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 대고 코 푼’ 김종인의 꽃놀이패

강경 밀치고 호남 안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본격적인 당 개혁 작업에 나섰다. 이례적인 ‘좌클릭’에 당 내홍에 대한 우려도 나오지만, 당이 이대로 결집한다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까지 남은 기간은 8개월. 김종인 비대위가 흔들리면 내년 재보궐선거도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창당 이래 최고 지지율을 기록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앞서 수해 현장을 찾고, 각종 이슈 선점에 나서는 모양새다.

취임 3개월
성적표 보니…

옛말에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다. 김종인 비대위는 이 기세를 몰아 당 혁신 작업까지 들어간 상태다. 한 통합당 관계자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당 분위기가 가장 좋은 것 같다는 평가를 전하기도 했다.

김종인 비대위는 출범 전 한 달간의 진통을 겪었다. 당내 주류 의원들은 당적을 여러 번 바꾼 ‘용병’에게 당을 맡기는 것을 강하게 반대했다. 대신 이들은 내부적으로 경쟁력을 기르자는 ‘자강론’을 내세웠다. 이면에는 김종인 발 ‘혁신 드라이브’에 본인들의 당내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섞였다.

일각에선 이들과 김 위원장의 세력 싸움이 커질 것으로 보고 염려했다. 김 위원장과 초선의원들이 한 팀이 되고, 중진의원들이 이를 견제하는 ‘계파전’이 형성될 것이란 예상이었다.

하지만 당의 환골탈태를 위해서는 김종인 비대위 말고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기대 반, 우려 반 분위기 속에서 김 위원장은 통합당으로 복귀했다.

김종인 비대위는 출범 초반에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이 당의 보수 색채를 빼고 ‘좌클릭’하는 것에 대해 대선 주자급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저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홍준표 의원은 “좌파 2중대 흉내내기를 개혁으로 포장해서는 우리는 좌파 정당의 위성정당이 될 뿐”이라고 우려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외부의 히딩크 감독에게 변화를 강요받는 현실이 초현실인지, 머리를 뭔가로 얻어맞은 기분”이라며 에둘러 김 위원장을 비판했다.

그의 정치 노선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가 ‘이슈 메이커’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에 ‘경제민주화’ 정책을 내세워 박근혜정부 출범에 크게 기여했다. 통합당 비대위 출범 직후에는 ‘기본소득제’ 의제를 꺼냈고 나비효과는 예상 외로 거셌다. 거물급 인사들이 공식 석상서 기본소득제를 앞다퉈 다뤘다. 당시 ‘알맹이 없이 화두만 던져진 문제의식’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지만, 역시 김종인이었다.

이대로 당 결집? 조기 전대?
내년 재보궐 승산 있는 쪽은?

최근 통합당의 지지율이 집권 여당을 바짝 따라 붙으면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힘이 실렸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원내 투쟁 전략이 먹히면서 당내 강경 노선을 주장했던 의원들이 잠잠해졌다. 정치권에 ‘윤희숙 신드롬’이 불자, 원내서 정책전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확보된 셈이 됐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첫 회의서부터 당의 전면 개혁을 주문했다. 특히 강조했던 ‘약자와의 동행’ 슬로건에는 기득권층만 대변하는 당의 이미지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김 위원장은 당의 지지세가 낮은 호남, 청년 등을 향해 손길을 뻗치며 지지층의 외연 확장에도 공을 들였다. 이들을 끌어안고 전국 정당으로 도약하겠다는 간절함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당의 과제와 일맥상통한다.

김 위원장의 최종 목표는 2022 대선 승리다. 그는 “일반적 변화가 아닌, 엄청난 변화만이 대선 승리의 길”이라며 개혁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보수, 자유 우파라는 단어에 대한 경계심도 보였다. 강경 보수 세력에 의해 소비된 두 단어의 부정적 어감을 버리고, 진영 논리서 탈피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구태 정치를 버리고, 당을 재건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수해현장 찾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그러기 위해서는 8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1년 재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내년 재보궐선거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뽑는 ‘미니 대선급’으로 불린다. 민주당 출신 광역지자체장들의 유책 사유로 치러지는 선거기 때문에 통합당으로서는 절호의 기회다.

김 위원장은 위기 상황에 늘 빛을 봤는데 그의 특기로도 불린다.

과거 2011년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비대위를 꾸려 당의 쇄신에 나섰을 때다. 당은 2010년 지방선거 패배를 시작으로,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논란 등 연이은 악재를 맞은 상태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을 영입한 새누리당은 19대 총선서 절반이 넘는 152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고, 박 전 대통령은 그해 대선서도 승리했다.

출범부터 진통
신경전 진행형

2016년 민주당 비대위를 맡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국민의당 창당에 따른 민심 분열로 호남서 참패를 겪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20대 총선 때 수도권서 압승하면서 원내 1당으로 도약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 김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비대위는 지난 12일 국민통합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장에는 전북 전주 출신의 정운천 의원을 내정했다. 특위는 호남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정책으로 담아내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전국 정당으로서 미흡했던 부분은 반성하고 호남 지역 주민의 지지를 받겠다는 계산이다.

