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망신살뻗친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

떠날 땐 말없이…뒷말만 무성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임 과정을 놓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설왕설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다주택자였던 김 전 수석이 자리서 물러나자 여권 내에서도 ‘직’이 아닌 ‘집’을 택했다는 비판이 나온 가운데 이에 대한 반박과 재반박이 꼬리를 무는 모양새다. 또 김 전 수석은 신임 정무·민정·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발표하는 자리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이번 인사 조치에 우회적으로 반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문재인정부의 2번째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으로 민정수석실 통합 이후 둘뿐인 비법학과 출신 민정수석비서관이었다. 그는 1957년 6월22일 경남 진양군 태생으로 영남대학교 행정학과에 재학 중이던 1978년 제22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다주택 논란
양도세 때문?

총무처, 교통부 등을 거쳐 85년 감사원으로 자리를 옮겨 감사원 감사관, 감사원 국가전략사업평가단장 등을 거쳐 노무현정부 때인 2005년 3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일했다. 상관은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이었다. 이후 2008년까지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냈다.

공직을 떠난 뒤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총장, 건국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를 역임했으며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무감사원장을 맡았다.

제19대 대통령 선거 때는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퇴직 관료 출신 그룹을 이끌었으며, 대선 후 2017년 10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으로 선임됐다. 2019년 7월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됐다. 


서울 강남권에 아파트 두 채를 소유한 김 전 수석은 결국 주택을 팔지 않고 사퇴해 ‘직보다 집을 택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지난해 12월 수도권에 주택 2채 이상을 보유한 비서관급 이상 참모를 대상으로 6개월 내 처분을 권했으나 김 전 수석은 해당 기한을 넘겨 송파구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를 실거래가보다 2억원 이상 비싸게 매물로 내놔 논란을 일으켰다.

일각에선 ‘주택을 처분할 의지도 없으면서 꼼수를 부린다’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그가 양도소득세 폭탄을 피하려고 이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돌았다. 그가 소유한 잠실 소재의 아파트나 강남구 도곡동 한신아파트 모두 시세가 20억원 가까운 고가 주택인 만큼 어느 것을 팔든 그로서는 양도세 폭탄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기 때문이다. 

주택 안 팔고 사퇴 이유는? 커지는 의혹
‘뒤끝 퇴장’논란…청 “정중하게 떠났다”

게다가 노 실장과 김 전 수석이 다주택자 문제를 놓고 언성을 높였다는 언론 보도까지 이어지면서 여론 악화의 원인이 됐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노 실장과 김 전 수석이) 공개 회의서 여러 차례 언성을 높이며 다퉜다는 대목은 한마디로 가짜뉴스”라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노 실장과 김 전 수석의 해묵은 악연이 회자되기도 했다. 노 실장과 김 전 수석의 관계에도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2015년 악연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노 실장은 피감기관에 자신의 시집을 강매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때 새정치민주연합 당무감사원장이 김 전 수석이었다.

당무감사원은 징계를 당에 요청했고, 당은 6개월 자격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는 노 실장이 2016년 제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게 된 배경이었다.


노 실장과 김 전 수석이 청와대에 함께 근무하자 2015년 사건이 다시 관심을 받았고 최근 인사 논란과 함께 재조명됐다. 앞서 노 실장이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자 가운데 수도권 2주택 이상은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팔라고 권고했을 때도 정가의 시선은 김 전 수석에게 쏠렸다.

노 실장 지적은 결국 ‘강남3구’ 2주택자인 김 전 수석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다.
 

김 전 수석이 소회를 밝혔다면 논란이 해소될 수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마이크를 잡지 않았고 의혹도 고스란히 남았다.

김 전 수석은 잠실 아파트 매물을 거둬들인 지 하루 만에 사의를 표명했고 여당 의원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처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다주택을 처분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사회적 비판이 커질 것”이라고 압박했다.

여당 각축전
반박 재반박

사퇴했더라도 주택 한 채는 처분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같은 당 이석현 전 의원도 “물러났어도 집을 팔아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진성준 의원도 CBS 라디오서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김 전 수석이 사의 표명 후 문재인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에 불참한 부분 등을 지적한 것이다. 

