위원회를 거쳐 선정하는 방식이 있다. 입찰을 진행했던 무대 같은 용역과는 분야가 다르다. 예술은 예술로 바라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공교롭게도 과일나무를 제작·설치한 최정화 작가는 당시 사무총장이던 박 후보의 아내 조씨와 인연이 있다. 지난 2007년에 세워진 ‘조현화랑’은 최 작가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최 작가의 개인 홈페이지에도 조현화랑이 ‘건축 및 인테리어’ 작품란에 게시돼있다.
일각에서 사무총장이었던 박 후보가 최 작가 작품 선정에 힘을 쓴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박 후보는 당시 “볼거리와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열린국회마당을 개최해 국민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혈세로
최 작가 측 관계자는 “최 작가가 현재 출장 중이며 (최 작가가)휴대폰을 갖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일요시사>는 박 후보 캠프 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끝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