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위기의 스타 강사 조정식

‘대치동 족집게’ 나락 일보 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스타강사 조정식이 문항 거래 의혹으로 곤혹을 겪고 있다. 조정식이 발간한 모의고사에 실린 문항이 수능에 거의 동일한 형태로 출제되면서 문항 거래 의혹에 휩싸였다. 조정식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여론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메가스터디 소속 스타 영어 강사 조정식이 현직 교사들로부터 수능 모의고사 문항을 사들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조정식은 2023학년도 수능 영어영역 23번과 유사한 지문을 사설 모의고사에 수록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입소문 타고
메가스터디행

앞서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조정식이 현직 고등학교 교사 A씨로부터 학원용 모의고사 문제를 5800만원에 샀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첫 거래 당시 조정식이 A씨에게 10개 문항 대금 200만원을 직접 보냈다. 또 감사원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조정식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현직 교사 21명에게 고등학교 3학년 대상 사설 모의고사 문항을 수천만 원에 걸쳐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수수한 인물은 2009년부터 EBS 수능 연계 교재 집필에 참여해 온 교사 A씨로, 그는 2021년 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약 5800만원을 받고 조정석 측에 문제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A씨는 시중에 유통되지 않은 EBS 연계 교재 원고 2권을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22년 11월 시행된 2023학년도 수능 영어영역 23번 문항은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집필한 <Too Much Information>에서 발췌한 내용을 바탕으로 출제됐다. 그런데 수능 직후, 이 지문이 조정식의 사설 모의고사와 문장 한 줄을 제외하고 동일하다는 주장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당시 일부 수험생들은 조정식의 인스타그램에 “시험에서 같은 지문이 나와 반가웠다” “족집게 실력 대단하다”는 취지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는 닷새간 100건이 넘는 이의신청이 접수됐다. 신청자들은 조정식이 제공한 사설 모의고사 문제와 수능 지문이 지나치게 유사하다며, 해당 모의고사를 사전에 풀고 해설 강의까지 들은 수험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시험이 됐다는 이의제기가 빗발쳤다.

핵심은 출제 지문 유출 여부다. 해당 문항의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던 대학교수는 과거 자신이 감수했던 EBS 교재에서 해당 지문을 접하고, 이를 저장해뒀다가 영어 23번 문항으로 출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정식 측에서 제작한 모의고사에 실린 유사 지문은 또 다른 현직 교사가 출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 결과, 수능 출제진과 조정식 간의 직접적인 유착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 측의 사설 교재 중복성 검증 과정에는 명백한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평가원은 예년과 달리 해당 연도에 조정식이 발간한 모의고사 문제집을 검토 대상에서 누락했고, 이로 인해 유사 문항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교재는 수능 직전인 2022년 9월27일 출간됐으나, 평가원은 “9월26일까지 발간된 교재만을 구매한다”는 내부 기준을 들어 해당 교재를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

현직 교사와 5800만원 문항 거래 의혹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


이의신청이 접수된 이후에도 문제는 계속됐다. 평가원은 조정식의 모의고사와 수능 문항의 유사성을 지적하는 다수의 이의신청에 대해 심사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당시 심의 실무를 맡았던 평가원 직원 3명은 내부 이의 심사위원들에게 “해당 교재는 평가원이 구매할 수 없는 자료였다”고 설명하며, 이를 공식 심의 안건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이후, 해당 직원들은 업무 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수능 23번 문항을 출제한 대학교수를 업무방해 혐의로, 해당 문항을 판매한 현직 교사 및 이를 매입한 조정식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송치했다. 수능 문항 유사성 논란에 책임이 있는 평가원 직원들도 함께 검찰에 넘겨지며, 사건은 교육계 전반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사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고, 감사원 역시 감사에 착수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집단 손해배상소송에 나섰다. 수험생 44만명을 대표해 조정식 강사 및 해당 문항을 거래한 교사·학원 측을 상대로 1인당 2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조정식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평안은 지난 11일 “조정식 강사와 변호인단은 현재 검찰에 송치된 모든 혐의에 대해 무혐의임이 명백하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어 “조정식은 해당 교사에게 5800만원을 직접 지급한 사실이 없다”며 “사건은 현재 수사기관의 엄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며, 무분별한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정식에게 1타 강사 타이틀은 빠질 수 없는 단골 키워드다. 천부적인 재능으로 단기간에 1타 강사 타이틀을 딴 그는 어릴 적에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조정식은 대구 경신고등학교 출신으로, 고등학교 시절 시험 기간 중 날씨가 좋다는 이유로 학교를 빠지고 친구들과 낚시를 떠났다가 수학 시험에서 -1점을 받았던 일화가 있다. 하지만 학업 능력은 매우 뛰어나, 현역 시절 수능을 앞두고 치른 세 차례의 모의고사에서 전 과목 만점을 기록한 바 있다.

