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서막’ 친문의 귀환 막전막후

모아놓고 보니 선명해진 색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친문(친 문재인) 총선의 서막일까.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문 인사들은 내년 총선을 위해 여당으로 속속 집결하고 있다. 당에서도 이들과의 접촉에 꽤나 적극적이다. 친문 총선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한편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집권 후반기 문재인정부가 국정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내린 정치적 판단이라는 것이다.
 

▲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과

내년 총선은 사실상 정부와 여당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에 집권 4년 차에 접어든다. 레임덕 이야기가 차츰 피어오를 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스스로 공언한 장기집권의 기로에 서게 된다. 여당의 총선 승리는 문 대통령의 레임덕을 늦출 공산이 크다. 또한 민주당의 장기집권에도 청신호가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이 차기 총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레임덕
장기집권

이들의 묘한 긴장감은 다음 달 치러질 4·3국회의원 보궐선거서도 드러난다. 4월 보궐선거는 정부와 여당의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 보궐선거는 지난 6·13지방선거 이후, 내년 4·15총선 이전에 실시된다. 선거구는 두 곳으로 규모가 작은 편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이번 선거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4월 보궐선거는 PK(부산·경남)지역인 경남 창원·성산과 통영·고성서 열린다. PK 민심의 향배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PK는 그간 보수진영의 텃밭으로 여겨졌지만 6월 지방선거서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최근 들어 PK 지역의 문 대통령 지지도가 약화되는 상황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구속됐다. 정부와 여당에게 정치적 의미가 강한 선거로 해석된다.

다음 달 보궐선거 이후 총선은 1년 앞으로 다가오게 된다. 각 정당은 곧바로 총선 모드에 돌입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총선 준비를 위해 터를 다잡고 있다. 이 가운데 친문 인사들의 민주당 복귀가 가시적이다. 특히 청와대 요직 출신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 전 비서실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남요원 전 문화비서관, 권혁기 전 춘추관장은 모두 지난달 18일 민주당에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다.

임 전 실장은 “자랑스러운 민주당 당원으로 복당한다”며 “한반도 평화, 함께 잘사는 나라를 향한 민주당 정부와 문 대통령의 노력에 당원으로서 최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남 전 비서관은 “국민께 지켜야 할 약속과 가야 할 길을 민주당서 실천하겠다”며 소회를 밝혔다. 권 전 관장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신뢰의 정치를 민주당서 배우고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한병도 전 정무수석은 지난 5일 민주당으로 복당했다.

민주당에서는 이들의 복당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7일 민주당으로 복당한 청와대 참모진 1기들과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입당이나 복당 절차를 밟지 않은 전직 참모진들도 함께했다.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과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이 그 주인공이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날 이 대표는 만찬서 복당 인사들의 역할 논의와 함께 윤 전 수석과 송 전 비서관의 입·복당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1기 참모진이 민주당으로 대거 복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1년 앞둔 때다. 이들은 문재인정부 탄생의 주역이다. 또한 이들 중 몇몇은 지난 총선서 당선된 전직 의원 출신이다. 1기 참모진들은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서 근무한 뒤 국회로 돌아왔다. 집권 후반기 문재인정부에 힘을 실어주고자 하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 연유로 이들의 차기 총선 출마 여부가 가장 먼저 거론됐다.

내년 4·15총선, 문정부 운명 달려
측근 인사, 민주당으로 러시 행렬


임 전 실장은 지난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민주당의 전신) 후보로 서울 성동구서 당선됐다. 그는 17대 총선서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 후보로 성동구을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임 전 실장은 18대 총선서 3선을 노렸지만 고배를 마셨다. 임 전 실장은 통합민주당(민주당의 전신) 후보로 성동구을서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 김동성 후보에게 4.91%포인트 차로 낙선했다.

임 전 실장은 중구·성동구을서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난 20대 총선서 중구는 인구 하한선에 미치지 못해 인구 상한선을 넘긴 성동구와 합쳐져 중구·성동구갑과 중구·성동구을로 나뉘어졌다. 현재 중구·성동구을은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지상욱 의원의 지역구다.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와 겹치지 않는 탓에 임 전 실장의 출마가 유력하다.

