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잡을 검찰의 꽃놀이패

꿈쩍 않고 앉아서 ‘1타2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불똥이 튄 모양새다. 경찰의 사건 처리 과정을 두고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발 논란이 경찰로 번지면서 검찰은 ‘꽃놀이패’를 쥐었다는 말이 나온다.
 

▲ 이용구 법무부 차관 ⓒ박성원 기자

승객이 택시기사를 폭행했다. 경찰은 사건을 단순폭행으로 내사 종결 처리했다. 승객은 입건되지 않았고, 택시기사는 승객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했다. 문제는 사건의 승객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라는 점이다. 당장 경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단순폭행?
특가법?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이 차관은 변호사로 일할 때인 지난달 초 밤 늦은 시간에 서초구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잠든 자신을 깨우려는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았다. 택시기사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 차관의 신분을 확인한 뒤 추후 조사하기로 하고 돌려보냈다. 

이후 택시기사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찰은 반의사불벌죄인 단순폭행죄 처리 방침에 따라 이 차관을 형사 입건하지 않고 사건을 내사종결로 처리했다.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에 대한 폭행을 가중처벌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가법)을 따르지 않고 형법상 단순폭행 혐의를 적용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경찰은 특가법을 적용하지 않은 근거로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7년 내린 결정을 들었다. 당시 헌재는 “공공의 교통안전과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에서 계속적 운행 의사 없이 주정차한 경우에는 ‘운행 중’ 의미에서 배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헌재 결정은 특가법 개정되기 전의 판례라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2015년 개정된 특가법은 ‘운행 중’인 상황과 관련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위해 사용되는 자동차를 운행하는 중 운전자가 여객의 승차·하차 등을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도 포함하고 있다. 

택시기사 멱살 잡고 욕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불똥

경찰은 이 차관 사건 발생 당시를 ‘운행 중’으로 보지 않았지만, 택시기사나 버스기사 등이 승하차를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에도 ‘운행 중’으로 해석해 특가법을 적용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기에 최근 헌재는 이 차관과 비슷한 사례에 대해 특가법을 적용한 것을 합헌이라고 봤다.

택시기사의 진술 번복도 논란이 되고 있다. 택시기사는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이 차관이)목을 잡았다”고 최초 진술했다. 또 “(주행 중에)강남역 사거리에서 뒷문을 열려고 해서 제지했더니 욕설을 했다”며 “블랙박스에 다 찍혀 있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 문자메시지 확인하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

하지만 사흘 뒤 서초경찰서에 다시 출석한 택시기사는 “당시 진술이 과장됐다”며 태도를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목적지에 정차한 뒤에 (이 차관을)깨우려고 할 때 멱살을 잡았다”며 “문을 열려고 했을 때는 신호 대기 중이었고, 제지하자 혼잣말처럼 욕설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최초 진술을 번복했다.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 ‘사법시험 준비생 모임’(사준모)이 이 차관을 특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대검찰청은 고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이 차관 사건을 검찰이 맡게 되면서 상황이 묘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불똥이 튄 것. 특히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을 둘러싼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택시기사
진술 번복

경찰에게 검·경 수사권 조정은 숙원사업이나 마찬가지였다. 검찰이 수사와 기소, 영장청구 권한을 모두 독점하고 있는 현재 구조를 경찰과 수사 권한을 나누는 방향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동안 검사가 경찰의 수사 전체를 지휘했고,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은 검찰에 송치된 후 검사가 기소와 불기소를 결정했다. 

1954년 제정된 형사소송법에 검사의 수사·기소권이 명문화됐다. 1962년 제5차 개헌에서 ‘검사에 의한 영상 신청 조항’이 형사소송법과 헌법에 명시되면서 현재 구조가 만들어졌다. 김대중정부 때에도, 노무현정부 때에도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있었지만 검찰의 강력한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문재인정부는 취임 초부터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장치를 입법화하는 데 공들였다. 그 일환이 바로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2018년 6월 정부는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했다.

