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문의 가신들은 지금…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2.07 09:57:45
  • 호수 13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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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끝나기 전에 한자리씩 안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더문캠’은 지난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 경선 캠프의 이름이다. 더불어문재인캠프의 약칭이다. 더문캠이 세상에 알려진 지도 4년여가 다 돼간다. <일요시사>는 살아있는 권력의 ‘개국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더문캠 출신 인사들의 현주소를 추적했다. 
 

▲ (사진 왼쪽부터)박병석 국회의장,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상곤 서울교육감 ⓒ고성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선 경선주자 신분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경선캠프를 꾸렸다. 민주당 손혜원 당시 의원은 경선캠프의 이름이 ‘더문캠’으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손 의원은 캠프에서 홍보부본부장으로 위촉돼 활동하고 있었다. 

2실 7본부
중추 역할

더문캠 조직은 2실(비서실·종합상황실) 7본부 체제로 꾸려졌다. 전·현직 친문 정치인 다수가 더문캠에 합류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후 청와대 비서진으로, 내지는 21대 국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박병석 국회의장이다. 더문캠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6선에 성공, 21대 국회 전반기 의장으로 추대됐다. 국회의장은 삼권 중 입법부의 수장이다.

박 의장 외에도 더문캠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린 인사는 6명이 더 있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 민주당 김진표·김두관 의원, 이미경·김효석 전 의원,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그들이다. 


김상곤 전 교육감은 문재인정부 초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지난 2018년 10월 교육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그는 경기도교육연구원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지난달 13일부터 교육부 산하단체인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5선 국회의원 출신인 이미경 전 의원은 더문캠에서 여성, 가족 정책 입안을 담당했다. 문 대통령 당선 이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한국국제협력단은 1991년 4월 설립된 정부 차원의 대외무상협력사업 전담기관으로, 해외봉사단 파견사업 등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이다. 

김효석 전 의원은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민주당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등 당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 정치인이다. 문 대통령 당선 후인 지난 2017년 11월부터 대한석유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다가, 2020년 5월 지병으로 별세했다.

김진표·김두관 의원은 21대 총선에 당선돼 민주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서 활동 중이다. 그중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김진표 의원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경색된 한일 관계를 풀 핵심 인사다. 

전·현직 친문 정치인 다수
국회의장·부총리 등 요직에

도쿄올림픽과 관련해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석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김진표 의원은 일본 정관계 지도자들과 만난 후 “올림픽 조직위원장은 북한이 승낙할 가능성이 있으면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두관 의원은 ‘친문 적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후 부산·경남(PK) 지역 차기 대권주자로 이름이 거론될 정도로 몸값이 상승했다. 그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당의 요청을 받아 문 대통령의 사저가 위치한 곳이자 낙동강 벨트의 최전선인 경남 양산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김두관 의원은 최근 민감한 현안과 관련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이 대표적이다. 김해신공항안의 백지화로 가덕도신공항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PK 대권주자인 김 의원이 가덕도신공항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부산 시민들이 오랫동안 염원한 사업이다. 

김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교롭게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맞물리게 됐지만, (가덕도신공항 사업 추진을)더 늦출 수 없다”며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국토 다극화를 위해서라도 당연히 해야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 이미경 국제한국협력단 이사장

‘추미애-윤석열 갈등’ 국면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검찰총장은 당장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며 “윤 총장은 국가와 공공에 충성하는 데 실패했다. 자신과 검찰조직에 충성하고 말았다. 윤 총장은 사법부를 사찰했고, 대통령 원전정책을 수사했다. 그는 국가의 검찰, 민주주의의 검찰이기를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을 파면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경제계 원로로서 문 대통령에게 국정운영에 관해 조언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문 대통령은 전 전 원장 등을 청와대 본관에 초청해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로 상징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 추진에 대한 보완 의견을 청취했다. 

더문캠 
보은인사 

이 자리에서 전 전 원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상생협력,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가야 할 방향이나 최저임금과 52시간 근로제와 관련하여 시장의 수용성을 감안하여 보완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특히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주 52시간제가 노동자의 소득을 인상시켜주는 반면 혁신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기업에게는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더문캠 총괄선거대책본부장, 같은 당 박정 의원은 부본부장으로서 문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그중 송 의원은 이낙연 체제 이후 유력 당권주자 중 한 명으로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송 의원은 민주당의 ‘인천 맹주’다. 호남 출신의 인천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인 송 의원은 문재인정부 들어 꾸준히 몸집을 불리며 체급을 키워가고 있다. 문 대통령의 당선 후에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박병석 국회의원, 문희상 전 국회의원과 함께 4대 열강 특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폭넓은 정치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논란에 뛰어든 일이 대표적이다. 호남 출신의 수도권 의원이 영남권 현안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그는 김해신공항의 한계를 지적하며 가덕도신공항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 10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송 의원은 “동남권 신공항은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라며 “대선 공약집에 들어있지 않다는 형식적 이유로 대선공약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부산시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송 의원은 부산에서 ‘가덕도신공항과 조선 산업 그리고 부산경제’라는 주제로 특강을 열기도 했다.
 

민주당 강기정 전 의원과 같은 당 윤건영 의원은 각각 더문캠 종합상황실장과 부실장으로 활동했다. 문 대통령 당선 이후 윤 의원은 청와대로 직행,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았다. 그로부터 3년여 후 21대 총선에 나선 윤 의원은 서울 구로을에서 당선됐다.


