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원희룡 ‘장외전’ 노림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2.14 09:54:20
  • 호수 13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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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곽서 여의도판 흔든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치권의 대표적 ‘인파이터’ 간 대결이 장외에서 치열히 전개 중이다. 공수처 출범을 놓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맞붙었다. 두 광역단체장의 대결은 대선 시계가 빨라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고성준 기자

여야 잠룡이 제대로 붙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비판이 발단이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범은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까닭은 공수처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설전 한판

이 과정에서 이 지사는 조선시대 의금부를 예로 들었다. 과거 태종이 외척의 횡포를 방임한 사헌부 대사헌(지금의 검찰총장)과 관료들에 대한 조사를 의금부에 지시해 문책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지사는 지금의 공수처가 과거의 의금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수처 출범을)발목 잡는 행태가 거듭될수록 국민의힘은 공수처를 두려워하는 부패 세력임을 증명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즉각 반발했다. 이 지사가 전제 왕권의 유지를 위해 고문 등의 수단을 썼던 의금부를 공수처에 비유하는 ‘자가당착’에 빠졌다고 꼬집었다. 청와대와 공수처를 ‘디스’하기 위해 의금부를 언급했다는 것. 원 지사는 이 지사에게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이 지사는 반격했다. 이 과정에서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이하 일베)’를 언급했다. 제1야당 대선주자급의 정치인이 일베 댓글과 다름없는 수준의 언행을 하니 측은한 마음마저 든다며 날을 세웠다. 

이 지사는 “(공수처 출범의 필요성에 대한)글의 의미를 알면서 일부러 왜곡하는 저급한 정치 행위라면 글의 의미를 설명할 필요조차 없겠지만, 그 정도는 아닐 것으로 생각하고 한마디 충고를 덧붙이겠다”며 “검찰권처럼 독점 권력은 남용되니 분할 후 상호 견제시켜야 한다. 공수처를 만들어 검찰을 견제하고 검찰은 공수처를 견제하게 하자는 것이지 옥상옥으로 ‘무소불위인 검찰 위에 슈퍼권력의 공수처를 두자’는 뜻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이 같은 주장을 펼치며 원 지사의 실명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제1야당 대선주자급 정치인’을 지목한 것으로 보아 원 지사에 대한 저격 성격이 짙어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원 지사는 최근 이 지사를 향해 “타인을 비판하는 방식이 자신을 보여준다”고 일침을 가했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일베 댓글 수준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토론을 싸움으로 바꾸는 행동이라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두 광역단체장은 여야를 대표하는 대선주자들이다. 이 지사는 윤석열 검찰총장,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대선주자 빅3’로 꼽히는 등 각종 선호도 조사에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각종 이슈마다 각 세우기
원외 잠룡 한계 깨부순다

원 지사는 ‘인물 기근’에 허덕이는 야권에서 ‘보수의 대안’으로 불린다. 지난 2018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보수 진영이 참패를 맞은 상황에서도 무소속 신분으로 제주도지사 연임에 성공, 자신의 경쟁력을 증명해냈다.

두 광역단체장의 장외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원 지사가 지방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한 후 이 지사와 원 지사는 민감한 현안에 서로 각을 세우는 모습을 연출한 바 있다. 

가장 최근 장외전은 지난 9월에 펼쳐졌다.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이 지사와 원 지사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향을 놓고 격돌했다. 토론에서 이 지사는 평소 지론대로 보편 지급을 주장한 반면, 원 지사는 부자에게까지 나눠지는 보편 지급보다 취약 계층에 집중하는 선별 지급론을 펼쳤다.

광역단체장 대선주자들은 대선 레이스에서 주목을 받기 힘든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변방 장수’의 목소리는 여간해서 중앙 정치로 스며들기 힘들다. 활동 범위가 지역으로 한정되다 보니 이슈 선점에 한계를 보인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고성준 기자

업무 역시 행정가의 성격이 강해 정치적 발언이 쉽지 않다. 정치적 발언을 하면 지방의회로부터 “도정을 살피지 않고 자기 정치를 한다”는 공격을 받기 일쑤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등 수많은 광역단체장 출신 대선주자들이 높은 인지도를 지녔음에도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해 ‘대권’이라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 지사와 원 지사 역시 변방의 장수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전의 광역단체장 출신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 지사와 원 지사는 선명하게 자기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 지사는 신천지교회와 다주택자, 배달의민족 등 대상을 명확히 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원 지사의 선명성 역시 이 지사 못지 않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배제를 신청하자 원 지사는 추 장관을 겨냥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섰던 당시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며 저격했다. 

또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한 사과로 찬반이 분열된 상황에서도 원 지사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다”고 밝히는 등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내고 있다.

약점도…

두 광역단체장 모두 당내 주류가 아니라는 공통적 약점을 지니고 있다. 이 지사는 친문이 아니며, 소장파 출신의 원 지사는 주류세력에게 줄곧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 정치를 펼쳐왔다. 두 광역단체장 모두 다음 대선이 두 번째 도전이다. 첫 번째 도전은 당내 경선을 통과하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이 지사는 문재인 당시 경선 후보에게, 원 지사는 이명박 당시 후보에게 패했다. 장외전을 통해 여론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한 두 광역단체장이 과연 이번에는 당내 경선을 통과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원희룡 직무수행 순위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1월 시도지사 직무수행 평가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0월 24~31일, 11월 23~30일 조사하고 지난 8일 발표한 시도지사 직무수행 여론조사 결과, 이 지사는 66.6%의 긍정평가를 기록해 전국 시도지사 중 1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이어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63.1%로 2위, 이철우 경북도지사 54.0%로 3위, 원희룡 제주도지사 52.7%로 4위를 차지했다.

원 지사의 상승폭이 인상적이다.

원 지사는 지난 조사에 비해 3.2%포인트 상승해 세 계단을 뛰어올랐다. 

주민 생활 만족도 조사에서는 전남 65.7%, 경기 65.3%, 제주 63.6%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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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