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재계 빅5’ 미래 먹거리 대해부

가지각색 방법 달라도 ‘혁신’ 한 길서 만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재계 ‘빅5’가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잔뜩 움츠렸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를 재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엿보인다.
 

▲ 삼성전자 서초 사옥 ⓒ고성준 기자

재계는 어느 때보다 험한 길을 걷고 있다. 코로나19로 흔들린 세계 경제와 보호무역 기조 등 쉽지 않은 경영 여건이 지속되면서 돌파구를 찾는 일조차 쉽지 않은 분위기다.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국내 대표 기업들의 생존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포스트 코로나
청사진 누가?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를 비롯해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전장용 반도체, 바이오 신사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한다는 청사진을 내건 상태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도 반도체 초격차를 위한 연구개발(R&D), 시설 등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집행하며 끊임없는 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역대 최대인 15조 9000억원의 R&D 투자를 집행했고, 국내 특허 4974건, 미국 특허 6321건 등을 취득했다.

지난해 전체 시설투자비는 약 35조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첨단 공정 전환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증설 투자 등 주력 사업 경쟁력 강화에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 


인수합병에 적극 나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미 투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해외 시스템반도체기업 인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대상 기업으로는 NXP(네덜란드), 텍사스인스트루먼트(미국), 르네사스(일본), 인피니온(독일),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스위스) 등이 꼽힌다. 

시스템반도체기업들이 삼성전자의 인수합병 대상으로 지목되는 이유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 계획 때문이다.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체 개발역량뿐 아니라 인수합병 등 외부자원을 활용하는 성장방식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총수 공백이 뼈아픈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 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음으로써, 2022년 7월까지는 경영 참여에 일정부분 제약이 걸렸다.

기지개 준비하는 바쁜 나날
모빌리티 혁명 주도권 어디로

장기간의 총수 부재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오너 부재는 곧 신사업 진출과 빠른 의사 결정 지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규모 투자나 굵직한 인수·합병(M&A) 등도 상당기간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화두가 된 ‘모빌리티 혁명’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최근 완성차 시장에서는 가솔린·디젤 등 내연기관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그 자리를 대체하는 형국이다. 현대차그룹은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 사업 범위를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품과 서비스로 확장하고 미래 기술 개발과 사업모델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 현대자동차 사옥 ⓒ박성원 기자

모빌리티 전략에 발맞춰 계열사 사업 재편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0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첫 빅딜이었던 미국 로봇전문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에서 현대차와 함께 주체로 나선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가 그룹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그룹의 핵심사업인 전기차, 수소연료, 신사업 등을 키워드로 대대적인 계열사의 사업 재편과 지배구조 재정립이 예상된다.

그간 내연기관 위주의 부품을 담당했던 현대모비스는 향후 자율주행과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에 특화된 부품 기술개발 및 물류 플랫폼 구축의 중추역할을 맡는다. 현대모비스는 이미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매니지먼트시스템 개발을 완료했으며, 구동모터, 감속기, 컨트롤러, 인버터, 컨버터를 통합한 파워트레인을 설계해 공급할 예정이다.

패러다임 변화
선제적 대응

현대글로비스는 로보틱스를 활용한 물류사업과 중고차 시장 등으로 사업 영역을 대폭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당시 현대글로비스와의 연계를 통해 로보틱스를 활용한 ▲현장 자동화·전동화 ▲스마트 물류 사업 등을 추진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육성을 위한 대외적 투자도 수행한다. 지난 1일 현대차그룹은 ‘제로원 2호 펀드’를 설립해 혁신 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갖춘 스타트업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미래 모빌리티 분야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협업하기로 했다.

제로원은 창의적 인재를 위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현대차그룹이 2018년부터 진행한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이다. 당시 제로원과 함께 결성된 제로원 1호 펀드는 미래 가치를 지닌 신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해 대내외 시장 환경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제로원 2호 펀드는 총 745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80억원, 120억원을 출자했고, 현대차증권도 5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대상은 미래 모빌리티, 친환경차, AI, 커넥티드카를 비롯한 미래 신사업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이다.
 

