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C대 내부고발’ 교육부 묵살 의혹

30억 마음대로 주고 ‘알아서 써’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교육부는 책임지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을 겁니다. 그게 교육부가 지금까지 해온 방식입니다.” 한 사립대학 내부고발자의 말이다. 교육부가 학내 비리 의혹에 관한 내부고발자의 민원을 묵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11년간 교육부가 적발한 사립대학 비리가 4500여건에 달하고 비위 액수는 4000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위 행위자의 90% 이상이 징계라고 보기 어려운 ‘경고’나 ‘주의’ 처분에 그쳤다”며 교육부의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했다.

비리 넘쳐도
교피아 보호?

그러면서 “대학에 재취업한 교육부 퇴직 공직자가 최소 113명에 이를 정도로 대학 전반에 ‘교피아’의 영향력이 크다”고 진단하고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구조가 계속되는 원인은 교육부의 무책임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6월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는 “교육부가 2018년 이후 총 30개 사립대학 감사 결과를 공개했는데, 모든 대학이 사립학교법을 어기고 교비회계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오직 1개 대학만 형사고발하고 나머지는 주의·경고 수준의 처분만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부는 대학 감사를 법대로 집행하지 않고 본연의 업무를 방기했다”며 “교육부가 사학비리를 감사한다면서 외려 솜방망이 처벌로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솜방망이 처벌의 배후에 이른바 ‘교피아’라고 하는 교육부와 사학의 유착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감사원이 철저히 감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서울 강서구 소재 4년제 대학인 KC대학교가 2018년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 진단’서 특정 항목에 대한 자료를 허위로 제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학내 교수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2년에 걸쳐 최소 3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교육부는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각 대학이 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 등 사회 변화에 맞게 역량을 갖추고 혁신하는지 정부가 진단하는 것이다. 3년 간격으로 대학을 평가하고, 평가 결과를 정원감축이나 재정지원과 연계한다.

박근혜정부 때인 2015년 처음 실시한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학 기본역량 진단으로 명칭을 바꾸고 2018년에 진행됐다. 

전임교원 확보율 의도적으로 높여?
재임용 기간만료-승인 6개월 공백

교육부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에 따라 각 대학을 ▲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Ⅰ, Ⅱ)으로 구분했다. 상위권인 자율개선대학은 정원감축 없이 재정지원을 받지만 하위권인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은 정원을 감축하거나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일부는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에도 제한이 생긴다. 


결과에 따라 상위권과 하위권의 희비가 크게 엇갈리면서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대학 살생부’로 불렸다. 실제 2018년 9월 교육부가 최종 결과를 발표한 이후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되지 못한 일부 대학들은 총장이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거나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검토하는 등 후폭풍을 겪었다. 

KC대는 입시비리 의혹 등에도 불구하고 대학 기본역량 진단서 자율개선대학으로 분류됐다. 교육부로부터 매년 16억원씩 2년 동안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당시 진단 지표 중 하나였던 ‘전임교원 확보율’과 관련해 KC대가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전임교원이 아닌 교수를 전임교원으로 포함시켜 비율을 높였다는 의혹이다. 

전임교원 확보율은 ‘교육여건 및 대학운영의 건전성’ 항목에 포함된 지표로 전임교원 수를 교원 법정정원 수로 나눈 값이다.

예를 들어 교원 법정정원이 10명인데 전임교원을 6명 확보했다면, 해당 대학의 전임교원 확보율은 60%인 셈이다. 교육부가 정한 사립대의 만점 기준은 71.257%.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각 년도 4월1일을 기준으로 2016∼2018년 3년간 대학의 평균 전임교원 확보율이 71.257%를 넘으면 10점 만점을, 이보다 낮으면 비율에 따라 감점이 되는 방식이다. 교육부는 ▲교육 과정·강의 개선 ▲수업 관리 및 학생 평가 ▲학생 충원율과 함께 전임교원 확보율 지표에 10점을 배점했다.

2015년(8점)과 비교해 배점이 2점 늘었다. 

