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C대 내부고발’ 교육부 묵살 의혹

30억 마음대로 주고 ‘알아서 써’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교육부는 책임지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을 겁니다. 그게 교육부가 지금까지 해온 방식입니다.” 한 사립대학 내부고발자의 말이다. 교육부가 학내 비리 의혹에 관한 내부고발자의 민원을 묵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11년간 교육부가 적발한 사립대학 비리가 4500여건에 달하고 비위 액수는 4000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위 행위자의 90% 이상이 징계라고 보기 어려운 ‘경고’나 ‘주의’ 처분에 그쳤다”며 교육부의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했다.

비리 넘쳐도
교피아 보호?

그러면서 “대학에 재취업한 교육부 퇴직 공직자가 최소 113명에 이를 정도로 대학 전반에 ‘교피아’의 영향력이 크다”고 진단하고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구조가 계속되는 원인은 교육부의 무책임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6월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는 “교육부가 2018년 이후 총 30개 사립대학 감사 결과를 공개했는데, 모든 대학이 사립학교법을 어기고 교비회계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오직 1개 대학만 형사고발하고 나머지는 주의·경고 수준의 처분만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부는 대학 감사를 법대로 집행하지 않고 본연의 업무를 방기했다”며 “교육부가 사학비리를 감사한다면서 외려 솜방망이 처벌로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솜방망이 처벌의 배후에 이른바 ‘교피아’라고 하는 교육부와 사학의 유착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감사원이 철저히 감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서울 강서구 소재 4년제 대학인 KC대학교가 2018년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 진단’서 특정 항목에 대한 자료를 허위로 제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학내 교수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2년에 걸쳐 최소 3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교육부는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각 대학이 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 등 사회 변화에 맞게 역량을 갖추고 혁신하는지 정부가 진단하는 것이다. 3년 간격으로 대학을 평가하고, 평가 결과를 정원감축이나 재정지원과 연계한다.

박근혜정부 때인 2015년 처음 실시한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학 기본역량 진단으로 명칭을 바꾸고 2018년에 진행됐다. 

전임교원 확보율 의도적으로 높여?
재임용 기간만료-승인 6개월 공백

교육부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에 따라 각 대학을 ▲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Ⅰ, Ⅱ)으로 구분했다. 상위권인 자율개선대학은 정원감축 없이 재정지원을 받지만 하위권인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은 정원을 감축하거나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일부는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에도 제한이 생긴다. 

결과에 따라 상위권과 하위권의 희비가 크게 엇갈리면서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대학 살생부’로 불렸다. 실제 2018년 9월 교육부가 최종 결과를 발표한 이후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되지 못한 일부 대학들은 총장이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거나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검토하는 등 후폭풍을 겪었다. 

KC대는 입시비리 의혹 등에도 불구하고 대학 기본역량 진단서 자율개선대학으로 분류됐다. 교육부로부터 매년 16억원씩 2년 동안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당시 진단 지표 중 하나였던 ‘전임교원 확보율’과 관련해 KC대가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전임교원이 아닌 교수를 전임교원으로 포함시켜 비율을 높였다는 의혹이다. 

전임교원 확보율은 ‘교육여건 및 대학운영의 건전성’ 항목에 포함된 지표로 전임교원 수를 교원 법정정원 수로 나눈 값이다.

예를 들어 교원 법정정원이 10명인데 전임교원을 6명 확보했다면, 해당 대학의 전임교원 확보율은 60%인 셈이다. 교육부가 정한 사립대의 만점 기준은 71.257%.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각 년도 4월1일을 기준으로 2016∼2018년 3년간 대학의 평균 전임교원 확보율이 71.257%를 넘으면 10점 만점을, 이보다 낮으면 비율에 따라 감점이 되는 방식이다. 교육부는 ▲교육 과정·강의 개선 ▲수업 관리 및 학생 평가 ▲학생 충원율과 함께 전임교원 확보율 지표에 10점을 배점했다.

2015년(8점)과 비교해 배점이 2점 늘었다. 