▲ SK서린빌딩 ⓒ고성준 기자

특히 그린뉴딜로 점점 중요해지는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에 기여 가능한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해 성장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기업경영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도입하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룹 네 지주회사인 SK(주)를 중심으로 핵심 계열사들이 첨단소재·그린·바이오·디지털 등 4대 핵심 사업의 실행을 본격화한다.

반도체와 배터리 소재 사업을 담당하는 첨단소재 투자센터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 시장의 빠른 성장에 선제적인 대응을 위함이다. 전문 인력 영입과 핵심 기술 기업 중심의 투자를 통해 고부가가치 첨단소재 중심 포트폴리오 강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그린 투자센터는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절감 사업모델 등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사업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소비 트렌드 중 하나인 지속가능 대체식품(Alternative Food) 사업과 리사이클링,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영역의 신기술과 혁신적 사업을 지속해서 발굴할 예정이다.

총수 앞장
체질 개선


바이오 투자센터는 신약 개발과 원료의약품위탁생산(CMO)을 두 축으로 합성신약에서 바이오신약까지 아우르는 사업 역량 확보에 나선다. 미국 바이오기업 로이반트와 진행 중인 표적 단백질 분해 신약 등 혁신신약 사업도 강화한다.

디지털 투자센터는 AI, 자율주행 등 이머징테크 시장을 공략하고, 친환경 모빌리티 사업을 확장한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운영사와 초저온 콜드체인 회사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

SK㈜는 다양한 외부 파트너들의 자본, 기술, 투자 역량 등을 적극적으로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적시에 투자를 회수해 투자 성과를 극대화하고 실현 수익은 미래 성장 사업에 재투자하는 투자 선순환 체계를 공고히 해 나갈 방침이다.
 

▲ LG그룹 본사

LG그룹은 총수를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분주한 모습이다. LG그룹은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동시에 적자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작업에 나섰다.

가전·화학 등 주력 사업 외에 인공지능(AI), 로봇, 전장, 전기차 배터리 등을 그룹의 새로운 핵심 사업으로 삼고 투자를 확대 중이다. 이 과정에서 과감한 도전을 기반으로 하는 구광모 회장의 ‘뉴 LG’ 구상이 본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핵심 캐시카우인 LG전자는 최근 글로벌 기업들과의 합작법인 설립, 사내 프로젝트의 사외벤처 분사 및 스타트업 인수·합병 등을 통해 미래사업 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사업은 곧 ‘생존 싸움’
M&A·설비투자 처지면 끝장

사내 프로젝트를 사외벤처로 분사해 신사업 동력을 확보하기도 했다. LG전자 임직원의 아이디어가 기반이 된 이번 사외벤처는 비대면 방식의 뉴 노멀 시대에 맞춰, 온라인에서 소비자 체형에 맞는 최적의 의류 사이즈와 핏을 찾아주는 패션 플랫폼을 운영하게 된다.

신사업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던 롯데그룹은 전기차 배터리 등에서의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롯데정밀화학은 지난해 9월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프라이빗에쿼티가 두산솔루스 인수를 위해 설립하는 펀드에 29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앞서 스카이레이크는 두산솔루스 지분 52.9%를 6986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정밀화학은 재무적투자자 형태로 두산솔루스 지분 인수에 참여한다.

두산솔루스는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 소재로 쓰이는 동박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기술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 롯데월드 타워 ⓒ고성준 기자

롯데 계열사들은 그동안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롯데알미늄은 지난해 2월부터 1100억원을 투자해 헝가리에 배터리 양극박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중이다. 올 상반기 완공하면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에 소재를 공급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과의 제휴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정의선 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전격 면담을 하고 미래차 소재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의선 회장이 자동차 내외장재 신소재를 개발해온 경기도 의왕 롯데케미칼 첨단 소재 사업장을 직접 찾아 신동빈 회장과 회동한 만큼 미래차 소재 분야에서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따로, 같이
합종연횡

재계 관계자는 “올해도 어려운 경제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이른 시일에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을 갖고 있다”며 “기업들의 성과가 국내 경기에 영향을 주는 만큼, 따뜻한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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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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