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C대 내부고발’ 교육부 묵살 의혹

30억 마음대로 주고 ‘알아서 써’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교육부는 책임지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을 겁니다. 그게 교육부가 지금까지 해온 방식입니다.” 한 사립대학 내부고발자의 말이다. 교육부가 학내 비리 의혹에 관한 내부고발자의 민원을 묵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11년간 교육부가 적발한 사립대학 비리가 4500여건에 달하고 비위 액수는 4000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위 행위자의 90% 이상이 징계라고 보기 어려운 ‘경고’나 ‘주의’ 처분에 그쳤다”며 교육부의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했다.

비리 넘쳐도
교피아 보호?

그러면서 “대학에 재취업한 교육부 퇴직 공직자가 최소 113명에 이를 정도로 대학 전반에 ‘교피아’의 영향력이 크다”고 진단하고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구조가 계속되는 원인은 교육부의 무책임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6월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는 “교육부가 2018년 이후 총 30개 사립대학 감사 결과를 공개했는데, 모든 대학이 사립학교법을 어기고 교비회계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오직 1개 대학만 형사고발하고 나머지는 주의·경고 수준의 처분만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부는 대학 감사를 법대로 집행하지 않고 본연의 업무를 방기했다”며 “교육부가 사학비리를 감사한다면서 외려 솜방망이 처벌로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솜방망이 처벌의 배후에 이른바 ‘교피아’라고 하는 교육부와 사학의 유착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감사원이 철저히 감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서울 강서구 소재 4년제 대학인 KC대학교가 2018년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 진단’서 특정 항목에 대한 자료를 허위로 제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학내 교수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2년에 걸쳐 최소 3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교육부는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각 대학이 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 등 사회 변화에 맞게 역량을 갖추고 혁신하는지 정부가 진단하는 것이다. 3년 간격으로 대학을 평가하고, 평가 결과를 정원감축이나 재정지원과 연계한다.

박근혜정부 때인 2015년 처음 실시한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학 기본역량 진단으로 명칭을 바꾸고 2018년에 진행됐다. 

전임교원 확보율 의도적으로 높여?
재임용 기간만료-승인 6개월 공백

교육부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에 따라 각 대학을 ▲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Ⅰ, Ⅱ)으로 구분했다. 상위권인 자율개선대학은 정원감축 없이 재정지원을 받지만 하위권인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은 정원을 감축하거나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일부는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에도 제한이 생긴다. 

결과에 따라 상위권과 하위권의 희비가 크게 엇갈리면서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대학 살생부’로 불렸다. 실제 2018년 9월 교육부가 최종 결과를 발표한 이후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되지 못한 일부 대학들은 총장이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거나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검토하는 등 후폭풍을 겪었다. 

KC대는 입시비리 의혹 등에도 불구하고 대학 기본역량 진단서 자율개선대학으로 분류됐다. 교육부로부터 매년 16억원씩 2년 동안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당시 진단 지표 중 하나였던 ‘전임교원 확보율’과 관련해 KC대가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전임교원이 아닌 교수를 전임교원으로 포함시켜 비율을 높였다는 의혹이다. 

전임교원 확보율은 ‘교육여건 및 대학운영의 건전성’ 항목에 포함된 지표로 전임교원 수를 교원 법정정원 수로 나눈 값이다.

예를 들어 교원 법정정원이 10명인데 전임교원을 6명 확보했다면, 해당 대학의 전임교원 확보율은 60%인 셈이다. 교육부가 정한 사립대의 만점 기준은 71.257%.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각 년도 4월1일을 기준으로 2016∼2018년 3년간 대학의 평균 전임교원 확보율이 71.257%를 넘으면 10점 만점을, 이보다 낮으면 비율에 따라 감점이 되는 방식이다. 교육부는 ▲교육 과정·강의 개선 ▲수업 관리 및 학생 평가 ▲학생 충원율과 함께 전임교원 확보율 지표에 10점을 배점했다.

2015년(8점)과 비교해 배점이 2점 늘었다. 

