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식구 감싸기’ 현직 경찰 내부 폭로

동료 잘못은 쉬쉬 일반인에겐 엄격?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강화된 경찰을 두고 공룡경찰이라 부른다. 몸집은 커졌지만, 경찰의 근무태만과 증거 위조, 수사 은폐 등의 논란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청장이 직접 국민에게 사과한 것도 일부 경찰의 나태한 태도에서 비롯됐다. 잡음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경찰은 제 식구 감싸기에만 바쁜 모양새다.
 

▲ ⓒ박성원 기자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의 권력이 막강해 반드시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 결과 경찰의 권한이 강화 됐지만, 과거와 같이 경찰 조직부터 돌아보지 않는다면 경찰에게 권한을 강화해준 사실이 의미 없다.” 이는 한 경찰의 자조 섞인 토로다.

근무시간
개인시간?

자신의 소임에 최선을 다하는 경찰이 있는 반면, 주어진 권한을 함부로 사용하며 문제를 일으키는 경찰도 존재한다는 건 흔히 나오는 얘기다. 강력한 권한을 가진 간부급 경찰도 문제를 일으키지만, 비교적 권한이 약한 경찰들까지도 태만한 모습을 보인다.

최근 경기도 일산경찰서 관할 지구대에서는 함께 일하는 동료 경찰의 근무태만 등의 행위를 내부 고발한 사건이 발생했다. 일부 경찰의 근무태만으로 인해 피해를 받았다는 경찰들은 국가 공무원법 제56조(성실 의무), 제27조(복종의 의무), 제9조(근무시간 중 음주금지) 등의 사유로 지난달 4일 진정서를 일산경찰서 청문감사실에 제출했다. 

진정서에는 일산경찰서 소속 A 경사와 B 순경이 태만하게 근무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피진정인인 A경사와 B순경은 근무일지의 지시 명령을 어기고 근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진정서에 따르면 순찰 근무자인 A 경사는 관내에서 대기하는 상황 근무자인 B 순경을 데리고 나가 근무 명령을 위반했다고 한다. 순찰차를 몰고 나간 상황에서 신고가 들어오자 A 경사와 B 순경은 현장으로 출동했다. 하지만 B 순경이 상황근무인 탓에 A 경사 혼자 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경사와 B 순경은 이런 방식으로 근무일지의 지시 명령을 수차례 어기고 함께 순찰차를 타고 나가 개인 시간을 보냈다고 전해진다. 또 A 경사는 B 순경에게 표창을 밀어주기 위해 근무시간에 들어온 유실물을 바로 입력하지 않은 일도 벌였다고 한다. 

A 경사는 분실물을 개인 사물함에 숨겨둔 뒤, B 순경이 출근하는 날에 맞춰 분실물을 로스트112(경찰청 유실물 종합관리시스템)에 입력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분실물을 습득한 A 경사는 교통사고가 났을 때 활용하는 TCS(교통경찰업무관리시스템)을 이용해 분실물 주인의 주소지를 확인했다는 의혹이다. 

직위해제 후 여론 잠잠해지면
슬그머니 자리로 돌아와 근무

이후 분실물을 돌려준 후 사건을 종결한 뒤 B 순경의 실적을 올려줬다는 의심을 받는다. A 경사의 만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동료 경찰의 실적을 B 순경에게 넘겨준 정황도 포착된 것. 

A 경사는 동료 경찰과 백화점에서 귀금속을 훔친 범인을 특정해 임의동행했다. A 경사는 이후 문서 처리 과정에서 함께 출동한 동료 경찰을 제외하고 B 순경과 같이 출동했다는 내용으로 공문서를 작성했다고 전해진다. 보고용 사건 문서에는 현장에 없었던 B 순경의 이름이 기재된 의혹이 있다. 이후 B 순경은 지방청장표창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 ▲ 서울지방경찰청 ⓒ박성원 기자

B 순경이 지방청장표창을 받은 배경이 A 경사의 공문서 허위 작성인지에 대한 인과관계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경찰 내부에서는 의심의 눈초리가 깊다. 현재 이 사건은 경찰 내사 중이다. 


또 A 경사가 압수품을 보고하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A 경사는 청소년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담배 등을 압수한 뒤 일부는 자신의 사물함에 넣고, 함께 입수한 전자담배를 다른 동료에게 줬다는 정황도 있다.

시간이 지나 민원인이 A 경사에게 전자담배의 행방을 물어보자 그제야 다른 동료에게 줬던 전자담배를 찾아오려고 시도했다고 전해진다. A 경사, B 순경과 한 팀인 C 경위도 근무일지 지시명령을 어겼다는 의혹을 받는다.

지시 명령
수차례 어겨

경위는 근무 중에 신고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출동하지 않는 등 근무일지 지시명령을 어긴 것으로 알려졌다. C 경위가 출동하지 않은 이유는 편의점에서 토토를 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C 경위는 근무 중 음주도 한 정황도 있다. 자신의 야간자원근무 중 B 경사와 함께 막걸리를 마시고 함께 근무하는 동료에게 술을 마시라고 강요했다는 것.

