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재계 빅5’ 미래 먹거리 대해부

가지각색 방법 달라도 ‘혁신’ 한 길서 만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재계 ‘빅5’가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잔뜩 움츠렸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를 재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엿보인다.
 

▲ 삼성전자 서초 사옥 ⓒ고성준 기자

재계는 어느 때보다 험한 길을 걷고 있다. 코로나19로 흔들린 세계 경제와 보호무역 기조 등 쉽지 않은 경영 여건이 지속되면서 돌파구를 찾는 일조차 쉽지 않은 분위기다.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국내 대표 기업들의 생존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포스트 코로나
청사진 누가?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를 비롯해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전장용 반도체, 바이오 신사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한다는 청사진을 내건 상태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도 반도체 초격차를 위한 연구개발(R&D), 시설 등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집행하며 끊임없는 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역대 최대인 15조 9000억원의 R&D 투자를 집행했고, 국내 특허 4974건, 미국 특허 6321건 등을 취득했다.

지난해 전체 시설투자비는 약 35조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첨단 공정 전환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증설 투자 등 주력 사업 경쟁력 강화에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 


인수합병에 적극 나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미 투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해외 시스템반도체기업 인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대상 기업으로는 NXP(네덜란드), 텍사스인스트루먼트(미국), 르네사스(일본), 인피니온(독일),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스위스) 등이 꼽힌다. 

시스템반도체기업들이 삼성전자의 인수합병 대상으로 지목되는 이유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 계획 때문이다.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체 개발역량뿐 아니라 인수합병 등 외부자원을 활용하는 성장방식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총수 공백이 뼈아픈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 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음으로써, 2022년 7월까지는 경영 참여에 일정부분 제약이 걸렸다.

기지개 준비하는 바쁜 나날
모빌리티 혁명 주도권 어디로

장기간의 총수 부재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오너 부재는 곧 신사업 진출과 빠른 의사 결정 지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규모 투자나 굵직한 인수·합병(M&A) 등도 상당기간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화두가 된 ‘모빌리티 혁명’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최근 완성차 시장에서는 가솔린·디젤 등 내연기관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그 자리를 대체하는 형국이다. 현대차그룹은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 사업 범위를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품과 서비스로 확장하고 미래 기술 개발과 사업모델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 현대자동차 사옥 ⓒ박성원 기자

모빌리티 전략에 발맞춰 계열사 사업 재편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0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첫 빅딜이었던 미국 로봇전문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에서 현대차와 함께 주체로 나선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가 그룹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그룹의 핵심사업인 전기차, 수소연료, 신사업 등을 키워드로 대대적인 계열사의 사업 재편과 지배구조 재정립이 예상된다.

그간 내연기관 위주의 부품을 담당했던 현대모비스는 향후 자율주행과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에 특화된 부품 기술개발 및 물류 플랫폼 구축의 중추역할을 맡는다. 현대모비스는 이미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매니지먼트시스템 개발을 완료했으며, 구동모터, 감속기, 컨트롤러, 인버터, 컨버터를 통합한 파워트레인을 설계해 공급할 예정이다.

패러다임 변화
선제적 대응

현대글로비스는 로보틱스를 활용한 물류사업과 중고차 시장 등으로 사업 영역을 대폭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당시 현대글로비스와의 연계를 통해 로보틱스를 활용한 ▲현장 자동화·전동화 ▲스마트 물류 사업 등을 추진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육성을 위한 대외적 투자도 수행한다. 지난 1일 현대차그룹은 ‘제로원 2호 펀드’를 설립해 혁신 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갖춘 스타트업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미래 모빌리티 분야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협업하기로 했다.

제로원은 창의적 인재를 위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현대차그룹이 2018년부터 진행한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이다. 당시 제로원과 함께 결성된 제로원 1호 펀드는 미래 가치를 지닌 신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해 대내외 시장 환경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제로원 2호 펀드는 총 745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80억원, 120억원을 출자했고, 현대차증권도 5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대상은 미래 모빌리티, 친환경차, AI, 커넥티드카를 비롯한 미래 신사업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이다.
 