교육부 대학정보공시시스템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KC대의 전임교원 확보율은 2016년 77.6%, 2017년 75.8%, 2018년 66.2%로 3년 평균값이 73.2%다. 사립대 만점 기준인 71.257%를 상회한다. 하지만 2018년 전임교원 확보율이 10%p가량 상향 조정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대로라면 KC대는 전임교원 확보율 지표에서 10점을 받을 수 없다. 

대학 등급에
희비 엇갈려

KC대의 2018년 교원 법정정원은 65명이다. KC대가 2018년 확보했다고 공시한 전임교원은 43명. 하지만 이중 7명이 이사회 결렬로 2018년 2월28일 기준 재임용이 거부된 사실이 드러났다. 

교육부서 기준으로 삼고 있는 2018년 4월1일 당시 7명의 교수들은 당시 전임교원 신분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KC대가 확보한 전임교원 수는 43명서 7명이 빠진 36명으로 2018년 전임교원 확보율은 55.4%까지 떨어진다. 3년 평균도 69.6%로 만점 기준에 못 미친다. 

7명의 교수들은 2018년 3월26일 ‘재임용 기간만료 통보서’를 받았다. 통보서에는 ‘2018년 2월28일로 교원 임용 기간 만료’라는 심사 결과와 함께 ‘이사회가 결렬됨으로 인해 교원 재임용 심사가 진행되지 못하였음’이라는 사유가 기록돼있다. 재임용 심사를 통과하면 이후 7년 동안 KC대 교수로 재직할 수 있다.

앞서 KC대 측은 같은 해 1월12일에도 이사회 결렬로 인해 재임용 심사가 진행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재임용 심사 통보서’를 통해 교수들에게 전달했다. 통상 재임용 심사는 재임용 기간 만료 3개월 전에 진행된다. 제대로 진행됐다면 7명의 교수들은 이미 2017년 11월 가량에 재임용 심사를 받고 가부가 결정됐어야 한다. 

당시 KC대 측은 7명 교수들의 재임용 심사를 두고 굉장히 다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 시기 총장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권모 교수는 2018년 3월 이사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너무 상황이 다급하다 보니 늦은 시간에 또 한 번 문자를 보낸다”며 “이사님들이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이번 교수 재임용건은 대학을 위해 꼭 처리해주셔야 하는 사활이 걸린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재 KC대 총장이자 당시 대학평가위원장이었던 이모 교수 역시 한 이사회 이사에게 “교수 통계 기준인 4월1일 이전으로는 마지막 기회인데 다시 한 번 꼭 좀 부탁드린다”며 “7명의 교수가 모두 탈락되면 전임교원 확보율 지표의 9%가 하락돼 결정적인 감점요인이 된다. 학교를 위해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부탁한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사회 결렬
재임용 탈락

하지만 이후에도 이사회는 열리지 않았고 7명 교수들에 대한 재임용 심사도 진행되지 않았다. 이들 7명에 대한 재임용 심사는 2018년 7월26일 열린 제16-2차 이사회에 이르러서야 승인됐다. 당시 이사회 회의록에는 7명의 교수들이 “2018년 9월1일자로 재임용 승인이 결정됐다”고 명시돼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를 종합해보면 7명의 교수들은 2018년 2월28일을 끝으로 재임용 기간이 만료됐다가 그해 9월1일에 재임용 승인을 받았다. 다시 말해 2018년 3월1일부터 2018년 8월31일까지는 KC대 전임교원이 아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KC대가 3∼4월 재임용 기간 만료 통보를 받은 교수들의 사학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을 대신 내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 중 한 교수는 “사학연금을 내지 않았다면 어디서든 통보가 왔을 텐데,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5월부터는 월급도 지급됐다. 이들 중 일부 교수들이 고용노동청에 제기한 임금지급 행정명령에 따른 것이다.