B 경사와 C 경위는 막걸리 10병을 마셨다고 한다. 또 두 사람은 동료 경찰관에게 자신의 총기를 맡기는 등 기행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지구대 내에서 경찰들의 만행이 벌어질 수 있었던 배경으로 D 팀장의 관리 소홀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D 팀장은 세 사람의 근무일지 지시 명령 위반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구대장과 감찰에 보고 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D 팀장 역시 상급자로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며 A 경사, B 순경, C 경위와 마찬가지로 피진정인 신분으로 진정서가 접수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D 팀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후임들이 근무가 태만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알았으면 조치했을 것”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해당 피진정인들은 이러한 의혹을 회피했다.

경사는 “조사가 끝나지 않아 밝힐 사항이 없다”고 전했으며, B 순경은 “잘못된 부분이 있다. 해명하고 싶은 부분이 있지만 지금은 말해줄 수 없다. 조사가 끝나봐야 알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일산 서부경찰서는 진정인과 피진정인을 상대로 피진정인들의 잘못 여부를 조사 중이다. 

“우리 편
지켜라!”

진정을 접수한 피해 경찰관들에 따르면 부청문감사관은 조사 시작 전 피해 경찰관들에게 “피해 사실들이 유치하다. 앞으로 경찰 생활하지 않을 거냐”고 말했다는 의혹도 있다. 


피해 경찰관들이 부청문감사관의 언행을 문제 삼자 청문감사실은 해당 감사관을 조사에서 배제했다. 비록 부청문 감사관이 배제됐지만, 경찰을 감시하는 청문감사관조차 경찰의 근무태만을 얼마나 가볍게 인지하는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재 경찰 내 지휘부는 A 경사와 C 경위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내린 상태다. 대기발령은 업무에서 배제될 뿐 실제 징계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견책에서 파면까지의 수위를 결정해 이뤄진다. 
 

▲ ⓒ고성준 기자

경찰의 근무태만, 공문서 위조, 사건 조작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경찰의 자정능력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큰 잘못을 저질러도 경찰 조직에 순응하는 경찰의 경우 낮은 수위의 처벌이 주어지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언급된 4명의 경찰의 처벌 수위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다. 이와 관련해 현직 경찰 관계자는 “경찰 조직에 순응하면 처벌을 면하기도 한다. 반대로 조직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며 “결국 경찰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징계 기준도 명확히 드러나는 음주, 금품 등의 행위를 제외한 다른 사안들은 윗선의 판단 하에 징계가 내려진다. 징계위원회는 행위자에 대한 의무위반행위의 유형 정도, 과실의 경중, 평소 행실, 근무성적, 공적, 뉘우치는 정도로 수위를 참작한다. 

조직에 충성하는 경찰은 ‘편’
조직에 반하는 행동하면 ‘적’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지나칠 정도로 자신의 조직에 관대하다.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서 그친다. 이런 관행이 관철되지 않으면, 경찰 내부의 잡음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내부의 이 같은 행태로 인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갖는 경찰도 적지 않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필요했던 것은 맞지만, 경찰 내부에 변화가 있지 않으면 앞으로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그동안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어 견제할 장치의 부재로 수사권 분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다만 “경찰이 스스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선제돼야 한다. 이런 변화의 의지가 없다면, 경찰 내부 문제는 덮으려고 하면서 힘없는 일반인에게만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찰의 기소와 관련해서도 문제는 끊임없이 지적받아왔다.

경찰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 수사한 경찰은 ‘기소 점수’라는 실적이 쌓인다. 실적을 목적으로 수사를 하기 때문에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거나, 취조 과정에서 구타나 가혹행위가 나오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기소, 불기소를 실적으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실적으로 인해 무리한 수사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문제”라며 “예전에는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하면 검토를 통해 그나마 자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는데, 경찰이 자체 종결권을 가지게 되니까 부실수사와 증거은폐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 위한
정의 필요

기소권과 불기소권을 가진 검찰 권력이 너무 막강하기 때문에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의 권한이 강화된 것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권한 강화에 앞서 국민이 처한 문제를 잘 해결하겠다는 책임감을 우선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수사권을 누가 갖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검찰이든 경찰이든 조직 전반에 국민을 위해 올바르게 정의 실현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인이 사건’ 담당 형사들 징계는?

지난해 10월 숨진 정인이는 5월, 6월, 9월 총 3차례 아동학대 의심으로 경찰에게 신고가 있었다. 3번의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정인이를 부모와 분리하지 않았다.

마지막 신고는 소아과 의사가 신고했는데, 경찰은 양부모 말만 믿고 내사종결 및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를 계기로 매체에서 정인이 사건이 이슈화 되자, 경찰은 급한 불을 진화하듯 담당자들에게 징계를 내렸다.

양천경찰서장, 여성청소년과 계장, 사건 처리 담당자, 수사팀과 학대예방경찰관(APO) 등은 견책 또는 정직 3개월 등의 징계를 받았다. 

이후 징계를 받은 경찰관 9명은 징계 처분에 불복해 인사혁신처 소청위원회에 심사를 제기했다.

심사 제기 이후 경찰만 볼 수 있는 내부 망에는 ‘정인이 사건은 순간의 실수와 판단 때문에 평범한 경찰관들이 무능력자가 됐다’며 가해자보다 더 큰 비난을 받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소청 신청을 한 동료 경찰들을 위해 기회와 관용을 베풀어 빨리 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탄원서를 제출하자’라고 남겼다.

내부 망의 글이 외부로 확산되자 다수의 여론은 “자신들의 안위만 걱정해 경찰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며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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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