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FBI’ 국수본부장 후보자 해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1.25 11:07:07
  • 호수 13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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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2인자 두고 용호상박 5파전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75년 경찰 역사상 가장 강력한 ‘공룡경찰’ 시대를 알리는 국수본이 출범했다. 일반 수사는 물론 대공수사권까지 거머쥔 수사본부장은 경찰의 제2인자나 다름없다. 국수본부장의 적임자는 누구일까.
 

▲ (사진 왼쪽부터)국가수사본부장 공모에 지원한 백승호 전 경찰대학장, 이정렬 변호사, 이세민 전 충북경찰청장 차장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가 지난 4일 출범했다. 경찰청장의 구체적인 수사 지휘가 불가해지면서 국수본부장이 경찰 수사의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됐다. 국수본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경찰 수사권이 강화되자 이에 대한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경찰청장이 개별 사건 수사를 지휘할 수 없도록 하는 등 규모가 커진 경찰 권력에 대한 분산의 의도도 담겼다.

권력 분산
부실 봉쇄

경찰 관계자는 “국수본과 자치경찰제 도입 후 국민 중심 책임 수사 체제를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하고 정착시키는 것이 가장 우선 목표”라며 “지금까지 큰 무리나 혼선, 시행착오가 없이 차분하게 시행하고 있고,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부실 수사를 원천 봉쇄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관계자는 “경찰의 잘못으로 사건 처리가 잘못되고 국민이 피해를 보는 사안이 단 한 건도 없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수본부장 자리가 아직 공석이라 ‘반쪽짜리 수사기관’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국수본의 첫 수장을 선발하기 위한 공모를 진행했다. 


경찰청 본청에 위치한 국수본 조직은 본부장 공석으로 직무대리 체제를 유지한 채 지난 1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본부장은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으로 임기는 2년이다. 본부장은 내부 승진 인사, 외부 임용 모두 가능하다. 초대 본부장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외부 공모를 한 것으로 보인다.

외부 임용 시 자격 요건은 10년 이상 수사 업무에 종사한 고위 공무원·총경 이상 경찰 공무원 재직 경력자, 판사·검사·변호사 10년 이상 경험자, 국가기관 등 법률 사무 10년 이상 종사 변호사, 법률학·경찰학 조교수 이상 10년 이상 근무자, 앞선 4가지 자격 요건의 합산 경력이 15년 이상인 자 등이다.

검·경 수사권조정과 대공수사권 이전으로 경찰에 크게 힘이 실리자, 이름 있는 현직 법조인들이 대거 국수본부장직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수본부장에 지원한 5명 후보자에 대해 분석했다.

수사권 강화…사실상 모든 수사 총괄
컨트롤타워 역할…외부 공모로 가닥

▲백승호 전 경찰대학장 = 1964년 전라남도 장흥군에서 태어난 백 전 경찰대학장은 광주 금호고등학교와 전남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23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연수원을 수료한 이후 변호사로 활동했으나 고시 출신 경정 경력채용에 지원해 경찰공무원으로 전직했다. 이후 총경, 경무관을 거쳐 치안감으로 승진했다. 치안감 시절 경기청 제1차장, 전남청장을 지냈다.

2015년 12월 인사에서는 치안정감으로 승진해 경찰대학장을 맡았으나 2016년 11월 인사에서는 보직을 받지 못하며 공직에서 퇴임했다. 백 전 경찰대학장은 현재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백 전 경찰대학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경찰 재직 당시 수사 분야에서 일했었고 퇴직 후 변호사로 일하면서 경찰 수사와 관련해 느낀 점도 많았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경찰 수사 업무를 잘 이끌고 싶다”고 공모 지원 이유를 밝혔다.

경찰청 수사과장, 경찰 수사연수원장 등을 지낸 그는 국수본 출범 때부터 경찰 조직 안팎에서 초대 본부장감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또 경찰의 업무 특성을 잘 꿰고 있어 수사 전문성을 갖춘 데다 현재 경찰 현업에서 벗어나 법조인으로 활동 중인 외부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초대 본부장
상징성 고려

한 경찰 관계자는 “초대 국수본부장은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독립성을 갖춘 동시에 3만명에 달하는 수사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만큼, 외부 인사 중에서도 전문성을 갖춘 경찰 출신이라면 적임자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정렬 변호사 = 이 변호사는 1991년 10월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1994년 2월 사법연수원 23기를 수료했다. 1997년 2월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로 임관한 후 2013년 6월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로 퇴임했다.