교육부 대학정보공시시스템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KC대의 전임교원 확보율은 2016년 77.6%, 2017년 75.8%, 2018년 66.2%로 3년 평균값이 73.2%다. 사립대 만점 기준인 71.257%를 상회한다. 하지만 2018년 전임교원 확보율이 10%p가량 상향 조정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대로라면 KC대는 전임교원 확보율 지표에서 10점을 받을 수 없다. 

대학 등급에
희비 엇갈려

KC대의 2018년 교원 법정정원은 65명이다. KC대가 2018년 확보했다고 공시한 전임교원은 43명. 하지만 이중 7명이 이사회 결렬로 2018년 2월28일 기준 재임용이 거부된 사실이 드러났다. 

교육부서 기준으로 삼고 있는 2018년 4월1일 당시 7명의 교수들은 당시 전임교원 신분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KC대가 확보한 전임교원 수는 43명서 7명이 빠진 36명으로 2018년 전임교원 확보율은 55.4%까지 떨어진다. 3년 평균도 69.6%로 만점 기준에 못 미친다. 

7명의 교수들은 2018년 3월26일 ‘재임용 기간만료 통보서’를 받았다. 통보서에는 ‘2018년 2월28일로 교원 임용 기간 만료’라는 심사 결과와 함께 ‘이사회가 결렬됨으로 인해 교원 재임용 심사가 진행되지 못하였음’이라는 사유가 기록돼있다. 재임용 심사를 통과하면 이후 7년 동안 KC대 교수로 재직할 수 있다.

앞서 KC대 측은 같은 해 1월12일에도 이사회 결렬로 인해 재임용 심사가 진행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재임용 심사 통보서’를 통해 교수들에게 전달했다. 통상 재임용 심사는 재임용 기간 만료 3개월 전에 진행된다. 제대로 진행됐다면 7명의 교수들은 이미 2017년 11월 가량에 재임용 심사를 받고 가부가 결정됐어야 한다. 

당시 KC대 측은 7명 교수들의 재임용 심사를 두고 굉장히 다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 시기 총장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권모 교수는 2018년 3월 이사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너무 상황이 다급하다 보니 늦은 시간에 또 한 번 문자를 보낸다”며 “이사님들이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이번 교수 재임용건은 대학을 위해 꼭 처리해주셔야 하는 사활이 걸린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재 KC대 총장이자 당시 대학평가위원장이었던 이모 교수 역시 한 이사회 이사에게 “교수 통계 기준인 4월1일 이전으로는 마지막 기회인데 다시 한 번 꼭 좀 부탁드린다”며 “7명의 교수가 모두 탈락되면 전임교원 확보율 지표의 9%가 하락돼 결정적인 감점요인이 된다. 학교를 위해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부탁한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사회 결렬
재임용 탈락

하지만 이후에도 이사회는 열리지 않았고 7명 교수들에 대한 재임용 심사도 진행되지 않았다. 이들 7명에 대한 재임용 심사는 2018년 7월26일 열린 제16-2차 이사회에 이르러서야 승인됐다. 당시 이사회 회의록에는 7명의 교수들이 “2018년 9월1일자로 재임용 승인이 결정됐다”고 명시돼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를 종합해보면 7명의 교수들은 2018년 2월28일을 끝으로 재임용 기간이 만료됐다가 그해 9월1일에 재임용 승인을 받았다. 다시 말해 2018년 3월1일부터 2018년 8월31일까지는 KC대 전임교원이 아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KC대가 3∼4월 재임용 기간 만료 통보를 받은 교수들의 사학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을 대신 내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 중 한 교수는 “사학연금을 내지 않았다면 어디서든 통보가 왔을 텐데,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5월부터는 월급도 지급됐다. 이들 중 일부 교수들이 고용노동청에 제기한 임금지급 행정명령에 따른 것이다.

