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위기의 스타 강사 조정식

‘대치동 족집게’ 나락 일보 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스타강사 조정식이 문항 거래 의혹으로 곤혹을 겪고 있다. 조정식이 발간한 모의고사에 실린 문항이 수능에 거의 동일한 형태로 출제되면서 문항 거래 의혹에 휩싸였다. 조정식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여론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메가스터디 소속 스타 영어 강사 조정식이 현직 교사들로부터 수능 모의고사 문항을 사들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조정식은 2023학년도 수능 영어영역 23번과 유사한 지문을 사설 모의고사에 수록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입소문 타고
메가스터디행

앞서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조정식이 현직 고등학교 교사 A씨로부터 학원용 모의고사 문제를 5800만원에 샀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첫 거래 당시 조정식이 A씨에게 10개 문항 대금 200만원을 직접 보냈다. 또 감사원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조정식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현직 교사 21명에게 고등학교 3학년 대상 사설 모의고사 문항을 수천만 원에 걸쳐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수수한 인물은 2009년부터 EBS 수능 연계 교재 집필에 참여해 온 교사 A씨로, 그는 2021년 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약 5800만원을 받고 조정석 측에 문제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A씨는 시중에 유통되지 않은 EBS 연계 교재 원고 2권을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22년 11월 시행된 2023학년도 수능 영어영역 23번 문항은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집필한 <Too Much Information>에서 발췌한 내용을 바탕으로 출제됐다. 그런데 수능 직후, 이 지문이 조정식의 사설 모의고사와 문장 한 줄을 제외하고 동일하다는 주장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당시 일부 수험생들은 조정식의 인스타그램에 “시험에서 같은 지문이 나와 반가웠다” “족집게 실력 대단하다”는 취지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는 닷새간 100건이 넘는 이의신청이 접수됐다. 신청자들은 조정식이 제공한 사설 모의고사 문제와 수능 지문이 지나치게 유사하다며, 해당 모의고사를 사전에 풀고 해설 강의까지 들은 수험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시험이 됐다는 이의제기가 빗발쳤다.

핵심은 출제 지문 유출 여부다. 해당 문항의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던 대학교수는 과거 자신이 감수했던 EBS 교재에서 해당 지문을 접하고, 이를 저장해뒀다가 영어 23번 문항으로 출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정식 측에서 제작한 모의고사에 실린 유사 지문은 또 다른 현직 교사가 출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 결과, 수능 출제진과 조정식 간의 직접적인 유착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 측의 사설 교재 중복성 검증 과정에는 명백한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평가원은 예년과 달리 해당 연도에 조정식이 발간한 모의고사 문제집을 검토 대상에서 누락했고, 이로 인해 유사 문항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교재는 수능 직전인 2022년 9월27일 출간됐으나, 평가원은 “9월26일까지 발간된 교재만을 구매한다”는 내부 기준을 들어 해당 교재를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

현직 교사와 5800만원 문항 거래 의혹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


이의신청이 접수된 이후에도 문제는 계속됐다. 평가원은 조정식의 모의고사와 수능 문항의 유사성을 지적하는 다수의 이의신청에 대해 심사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당시 심의 실무를 맡았던 평가원 직원 3명은 내부 이의 심사위원들에게 “해당 교재는 평가원이 구매할 수 없는 자료였다”고 설명하며, 이를 공식 심의 안건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이후, 해당 직원들은 업무 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수능 23번 문항을 출제한 대학교수를 업무방해 혐의로, 해당 문항을 판매한 현직 교사 및 이를 매입한 조정식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송치했다. 수능 문항 유사성 논란에 책임이 있는 평가원 직원들도 함께 검찰에 넘겨지며, 사건은 교육계 전반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사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고, 감사원 역시 감사에 착수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집단 손해배상소송에 나섰다. 수험생 44만명을 대표해 조정식 강사 및 해당 문항을 거래한 교사·학원 측을 상대로 1인당 2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조정식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평안은 지난 11일 “조정식 강사와 변호인단은 현재 검찰에 송치된 모든 혐의에 대해 무혐의임이 명백하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어 “조정식은 해당 교사에게 5800만원을 직접 지급한 사실이 없다”며 “사건은 현재 수사기관의 엄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며, 무분별한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정식에게 1타 강사 타이틀은 빠질 수 없는 단골 키워드다. 천부적인 재능으로 단기간에 1타 강사 타이틀을 딴 그는 어릴 적에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조정식은 대구 경신고등학교 출신으로, 고등학교 시절 시험 기간 중 날씨가 좋다는 이유로 학교를 빠지고 친구들과 낚시를 떠났다가 수학 시험에서 -1점을 받았던 일화가 있다. 하지만 학업 능력은 매우 뛰어나, 현역 시절 수능을 앞두고 치른 세 차례의 모의고사에서 전 과목 만점을 기록한 바 있다.