문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이었던 윤 의원은 문 대통령의 ‘정치적 호위무사’ ‘여의도판 청와대 대변인’ 등으로 불린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각종 현안에서 현 정부를 비호하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친문 적자
인천 맹주

윤 총장 직무배제 결정을 두고 국민의힘 등 야당이 연일 문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요구하자 윤 의원은 “(야당은)노무현 전 대통령이 뭐라고 말만 하면 온갖 독설을 퍼부었다”며 “(노 전) 대통령의 말을 공격하던 분들이 지금은 (문) 대통령의 침묵에 독설을 쏟아낸다. 180도 다른 주장을 철면피처럼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의 지지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문 대통령의 복심이다. 그가 문 대통령의 의중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는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한국 일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왕 위원은 국회의장 예방에 앞서 윤 의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등과 조찬 자리를 가졌다. 

강 전 의원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8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을 역임했다. 정무수석은 국회·정당과 청와대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하는 자리다. 이에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강 전 의원은 정무수석의 적임자로 평가됐다. 

강 전 의원은 정치적 위기에 놓여있다. ‘라임 사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0월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강 전 의원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강 전 의원은 김 전 회장을 위증죄로 고소했다.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문재인 당시 경선 후보의 비서실장,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부실장으로 활동했다. 원조 친문과 신친문의 조화다. 두 사람은 많은 ‘정치적 교집합’을 가졌다.

임 전 부시장은 문 대통령 당선을 전후로 친문으로 분류되기 시작해 정치권에서는 그를 신친문으로 본다. 반면 양 전 비서관은 문 대통령이 2011년 정치에 참여한 이후 지난 대선 때까지 줄곧 곁을 지켜온 최측근이다.

임 전 부시장의 더문캠 합류는 양 전 비서관의 작품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비서실에서 함께 일했다. 또 다른 교집합은 ‘광흥창팀’이다. 광흥창팀은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실무그룹이었다. 양 전 비서관은 광흥창팀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대선 후 광흥창팀은 청와대 1기 참모진으로 이어졌다.

잠룡 후보 오르락내리락 
‘호위무사’ 자처 세력도

정치권이 양 전 비서관의 복귀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는 최근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세균 국무총리, 김경수 경남도지사, 이광재·김두관 의원 등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들과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권력과 거리를 두겠다”며 21대 총선 이후 잠행에 들어갔던 양 전 비서관의 등장은 정치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년 4월에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열린다. 민주당은 야권과 민심의 지탄을 무릅쓰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양 전 비서관은 민주연구원장을 역임하는 등 민주당에서 손꼽히는 선거 전략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양 전 비서관이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후임으로 부임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선 기간 더문캠의 대변인단은 화려한 면면으로 주목받았다. MBC 보도국장 출신의 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미디어본부장 겸 수석대변인으로 활동했다. 그는 당 사무총장과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부위원장 등 당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친문 적자’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고민정 전 KBS 아나운서가 더문캠의 대변인이었다. 지난 2018년 6월에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김 지사는 지금의 경남도지사로 당선됐다. 친문 대권주자 중 한명인 김 지사는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과 관련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며 정치적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대법원에서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김 지사는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멀어질 전망이다.

고 전 아나운서는 21대 총선을 통해 현역 국회의원으로 거듭났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라는 야권의 거물과 맞붙어 승리했다. 지난 4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으로부터 허위 사실 공표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고 전 아나운서는 최근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아 정치적 짐을 덜어냈다.

이지수 전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은 더문캠의 외신담당 대변인이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서울 중구·성동을 후보로 공천받는 등 정치에 뜻이 있었던 이 전 위원은 현재 대통령비서실 해외언론비서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돌아가며
BH 직행

권혁기 전 국회 부대변인은 더문캠에서도 부대변인을 맡았다. 이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실 춘추관장을 거쳐 지난 5월부터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의 비서실장으로 활동 중이다. 민주당은 당시 권 전 부대변인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며 “민주당을 대표하는 공보맨이자 기획통으로 당과 청와대의 최일선에서 언론과 소통해왔다”고 그를 소개했다.

민주당 노영민 전 의원은 더문캠의 조직본부장이었다. 문 대통령 당선 이후 그는 주중대사를 거쳐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앞서 ‘똘똘한 한 채’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노 전 의원은 청와대 교체 대상자 중 1순위로 꼽힌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못 말리는 수석님의 축구 사랑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코로나19 3차 대유행 속에서도 축구 경기에 참여해 여론의 빈축을 샀다.

최 수석은 최근 서울 송파구 삼전동의 한 학교에서 열린 조기축구회에 운동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전반전 20분, 후반전 20분 등 총 40분가량 진행된 경기에서 최 수석은 직접 경기를 뛴 것으로 전해진다.

최 수석은 정치인 중 대표적인 ‘축구광’이다.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는 정무수석이 한층 강화된 방역 조치를 준수하지 않고 단체 모임에 간 사실이 크게 지적받고 있다.

앞서 최 수석은 방역 수칙을 이유로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하고 있는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과의 면담을 거절한 바 있다. 

결국 최 수석은 고개를 숙였다.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죄송하다”며 “정부 기준보다 더 강력한 방역 수칙을 자체적으로 만들고 준수하는 분들을 격려하는 자리였지만, 더 신중해야 했다”고 사과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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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