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FBI’ 국수본부장 후보자 해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1.25 11:07:07
  • 호수 13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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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2인자 두고 용호상박 5파전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75년 경찰 역사상 가장 강력한 ‘공룡경찰’ 시대를 알리는 국수본이 출범했다. 일반 수사는 물론 대공수사권까지 거머쥔 수사본부장은 경찰의 제2인자나 다름없다. 국수본부장의 적임자는 누구일까.
 

▲ (사진 왼쪽부터)국가수사본부장 공모에 지원한 백승호 전 경찰대학장, 이정렬 변호사, 이세민 전 충북경찰청장 차장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가 지난 4일 출범했다. 경찰청장의 구체적인 수사 지휘가 불가해지면서 국수본부장이 경찰 수사의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됐다. 국수본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경찰 수사권이 강화되자 이에 대한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경찰청장이 개별 사건 수사를 지휘할 수 없도록 하는 등 규모가 커진 경찰 권력에 대한 분산의 의도도 담겼다.

권력 분산
부실 봉쇄

경찰 관계자는 “국수본과 자치경찰제 도입 후 국민 중심 책임 수사 체제를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하고 정착시키는 것이 가장 우선 목표”라며 “지금까지 큰 무리나 혼선, 시행착오가 없이 차분하게 시행하고 있고,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부실 수사를 원천 봉쇄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관계자는 “경찰의 잘못으로 사건 처리가 잘못되고 국민이 피해를 보는 사안이 단 한 건도 없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수본부장 자리가 아직 공석이라 ‘반쪽짜리 수사기관’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국수본의 첫 수장을 선발하기 위한 공모를 진행했다. 

경찰청 본청에 위치한 국수본 조직은 본부장 공석으로 직무대리 체제를 유지한 채 지난 1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본부장은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으로 임기는 2년이다. 본부장은 내부 승진 인사, 외부 임용 모두 가능하다. 초대 본부장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외부 공모를 한 것으로 보인다.

외부 임용 시 자격 요건은 10년 이상 수사 업무에 종사한 고위 공무원·총경 이상 경찰 공무원 재직 경력자, 판사·검사·변호사 10년 이상 경험자, 국가기관 등 법률 사무 10년 이상 종사 변호사, 법률학·경찰학 조교수 이상 10년 이상 근무자, 앞선 4가지 자격 요건의 합산 경력이 15년 이상인 자 등이다.

검·경 수사권조정과 대공수사권 이전으로 경찰에 크게 힘이 실리자, 이름 있는 현직 법조인들이 대거 국수본부장직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수본부장에 지원한 5명 후보자에 대해 분석했다.

수사권 강화…사실상 모든 수사 총괄
컨트롤타워 역할…외부 공모로 가닥

▲백승호 전 경찰대학장 = 1964년 전라남도 장흥군에서 태어난 백 전 경찰대학장은 광주 금호고등학교와 전남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23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연수원을 수료한 이후 변호사로 활동했으나 고시 출신 경정 경력채용에 지원해 경찰공무원으로 전직했다. 이후 총경, 경무관을 거쳐 치안감으로 승진했다. 치안감 시절 경기청 제1차장, 전남청장을 지냈다.

2015년 12월 인사에서는 치안정감으로 승진해 경찰대학장을 맡았으나 2016년 11월 인사에서는 보직을 받지 못하며 공직에서 퇴임했다. 백 전 경찰대학장은 현재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백 전 경찰대학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경찰 재직 당시 수사 분야에서 일했었고 퇴직 후 변호사로 일하면서 경찰 수사와 관련해 느낀 점도 많았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경찰 수사 업무를 잘 이끌고 싶다”고 공모 지원 이유를 밝혔다.

경찰청 수사과장, 경찰 수사연수원장 등을 지낸 그는 국수본 출범 때부터 경찰 조직 안팎에서 초대 본부장감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또 경찰의 업무 특성을 잘 꿰고 있어 수사 전문성을 갖춘 데다 현재 경찰 현업에서 벗어나 법조인으로 활동 중인 외부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초대 본부장
상징성 고려

한 경찰 관계자는 “초대 국수본부장은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독립성을 갖춘 동시에 3만명에 달하는 수사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만큼, 외부 인사 중에서도 전문성을 갖춘 경찰 출신이라면 적임자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정렬 변호사 = 이 변호사는 1991년 10월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1994년 2월 사법연수원 23기를 수료했다. 1997년 2월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로 임관한 후 2013년 6월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로 퇴임했다.