조정식의 목표는 서울대학교 법대였으며, 야간자율학습 시간에는 수능 만점 수기를 쓰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6개월 만에
1타 강사로

2001학년도 수능 당일에도 그는 긴장하지 않고 응원을 나온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며 입실할 정도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해 수능은 유례없는 ‘물수능’으로, 만점자가 60명이 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두 문제를 틀리며 서울대 법대에는 불합격하고 고려대 법대에 입학하게 된다.

서울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조정식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다가 응원 OT 행사에서 수백 명이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동작을 하는 광경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아 재수를 결심하게 된다. 조정식은 그때 상황에 대해 “북한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재수 준비는 종로학원에서 다니면서 했고, 9월까지는 공부보다 놀기에 바빴다고 한다. 한번은 학원 모의고사를 망쳤다고 생각해 술을 마시고 귀가한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전체 3등을 기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해 서울대는 수능 성적 100%로 선발하던 특차 전형을 폐지했고, 그는 다시 서울대 법대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일로 고려대 법대에 재차 합격해 입학하게 됐다. 당시 조정식은 전국 68등이라는 수능 성적에도 불구하고 전교 하위권에 가까울만큼 내신이 낮았다고 한다.

그는 고려대 법학과 02학번으로 입학해 2016년 2월 졸업했다. 1학년 1학기에는 F 학점 2개에 나머지가 모두 D 학점이었고, 평균 학점은 0.93, 2학기에는 D 학점을 받은 한 과목을 제외하고 전부 F 학점으로 0.13의 학점을 받는 등 성적이 매우 낮았다. 이후 수차례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면서 오랜 기간에 걸쳐 학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그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 본격적인 강사 활동을 시작했다. 노원구에서 공익근무하던 당시 근무지의 이사장 허락을 받아 초기에는 국어 과목을 맡으며 강의를 시작했다. 이후 강의하던 학원이 폐업하면서 다른 학원으로 옮기게 됐고, 남은 과목이 영어뿐이어서 자연스럽게 영어 강의를 시작하게 됐다. 조정식은 영어 빈칸 추론 유형 문제에서 강점을 보이며 점차 이름을 알렸다.

조정식은 강사로서 빠르게 이름을 알리며 성장했다. 강의 경력이 길지 않았음에도 대치동에 입성했고, 2015년까지 강남 메가스터디 연합반 고3 전담 강사로 활동했다. 같은 해에는 메가스터디 러셀에 출강했으며, 당시 영어과 강사 4명 중 수강생 수 1위를 기록했고, 재등록률 면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2016년 12월2일에는 메가스터디 영어 과목 강사로 정식 입성했다. 이후 6개월 만에 1타 강사로 자리 잡으며, 회사 홍보 없이 본인의 강의력만으로 입소문이 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현재까지도 수강생 수와 재등록률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방송 활동
중단하나


조정식은 고려대학교 재학 시절 교수들과 마찰을 겪은 적이 있는데, 이는 당시 크게 이슈가 됐다. 2006년,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소속이었던 조정식을 포함한 30여명의 학생들이 교수들을 본관에 억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폐교 예정이던 고려대학교 병설 보건대학 학생들에게도 본교 학생들과 동일한 총학생회 투표권을 부여해달라고 주장하며 본관을 점거했다.

이미 고려대 본교 소속으로 편입된 보건과학대학 학생들은 투표권이 있었지만, 병설보건대학 2·3학년 학생들은 학적이 분리돼있어 투표권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이 상황을 ‘불필요한 특권의식’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으나, 학교 측은 학적이 다른 이상 같은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과거 유례도 없는 요구였기에 다수 학생과 교수진도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더불어 이전 해, 고려대가 이건희 당시 삼성 회장에게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로 하자 학생들이 계란을 던지며 항의하는 사건이 있었고, 이 또한 총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주도한 시위였던 만큼 학교 측은 당시 두 사건을 연장선상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사건 후 상벌위원회가 구성됐고 일부 반성의 태도를 보인 학생들에게는 견책이나 정학 등의 징계가 내려졌다.