교육부 대학정보공시시스템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KC대의 전임교원 확보율은 2016년 77.6%, 2017년 75.8%, 2018년 66.2%로 3년 평균값이 73.2%다. 사립대 만점 기준인 71.257%를 상회한다. 하지만 2018년 전임교원 확보율이 10%p가량 상향 조정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대로라면 KC대는 전임교원 확보율 지표에서 10점을 받을 수 없다. 

대학 등급에
희비 엇갈려

KC대의 2018년 교원 법정정원은 65명이다. KC대가 2018년 확보했다고 공시한 전임교원은 43명. 하지만 이중 7명이 이사회 결렬로 2018년 2월28일 기준 재임용이 거부된 사실이 드러났다. 

교육부서 기준으로 삼고 있는 2018년 4월1일 당시 7명의 교수들은 당시 전임교원 신분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KC대가 확보한 전임교원 수는 43명서 7명이 빠진 36명으로 2018년 전임교원 확보율은 55.4%까지 떨어진다. 3년 평균도 69.6%로 만점 기준에 못 미친다. 

7명의 교수들은 2018년 3월26일 ‘재임용 기간만료 통보서’를 받았다. 통보서에는 ‘2018년 2월28일로 교원 임용 기간 만료’라는 심사 결과와 함께 ‘이사회가 결렬됨으로 인해 교원 재임용 심사가 진행되지 못하였음’이라는 사유가 기록돼있다. 재임용 심사를 통과하면 이후 7년 동안 KC대 교수로 재직할 수 있다.


앞서 KC대 측은 같은 해 1월12일에도 이사회 결렬로 인해 재임용 심사가 진행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재임용 심사 통보서’를 통해 교수들에게 전달했다. 통상 재임용 심사는 재임용 기간 만료 3개월 전에 진행된다. 제대로 진행됐다면 7명의 교수들은 이미 2017년 11월 가량에 재임용 심사를 받고 가부가 결정됐어야 한다. 

당시 KC대 측은 7명 교수들의 재임용 심사를 두고 굉장히 다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 시기 총장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권모 교수는 2018년 3월 이사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너무 상황이 다급하다 보니 늦은 시간에 또 한 번 문자를 보낸다”며 “이사님들이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이번 교수 재임용건은 대학을 위해 꼭 처리해주셔야 하는 사활이 걸린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재 KC대 총장이자 당시 대학평가위원장이었던 이모 교수 역시 한 이사회 이사에게 “교수 통계 기준인 4월1일 이전으로는 마지막 기회인데 다시 한 번 꼭 좀 부탁드린다”며 “7명의 교수가 모두 탈락되면 전임교원 확보율 지표의 9%가 하락돼 결정적인 감점요인이 된다. 학교를 위해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부탁한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사회 결렬
재임용 탈락

하지만 이후에도 이사회는 열리지 않았고 7명 교수들에 대한 재임용 심사도 진행되지 않았다. 이들 7명에 대한 재임용 심사는 2018년 7월26일 열린 제16-2차 이사회에 이르러서야 승인됐다. 당시 이사회 회의록에는 7명의 교수들이 “2018년 9월1일자로 재임용 승인이 결정됐다”고 명시돼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를 종합해보면 7명의 교수들은 2018년 2월28일을 끝으로 재임용 기간이 만료됐다가 그해 9월1일에 재임용 승인을 받았다. 다시 말해 2018년 3월1일부터 2018년 8월31일까지는 KC대 전임교원이 아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KC대가 3∼4월 재임용 기간 만료 통보를 받은 교수들의 사학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을 대신 내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 중 한 교수는 “사학연금을 내지 않았다면 어디서든 통보가 왔을 텐데,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5월부터는 월급도 지급됐다. 이들 중 일부 교수들이 고용노동청에 제기한 임금지급 행정명령에 따른 것이다.

