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서막’ 친문의 귀환 막전막후

모아놓고 보니 선명해진 색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친문(친 문재인) 총선의 서막일까.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문 인사들은 내년 총선을 위해 여당으로 속속 집결하고 있다. 당에서도 이들과의 접촉에 꽤나 적극적이다. 친문 총선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한편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집권 후반기 문재인정부가 국정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내린 정치적 판단이라는 것이다.
 

▲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과

내년 총선은 사실상 정부와 여당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에 집권 4년 차에 접어든다. 레임덕 이야기가 차츰 피어오를 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스스로 공언한 장기집권의 기로에 서게 된다. 여당의 총선 승리는 문 대통령의 레임덕을 늦출 공산이 크다. 또한 민주당의 장기집권에도 청신호가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이 차기 총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레임덕
장기집권

이들의 묘한 긴장감은 다음 달 치러질 4·3국회의원 보궐선거서도 드러난다. 4월 보궐선거는 정부와 여당의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 보궐선거는 지난 6·13지방선거 이후, 내년 4·15총선 이전에 실시된다. 선거구는 두 곳으로 규모가 작은 편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이번 선거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4월 보궐선거는 PK(부산·경남)지역인 경남 창원·성산과 통영·고성서 열린다. PK 민심의 향배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PK는 그간 보수진영의 텃밭으로 여겨졌지만 6월 지방선거서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최근 들어 PK 지역의 문 대통령 지지도가 약화되는 상황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구속됐다. 정부와 여당에게 정치적 의미가 강한 선거로 해석된다.

다음 달 보궐선거 이후 총선은 1년 앞으로 다가오게 된다. 각 정당은 곧바로 총선 모드에 돌입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총선 준비를 위해 터를 다잡고 있다. 이 가운데 친문 인사들의 민주당 복귀가 가시적이다. 특히 청와대 요직 출신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 전 비서실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남요원 전 문화비서관, 권혁기 전 춘추관장은 모두 지난달 18일 민주당에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다.

임 전 실장은 “자랑스러운 민주당 당원으로 복당한다”며 “한반도 평화, 함께 잘사는 나라를 향한 민주당 정부와 문 대통령의 노력에 당원으로서 최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남 전 비서관은 “국민께 지켜야 할 약속과 가야 할 길을 민주당서 실천하겠다”며 소회를 밝혔다. 권 전 관장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신뢰의 정치를 민주당서 배우고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한병도 전 정무수석은 지난 5일 민주당으로 복당했다.

민주당에서는 이들의 복당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7일 민주당으로 복당한 청와대 참모진 1기들과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입당이나 복당 절차를 밟지 않은 전직 참모진들도 함께했다.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과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이 그 주인공이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날 이 대표는 만찬서 복당 인사들의 역할 논의와 함께 윤 전 수석과 송 전 비서관의 입·복당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1기 참모진이 민주당으로 대거 복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1년 앞둔 때다. 이들은 문재인정부 탄생의 주역이다. 또한 이들 중 몇몇은 지난 총선서 당선된 전직 의원 출신이다. 1기 참모진들은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서 근무한 뒤 국회로 돌아왔다. 집권 후반기 문재인정부에 힘을 실어주고자 하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 연유로 이들의 차기 총선 출마 여부가 가장 먼저 거론됐다.

내년 4·15총선, 문정부 운명 달려
측근 인사, 민주당으로 러시 행렬


임 전 실장은 지난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민주당의 전신) 후보로 서울 성동구서 당선됐다. 그는 17대 총선서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 후보로 성동구을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임 전 실장은 18대 총선서 3선을 노렸지만 고배를 마셨다. 임 전 실장은 통합민주당(민주당의 전신) 후보로 성동구을서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 김동성 후보에게 4.91%포인트 차로 낙선했다.

임 전 실장은 중구·성동구을서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난 20대 총선서 중구는 인구 하한선에 미치지 못해 인구 상한선을 넘긴 성동구와 합쳐져 중구·성동구갑과 중구·성동구을로 나뉘어졌다. 현재 중구·성동구을은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지상욱 의원의 지역구다.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와 겹치지 않는 탓에 임 전 실장의 출마가 유력하다.

