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재계 빅5’ 미래 먹거리 대해부

가지각색 방법 달라도 ‘혁신’ 한 길서 만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재계 ‘빅5’가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잔뜩 움츠렸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를 재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엿보인다.
 

▲ 삼성전자 서초 사옥 ⓒ고성준 기자

재계는 어느 때보다 험한 길을 걷고 있다. 코로나19로 흔들린 세계 경제와 보호무역 기조 등 쉽지 않은 경영 여건이 지속되면서 돌파구를 찾는 일조차 쉽지 않은 분위기다.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국내 대표 기업들의 생존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포스트 코로나
청사진 누가?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를 비롯해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전장용 반도체, 바이오 신사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한다는 청사진을 내건 상태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도 반도체 초격차를 위한 연구개발(R&D), 시설 등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집행하며 끊임없는 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역대 최대인 15조 9000억원의 R&D 투자를 집행했고, 국내 특허 4974건, 미국 특허 6321건 등을 취득했다.

지난해 전체 시설투자비는 약 35조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첨단 공정 전환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증설 투자 등 주력 사업 경쟁력 강화에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 


인수합병에 적극 나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미 투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해외 시스템반도체기업 인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대상 기업으로는 NXP(네덜란드), 텍사스인스트루먼트(미국), 르네사스(일본), 인피니온(독일),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스위스) 등이 꼽힌다. 

시스템반도체기업들이 삼성전자의 인수합병 대상으로 지목되는 이유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 계획 때문이다.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체 개발역량뿐 아니라 인수합병 등 외부자원을 활용하는 성장방식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총수 공백이 뼈아픈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 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음으로써, 2022년 7월까지는 경영 참여에 일정부분 제약이 걸렸다.

기지개 준비하는 바쁜 나날
모빌리티 혁명 주도권 어디로

장기간의 총수 부재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오너 부재는 곧 신사업 진출과 빠른 의사 결정 지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규모 투자나 굵직한 인수·합병(M&A) 등도 상당기간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화두가 된 ‘모빌리티 혁명’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최근 완성차 시장에서는 가솔린·디젤 등 내연기관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그 자리를 대체하는 형국이다. 현대차그룹은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 사업 범위를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품과 서비스로 확장하고 미래 기술 개발과 사업모델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 현대자동차 사옥 ⓒ박성원 기자

모빌리티 전략에 발맞춰 계열사 사업 재편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0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첫 빅딜이었던 미국 로봇전문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에서 현대차와 함께 주체로 나선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가 그룹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그룹의 핵심사업인 전기차, 수소연료, 신사업 등을 키워드로 대대적인 계열사의 사업 재편과 지배구조 재정립이 예상된다.

그간 내연기관 위주의 부품을 담당했던 현대모비스는 향후 자율주행과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에 특화된 부품 기술개발 및 물류 플랫폼 구축의 중추역할을 맡는다. 현대모비스는 이미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매니지먼트시스템 개발을 완료했으며, 구동모터, 감속기, 컨트롤러, 인버터, 컨버터를 통합한 파워트레인을 설계해 공급할 예정이다.

패러다임 변화
선제적 대응

현대글로비스는 로보틱스를 활용한 물류사업과 중고차 시장 등으로 사업 영역을 대폭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당시 현대글로비스와의 연계를 통해 로보틱스를 활용한 ▲현장 자동화·전동화 ▲스마트 물류 사업 등을 추진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육성을 위한 대외적 투자도 수행한다. 지난 1일 현대차그룹은 ‘제로원 2호 펀드’를 설립해 혁신 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갖춘 스타트업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미래 모빌리티 분야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협업하기로 했다.

제로원은 창의적 인재를 위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현대차그룹이 2018년부터 진행한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이다. 당시 제로원과 함께 결성된 제로원 1호 펀드는 미래 가치를 지닌 신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해 대내외 시장 환경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제로원 2호 펀드는 총 745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80억원, 120억원을 출자했고, 현대차증권도 5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대상은 미래 모빌리티, 친환경차, AI, 커넥티드카를 비롯한 미래 신사업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이다.
 