이 변호사는 서울남부지법 판사로 근무하던 2004년 5월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 오모씨에 대해 “병역법상 입영 또는 소집을 거부하는 행위가 오직 양심상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서 양심의 자유라는 헌법적 보호 대상이 충분한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2013년 층간소음으로 이웃집과 갈등을 빚다 재물손괴 혐의로 벌금 100만원 형사 처벌을 받기도 했다. 
 

▲ 경찰청 ⓒ박성원 기자

다음 해 2월10일 서울지방변호사회를 통해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에 변호사 등록을 신청했다. 하지만 대한변협 산하 등록심사위원회는 4월6일 회의를 열어 이 전 부장판사에 대한 변호사 등록 부적격 판정을 내린 뒤, 변호사 등록 거부 사실을 4월21일에 통지했다.

등록심사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6명이 찬성해야 변호사 등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정렬 전 부장판사의 경우 심사위원 중 변호사 등록에 찬성한 위원이 5명, 반대한 위원이 4명이었다. 결국 찬성 위원 1명이 모자라 부결돼 변호사 등록이 거부됐다.

이후 법무법인 동안의 사무장으로 채용됐고, 2014년 6월 전국 행정 서비스 전문사무직 근로자 노동조합에 노조원으로 가입했다. 부장판사 출신이 변호사가 아닌 로펌 사무장으로 활동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이력 보니…
변호사 넷

이 변호사는 2018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꼭 민주공화국이어야 하느냐. 문재인 대통령이 왕조를 여시는 게 어떻겠냐는 제 개인적인 바람을 말씀드린다”고 하는 등 노골적으로 정치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외에도 2011년에 부장판사로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는 패러디물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화제가 됐으며 법원으로부터 서면 경고를 받기도 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소재가 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복직 소송 합의 내용을 공개해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세민 전 충북경찰청 차장 = 괴산 출신인 이 전 차장은 청주고등학교(53회)를 졸업한 뒤 경찰대 1기생으로 입학해 1981년 경위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2010년 충북청에 몸담으며 ‘경찰의 별’인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지역 경찰 출신 중 최초로 경무관으로 승진한 사례로 뽑혀 지역사회에서 화두가 되기도 했다.

그는 청주 흥덕경찰서장·상당경찰서장, 충주경찰서장, 경찰청 수사심의관·수사기획관, 경찰대 학생지도부장, 경찰 수사연수원장, 충북경찰청 차장 등을 역임했다. 이 전 차장은 2013년 경찰청 수사기획관 시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박근혜정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부분 수사 관련 부서에서 근무한 이 전 차장은 고향으로 돌아와 2016년 충북청 차장을 끝으로 32년간의 공직생활을 매듭졌다. 이 중 26년은 충북에 근무해 ‘토박이 경무관’으로서 소임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퇴임 직후 고향인 괴산군수 보궐선거 출마설이 나오긴 했으나, 현재까지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 전 차장의 지원 소식이 지역사회에 들려오자 충북 경찰 내부에서는 응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법조 출신 변호사 지원
2월 중순쯤 윤곽 드러날 듯

충북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이번 지원자 중 충북 출신은 이세민 전 차장이 유일하다”며 “경찰개혁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국수본의 초대 본부장인 만큼 충북에 좋은 소식이 들렸으면 한다”고 이 전 차장을 지지했다.

▲김지영 변호사 = 1972년 태어난 김지영 변호사는 5명 중 유일한 여성 지원자다. 대전 호수돈여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4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계에 입문했다. 2003년 변호사로 개업해 김·장·리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또 법무법인 수호를 거쳐 법무법인 이인에서 활동했고, 2010년 법무법인 율의 변호사로 활동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문과 대한변호사협회 국제위원과 북한특위 위원으로 활동했고, 여성변호사회 국제이사와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위원,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한국 특허정보 영업비밀보호센터를 거쳐 중소기업청 기술유출 자문 변호사를 역임했고,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기술 평가위원으로 근무했다. 

▲이창환 변호사 = 전남 완도군 출신인 이 변호사는 2000년 변호사를 개업했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도 취득했다. 변호사로서는 주로 노동 사건을 많이 맡았다. 판사·변호사 경험이 있는 법조인이 대거 국수본부장직에 도전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수사권 조정으로 국수본의 권한이 막강해진 데다 초대 본부장으로서 활동 반경이 넓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수본부장 자리에 매력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또 검찰과 새롭게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라, 검·경 관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 법조인들이 자신감을 보인 것이란 시선도 있다.

내부 인사
가능성도

2년 임기의 국수본부장은 2월 중순쯤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심사를 통해 경찰청장이 1명을 추천하면 행정안전부 장관,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다만 공모 과정에서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판단되면 경찰 내부 발탁 가능성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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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