▲ SK서린빌딩 ⓒ고성준 기자

특히 그린뉴딜로 점점 중요해지는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에 기여 가능한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해 성장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기업경영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도입하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룹 네 지주회사인 SK(주)를 중심으로 핵심 계열사들이 첨단소재·그린·바이오·디지털 등 4대 핵심 사업의 실행을 본격화한다.

반도체와 배터리 소재 사업을 담당하는 첨단소재 투자센터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 시장의 빠른 성장에 선제적인 대응을 위함이다. 전문 인력 영입과 핵심 기술 기업 중심의 투자를 통해 고부가가치 첨단소재 중심 포트폴리오 강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그린 투자센터는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절감 사업모델 등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사업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소비 트렌드 중 하나인 지속가능 대체식품(Alternative Food) 사업과 리사이클링,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영역의 신기술과 혁신적 사업을 지속해서 발굴할 예정이다.

총수 앞장
체질 개선


바이오 투자센터는 신약 개발과 원료의약품위탁생산(CMO)을 두 축으로 합성신약에서 바이오신약까지 아우르는 사업 역량 확보에 나선다. 미국 바이오기업 로이반트와 진행 중인 표적 단백질 분해 신약 등 혁신신약 사업도 강화한다.

디지털 투자센터는 AI, 자율주행 등 이머징테크 시장을 공략하고, 친환경 모빌리티 사업을 확장한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운영사와 초저온 콜드체인 회사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

SK㈜는 다양한 외부 파트너들의 자본, 기술, 투자 역량 등을 적극적으로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적시에 투자를 회수해 투자 성과를 극대화하고 실현 수익은 미래 성장 사업에 재투자하는 투자 선순환 체계를 공고히 해 나갈 방침이다.
 

▲ LG그룹 본사

LG그룹은 총수를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분주한 모습이다. LG그룹은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동시에 적자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작업에 나섰다.

가전·화학 등 주력 사업 외에 인공지능(AI), 로봇, 전장, 전기차 배터리 등을 그룹의 새로운 핵심 사업으로 삼고 투자를 확대 중이다. 이 과정에서 과감한 도전을 기반으로 하는 구광모 회장의 ‘뉴 LG’ 구상이 본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핵심 캐시카우인 LG전자는 최근 글로벌 기업들과의 합작법인 설립, 사내 프로젝트의 사외벤처 분사 및 스타트업 인수·합병 등을 통해 미래사업 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사업은 곧 ‘생존 싸움’
M&A·설비투자 처지면 끝장

사내 프로젝트를 사외벤처로 분사해 신사업 동력을 확보하기도 했다. LG전자 임직원의 아이디어가 기반이 된 이번 사외벤처는 비대면 방식의 뉴 노멀 시대에 맞춰, 온라인에서 소비자 체형에 맞는 최적의 의류 사이즈와 핏을 찾아주는 패션 플랫폼을 운영하게 된다.

신사업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던 롯데그룹은 전기차 배터리 등에서의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롯데정밀화학은 지난해 9월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프라이빗에쿼티가 두산솔루스 인수를 위해 설립하는 펀드에 29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앞서 스카이레이크는 두산솔루스 지분 52.9%를 6986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정밀화학은 재무적투자자 형태로 두산솔루스 지분 인수에 참여한다.

두산솔루스는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 소재로 쓰이는 동박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기술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 롯데월드 타워 ⓒ고성준 기자

롯데 계열사들은 그동안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롯데알미늄은 지난해 2월부터 1100억원을 투자해 헝가리에 배터리 양극박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중이다. 올 상반기 완공하면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에 소재를 공급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과의 제휴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정의선 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전격 면담을 하고 미래차 소재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의선 회장이 자동차 내외장재 신소재를 개발해온 경기도 의왕 롯데케미칼 첨단 소재 사업장을 직접 찾아 신동빈 회장과 회동한 만큼 미래차 소재 분야에서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따로, 같이
합종연횡

재계 관계자는 “올해도 어려운 경제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이른 시일에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을 갖고 있다”며 “기업들의 성과가 국내 경기에 영향을 주는 만큼, 따뜻한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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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