조정식의 목표는 서울대학교 법대였으며, 야간자율학습 시간에는 수능 만점 수기를 쓰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6개월 만에
1타 강사로

2001학년도 수능 당일에도 그는 긴장하지 않고 응원을 나온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며 입실할 정도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해 수능은 유례없는 ‘물수능’으로, 만점자가 60명이 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두 문제를 틀리며 서울대 법대에는 불합격하고 고려대 법대에 입학하게 된다.

서울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조정식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다가 응원 OT 행사에서 수백 명이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동작을 하는 광경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아 재수를 결심하게 된다. 조정식은 그때 상황에 대해 “북한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재수 준비는 종로학원에서 다니면서 했고, 9월까지는 공부보다 놀기에 바빴다고 한다. 한번은 학원 모의고사를 망쳤다고 생각해 술을 마시고 귀가한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전체 3등을 기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해 서울대는 수능 성적 100%로 선발하던 특차 전형을 폐지했고, 그는 다시 서울대 법대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일로 고려대 법대에 재차 합격해 입학하게 됐다. 당시 조정식은 전국 68등이라는 수능 성적에도 불구하고 전교 하위권에 가까울만큼 내신이 낮았다고 한다.

그는 고려대 법학과 02학번으로 입학해 2016년 2월 졸업했다. 1학년 1학기에는 F 학점 2개에 나머지가 모두 D 학점이었고, 평균 학점은 0.93, 2학기에는 D 학점을 받은 한 과목을 제외하고 전부 F 학점으로 0.13의 학점을 받는 등 성적이 매우 낮았다. 이후 수차례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면서 오랜 기간에 걸쳐 학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그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 본격적인 강사 활동을 시작했다. 노원구에서 공익근무하던 당시 근무지의 이사장 허락을 받아 초기에는 국어 과목을 맡으며 강의를 시작했다. 이후 강의하던 학원이 폐업하면서 다른 학원으로 옮기게 됐고, 남은 과목이 영어뿐이어서 자연스럽게 영어 강의를 시작하게 됐다. 조정식은 영어 빈칸 추론 유형 문제에서 강점을 보이며 점차 이름을 알렸다.

조정식은 강사로서 빠르게 이름을 알리며 성장했다. 강의 경력이 길지 않았음에도 대치동에 입성했고, 2015년까지 강남 메가스터디 연합반 고3 전담 강사로 활동했다. 같은 해에는 메가스터디 러셀에 출강했으며, 당시 영어과 강사 4명 중 수강생 수 1위를 기록했고, 재등록률 면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2016년 12월2일에는 메가스터디 영어 과목 강사로 정식 입성했다. 이후 6개월 만에 1타 강사로 자리 잡으며, 회사 홍보 없이 본인의 강의력만으로 입소문이 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현재까지도 수강생 수와 재등록률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방송 활동
중단하나


조정식은 고려대학교 재학 시절 교수들과 마찰을 겪은 적이 있는데, 이는 당시 크게 이슈가 됐다. 2006년,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소속이었던 조정식을 포함한 30여명의 학생들이 교수들을 본관에 억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폐교 예정이던 고려대학교 병설 보건대학 학생들에게도 본교 학생들과 동일한 총학생회 투표권을 부여해달라고 주장하며 본관을 점거했다.

이미 고려대 본교 소속으로 편입된 보건과학대학 학생들은 투표권이 있었지만, 병설보건대학 2·3학년 학생들은 학적이 분리돼있어 투표권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이 상황을 ‘불필요한 특권의식’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으나, 학교 측은 학적이 다른 이상 같은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과거 유례도 없는 요구였기에 다수 학생과 교수진도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더불어 이전 해, 고려대가 이건희 당시 삼성 회장에게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로 하자 학생들이 계란을 던지며 항의하는 사건이 있었고, 이 또한 총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주도한 시위였던 만큼 학교 측은 당시 두 사건을 연장선상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사건 후 상벌위원회가 구성됐고 일부 반성의 태도를 보인 학생들에게는 견책이나 정학 등의 징계가 내려졌다.