문제를 제기한 KC대 관계자는 “7명 교수들에 대한 재임용 심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왜 월급은 5월부터 나갔으며, 왜 3∼4월에는 연금을 학교서 대납해 준 건가”라고 지적했다. 재임용 심사가 진행돼 교수들의 신분이 전임교원으로 확정됐다면 3월부터 월급이 지급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 ⓒpixabay

KC대 박모 기획처장은 이 문제에 대해 “사학연금을 내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3∼4월 월급을 지급하지 않은 이유는 법적인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7명의) 교수들에게 재임용 거부 처분을 통보한 시기가 3월26일인 만큼 KC대 규정에 따라 해당 학기 말일까지 재임용 기간이 연장된다”고 설명했다. 

KC대 ‘교원 재임용 규정’ 제7조(재임용 기간 계산) 2항에 따르면 ‘학기 도중 임용기간이 만료되는 자에 대해 그 기간이 만료되는 날이 속하는 학기의 말일을 임용 기한의 만료일로 한다’고 돼있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한 KC대 관계자는 “해당 규정은 재임용 기간이 학기 중에 만료된 교수에게 적용되는 것”이라며 “7명의 교수들은 2018년 2월28일에 이미 재임용 기간이 만료되면서 교원 신분을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또 “7명의 교수들 역시 자신의 재임용 기간이 2018년 2월28일에 만료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자료 다 첨부했지만 1년째 답변 없어
통화 안 되거나 다른 부서로 떠넘겨

박 처장은 “이 문제는 교육부서 문제가 없다고 한 사안”이라며 “교육부의 요청에 따라 여러 번 자료를 제출했는데, 교육부에선 별다른 말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교육부서 공문 등을 통해 ‘문제가 없다’고 말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조치를 취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KC대에서도 그냥 넘어갔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로 공을 넘긴 것이다.

실제 교육부는 KC대 학내 교수나 관계자들의 민원 제기에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민원인들에 따르면 KC대의 답변을 그대로 다시 전달했을 뿐이다. KC대 관계자는 “그나마 1차와 2차 민원에 대해서는 답변 시늉이라도 하더니 모든 자료를 제대로 다 첨부한 3차 민원에 대해서는 1년 넘게 답변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KC대서 너무나 명백한 불법이 저질러졌고, 여러 차례에 걸쳐 이를 고칠 수 있는 기회를 학교에 줬다. 학내 유력 인사, 이사회, 총장 등에게 이 문제에 대해 언급했고, 변화를 촉구했지만 끝내 무시했다”며 “교육부에도 여러 차례 호소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학교 입장을 ‘복사·붙여넣기’ 한 것뿐이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KC대 관계자는 “교육부서 30억원이 넘는 돈을 학교에 지원하면서 제대로 된 확인 조치 한 번 거치질 않았다. 설사 처음에는 몰랐더라도 학내 관계자들이 민원을 제기했으면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봐야 하지 않나”라며 “학교의 입장만 듣고 그대로 답변할 거면 교육부의 존재 의의가 무엇인지 의문스럽다. 결국 지원금도 세금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학교 관계자들이 민원을 제기할 당시 이사회는 일부 이사가 교육부서 파견된 관선 이사 체제였다”며 “교수들이 그렇게 문제제기를 해도 묵살됐던 건 그런 이유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대학 기본역량 진단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대학서 허위로 자료를 제출한 사실이 확인되면 구조위를 통해 감점 조치가 이뤄진다. 사업비 지원이 제한되거나 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KC대 전임교원 확보율 허위 제출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은 의혹이지 않나, 확인된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교육부가…”
공넘긴 학교

이 관계자는 “민원과 관련해서는 사립대학과나 감사관실로 문의해보는 게 맞을 듯싶다”며 “저희 부서에선 대학 기본역량 진단 업무를 담당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홍보실을 통해 다시 묻자 대학 기본역량 진단 업무를 하는 관계자의 이름을 말하면서 그쪽으로 전화를 해보라고 전했다. 한 고등교육정책과 관계자는 “민원이 오면 관련된 부서가 처리한다”며 또 다시 대학 기본역량 진단 업무 관계자의 연락처를 전달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