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부적절한 보수를 받아 논란이 됐던 KT&G의 한 사외이사가 이번에는 도 넘은 경영 개입과 인사 개입에 대한 내용으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이에 대한 한 직원의 구체적인 내부고발까지 이어지며 논란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KT&G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밝힌 A씨는 “회사의 경영을 관리·감독해야 할 사외이사가 아무런 저지 없이 불법 경영개입을 수시로 하고 있다”며 한 사외이사의 비리에 대해 털어놨다.
보수 논란
A씨에 따르면 B사외이사는 2003년 KT&G복지재단 감사로 취임하며 KT&G와 관계를 맺었다. 이후 2016년 주주총회를 통해 KT&G의 사외이사가 되고자 했지만 회사정관(유관직책 재직시 사외이사 자격제한)에 막혀 실패했다.
하지만 KT&G가 앞장서 해당 정관을 개정하면서 2017년 3월 사외이사로 취임했다.
B사외이사는 취임 직후 안식년을 보내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면서 1년여간 화상연결로 이사회에 참석했고, 인도네시아 현물출자 등 주요 이슈에도 깊숙이 개입했다는 게 A씨의 주장.
B사외이사의 사내 별명은 ‘X순실’ ‘상왕’ 등이라고 한다. B사외이사의 추천으로 채용된 C실장만 해도 당초 부장급으로 채용될 예정이었지만 B사외이사가 채용과정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감사위원회 소집지시를 하면서 결국 실장으로 발령이 난 사례도 있다.
A씨는 “B사외이사가 C실장을 요직에 앉히고 본격적으로 경영개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KT&G가 그동안 경영개입 등 문제가 있었던 사외이사들을 이사회에서 퇴출시켜 왔는데 B사외이사는 왜 예외적용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KT&G가 사외이사의 놀이터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임직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왜 우리 KT&G는 사외이사의 놀이터가 되야 하나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올렸다. A씨는 “몇 년 전부터 최근까지 벌어진 KT&G의 내부 상황을 지켜보면서 인내를 넘어 참지 못할 분노에 이르러 글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도넘은 경영·인사 개입 주장
사내 별명 ‘X순실’ ‘상왕’
그는 “100년 기업이 몇년새 경영진의 무책임과 무능, 외부서 온 특정인의 전횡과 횡포로 그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며 “회사의 경영을 관리·감독해야 할 사외이사가 아무런 저지 없이 불법 경영개입을 수시로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회사의 경쟁력은 잃어가고 있고 회사를 이끌 조직문화는 어둠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말미에 “권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또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데 불이익이 있을까봐 쉬쉬 한다면 회사는 경쟁력을 잃고 회사의 조직문화는 어둠의 수렁으로 빠질 것”이라며 “회사가 실질적으로 정상적인 지배구조를 다시 갖출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제의 B사외이사는 지난 3월 무보수 조건으로 KT&G 사외이사 겸직허가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수천만원의 보수를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B사외이사가 월 6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정기적으로 받아간 것.
국립대학의 경우 현행법상 기업의 이사·감사 업무를 집행하는 임원을 포함한 사기업 영리 업무가 금지돼있다.
B사외이사는 ‘무보수’로 KT&G의 사외이사 활동을 하겠다며 겸직을 신청했고 학교 측도 ‘업무수행 관련 경비’ 이외의 금전적 이득을 수취하지 않겠다고 확인한 후 B사외이사의 KT&G 사외이사 겸임을 승인했다.
당시 B사외이사는 3회에 걸쳐 받았던 보수를 반납했고 현재도 이와 관련해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KT&G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직원의 의견인 만큼 존중한다면서도 사실관계를 정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사 중
회사 관계자는 “회사에서 인재가 필요하면 급수 제한 없이 채용할 수 있는 만큼 C실장과 B사외이사 관련 내용은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며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 회사의 공식입장을 당장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