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 소통령 레이스 관전포인트

첫 걸음 떼기도 전에 아귀다툼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가 결정됐다. 다만 시작부터 단일화 걸림돌에 가로막힌 모양새다. 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교통정리의 귀추가 주목된다.
 

▲ (사진 왼쪽부터)박영선(더불어민주당)·안철수(국민의당)·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대한민국 수도와 1000만 시민을 이끄는 ‘소통령’은 누가 될까. 여야는 경선을 통해 후보자를 확정하는 등 각자 채비를 마쳤다. 본격적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선거전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천만 수도
사수하라!”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다. 박 부호는 지난 1일 경선에서 70%에 가까운 득표율로 후보 타이틀을 가뿐히 거머쥐었다.

박 후보의 상대는 우상호 의원이었다. 박 후보는 대세론을 탔지만 승리를 예단할 수 없었다. 우 의원의 탄탄한 당내 기반 때문이었다. 경선은 권리당원 투표 50%와 일반 선거인단 투표 50%로 진행된 만큼 우 의원은 반전을 도모할 수 있었다. 게다가 우 의원은 의원직까지 내걸으며 배수진을 친 상황이었다.

반면 박 후보는 ‘비문 정치인’ 꼬리표를 달고 가야 했다. 박 후보는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지지하면서 비문으로 분류된 바 있다. 물론 문재인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입각했지만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결과는 30.44% 대 69.56%. 박 후보의 압승이었다. 박 후보는 이날 수락 연설에서 “저 박영선이 여러분의 소중한 뜻을 받들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바람을 변화의 에너지로 만드는 서울시장이 되겠다”며 소회를 밝혔다.

서울시장에만 세 번째 도전하는 박 후보는 일찌감치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선거전 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서 걸림돌이 솟아나왔다. 박 후보는 범 진보진영과 단일화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 박 후보는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과의 단일화를 지난 2일 합의했다.

이들은 TV토론, 정책 선호도 조사, 현장방문, 여론조사 등을 거치기로 했다. 후보 공약 선호도 조사 역시 동반된다. 이들이 제시한 공약 가운데 선호도가 높은 정책은 단일 후보 공약을 내세우는 방식이다.

여야 서울시장 후보자 확정
단일화 질질…늦으면 이달 말

단일화 방식은 100% 국민 여론조사로, 결과 발표는 8일로 못 박았다. 선거법에 따르면 현직 국회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 한 달 전 직에서 물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박 후보와 조 의원의 단일화 과정은 비교적 순탄했다. 하지만 열린민주당의 경우는 결이 달랐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을 자처하는 열린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대표 3번까지 당선된 바 있다. 차례로 강민정·김진애·최강욱 의원으로, 친문(친 문재인) 성향이 짙다. 사실상 자매정당과 다름없는 곳에서 변수가 발생한 셈이다.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김진애 의원이다. 김 의원은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면서도 시한을 8일에 두지 않았다. 김 의원은 의원직 사퇴라는 강수를 뒀고, 단일화 시점은 이번 달 말까지 미뤄졌다.


김 의원은 박 후보와 조 의원이 단일화 합의를 발표했던 날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 성사를 위해 국회의원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두 당이 함께 승리하기 위해서는 충실한 단일화 방식이 필요하며 “그 과정을 서울시민들이 흥미진진하게 여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박성원 기자

김 의원은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에게 “민주당에서 8일까지 모든 걸 끝내자고 하는데, 저는 열흘 정도의 성실한 단일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10년 전 박영선·박원순 단일화 당시에도 열흘이 걸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박 후보와 최소 3번의 스탠딩 토론, 자유토론, 1:1 토론을 민주당에 제안했다.

이는 박 후보에게 부담일 공산이 크다. 시작 전부터 열린민주당이 찬물을 끼얹는 겪인 데다가 단일화가 지연될수록 여권 분열로 여겨지면서 본선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당이 엇박자를 내는 사이 야권에서 단일화를 먼저 성공시킨다면 컨벤션 효과를 빼앗기게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래서인지 민주당 안팎에서는 김 의원을 두고 ‘몽니를 부린다’는 표현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의원직 사퇴
부정적 영향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 역시 민주당에 악재로 다가올 공산이 크다. 열린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대표 3번까지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김 의원이 의원직을 내려놓으면서 지난해 당선되지 못했던 비례대표 4번이 의원직을 승계 받을 전망이다. 주인공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김 전 대변인은 과거 청와대 대변인 시절 ‘흑석동 부동산 논란’으로 사퇴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18년 7월 주택 전세금과 아내 퇴직금 등으로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 대지와 상가 주택을 25억7000만원에 매입했다.

이후 2019년 3월 부동산 투기 논란이 일자 아내의 결정이었다고 해명하고 청와대 대변인직에서 사퇴했다. 이후 김 전 대변인은 2019년 12월 흑석동 집을 34억5000만원에 매각해 1년5개월 만에 8억80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 이에 ‘흑석 선생’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 의원의 결단이 민주당의 서울시장 선거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김 전 대변인에 대한 비판의 화살이 오롯이 열린민주당으로 쏠리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으로도 향하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김 전 대변인의 복귀를 두고 ‘친문의 밥그릇 나눠 먹기’라며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4일 서울시장 후보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승자는 오세훈 후보로 41.64%를 기록했다. 2위 나경원 후보는 36.31%에 그쳤다.
 

