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VS 김무성 당권 전쟁 내막

돌고 돌아 또 김?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국민의힘 차기 당권을 두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보수 좌장으로 불리는 김무성 전 대표의 ‘킹메이커 역할론’이 대표적이다. 관건은 보궐 선거다. 현 비대위가 이를 승리로 이끈다면 ‘김종인 추대론’이 제기될 수 있다.  
 

▲ 악수 나누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무성 전 대표

4월 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을 이끌 당권 경쟁이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차기 당 대표는 2022 대선과 지방선거를 이끄는 중책을 맡게 된다. 당은 총선 패배 이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보궐선거일인 4월7일까지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5월 중순 쯤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킹메이커
역할론

일각에서는 ‘킹메이커’를 자처했던 김무성 전 대표가 비대위 체제 이후 당권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이와 관련해 “당 대표를 할 거라면 총선에 불출마하지도 않았다”며 전당대회 출마를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대표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실 김 전 대표 역시 당권에 욕심이 있다는 전언이다. 게다가 그는 대선 경험이 있는 6선의 관록이다. 정치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권 준비에 ‘무성 대장’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김 전 대표의 정치적 위세는 여전히 막강하다. 지난해 6월 김 전 대표가 결성했던 ‘더좋은세상으로(이하 마포포럼)’은 창립 초기 40명으로 시작해, 현재 전·현직 의원 60명으로 세가 불어났다. 마포포럼은 대권, 서울시장 후보 등 유력 정치인들이 연사로 잇달아 나서면서 유명세를 탔다. 


김 전 대표의 목표는 분명하다. 총선과 대선 승리를 통한 정권교체다. 김 전 대표가 킹메이커를 자처한 데에는 그의 부채감이 작용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보수 정권이 몰락한 데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2019년 김 전 대표는 ‘중진 용퇴론’을 주장하면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 24년 만에 의원직을 내려놨다. 그는 “당이 어렵게 된 과정에서 책임자 급에 있었기 때문에 책임지는 것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보수통합의 ‘밀알’이 되겠다고 했다.

변수는 김종인 비대위의 연장 여부다. 비대위가 오는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당은 전국단위 선거 4연패에서 벗어나 대선에서 상승세를 노릴 수 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추대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보궐선거 승리 시 위원장 추대론 제기
외곽 세력 늘리는 좌장 다시 수장으로?

김 위원장의 목표 역시 야권의 대선 승리다. 김종인 비대위는 당의 ‘환골탈태’로 대선 승리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탈이념과 실용을 기치로 두고 중도층의 확장에 힘을 썼다. 보수 정당 대표로 광주를 찾아 사과를 한 점은 큰 공로로 꼽힌다.

현재 김종인 비대위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을 뒤집으며 정권 교체를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보궐선거 이후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김 위원장 역시 당권에 관심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 위원장 역시 자리 욕심이 높은 사람으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의 권력욕을 엿볼 수 있는 전례들이 있다. 김 위원장은 2017년 조용히 대선 도전장을 낸 뒤 일주일 만에 포기했다.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의 판단은 맞았다. 당시 국민은 김 위원장의 출사표에 큰 관심이 없었다. 언론에서도 이를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으며, 여론 조사에서도 김 위원장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 악수 나누는 김무성 국민의힘 전 대표(사진 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공동취재단

이후 그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전 대표의 부탁을 받아 보수 정당을 도왔다.

최근에는 김 위원장이 페이스북 글을 공유하면서 화제가 됐다. 그를 당 대표로 추대했으면 좋겠다는 한 정치권 인사의 게시물이었다. 이후 김 위원장은 “글을 읽다가 어찌 된 일인지 공유가 됐다”며 실수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은연중에 당 대표로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추대론
심판론

당이 최근 ‘비전전략실’을 가동한 것도 김 위원장의 의중이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보궐선거를 넘어선 장기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이를 띄웠다. 일각에선 차기 당권을 위한 김 위원장의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비전전략실 설립 취지에 대해 “김 위원장의 거취와는 관련이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제는 김 위원장에 대한 김 전 대표의 견제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단일화에 대한 둘의 입장 차는 극명하다. 김 전 대표는 야권 승리를 위해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는 ‘필수’이며, 만약 단일화에 실패한다면 필패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해 마포포럼 세미나에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면 대선도 안 된다. 그래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제1의 가치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아울러 당내 자체 후보가 선거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사실상 당 밖의 인물이 아닌 국민의힘 후보에게 힘을 더 싣겠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경계하고 있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김 전 대표는 안 후보를 물밑에서 지원하고 있다.