▲ SK서린빌딩 ⓒ고성준 기자

특히 그린뉴딜로 점점 중요해지는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에 기여 가능한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해 성장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기업경영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도입하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룹 네 지주회사인 SK(주)를 중심으로 핵심 계열사들이 첨단소재·그린·바이오·디지털 등 4대 핵심 사업의 실행을 본격화한다.

반도체와 배터리 소재 사업을 담당하는 첨단소재 투자센터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 시장의 빠른 성장에 선제적인 대응을 위함이다. 전문 인력 영입과 핵심 기술 기업 중심의 투자를 통해 고부가가치 첨단소재 중심 포트폴리오 강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그린 투자센터는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절감 사업모델 등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사업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소비 트렌드 중 하나인 지속가능 대체식품(Alternative Food) 사업과 리사이클링,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영역의 신기술과 혁신적 사업을 지속해서 발굴할 예정이다.

총수 앞장
체질 개선


바이오 투자센터는 신약 개발과 원료의약품위탁생산(CMO)을 두 축으로 합성신약에서 바이오신약까지 아우르는 사업 역량 확보에 나선다. 미국 바이오기업 로이반트와 진행 중인 표적 단백질 분해 신약 등 혁신신약 사업도 강화한다.

디지털 투자센터는 AI, 자율주행 등 이머징테크 시장을 공략하고, 친환경 모빌리티 사업을 확장한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운영사와 초저온 콜드체인 회사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

SK㈜는 다양한 외부 파트너들의 자본, 기술, 투자 역량 등을 적극적으로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적시에 투자를 회수해 투자 성과를 극대화하고 실현 수익은 미래 성장 사업에 재투자하는 투자 선순환 체계를 공고히 해 나갈 방침이다.
 

▲ LG그룹 본사

LG그룹은 총수를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분주한 모습이다. LG그룹은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동시에 적자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작업에 나섰다.

가전·화학 등 주력 사업 외에 인공지능(AI), 로봇, 전장, 전기차 배터리 등을 그룹의 새로운 핵심 사업으로 삼고 투자를 확대 중이다. 이 과정에서 과감한 도전을 기반으로 하는 구광모 회장의 ‘뉴 LG’ 구상이 본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핵심 캐시카우인 LG전자는 최근 글로벌 기업들과의 합작법인 설립, 사내 프로젝트의 사외벤처 분사 및 스타트업 인수·합병 등을 통해 미래사업 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사업은 곧 ‘생존 싸움’
M&A·설비투자 처지면 끝장

사내 프로젝트를 사외벤처로 분사해 신사업 동력을 확보하기도 했다. LG전자 임직원의 아이디어가 기반이 된 이번 사외벤처는 비대면 방식의 뉴 노멀 시대에 맞춰, 온라인에서 소비자 체형에 맞는 최적의 의류 사이즈와 핏을 찾아주는 패션 플랫폼을 운영하게 된다.

신사업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던 롯데그룹은 전기차 배터리 등에서의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롯데정밀화학은 지난해 9월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프라이빗에쿼티가 두산솔루스 인수를 위해 설립하는 펀드에 29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앞서 스카이레이크는 두산솔루스 지분 52.9%를 6986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정밀화학은 재무적투자자 형태로 두산솔루스 지분 인수에 참여한다.