김 전 수석은 지난 10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는 물론 같은 날 신임 정무·민정·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발표하는 자리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이번 인사조치에 우회적으로 반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진보의 과제로 여겨지는 검찰 개혁, 기본권 확대, 3권 분립과 상호 견제 등과 같은 의제들은 부자든 부자가 아니든 모두 동의하는 문제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부동산, 양극화와 같은 주제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여론의 반발이 확 도드라져 나중에는 지지자 배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위직 인적 구성에 대한 불만 자체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우리 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는 돈이 많은 사람도 있고 서민들도 있다”며 “그런데 고위직 구성이 재산이 많은 인사로 편중되면 지지자들은 ‘이들이 우리를 잘 대변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을 향한 여권의 비판이 거세지자 청와대는 진화에 나섰다. 김 전 수석이 사의 표명 후 문 대통령에게 인사를 남기고 청와대를 떠났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맞춰 여당 내 기류에도 변화가 일었다. 다만 당 내부에서 청와대 인사 개개인에 대해 비판의 화살을 겨냥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8·29 전당대회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종민 의원은 KBS1 <사사건건>서 “여러 가지 공개가 안 된 가정사가 있다”며 김 전 수석을 두둔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공직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해를 받아도 그냥 참고 넘어가는 건데, 그만둔 사람에게까지 저렇게 이야기하는 건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수석에 대한 자당 의원들의 쓴 소리에 반박한 것이다. 김 의원은 “모르는 문제에 대해 아는 척하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 “자꾸 개인에 대해 인신공격하고 이러면 안 된다”는 등의 강한 발언도 쏟아냈다.

사실무근 일축
가정파탄 위기

그러나 김 전 수석의 처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여전하다. 박용진 의원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서 마녀사냥이라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해 “국민 마음을 헤아리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움직이는 것이 정치하는 사람, 혹은 고위공직자의 처신이어야 한다”며 “억울하고 힘들더라도 어떤 때는 감내해야 되는 것”이라고 훈수했다.

다주택 처분 논란이 이어진 가운데 사퇴한 김 전 수석은 지난 12일 자신을 두고 ‘가정사가 있다’ ‘재혼했다’는 정치권의 발언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김 전 수석은 이날 <연합뉴스>에 “저와 관련해 보도되는 재혼 등은 사실과 너무도 다르다”며 “오보로 가정파탄 지경”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자신의 사퇴 과정을 두고 ‘뒤끝’이라는 비판이 나온 데 대해선 “역시 사실관계가 다르다”면서도 자세한 경위에 대해선 “해명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위치”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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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선 김 전 수석 사퇴 이후 여론이 악화하자 그의 ‘재혼’이라는 가정사를 고려하자는 옹호 의견과 개인 사정과 관계없이 국민이 납득하도록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 의견으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김 전 수석의 입장 표명으로 양측 모두 민망한 상황이 됐다.

우 의원은 지난 12일 새벽 페이스북에 “어떤 가정사가 있는지 모르지만 그 사정을 공개하지 않고, 국민이 잘 모르면 이해하라고 하면 되겠는가”라는 글을 올렸다 삭제하기도 했다.

이번 다주택 논란, 가정사 논란 이외에도 김 전 수석을 따라다니는 논란은 더 있다. KAI 사장 임명을 두고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설왕설래’ 처신 부정적 여론
“사연이 있다” 가정사도 의문

KAI 사장은 한국형 전투기 KF-X 개발, 미 고등훈련기 T-X 사업 도전, 각종 항공기 수출 등의 과제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자리임에도, 김 전 수석은 무기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며 관련 커리어도 전무하다시피 해서 사장 임명을 두고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그 이전에는 금융감독원장,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다가 눈총을 받고 KAI로 가게 됐다. 임명 이후에도 무기 수출과 방위산업 육성을 외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또 KAI 사장 재임 시절 포항 해병대 헬기추락 사고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추락한 헬기는 KAI가 제조했고 사고 당일에도 KAI의 정비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유족들은 과거 KAI를 고소 고발한 바 있으며, 김 전 수석의 임명을 반대했다. 

당시 유족들은 “KAI 김조원 사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될 경우 아직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에 정당치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사고서 희생자들의 유가족과 끝까지 함께하셨던 것처럼 사람을 위한 정치를 저희에게도 보여주길 눈물로 청한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싸늘한 여론
누리꾼 비판

김 전 수석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여야 의원이 한 목소리로 옹호에 나서고, 이를 김 전 수석 스스로 ‘가정파탄’까지 언급하며 해명하는 모양새가 우습다는 지적이다. 누리꾼들은 “남이 하면 불법, 우리 편은 가정사” “개인 사정 없는 다주택자가 어디 있느냐” “이건 감싸는 것인가, 먹이는 것인가” “시트콤 찍는 줄 알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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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