그러나 조정식을 포함해 주도적 역할을 한 학생들은 “학교는 배움의 대상이 아닌 투쟁의 대상이며, 나가게 되더라도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취지의 강경 발언으로 입장을 고수하면서 출교 처분을 받았다. 출교는 학적을 박탈하고 재입학도 불허하는 중징계로, 사실상 영구 제적을 의미한다.

당시 고려대 내부에서는 주동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우세했다. 병설 보건대생 이슈 자체에 공감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았고, 무리한 시위 방식도 지지를 얻지 못했다. 학생 커뮤니티 등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출제 모의고사 23번 문항 유사
“그런 사실 절대 없다” 부인

감금 문제로 그는 법원까지 가게 됐고, 법원은 해당 사유가 “교수들의 요구 거부로 인해 현장에서 즉시 의사를 관철시키려다 벌어진 돌발적 행위며, 대화보다는 물리력에 의존한 경솔함, 민주주의적 소양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악의적 목적에서 비롯된 행위는 아니었고, “학생들의 주장이 대학 자치활동의 일환으로 반드시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무엇보다 학교 측이 고압적인 태도로 대화를 회피했다는 점도 사태 악화의 원인으로 언급했다.

결국, 법원에서는 이를 주도한 학생들에게 내려진 출교 처분이 절차상 하자와 징계 수위의 과도함 등을 이유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학교는 이후 무기정학 처분을 내렸지만, 이 역시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으며 징계 문제는 오랜 법적 다툼 끝에 종결됐다.

조정식은 강의에서 학생들의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학생들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튜브 ‘메가스터디’ 공식 채널에는 ‘16점 학생 과외한 썰’이라는 제목으로 조정식이 강의 중 대학 시절 과외하던 이야기를 하는 영상이 공개됐는데 해당 영상이 유명해져 높은 조회수가 나왔다.

영상에서 조정식은 “옛날에 그런 친구가 있었다. 대학생 때 과외하던 친구였는데, 두 달 과외하고 환불해 줬었다. 도저히 안되겠더라. 고3인데 이런 애는 처음 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조정식은 2005년 6월경 특성화고를 다니던 아이를 과외하게 됐다. 그 학생에게 영어 모의고사 점수를 묻자 “모른다”고 답해, 그 자리에서 모의고사 시험을 치르게 했다. 결과는 16점이었다. 조정식은 학생의 점수에 대해 “이해가 안 됐다”며 “문제를 이해하나 싶어서 ‘remember(기억하다)’라는 단어를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학생은 “악토버, 노벰버, 디셈버, 리멤버? 선생님, 악토버가 몇 월이에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 후 시간이 지나 그 학생 모의고사 점수가 올랐는데 30점대였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결국, 학생의 모친에게 과외비를 환불해주고 그만뒀다고 전했다.

조정식은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강사 일에 대한 소신을 밝힌 적이 있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유재석은 “몇 년째 1타 강사를 유지 중이냐”고 질문했다. 조정식은 “인터넷 강사를 시작한 게 2017년인데 그해부터 지금까지 유지 중”이라고 답했다.

또, 거금을 들고 와서 1대 1 과외를 해달라고 하는 경우에 대해 묻자, 조정식은 “나는 그런 부탁 들어오면 그냥 안 할 생각으로 회당 2억원 주세요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강의 노하우에 대해서는 “강의할 때 말을 좀 빠르게 하는 편이다. 말할 때 1.2배에서 1.5배 정도 빠를 때 집중력이 올라간다고 하더라. 자신이 강조하는 부분에 목소리를 키우는 경우가 흔한데, 그렇게 되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 쉽게 지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며 “저희는 60분짜리 강의를 한번에 해야 되니까 일부러 집중을 시켜야 될 때 톤을 다운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모든 의혹
전면 부인

조정식은 자신이 학생들에게 하는 조언에 대해 “내가 맨날 하는 얘기가 있다”며 “잠 좀 줄이지 말고, 밥 먹는 시간에 공부하지 말라고 얘기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에 대해선 인간의 의지력은 ‘소모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 조정식은 채널A 예능프로그램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 시즌2>에도 출연 중이다.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방송 활동 중단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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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