문제를 제기한 KC대 관계자는 “7명 교수들에 대한 재임용 심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왜 월급은 5월부터 나갔으며, 왜 3∼4월에는 연금을 학교서 대납해 준 건가”라고 지적했다. 재임용 심사가 진행돼 교수들의 신분이 전임교원으로 확정됐다면 3월부터 월급이 지급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 ⓒpixabay

KC대 박모 기획처장은 이 문제에 대해 “사학연금을 내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3∼4월 월급을 지급하지 않은 이유는 법적인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7명의) 교수들에게 재임용 거부 처분을 통보한 시기가 3월26일인 만큼 KC대 규정에 따라 해당 학기 말일까지 재임용 기간이 연장된다”고 설명했다. 

KC대 ‘교원 재임용 규정’ 제7조(재임용 기간 계산) 2항에 따르면 ‘학기 도중 임용기간이 만료되는 자에 대해 그 기간이 만료되는 날이 속하는 학기의 말일을 임용 기한의 만료일로 한다’고 돼있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한 KC대 관계자는 “해당 규정은 재임용 기간이 학기 중에 만료된 교수에게 적용되는 것”이라며 “7명의 교수들은 2018년 2월28일에 이미 재임용 기간이 만료되면서 교원 신분을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또 “7명의 교수들 역시 자신의 재임용 기간이 2018년 2월28일에 만료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자료 다 첨부했지만 1년째 답변 없어
통화 안 되거나 다른 부서로 떠넘겨

박 처장은 “이 문제는 교육부서 문제가 없다고 한 사안”이라며 “교육부의 요청에 따라 여러 번 자료를 제출했는데, 교육부에선 별다른 말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교육부서 공문 등을 통해 ‘문제가 없다’고 말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조치를 취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KC대에서도 그냥 넘어갔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로 공을 넘긴 것이다.

실제 교육부는 KC대 학내 교수나 관계자들의 민원 제기에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민원인들에 따르면 KC대의 답변을 그대로 다시 전달했을 뿐이다. KC대 관계자는 “그나마 1차와 2차 민원에 대해서는 답변 시늉이라도 하더니 모든 자료를 제대로 다 첨부한 3차 민원에 대해서는 1년 넘게 답변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KC대서 너무나 명백한 불법이 저질러졌고, 여러 차례에 걸쳐 이를 고칠 수 있는 기회를 학교에 줬다. 학내 유력 인사, 이사회, 총장 등에게 이 문제에 대해 언급했고, 변화를 촉구했지만 끝내 무시했다”며 “교육부에도 여러 차례 호소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학교 입장을 ‘복사·붙여넣기’ 한 것뿐이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KC대 관계자는 “교육부서 30억원이 넘는 돈을 학교에 지원하면서 제대로 된 확인 조치 한 번 거치질 않았다. 설사 처음에는 몰랐더라도 학내 관계자들이 민원을 제기했으면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봐야 하지 않나”라며 “학교의 입장만 듣고 그대로 답변할 거면 교육부의 존재 의의가 무엇인지 의문스럽다. 결국 지원금도 세금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학교 관계자들이 민원을 제기할 당시 이사회는 일부 이사가 교육부서 파견된 관선 이사 체제였다”며 “교수들이 그렇게 문제제기를 해도 묵살됐던 건 그런 이유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대학 기본역량 진단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대학서 허위로 자료를 제출한 사실이 확인되면 구조위를 통해 감점 조치가 이뤄진다. 사업비 지원이 제한되거나 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KC대 전임교원 확보율 허위 제출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은 의혹이지 않나, 확인된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교육부가…”
공넘긴 학교

이 관계자는 “민원과 관련해서는 사립대학과나 감사관실로 문의해보는 게 맞을 듯싶다”며 “저희 부서에선 대학 기본역량 진단 업무를 담당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홍보실을 통해 다시 묻자 대학 기본역량 진단 업무를 하는 관계자의 이름을 말하면서 그쪽으로 전화를 해보라고 전했다. 한 고등교육정책과 관계자는 “민원이 오면 관련된 부서가 처리한다”며 또 다시 대학 기본역량 진단 업무 관계자의 연락처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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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