소신과 견제
당원 선택은?

김 전 대표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안 대표가 상수가 됐다. 당에 들어오라고 하는데, 지금 그런 말을 할 단계는 아니다. 안 대표가 단일후보를 만들자고 했고, 지더라도 이긴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노력하겠다는 말까지 했다”며 “그럼 우리 당에서도 결단을 환영하고 같이 해보자고 화답해야 한다. 그다음 단계에서 어떻게 후보 단일화를 할지 룰(rule) 미팅을 해야지. 그런 과정 없이 무조건 당에 들어오라고 하는 건 잘못된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안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민주당 역시 안 후보와의 대결을 최악의 경우로 두고 경선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악수 나누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여론조사에서도 안 후보와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맞붙을 경우 초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매일경제>와 MBN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5일~16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후보는 안 후보와의 1대 1 구도에서만 근소한 격차(0.1%포인트)로 뒤졌고, 오세훈 후보와 맞대결을 펼칠 경우 10%포인트가 넘는 격차로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다. 박영선-안철수 양자 구도를 가정한 조사에서 박 후보는 39.3%, 안 후보는 39.4%의 지지율을 각각 얻어 초박빙 판세를 보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안 후보의 상승세가 계속될수록, 김 위원장의 속내는 복잡하다. 안 후보에게 단일화 자리를 뺏기면 김 위원장은 물론이고, 제1야당의 입지는 줄어든다. 수장인 김 위원장을 향한 책임론이 불가피할 것이다.

김 위원장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안 후보를 입당시킨 후 야권의 승리를 이끄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김 위원장의 임기 내 가장 큰 ‘치적’으로 남길 수 있다. 최근 김 위원장은 ‘기호 4번 ‘안철수’의 필패론을 내세우며, 안 후보가 최종 야권 단일화 후보가 돼도 입당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안철수 두고 샅바싸움
5선 중진급도 하마평


하지만 김 위원장의 ‘소신’이 계속될수록 당내 비판적인 시선은 우세하다. 김 위원장의 정치 감각에 대한 의심은 물론, 그의 ‘사심’이 정치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이 안 후보에 대해 개인적인 반감이 있다는 점은 이미 정계에서 유명한 사실이다. 이대로 김 위원장과 안 후보의 불필요한 논쟁이 계속되면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지난 달 마포포럼을 중심으로 ‘정권교체를 위한 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을 결성했다.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사단법인 한반도미래정책포럼 등 보수단체 252개가 뭉쳤다. 이는 김 위원장에 대한 견제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을 후보 단일화로 압박하겠다는 것인데, 사실상 김 전 대표에게 보수세가 몰리는 양상이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파괴하고 있는 문재인정권은 국민을 분열시켜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고 있다”며 정권교체를 위한 국민행동 결성 취지를 밝혔다. 아울러 오는 보궐 선거 승리를 위해 반드시 후보 단일화를 이룩하고, 대선에서 승리해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반면 일각에선 당이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중도 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김종인 카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 호남과 젊은 층으로의 당 외연 확장을 위해 김 위원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보수 정권 몰락에 책임이 있는 김 전 대표가 다시 당을 이끌 경우, 당의 쇄신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당 대표 후보로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두 양대 산맥을 제외하고는 충청권 5선 정진석 의원이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이는 정 의원이 당내 최다선인데다, 대선 관리에 적합한 정무형 인사라는 분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홍문표, 윤영석 의원이 일찌감치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며 기반을 다져왔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서병수·조경태 의원 등의 이름도 나온다.

당 중진
나서나?

당권 레이스의 흥행 여부는 보궐선거 결과에 달려있다. 범야권이 이대로 기싸움만 하다가는 내부 파열로 재를 뿌릴 공산도 높다. 김 위원장, 김 전 대표, 당내 중진들이 어떤 방식으로 물밑 작업에 나설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