이 변호사는 서울남부지법 판사로 근무하던 2004년 5월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 오모씨에 대해 “병역법상 입영 또는 소집을 거부하는 행위가 오직 양심상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서 양심의 자유라는 헌법적 보호 대상이 충분한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2013년 층간소음으로 이웃집과 갈등을 빚다 재물손괴 혐의로 벌금 100만원 형사 처벌을 받기도 했다. 
 

▲ 경찰청 ⓒ박성원 기자

다음 해 2월10일 서울지방변호사회를 통해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에 변호사 등록을 신청했다. 하지만 대한변협 산하 등록심사위원회는 4월6일 회의를 열어 이 전 부장판사에 대한 변호사 등록 부적격 판정을 내린 뒤, 변호사 등록 거부 사실을 4월21일에 통지했다.

등록심사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6명이 찬성해야 변호사 등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정렬 전 부장판사의 경우 심사위원 중 변호사 등록에 찬성한 위원이 5명, 반대한 위원이 4명이었다. 결국 찬성 위원 1명이 모자라 부결돼 변호사 등록이 거부됐다.

이후 법무법인 동안의 사무장으로 채용됐고, 2014년 6월 전국 행정 서비스 전문사무직 근로자 노동조합에 노조원으로 가입했다. 부장판사 출신이 변호사가 아닌 로펌 사무장으로 활동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이력 보니…
변호사 넷

이 변호사는 2018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꼭 민주공화국이어야 하느냐. 문재인 대통령이 왕조를 여시는 게 어떻겠냐는 제 개인적인 바람을 말씀드린다”고 하는 등 노골적으로 정치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외에도 2011년에 부장판사로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는 패러디물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화제가 됐으며 법원으로부터 서면 경고를 받기도 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소재가 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복직 소송 합의 내용을 공개해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세민 전 충북경찰청 차장 = 괴산 출신인 이 전 차장은 청주고등학교(53회)를 졸업한 뒤 경찰대 1기생으로 입학해 1981년 경위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2010년 충북청에 몸담으며 ‘경찰의 별’인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지역 경찰 출신 중 최초로 경무관으로 승진한 사례로 뽑혀 지역사회에서 화두가 되기도 했다.

그는 청주 흥덕경찰서장·상당경찰서장, 충주경찰서장, 경찰청 수사심의관·수사기획관, 경찰대 학생지도부장, 경찰 수사연수원장, 충북경찰청 차장 등을 역임했다. 이 전 차장은 2013년 경찰청 수사기획관 시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박근혜정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부분 수사 관련 부서에서 근무한 이 전 차장은 고향으로 돌아와 2016년 충북청 차장을 끝으로 32년간의 공직생활을 매듭졌다. 이 중 26년은 충북에 근무해 ‘토박이 경무관’으로서 소임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퇴임 직후 고향인 괴산군수 보궐선거 출마설이 나오긴 했으나, 현재까지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 전 차장의 지원 소식이 지역사회에 들려오자 충북 경찰 내부에서는 응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법조 출신 변호사 지원
2월 중순쯤 윤곽 드러날 듯


충북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이번 지원자 중 충북 출신은 이세민 전 차장이 유일하다”며 “경찰개혁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국수본의 초대 본부장인 만큼 충북에 좋은 소식이 들렸으면 한다”고 이 전 차장을 지지했다.

▲김지영 변호사 = 1972년 태어난 김지영 변호사는 5명 중 유일한 여성 지원자다. 대전 호수돈여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4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계에 입문했다. 2003년 변호사로 개업해 김·장·리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또 법무법인 수호를 거쳐 법무법인 이인에서 활동했고, 2010년 법무법인 율의 변호사로 활동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문과 대한변호사협회 국제위원과 북한특위 위원으로 활동했고, 여성변호사회 국제이사와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위원,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한국 특허정보 영업비밀보호센터를 거쳐 중소기업청 기술유출 자문 변호사를 역임했고,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기술 평가위원으로 근무했다. 

▲이창환 변호사 = 전남 완도군 출신인 이 변호사는 2000년 변호사를 개업했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도 취득했다. 변호사로서는 주로 노동 사건을 많이 맡았다. 판사·변호사 경험이 있는 법조인이 대거 국수본부장직에 도전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수사권 조정으로 국수본의 권한이 막강해진 데다 초대 본부장으로서 활동 반경이 넓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수본부장 자리에 매력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또 검찰과 새롭게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라, 검·경 관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 법조인들이 자신감을 보인 것이란 시선도 있다.

내부 인사
가능성도

2년 임기의 국수본부장은 2월 중순쯤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심사를 통해 경찰청장이 1명을 추천하면 행정안전부 장관,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다만 공모 과정에서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판단되면 경찰 내부 발탁 가능성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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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