백 전 비서관은 재선 의원이다. 그는 지난 17대 총선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경기 시흥갑서 당선됐다. 18대 총선에서는 통합민주당 후보로 재선에 성공했다. 백 전 비서관은 19대 총선서 시흥갑 3선에 도전했지만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함진규 후보에게 0.24%포인트 차로 석패했다. 그는 20대 총선에 민주당 후보로 다시 시흥갑에 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20대 총선서도 함 후보를 넘지 못했다. 백 전 비서관이 내년 총선에 나설 경우, 시흥갑서 함 의원과 세 번째 대결이자 두 번째 리턴 매치를 펼칠 전망이다.

다만 민주당은 백 전 비서관에게 인재영입위원장을 제안했다. 백 전 비서관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고 전해진다. 백 전 비서관은 청와대서 인사검증을 했고, 19대 총선 때 민주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를 맡았던 바 있다.

1기 참모진
민주당 복당

남 전 비서관은 총선 경험은 있지만 당선의 벽을 넘지 못했다. 남 전 비서관은 지난 16대 총선서 민주국민당 후보로 서울 은평구갑에 도전했다. 당시 그는 3.52%의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권 전 관장은 지난 19대 총선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20대 총선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이름을 올렸지만 당선권에 들지 못했다. 권 전 관장은 서울 용산지역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수석은 초선 출신이다. 한 전 수석은 지난 17대 총선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전북 익산시갑에 당선됐다. 그는 20대 총선서 민주당 후보로 익산시을에 출마했지만 재선을 달성하지 못했다. 한 전 수석은 차기 총선서 익산에 재도전할 공산이 크다.

윤 전 수석은 민주당 입당 후 경기 성남중원 출마가 예상된다. 윤 전 수석은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에도 성남시장 출마설이 제기된 바 있다.

송 전 비서관도 복당 후 총선 출마가 예측된다. 송 전 비서관은 같은 지역서만 4번 도전한 경력이 있다. 송 전 비서관은 지난 17대 총선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경남 양산에 첫 발을 내딛었으나 1.29%포인트 차로 아깝게 졌다. 18대 총선에선 무소속으로 양산에 재도전했지만 낙선했다. 19대 총선서도 민주통합당 후보로 양산서 재기에 나섰지만 4.61%포인트 차로 미끄러졌다.
 

▲ 문재인 대통령

그는 20대 총선서도 민주당 후보로 재차 양산에 출마했지만 4.8%포인트 차로 끝내 고개를 숙였다.


송 전 비서관은 내년 총선 출마 시 또다시 양산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높다. 양산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한국당 윤영석 의원이 19~20대 총선서 송 전 비서관을 꺾은 바 있는 만큼 두 사람의 리턴 매치는 불가피해보인다.

문 대통령의 복심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은 조만간 복귀를 결정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양 전 비서관에게 민주연구원(민주당 정책연구원) 원장 자리를 제안했고 지난 10일, 이 제안을 전격 수락했다. 민주연구원은 총선 전반을 책임지게 된다. 민주연구원은 총선 과정서 전략과 정책, 여론 동향 파악 등을 수행한다.

장관들의 복귀도 눈여겨볼 만하다. 물론 이들을 모두 친문으로 분류하는 건 무리가 있다. 다만 여의도로 복귀하는 장관들은 문재인정부와 철학을 공유한 인사다. 이들의 당선은 사실상 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게 되는 셈이다.

국회로 돌아오는 의원 겸직 장관들은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대구 수성갑)과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경기 고양정),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부산 부산진갑), 그리고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충북 청주흥덕)이다. 이들은 지역구를 오래 비워둔 만큼 총선 채비를 서두를 예정이다.

총선 경험
당선 목표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움직임 역시 주목된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지난 20대 총선서 민주당 후보로 부산 해운대구갑에 나섰지만 낙선했다. 유 장관은 현재 민주당 해운대갑 지역위원장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지난 19대 총선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그의 출마설은 기정사실화되는 듯했지만 홍 장관 스스로 선을 그었다. 홍 장관은 지난 1월 “정치를 재개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청와대서 근무하는 일부 참모진들의 출마 가능성도 엿보인다. 정태호 일자리수석과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조한기 제1부속비서관 등이 거론된다.
 