호남 지역에 대한 통합당의 구애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 10일 김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는 집중 수해 지역인 호남으로 향했다. 계획에 없던 호남행은 김 위원장의 깜짝 제안으로 성사됐다. 수해 현장 방문은 통상적인 정치 행보지만, 호남 지역을 핵심 지지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보다 통합당이 앞선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주 원내대표는 “어려울 때 함께하는 게 국민통합을 위한 길 아니냐. 호남이 외롭지 않게 하겠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전 통합당과 달리 강경 보수 세력과는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황교안 전 대표 때와는 다르다.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여당의 실책에 반사이익조차 누리지 못하던 당이었다. 오히려 극우적 망언 논란으로 위기를 자초해 여당의 실책이 묻히곤 했다.

하지만 김종인 비대위 출범 후 통합당은 강경투쟁과는 거리를 두고 민주당과 정면승부를 벌이고 있다. 그는 “지금 세상이 과거와 다르다. 길에 나가 외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라며 장외투쟁론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통합당은 합리적 보수정당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김 위원장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역시 보통이 아니라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지금보다 더 파격적인 활동으로 중도층을 섭렵할 것으로 보인다. 수해로 인한 4차 추경 요구 역시 야권서 먼저 띄웠다. 이뿐 아니다. 김 위원장은 오는 19일 광주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국민통합을 강조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당이 호남 지역에 관심을 두지 않은 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1대 총선서 통합당은 호남의 28개 지역구 가운데 12개 지역구서만 후보를 냈다. 최근 호남에 통합당 지지율이 상승하자, 김 위원장은 호남에 대한 당의 관심에 지역주민들이 반응을 보인 것으로 분석했다.

국민 통합
호남 구애

지난해 황 전 대표는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가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묘지를 참배하지 못하고 2개월쯤 뒤 비공개로 참배해야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상대적으로 호남 지역서 거부감이 덜하다. 김 위원장은 광주서 초·중학교를 다녔고,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지냈다. 무엇보다 호남 주민의 ‘역린’으로 꼽히는 5·18 논란서도 자유롭다. 김 위원장의 행보에 호남 민심이 크게 반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통합당은 지난 13일 정강정책개정특위가 개편한 정강정책을 발표했다. 정강정책은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점을 담는다는 점에서 비대위의 쇄신 의지를 가늠할 척도가 된다.

당 일부 중진 의원 사이에선 김 위원장의 좌클릭 행보가 당이 추구하는 가치에 위배된다는 반발도 나왔다. 뉴라이트 계열 역사학자 출신인 통합당 정경희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이 주최한 토론회서 1919년 수립된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보수 진영의 ‘1948년 건국론’을 제기했다. 이는 임시정부 정통성을 인정하는 김 위원장과 정면 충돌하는 지점이다.

김 위원장의 좌클릭은 한동안 잠잠했던 내홍을 악화시키는 뇌관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수감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금껏 탄핵에 대한 당의 명확한 입장 표명과 반성이 부족했다 점을 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여전히 석방을 외치고 있고, 핵심 지지층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관련된 언급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3년이 지났지만, ‘박근혜 딜레마’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은 박 전 대통령의 잔상을 지우기 위해 당명도 여러 번 바꿨다. 하지만 통합당은 총선 전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무효를 외치는 극우세력들과 선을 긋지 못했다. 결국 비호감 이미지 탈피에 실패하면서 전국 단위 선거서 내리 4연패했다.

약자와 동행 강조…파격적인 좌클릭
내홍 뇌관? 중진들과의 불편한 동거

김 위원장의 혁신 드라이브는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4월7일 재보궐선거 때까지다. 김 위원장이 재보궐선거 후보자들에 대한 공천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선거에 내세울 만한 경쟁력 있는 후보가 보이질 않는다. 김 위원장은 차기 서울시장 후보자의 조건으로 ‘참신하고 젊은 인재’를 꼽았다.

통합당 외부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 중진 의원들 사이에선 내년 2월에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라는 지역적인 특성을 감안해 내년 2월에 실시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선 올해 12월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12월은 정기국회가 열리는 만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재로서는 2월 조기 전당대회가 그나마 유력하다. 명분은 2월에 전당대회를 마무리하고 일찌감치 선거 체제에 돌입하고자 함이다. 하지만 이는 외부 인사에 관심을 두는 김 위원장에 대한 중진의원들의 견제가 담긴 것으로, 공천권을 김 위원장에 주지 않겠다는 속셈이 깔린 것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이 사퇴하지 않는 이상 조기 전당대회는 불가능하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보장돼있고, 초선 의원들 역시 조기 전당대회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는 중진 의원들은 당권에 관심이 있는 인물들로, 이들에 대한 초선 의원들의 견제 심리가 발동한 셈이다.

통합당이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당의 지지율 상승에는 정부·여당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 측면이 크기 때문에 마냥 기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 위원장의 혁신 드라이브가 성공해야 안정적인 상승세로 나아갈 수 있다. 다만 당내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당내 결집 여부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상승세
언제까지?

내년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김 위원장의 혁신 동력이 떨어진다면, 조기 전당대회 등으로 당이 분열할 공산이 높다. 이는 김 위원장의 임기 연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김종인 비대위가 재보궐선거서 당의 승리를 이끌어낸다면, 김 위원장이 2022년 대선 때까지 당을 책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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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