두산솔루스는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 소재로 쓰이는 동박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기술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 롯데월드 타워 ⓒ고성준 기자

롯데 계열사들은 그동안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롯데알미늄은 지난해 2월부터 1100억원을 투자해 헝가리에 배터리 양극박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중이다. 올 상반기 완공하면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에 소재를 공급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과의 제휴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정의선 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전격 면담을 하고 미래차 소재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의선 회장이 자동차 내외장재 신소재를 개발해온 경기도 의왕 롯데케미칼 첨단 소재 사업장을 직접 찾아 신동빈 회장과 회동한 만큼 미래차 소재 분야에서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따로, 같이
합종연횡

재계 관계자는 “올해도 어려운 경제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이른 시일에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을 갖고 있다”며 “기업들의 성과가 국내 경기에 영향을 주는 만큼, 따뜻한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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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수처가 검찰과의 줄다리기를 끝냈다. 대통령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로서는 검찰의 요청을 쉽사리 거절할 수 없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구속이라는 성과를 거뒀으나 사건 이첩을 막을 순 없었던 셈이다. 오히려 공수처가 시간 끌기에 나섰다면 자칫 수사 자체가 꼬여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했다. 불법 수사로 규정하면서 제 무덤을 파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측은 사건이 검찰로 이첩되면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기관 쇼핑’ 논란을 자처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친정을 믿겠다는 무리수로 해석된다. 수사는 끝났는데… 공수처는 지난달 22일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윤 대통령을 체포한 뒤 제대로 된 수사나 조사를 이어가지 못했다. 조사를 거부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은 이날까지 총 세 차례나 불발됐다. 앞서 공수처는 구인 시도 첫날인 같은 달 20일, 윤 대통령이 완강하게 거부하자 대치만 하다가 6시간 만에 철수했다. 전날에는 탄핵 심판 변론을 마친 윤 대통령을 상대로 구인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이 외부 진료를 받고 오후 9시가 넘어 복귀하면서 무산됐다. 인권 보호 규정상 오후 9시 이후 심야 조사는 피의자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체포 당일인 지난달 15일 첫 대면조사 때부터 모든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7차례에 걸친 출석 및 조사 요구를 모두 거부한 셈이다. 공수처는 최근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고 했으나 대통령실은 오후 3시쯤 집행을 불승인했고 관저 압수수색은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해 오후 4시50분쯤 집행 중지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압수수색은 윤 대통령이 사용했던 비화폰 서버 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였다. 경찰도 같은 이유로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대통령경호처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비화폰을 통해 군·경찰에 “국회에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문짝을 도끼로 부숴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 등의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전날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수처는 지난달 23일 과천청사에서 윤 대통령 내란혐의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기소) 요구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판·검사나 경무관 이상 경찰관만 직접 기소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지난해 12월3일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직무권한을 남용해 경찰 국회 경비대 소속 경찰관들과 계엄군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공, 불법 수사 규정 강제구인도 실패 어쩔 수 없이 이첩…구속 제외 성과 ‘0’ 공수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및 국방부 조사본부의 공조가 없었다면 오늘 수사 결과는 발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검찰청 역시 공수처의 이첩 요청권에 응해 사건을 적시에 이첩하고 이후 다수의 조서 및 공소장 관련 자료 등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도 공수처에는 비상계엄과 관련된 피의자들 및 관련자들 사건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책임 있는 수사 대상자는 모두 의법 조치될 수 있도록 수사를 엄정히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은 아직 검찰 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이들은 “검찰에 사건이 이첩된 이후 판단하겠다”며 유보해 왔다. 공수처 조사와 달리 검찰 조사엔 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계속 거부할 명분이 부족할 뿐 아니라 향후 재판 과정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 분위기를 봐가며 수사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과 공수처의 갈등을 이용해 일부분 협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친정을 더 신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종 기소권을 가진 검찰 조사 단계에선 구치소 방문 조사 등 최소 범위로 응하되,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전면 부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노태우·전두환·노무현·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검찰 조사에 응했던 바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엔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 거부 명분으로 내세웠던 ‘내란죄 수사권’을 다시 꺼내 들며 검찰 조사도 거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위고하 막론하고 윤 대통령 측은 지금까지 공수처와 검찰 모두 법적으로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으며,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만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윤 대통령 조사를 시도하는 것은 ‘불법 수사’라며 공수처 수사를 거부해 온 것과 대응 방식이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협조도 안 했는데 검찰에 협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애초 검찰도 윤 대통령에 대해 강하게 수사해 왔고 그런 검찰에 윤 대통령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검찰의 소환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일에 출석해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검찰은 구속 기간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실무 관행을 고려해 연장을 신청했다. 