정 수석은 지난 2015년 4·29보궐선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 소속으로 관악을에 출마했지만 당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를 넘지 못했다. 정 수석은 2016년 20대 총선서 오 후보와 다시 관악을서 맞붙었지만 패배했다. 표차는 0.7%포인트에 불과했다.

이 수석은 지난 19대, 20대 총선에 모두 출마했다. 이 수석은 각각 민주통합당, 민주당 후보로 양천구을에 두 번 도전했지만 당시 새누리당 김용태 후보에게 패배했다. 이 수석은 두 번의 총선서 1.8%포인트, 2.05%포인트로 석패했다.

이 부위원장은 재선 의원 출신이다. 그는 지난 17대 총선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서울 금천구서 당선됐다. 18대 총선에서는 통합민주당 후보로 금천구서 재선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이어 19대 총선서 이 부위원장은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 금천구 재선에 성공했다.

친문 출마 채비, ‘내 사람’ 논란
“선거는 이겨야”… 공감 목소리도

조 비서관도 두 번의 총선서 당선의 기쁨을 맛보지 못했다. 조 비서관은 지난 19대 총선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충남 서산시 태안군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그는 20대 총선서 민주당 후보로 재기에 나섰지만 1.76%포인트 차로 낙선했다.

이들과 함께 구청장 출신 참모진들의 출마도 관심을 끌고 있다. 김영배 민정비서관과 김우영 자치발전비서관, 민형배 사회정책비서관 등은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을 공산이 크다. 김 민정비서관은 서울 성북구청장을, 김 자치발전비서관은 서울 은평구청장을, 민 비서관은 광주 광산구청장을 지냈다. 이들은 각각 성북구와 은평구, 광산구에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측된다.

당에서도 친문 인사들이 민주당으로 모이는 것을 적극 수용하는 분위기다. 친문으로 분류되지 않았더라도 현 정부에 몸담은 이들의 행보도 주목을 받고 있다. 민주당의 차기 총선이 친문 주도의 선거로 비춰지는 까닭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실상 친문 체제로 총선이 치러지는 것 아니겠느냐”며 “공천 과정서 발생하는 갈등이나 잡음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문재인정부를 둘러싼 ‘코드 인사’가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는 추세다. 바미당은 최근 ‘공공기관 친문백서’를 공개했다. 바미당은 지난 5일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340개 공공기관에 낙하산 인사가 총 434명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바미당은 지난해 9월에도 69명의 캠코더(문재인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를 밝힌 바 있다.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 6일 “낙하산 인사와 관련해 문재인정부가 박근혜정부보다 한 수 위다”라고 꼬집었다.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가 이른바 ‘내 사람 심기’로 비춰지면서 총선을 앞둔 친문 인사들의 결집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바미당을 포함한 야권에서는 문재인정부의 인사를 ‘회전문’ 등으로 비유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친문 인사의 결집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그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결국 집권 후반기 국정동력 강화를 위한 포석이 오히려 후폭풍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악수?
묘수?

한편에선 친문 결집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납득할 만한 정치적 처사라는 것이다. 내년 총선은 집권 후반기를 바라보는 문재인정부의 앞날을 결정하게 된다. 한마디로 정부와 여당에게는 ‘이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정부와 여당의 운명이 정해진다”며 “정부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총선서 승리할 수 있을 정도의 정치력을 갖고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 친문은 그 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차기 원내대표도 친문?

오는 5월 치러지는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구도가 완성되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김태년·노웅래·이인영 의원의 3파전으로 예상된다.

당초 원내대표 경쟁은 김 의원과 노 의원의 맞대결로 치러질 전망이었지만, 이 의원의 가세로 구도가 한층 복잡해졌다.

세 후보 가운데 김 의원은 강력한 원내대표 후보로 꼽힌다. 김 의원은 그간 원내 지도부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추미애 전 대표 시절부터 이해찬 대표체제에 이르기까지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김 의원은 당 지도부와 친문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다. 

다만 김 의원의 당선은 자칫 민주당의 친문 색채를 짙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당의 투톱인 대표와 원내대표가 모두 친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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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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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