▲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 ⓒ고성준 기자

오 후보는 이날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국민의 지상명령을 받들어 단일화의 힘으로, 국민 여러분의 힘으로, 교두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내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오 후보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굳게 믿고 의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분열된 상태에서의 선거는 스스로 패배를 자초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오 후보는 구설에 휘말렸던 ‘조건부 출마’에 대해서도 야권 단일화의 연장선으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오 후보는 안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는다면 출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 후보는 “야권 분열에서는 선거를 치르지 않겠다는 나름의 결단”이라며 “기존의 정치 문법과는 조금 다른 접근이었지만 그 충정, 단일화 순간까지 조금도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고 해명했다.

2번이냐
4번이냐

오 후보의 경선 승리 소식이 전해지자 안 후보도 화답했다. 이날 안 후보는 “(오 후보와) 가급적 빨리 만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무소속 금태섭 서울시장 후보와의 ‘제3지대’ 단일화에서 승리한 상태다. 야권 판이 어느 정도 정리된 만큼 이들의 단일화에 이목이 집중된다.

하지만 양 측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지속될 모양새다. 이른바 숫자 논란으로 불리는 ‘2번이냐, 4번이냐’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견이 좁혀진 곳은 없다.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오 후보와 안 후보 모두 마찬가지다.

안 후보는 야권 단일화 완주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기호 4번 출마’를 고수하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 2일 CBS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에 출연, “기호 3번 정의당이 후보를 안 낸다. 기호 2번이든 4번이든 야권 단일후보는 (투표용지에서) 두 번째”라며 “(기호 4번 출마로) 국민의힘 지지자들과 민주당은 싫은데 국민의힘을 선택 못 하는 분들 양쪽 힘을 결집시켜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후보직 양보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 후보는 “그런 일은 결코 없다”며 “경선을 하면 누가 뽑히더라도 깨끗하게 승복하고 내가 단일후보가 못 돼도 단일후보를 도와서 당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전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 ⓒ고성준 기자

그는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문항에 ‘본선 경쟁력’이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왜 단일후보를 뽑느냐. 본선에서 이기려고 하는 것”이라며 “시민들이 생각하는 상식 수준에서 결정하면 복잡할 게 아니고 오히려 개인이나 개별 당의 유불리에서 따지면 국민과 시민들이 등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적합도’가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의 4번 출마 역시 평가절하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후보가 4번 출마를 고수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인 지난 4일 “기호 2번 국민의힘이냐, 기호 4번 국민의당이냐를 강조했을 때, 과연 4번 가지고서 선거를 이기겠다고 확신할 수 있나”라고 날을 세웠다.

여, 몽니 부린다는 비판…왜?
야, 계속되는 2·4번 딜레마

이어 “무슨 생각으로 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제3의 후보라는 사람을 데리고 단일화를 하고, 그렇게 된다고 하면 선거를 이기지 못한다는 게 기본적 내 생각”이라며 “현재 나타나는 지지율이란 건 진짜 지지율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와 당장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오 후보의 행보 역시 예단하기 어렵다. 앞서 오 후보는 안 후보가 기호 2번으로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오 후보는 경선이 치러지기 하루 전인 지난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야권 단일화 후보는 누구든) 가능하면 기호 2번을 달고 출마하는 것이 득표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혼자 시정을 이끄는 것이 아니어서 시의회의 도움이나 이런 것도 필요한데 (국민의힘은) 시의회의 의석수가 많지 않지만, 안 후보 당에는 시 의원이 한 명도 없지 않은가”라고 설명했다. 양 측의 단일화 승부는 후보등록 마감인 오는 19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 ‘2번’을 놓지 못하는 배경은 향후 정국 주도권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는 것도 모자라 국민의당의 4번으로 이름을 올린다면, 명색이 103석을 확보한 제1야당의 존재감이 퇴색돼서다. 4월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내년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 서울시장 보궐선거 플래카드 설치하는 선관위 관계자들 ⓒ박성원 기자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지난 2일 “김종인발 기호 2번 논란, 참으로 유치찬란하다”며 “지금 시점에서 기호 2번, 4번을 논하는 것이 우리 진영 전체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장 의원은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되든, 국민의힘 후보로 단일화되든, 지금 국민의힘에 더 필요한 사람은 김종인 위원장이 아니라, 안철수 후보”라고까지 말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 역시 같은 날 “박완서 선생님의 <그 남자네 집>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며 “‘수술을 잘못했으면 국으로 가만히나 있을 것이지’라는 대목이 괜히 와 닿는다”고 언급했다.

뒤엉켜∼
주도권 분열

여야 모두 경선을 치른 뒤 후보까지 선정했지만 시작부터 변수와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양 진영 모두 단일화라는 의제로 뒤엉켜 있는 상황”이라며 “누가 먼저 교통정리에 나서느냐에 따라 컨벤션 효과를 비롯해 선거 레이스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탈락 또 탈락, 나경원 행보는?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연거푸 고배를 마시면서 정치생명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 전 의원은 지난해 4·15 총선에서 민주당 이수진 의원에게 패배해 낙선한 바 있다.

이어 서울시장 경선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넘지 못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나 전 의원이 당권으로 고개를 돌릴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당심 경쟁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다.

나 전 의원은 본경선 전까지만 하더라도 오 전 시장을 앞섰다.

의원들의 지지와 함께 당내 분위기도 나 전 의원쪽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나 전 의원은 당내 1차 경선에서 20% 당원 투표에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80%가 반영된 시민 여론조사에서는 오 전 시장에게 밀렸고, 본경선이 시민 여론조사 100%만으로 이뤄진 만큼, 강경보수 이미지에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다.

나 전 의원으로서는 이번 경선을 통해 당심을 확인한 만큼, 차기 당권에 도전할 입지 정도는 남겨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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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