판사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10일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구속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연장 허가 시 구속 만료 시점은 오는 5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날 전후로 윤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검찰은 공수처와 별도로 지난해 12월18일부터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해 왔다. 김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핵심 관련자 10명을 군검찰과 함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 밖에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과 군·경찰 간부들도 조사하며 윤 대통령 혐의를 다졌다. 후배들이 나설 차례 검찰은 그간 확보한 물적·인적 증거를 토대로 윤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캐물을 계획이다. 최 대행에게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을 지시했는지, 곽·이 전 사령관 등에게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위해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주요 인사 체포를 지시했는지, 총기 사용을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부르기보다는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면조사가 이뤄지면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은 친정인 검찰 후배들과 마주 앉아 조사받게 된다. 윤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23기로, 특수본부장인 박 고검장은 29기, 김종우 차장은 33기다. 수사팀 최순호 중앙지검 형사3부장은 국정 농단 수사팀서 당시 팀장이던 윤 대통령 지휘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우선 윤 대통령에 대한 혐의 다지기를 위해 국방부 조사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특수본은 지난달 23일, 요인 체포조 편성 및 운영 혐의와 관련해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비상계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 정계와 법조계 주요 인사 14명에 대한 체포조 운영 정황을 포착해 최근까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체포조 운영 정황을 상세히 적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충암고 후배 여 전 사령관은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계엄령 선포됐으니까 너희 수사관 100명 우리한테 보내줘야 한다”며 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국방부 조사본부는 요인 체포조를 위해 조사본부 차원서 100명의 수사관을 동원했다고 보고 있다. 체포조에는 방첩사 수사관 50명과 경찰 수사관 100명도 동원됐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헌재 여론전 윤 믿을 건 친정뿐? 검 “대면조사 필요…봐주기 없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네진 쪽지도 핵심 물적 증거다. 지난달 22일 민주당이 공개한 해당 쪽지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제목 아래 ▲예비비 조속 편성 ▲국회 관련 각종 운용자금 완전 차단 ▲국가비상 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민주당은 이 쪽지를 윤 대통령이 최 대행에게 직접 전달했다며 “최 대행은 명백한 내란 공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측은 해당 쪽지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위헌적으로 해산하려 한 핵심 증거라고 보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 변론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란 쪽지를 기재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냐”고 묻자, “저는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 해제 뒤 한참 있다가 언론서 메모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며 부인했다. 쪽지의 존재가 처음 드러난 건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 현안 질의서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최 대행이 “윤 대통령이 저를 보시더니 ‘참고하라’며 옆에 누군가가 자료를 하나 줬는데, 접혀 있었다”는 발언부터였다. 이날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대통령께서 직접 주셨냐”는 질문에, 최 대행은 “대통령이 직접 주시진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행은 “한 장짜리 자료인데, 접혀있었다”며 “제 직원(기재부 차관보)한테 ‘이것 가지고 있어’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4일 새벽 1시쯤 기재부 간부회의를 한 뒤, 차관보가 저한테 ‘아까 주신 문건이 있다’고 말해 확인했고, ‘비상계엄 상황서 유동성 확보를 잘 해라’라는 문장이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다만 최 대행에게 쪽지를 건네준 인사가 누구인지까지는 국회 회의록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최 대행은 해당 문서를 계엄 해제 이후 폐기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최 대행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의 “쪽지를 준 적도 없다”는 말은 최소한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최 대행에게 직접 건네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 존재를 언론을 보고 알았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최 대행의 “참고하라고 했다”는 발언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휴가도 반납 혐의 다지기 전날 국회 비상계엄 국정조사 청문회서도 윤 대통령의 쪽지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쪽지를 직접 준 게 맞다”고 증언했고, 한 총리는 “전체적인 것들을 기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1명 중 한 총리를 포함해 최 대행 등 7명을 조사했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소환조사했다”고 전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