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MB정부 국정원 파문

보궐 선거판 덮친 사찰 망령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 문건이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특히 당시 정부의 청와대 정무수석이던 박형준 부산시장 예비후보가 사찰에 연루됐다는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선거판이 바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고성준 기자

이명박정부 시절 국정원이 18대 국회의원 전원을 비롯해 정관계, 재계, 문화예술계 등 최소 900명을 대상으로 사찰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정원은 이명박정부 때인 2009년 12월 청와대 지시로 당시 국정원이 특명팀을 꾸려 조직적으로 사찰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이를 ‘직무범위를 이탈한 불법정보’로 규정하고 국회 차원의 조치를 건의한 상태다.

연루?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보궐선거를 앞두고 펼치는 ‘정치 공작’이라며 반발했다. 또 김대중·노무현정부 임기를 포함한 전수조사 카드를 꺼내들며 본격적인 맞대응에 나섰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MB정부 이전에는 없었겠나. 국정원의 60년 흑역사라고 했기 때문에 과거에도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며 “노무현정부 때는 그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민정수석이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야당을 향한 본격적인 공세에 나섰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야권이) 이 사건을 지나가는 소나기, 일회성으로 몰고 가려고 하는데 어림없는 소리”라며 “그냥 한 번에 끝날 사건이 아니라 단기적·중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 하나하나 파헤쳐서 반드시 근절해야 될 불법적인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 사찰은 박근혜정부에서도 지속됐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박정부에서 중단 지시를 내렸는지 확인이 되지 않아 불법사찰이 있었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회 정보위원회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박근혜정부 때도 이것을 중단시켰다는 메시지가 아직 드러난 게 안 보인다”며 “실제로 그 이후까지 계속 이뤄진 것 아니냐고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국정원 문건은 오는 4월 선거 전까지 계속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궐선거 후보로 나온 유력 주자들이 당시 정부의 실세였던 만큼 피해갈 수 없다는 것. 당장 여당은 이명박정부의 실세였던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예비후보가 불법사찰 문건의 존재를 몰랐을 리 없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정치 공세’라며 선거를 앞둔 여당의 정치적 공격이라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추가적인 해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4대강 사업에 반대했다가 국정원의 불법사찰 피해를 입은 환경단체들이 국정원 사찰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한 것이 드러났다. 이 자료에는 박 후보를 포함한 MB정부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불법사찰을 보고받은 것으로 적혀 있다.

다시 불거진 불법 문건 뇌관으로
당시 실세 박형준 후보에 불똥?


국정원은 사찰 논란이 선거의 ‘변수’로 작용하는 것을 막으려는 눈치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이번 문제가 여야 공방의 소재로 쓰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박 원장은 “국정원의 불법사찰도 나쁘지만 그렇다고 문재인정부 국정원에서 이것을 이용하거나 이용당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고 단호히 말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현 시점까지 박 후보가 불법 정보 사찰에 관여돼있다는 근거는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아울러 박 원장은 불법정보를 폐기하는 내용의 ‘국정원 60년 불법사찰 흑역사 처리 특별법’을 제안했다. 문제가 된 불법사찰 자료는 공공기록물법에 따라 자의적 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특별법을 만들어준다면 그에 따라 폐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국정원은 사찰 대상이었던 18대 국회의원 당사자의 요구가 있을 경우 관련법과 판례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국회 정보위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요구가 있을 시에 ‘비공개’를 전제로 보고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국정원법은 정보위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특정 사안에 대해 국정원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국정원이 비공개를 전제로 알린다 해도 언론을 통해 불법정보가 새어나갈 여지가 높아 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역대 국정원 불법사찰 문건은 세상에 알려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국정원이 정보 공개 요청에 협조하고 있는 선례도 있다.

국정원은 지난해 11월 사찰 피해자인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요구한 정보공개 청구가 대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지자 정보공개 청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상태다. 현재 민주당 진선미 의원과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 정의당 배진교 의원 등이 정보 공개 청구를 했다.

정가에서는 18대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사찰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이번 선거 주자들이 모두 영향권에 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18대 국회 당시 여당 의원이던 나경원, 박민식 전 의원과 야당이었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이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대표적이다.

변수?

하지만 불법사찰이 보궐선거에서 후보들의 당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정원의 자료 조사에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보궐선거 이후에서야 결과 보고가 확실해지기 때문이다. 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국정원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자료를 취합하기 전에는 우리가 의결해도 제출할 방법이 없다”며 “한두 달 사이에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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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