사건을 송치하기 전까지 경찰이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는 등 모든 사건에 대한 1차적 수사권뿐 아니라 수사종결권을 갖도록 했다. 

고위 인사
봐주기 우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지난해 4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개정안에는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줄이고 경찰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은 올해 1월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가 지휘관계에서 상호협력관계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에는 경찰이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혐의 없음’ 판단을 내린 경우에 경찰 선에서 수사를 자체적으로 종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경찰의 수사종결권에 대한 보완 장치로 검찰의 재수사 요청권도 마련됐다.
 

▲ 윤석열 검찰총장

하지만 이 차관 사건이 터지면서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는 게 합당한지 여부를 두고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 측에서는 적법한 사건 처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례처럼 사건이 검찰 보고 없이 경찰 수사만으로 끝나는 일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조계는 이 차관 사건처럼 정부 고위 인사가 연루된 사건을 경찰이 종결할 경우 이번처럼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검사로 일할 당시 대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맡았던 국민의힘 김웅 의원도 “입건해서 검찰에 송치한 뒤 판단을 받아야 하는데 이례적으로 내사종결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장 1월부터 시행되는데…
경 수사종결권 우려 나와

검찰 입장에서는 현재 상황이 나쁠 게 없다는 말이 나온다. 한 사건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검·경 수사권 조정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고, 사건의 당사자가 법무부 차관이라는 점도 불리할 건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에서 ‘꽃놀이패’(이기면 큰 이익을 얻고 져도 부담이 가벼운 패)를 잡았다는 말까지 나온다. 

검찰은 문정부 들어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후 끊임없이 권한이 축소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과 예민한 관계가 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이 가시화됐다. 법무부는 추미애 장관의 입성 이후 검찰과 끊임없이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물론 검찰총장의 권한이 조각난 상태다.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배제 조치를 두고 거의 대부분의 검사들이 나선 것은 이번 정부 들어 계속된 ‘검찰 찍어 누르기’에 대한 반발심리가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이 차관은 고기영 전 차관이 사의를 표명한 직후 임명돼 윤 총장 징계위에 참석했다는 점에서 검찰에 이미 ‘밉보인 존재’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 차관 사건은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의 지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장은 이 차관이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장관의 정책보좌관과 검찰개혁추진지원단 부단장을 역임한 인연이 있다. 최근 이 차관이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이종근2’와 한 대화가 논란됐을 당시, 이종근2가 이 부장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제 식구 감싸기’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검찰 수사도
제 식구 감싸기?


한편 이 차관은 지난 21일 “개인적인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송구하다. 택시 운전자분께도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제 사안은 경찰에서 검토해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생각한다. 공직자가 된 만큼 앞으로 더욱 신중하게 처신하도록 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사건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111일 만이자, 탄핵 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것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역사를 재현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다만, 사저 경호 문제 등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즉시 관저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에 청와대 관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최대 15년(10년+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으나, 임기만료 전 퇴임한 경우에는 최대 10년(5년+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전직 대통령 예우 모두 박탈 정치권 ‘장미 대선’ 현실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받았을 대통령 연금 수령 자격도 상실됐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여의 8.85배)의 95%를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세전)이고, 이 기준에 따른 매월 연금액은 약 1533만원(연 기준 1억8397만원)이다. 이 밖에 기념사업 지원과 개인 사무실 및 보좌진 지원도 중단됐으며, 사후 국립묘지 안장 대상서도 제외된다. 공직 취임의 기회도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2항은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선고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사재판 절차 뿐이다. 형사재판은 탄핵 심판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상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째 되는 날은 오는 6월3일이므로 이날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말육초’(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고, 정확히 60일째인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선례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도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시점이 6월3일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60일째 되는 날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일인 5월28일이 조기 대선일로 유력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어느 날짜에 선거가 치러지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했고, 이제 차기 권력을 향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잠룡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정권 재장출의 목표를 두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선 즉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