백 전 비서관은 재선 의원이다. 그는 지난 17대 총선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경기 시흥갑서 당선됐다. 18대 총선에서는 통합민주당 후보로 재선에 성공했다. 백 전 비서관은 19대 총선서 시흥갑 3선에 도전했지만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함진규 후보에게 0.24%포인트 차로 석패했다. 그는 20대 총선에 민주당 후보로 다시 시흥갑에 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20대 총선서도 함 후보를 넘지 못했다. 백 전 비서관이 내년 총선에 나설 경우, 시흥갑서 함 의원과 세 번째 대결이자 두 번째 리턴 매치를 펼칠 전망이다.

다만 민주당은 백 전 비서관에게 인재영입위원장을 제안했다. 백 전 비서관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고 전해진다. 백 전 비서관은 청와대서 인사검증을 했고, 19대 총선 때 민주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를 맡았던 바 있다.

1기 참모진
민주당 복당

남 전 비서관은 총선 경험은 있지만 당선의 벽을 넘지 못했다. 남 전 비서관은 지난 16대 총선서 민주국민당 후보로 서울 은평구갑에 도전했다. 당시 그는 3.52%의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권 전 관장은 지난 19대 총선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20대 총선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이름을 올렸지만 당선권에 들지 못했다. 권 전 관장은 서울 용산지역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수석은 초선 출신이다. 한 전 수석은 지난 17대 총선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전북 익산시갑에 당선됐다. 그는 20대 총선서 민주당 후보로 익산시을에 출마했지만 재선을 달성하지 못했다. 한 전 수석은 차기 총선서 익산에 재도전할 공산이 크다.

윤 전 수석은 민주당 입당 후 경기 성남중원 출마가 예상된다. 윤 전 수석은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에도 성남시장 출마설이 제기된 바 있다.

송 전 비서관도 복당 후 총선 출마가 예측된다. 송 전 비서관은 같은 지역서만 4번 도전한 경력이 있다. 송 전 비서관은 지난 17대 총선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경남 양산에 첫 발을 내딛었으나 1.29%포인트 차로 아깝게 졌다. 18대 총선에선 무소속으로 양산에 재도전했지만 낙선했다. 19대 총선서도 민주통합당 후보로 양산서 재기에 나섰지만 4.61%포인트 차로 미끄러졌다.
 

▲ 문재인 대통령

그는 20대 총선서도 민주당 후보로 재차 양산에 출마했지만 4.8%포인트 차로 끝내 고개를 숙였다.


송 전 비서관은 내년 총선 출마 시 또다시 양산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높다. 양산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한국당 윤영석 의원이 19~20대 총선서 송 전 비서관을 꺾은 바 있는 만큼 두 사람의 리턴 매치는 불가피해보인다.

문 대통령의 복심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은 조만간 복귀를 결정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양 전 비서관에게 민주연구원(민주당 정책연구원) 원장 자리를 제안했고 지난 10일, 이 제안을 전격 수락했다. 민주연구원은 총선 전반을 책임지게 된다. 민주연구원은 총선 과정서 전략과 정책, 여론 동향 파악 등을 수행한다.

장관들의 복귀도 눈여겨볼 만하다. 물론 이들을 모두 친문으로 분류하는 건 무리가 있다. 다만 여의도로 복귀하는 장관들은 문재인정부와 철학을 공유한 인사다. 이들의 당선은 사실상 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게 되는 셈이다.

국회로 돌아오는 의원 겸직 장관들은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대구 수성갑)과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경기 고양정),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부산 부산진갑), 그리고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충북 청주흥덕)이다. 이들은 지역구를 오래 비워둔 만큼 총선 채비를 서두를 예정이다.

총선 경험
당선 목표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움직임 역시 주목된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지난 20대 총선서 민주당 후보로 부산 해운대구갑에 나섰지만 낙선했다. 유 장관은 현재 민주당 해운대갑 지역위원장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지난 19대 총선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그의 출마설은 기정사실화되는 듯했지만 홍 장관 스스로 선을 그었다. 홍 장관은 지난 1월 “정치를 재개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청와대서 근무하는 일부 참모진들의 출마 가능성도 엿보인다. 정태호 일자리수석과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조한기 제1부속비서관 등이 거론된다.
 