문제를 제기한 KC대 관계자는 “7명 교수들에 대한 재임용 심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왜 월급은 5월부터 나갔으며, 왜 3∼4월에는 연금을 학교서 대납해 준 건가”라고 지적했다. 재임용 심사가 진행돼 교수들의 신분이 전임교원으로 확정됐다면 3월부터 월급이 지급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 ⓒpixabay

KC대 박모 기획처장은 이 문제에 대해 “사학연금을 내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3∼4월 월급을 지급하지 않은 이유는 법적인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7명의) 교수들에게 재임용 거부 처분을 통보한 시기가 3월26일인 만큼 KC대 규정에 따라 해당 학기 말일까지 재임용 기간이 연장된다”고 설명했다. 

KC대 ‘교원 재임용 규정’ 제7조(재임용 기간 계산) 2항에 따르면 ‘학기 도중 임용기간이 만료되는 자에 대해 그 기간이 만료되는 날이 속하는 학기의 말일을 임용 기한의 만료일로 한다’고 돼있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한 KC대 관계자는 “해당 규정은 재임용 기간이 학기 중에 만료된 교수에게 적용되는 것”이라며 “7명의 교수들은 2018년 2월28일에 이미 재임용 기간이 만료되면서 교원 신분을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또 “7명의 교수들 역시 자신의 재임용 기간이 2018년 2월28일에 만료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자료 다 첨부했지만 1년째 답변 없어
통화 안 되거나 다른 부서로 떠넘겨

박 처장은 “이 문제는 교육부서 문제가 없다고 한 사안”이라며 “교육부의 요청에 따라 여러 번 자료를 제출했는데, 교육부에선 별다른 말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교육부서 공문 등을 통해 ‘문제가 없다’고 말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조치를 취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KC대에서도 그냥 넘어갔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로 공을 넘긴 것이다.

실제 교육부는 KC대 학내 교수나 관계자들의 민원 제기에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민원인들에 따르면 KC대의 답변을 그대로 다시 전달했을 뿐이다. KC대 관계자는 “그나마 1차와 2차 민원에 대해서는 답변 시늉이라도 하더니 모든 자료를 제대로 다 첨부한 3차 민원에 대해서는 1년 넘게 답변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KC대서 너무나 명백한 불법이 저질러졌고, 여러 차례에 걸쳐 이를 고칠 수 있는 기회를 학교에 줬다. 학내 유력 인사, 이사회, 총장 등에게 이 문제에 대해 언급했고, 변화를 촉구했지만 끝내 무시했다”며 “교육부에도 여러 차례 호소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학교 입장을 ‘복사·붙여넣기’ 한 것뿐이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KC대 관계자는 “교육부서 30억원이 넘는 돈을 학교에 지원하면서 제대로 된 확인 조치 한 번 거치질 않았다. 설사 처음에는 몰랐더라도 학내 관계자들이 민원을 제기했으면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봐야 하지 않나”라며 “학교의 입장만 듣고 그대로 답변할 거면 교육부의 존재 의의가 무엇인지 의문스럽다. 결국 지원금도 세금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학교 관계자들이 민원을 제기할 당시 이사회는 일부 이사가 교육부서 파견된 관선 이사 체제였다”며 “교수들이 그렇게 문제제기를 해도 묵살됐던 건 그런 이유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대학 기본역량 진단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대학서 허위로 자료를 제출한 사실이 확인되면 구조위를 통해 감점 조치가 이뤄진다. 사업비 지원이 제한되거나 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KC대 전임교원 확보율 허위 제출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은 의혹이지 않나, 확인된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교육부가…”
공넘긴 학교

이 관계자는 “민원과 관련해서는 사립대학과나 감사관실로 문의해보는 게 맞을 듯싶다”며 “저희 부서에선 대학 기본역량 진단 업무를 담당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홍보실을 통해 다시 묻자 대학 기본역량 진단 업무를 하는 관계자의 이름을 말하면서 그쪽으로 전화를 해보라고 전했다. 한 고등교육정책과 관계자는 “민원이 오면 관련된 부서가 처리한다”며 또 다시 대학 기본역량 진단 업무 관계자의 연락처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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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