그러나 조정식을 포함해 주도적 역할을 한 학생들은 “학교는 배움의 대상이 아닌 투쟁의 대상이며, 나가게 되더라도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취지의 강경 발언으로 입장을 고수하면서 출교 처분을 받았다. 출교는 학적을 박탈하고 재입학도 불허하는 중징계로, 사실상 영구 제적을 의미한다.

당시 고려대 내부에서는 주동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우세했다. 병설 보건대생 이슈 자체에 공감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았고, 무리한 시위 방식도 지지를 얻지 못했다. 학생 커뮤니티 등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출제 모의고사 23번 문항 유사
“그런 사실 절대 없다” 부인

감금 문제로 그는 법원까지 가게 됐고, 법원은 해당 사유가 “교수들의 요구 거부로 인해 현장에서 즉시 의사를 관철시키려다 벌어진 돌발적 행위며, 대화보다는 물리력에 의존한 경솔함, 민주주의적 소양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악의적 목적에서 비롯된 행위는 아니었고, “학생들의 주장이 대학 자치활동의 일환으로 반드시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무엇보다 학교 측이 고압적인 태도로 대화를 회피했다는 점도 사태 악화의 원인으로 언급했다.

결국, 법원에서는 이를 주도한 학생들에게 내려진 출교 처분이 절차상 하자와 징계 수위의 과도함 등을 이유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학교는 이후 무기정학 처분을 내렸지만, 이 역시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으며 징계 문제는 오랜 법적 다툼 끝에 종결됐다.

조정식은 강의에서 학생들의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학생들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튜브 ‘메가스터디’ 공식 채널에는 ‘16점 학생 과외한 썰’이라는 제목으로 조정식이 강의 중 대학 시절 과외하던 이야기를 하는 영상이 공개됐는데 해당 영상이 유명해져 높은 조회수가 나왔다.

영상에서 조정식은 “옛날에 그런 친구가 있었다. 대학생 때 과외하던 친구였는데, 두 달 과외하고 환불해 줬었다. 도저히 안되겠더라. 고3인데 이런 애는 처음 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조정식은 2005년 6월경 특성화고를 다니던 아이를 과외하게 됐다. 그 학생에게 영어 모의고사 점수를 묻자 “모른다”고 답해, 그 자리에서 모의고사 시험을 치르게 했다. 결과는 16점이었다. 조정식은 학생의 점수에 대해 “이해가 안 됐다”며 “문제를 이해하나 싶어서 ‘remember(기억하다)’라는 단어를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학생은 “악토버, 노벰버, 디셈버, 리멤버? 선생님, 악토버가 몇 월이에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 후 시간이 지나 그 학생 모의고사 점수가 올랐는데 30점대였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결국, 학생의 모친에게 과외비를 환불해주고 그만뒀다고 전했다.

조정식은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강사 일에 대한 소신을 밝힌 적이 있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유재석은 “몇 년째 1타 강사를 유지 중이냐”고 질문했다. 조정식은 “인터넷 강사를 시작한 게 2017년인데 그해부터 지금까지 유지 중”이라고 답했다.

또, 거금을 들고 와서 1대 1 과외를 해달라고 하는 경우에 대해 묻자, 조정식은 “나는 그런 부탁 들어오면 그냥 안 할 생각으로 회당 2억원 주세요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강의 노하우에 대해서는 “강의할 때 말을 좀 빠르게 하는 편이다. 말할 때 1.2배에서 1.5배 정도 빠를 때 집중력이 올라간다고 하더라. 자신이 강조하는 부분에 목소리를 키우는 경우가 흔한데, 그렇게 되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 쉽게 지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며 “저희는 60분짜리 강의를 한번에 해야 되니까 일부러 집중을 시켜야 될 때 톤을 다운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모든 의혹
전면 부인

조정식은 자신이 학생들에게 하는 조언에 대해 “내가 맨날 하는 얘기가 있다”며 “잠 좀 줄이지 말고, 밥 먹는 시간에 공부하지 말라고 얘기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에 대해선 인간의 의지력은 ‘소모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 조정식은 채널A 예능프로그램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 시즌2>에도 출연 중이다.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방송 활동 중단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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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