정 수석은 지난 2015년 4·29보궐선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 소속으로 관악을에 출마했지만 당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를 넘지 못했다. 정 수석은 2016년 20대 총선서 오 후보와 다시 관악을서 맞붙었지만 패배했다. 표차는 0.7%포인트에 불과했다.

이 수석은 지난 19대, 20대 총선에 모두 출마했다. 이 수석은 각각 민주통합당, 민주당 후보로 양천구을에 두 번 도전했지만 당시 새누리당 김용태 후보에게 패배했다. 이 수석은 두 번의 총선서 1.8%포인트, 2.05%포인트로 석패했다.

이 부위원장은 재선 의원 출신이다. 그는 지난 17대 총선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서울 금천구서 당선됐다. 18대 총선에서는 통합민주당 후보로 금천구서 재선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이어 19대 총선서 이 부위원장은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 금천구 재선에 성공했다.

친문 출마 채비, ‘내 사람’ 논란
“선거는 이겨야”… 공감 목소리도

조 비서관도 두 번의 총선서 당선의 기쁨을 맛보지 못했다. 조 비서관은 지난 19대 총선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충남 서산시 태안군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그는 20대 총선서 민주당 후보로 재기에 나섰지만 1.76%포인트 차로 낙선했다.

이들과 함께 구청장 출신 참모진들의 출마도 관심을 끌고 있다. 김영배 민정비서관과 김우영 자치발전비서관, 민형배 사회정책비서관 등은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을 공산이 크다. 김 민정비서관은 서울 성북구청장을, 김 자치발전비서관은 서울 은평구청장을, 민 비서관은 광주 광산구청장을 지냈다. 이들은 각각 성북구와 은평구, 광산구에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측된다.

당에서도 친문 인사들이 민주당으로 모이는 것을 적극 수용하는 분위기다. 친문으로 분류되지 않았더라도 현 정부에 몸담은 이들의 행보도 주목을 받고 있다. 민주당의 차기 총선이 친문 주도의 선거로 비춰지는 까닭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실상 친문 체제로 총선이 치러지는 것 아니겠느냐”며 “공천 과정서 발생하는 갈등이나 잡음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문재인정부를 둘러싼 ‘코드 인사’가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는 추세다. 바미당은 최근 ‘공공기관 친문백서’를 공개했다. 바미당은 지난 5일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340개 공공기관에 낙하산 인사가 총 434명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바미당은 지난해 9월에도 69명의 캠코더(문재인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를 밝힌 바 있다.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 6일 “낙하산 인사와 관련해 문재인정부가 박근혜정부보다 한 수 위다”라고 꼬집었다.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가 이른바 ‘내 사람 심기’로 비춰지면서 총선을 앞둔 친문 인사들의 결집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바미당을 포함한 야권에서는 문재인정부의 인사를 ‘회전문’ 등으로 비유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친문 인사의 결집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그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결국 집권 후반기 국정동력 강화를 위한 포석이 오히려 후폭풍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악수?
묘수?

한편에선 친문 결집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납득할 만한 정치적 처사라는 것이다. 내년 총선은 집권 후반기를 바라보는 문재인정부의 앞날을 결정하게 된다. 한마디로 정부와 여당에게는 ‘이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정부와 여당의 운명이 정해진다”며 “정부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총선서 승리할 수 있을 정도의 정치력을 갖고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 친문은 그 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차기 원내대표도 친문?

오는 5월 치러지는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구도가 완성되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김태년·노웅래·이인영 의원의 3파전으로 예상된다.

당초 원내대표 경쟁은 김 의원과 노 의원의 맞대결로 치러질 전망이었지만, 이 의원의 가세로 구도가 한층 복잡해졌다.

세 후보 가운데 김 의원은 강력한 원내대표 후보로 꼽힌다. 김 의원은 그간 원내 지도부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추미애 전 대표 시절부터 이해찬 대표체제에 이르기까지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김 의원은 당 지도부와 친문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다. 

다만 김 의원의 당선은 자칫 민주당의 친문 색채를 짙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당의 투톱인 대표와 원내대표가 모두 친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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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