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목줄 쥔’ 성남FC 후원금 중간 체크

대장동보다 더 큰 불씨 될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면초가’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전방위에서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방탄 배지를 달고 ‘개딸(개혁의 딸들)’을 앞세웠지만 급소를 향해 오는 칼은 날카롭기만 하다. 여기에 대형 선거에서 연달한 패하면서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선거는 정당 지도부의 무덤이다. 이기면 더 큰 무대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얻지만 지면 정치생명까지 위협받는다. 선거에 진 후보가 ‘책임지겠다’는 말을 끝으로 국민 앞에서 모습을 감추는 것도 정치생명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서다. 

자숙 대신
의원 출마

‘책임론’과 ‘쇄신’은 선거 패배에 흔하게 따라 붙는 표현이다.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고 정당을 새로 고쳐야 한다는 일종의 공식이다. 문제는 이 공식을 따르지 않을 때 발생한다. 국민의 마음, 이른바 표심을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공식이 주는 힘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 책임론과 쇄신이라는 정석을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의원이 지난 1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것을 두고 많은 논란이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불체포특권이 있는 ‘방탄 배지’를 위한 출마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결과는 처참했다. 이 의원은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0.5선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대선에서 진 데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궤멸’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다. 


17군데 광역단체장 중 5석을 건지는 데 그쳤고,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단위로 넘어가면 압도적인 패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심지어 진보진영이 대다수를 점했던 교육감 선거에서도 그 격차가 확연히 줄었다. 대선은 5년, 지방선거는 4년 만에 공수가 바뀐 것.

이 의원은 두 번의 선거에서 중심 역할을 맡았다. 대선 때는 직접 대표 선수로 뛰었고, 지방선거 때는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전국의 후보들을 지원했다. 이 의원은 전투(계양을 보궐선거)에서는 이기고 전쟁(지방선거)은 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방선거 직후 한 야당 의원은 ‘한 명 살고 다 죽었다’는 글을 SNS에 올려 이 의원 책임론에 불을 댕겼다. 또 결과적으로는 이겼지만 선거 과정에서 인지도가 거의 없던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에 한때지만 여론조사에서 뒤처지는 결과가 나온 것을 두고도 말이 나왔다. 

‘이재명 책임론’은 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다 돼가는 현재까지도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권 경쟁과 함께 오히려 불이 붙는 모양새다. 이미 민주당 내부에서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혐의 처분 후 재수사 돌입
성남시청·성남FC 압수수색

이 의원을 둘러싼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부터 불거진 ‘사법 리스크’가 이 의원의 발목을 꽁꽁 옭아매고 있다. 문재인정부에서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했던 검찰이 다시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진행된 2번의 검찰 인사에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크게 약진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 검찰 입장에서는 오는 9월 검수완박 법안인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6대 범죄 수사권이 2대(부패·경제)로 줄어드는 만큼 박차를 가한다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성남시민프로축구단(이하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뇌관으로 떠올랐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과 함께 이 의원을 압박하고 있다. 게다가 성남FC 의혹은 사건 진행 과정에서 수사 무마 의혹까지 불거진 터라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의 관심도 높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6개 기업이 성남FC에 후원한 돈의 성격을 두고 처음 제기됐다. 네이버 40억원, 두산건설 42억원, 농협 36억원, 차병원 33억원, 현대백화점 5억원, 알파돔시티 5억5000만원 등 총 161억5000만원이다. 

6개사는 ▲차병원-분당경찰서 부지 선정 ▲네이버-제2사옥(정자동) 신축 ▲농협-성남시 금고 지정 ▲두산건설-정자동 부지 선정 ▲알파돔시티-신축공사 ▲현대백화점-신축공사 등 성남FC에 돈을 후원한 후 바라던 바를 얻어냈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 의원이었다. 이 부분을 두고 6개사가 후원한 돈의 성격이 이 의원에 대한 뇌물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책임론 나와
불출마 압박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2018년 1월 이 의원과 민주당 제윤경 전 의원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도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고발됐다. 같은 해 6월에는 바른미래당 측 성남적폐진상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장영하 변호사가 이 의원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경찰은 지난해 2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수사에 나섰고 9월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고발이 이뤄진 지 3년여 만이다. 이후 고발인의 이의신청에 따라 사건은 성남지청으로 송치됐다. 

성남FC 의혹은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재점화됐다. 지난 1월 수원지검 성남지청 박하영 차장검사(현재 퇴직)가 돌연 사직 의사를 밝히는 과정에서 수사 무마 의혹이 제기된 것.

성남FC 사건 수사팀과 이를 지휘한 박 전 차장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거나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수차례에 걸쳐 냈지만 당시 성남지청장이던 박은정 지청장이 이를 부당하게 막았다는 내용이다.

파장이 계속되자 김오수 당시 검찰총장은 수원지검에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 수원지검은 성남지청에 다시 보완수사를 지시, 성남지청은 경기 분당경찰서로 사건을 내려보냈다. 강제수사에 돌입한 경찰은 지난달 성남시청, 성남FC, 두산건설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지난 2일 성남시 정책기획·도시계획·건축·체육진흥·정보통신과 등 5개 부서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후 17일에는 성남FC와 두산건설을 압수수색했다. 후원금을 받은 주체와 후원금을 낸 기업을 상대로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한 것은 처음이다. 

대선 한 달 전
다시 수면 위로


성남FC로 흘러간 후원금을 두고 다양한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성남FC와 직접 계약을 맺은 게 아니라 성남시-네이버-시민단체 희망살림-성남FC 등 4자간 협약을 통해 ‘우회 지원’을 진행하면서 논란을 낳았다. 당시 네이버는 희망살림에 40억원을, 희망살림은 성남FC에 39억원을 집행했다. 

당시 4자 협약식에는 이 의원, 김진희 전 네이버 I&S 대표, 민주당 제윤경 전 의원, 곽선우 성남FC 대표가 참석했다. 성남시의 한 시민단체는 4자 협약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협약서에 기재된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 대신 김진희 전 네이버 I&S 대표가 서명하는 과정에서 위임장이 제출되지 않은 점 ▲희망살림 대표 대신 이사인 제 전 의원이 서명한 점 등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입장이다. 해당 단체는 4자 협약과 관련, 이 의원과 제 전 의원 등을 고발한 상태다.

또 다른 의문은 성남FC가 받은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됐느냐는 점이다. 최근 성남FC의 후원금 일부가 이 의원 측근에게 흘러갔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의원 측은 “성남FC는 사내 규정에 의해 광고를 유치한 자에게 성과 보수를 지원했다. 이는 구단경영 능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시민구단을 비롯한 대부분의 프로축구단이 차용하는 제도”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시 성남FC 역시 규정에 따른 성과 보수를 지급했을 뿐이고, 측근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방식의 이익을 취하게 한 사실은 없다. 이런 사정으로 이른바 ‘후원금 의혹’은 이미 무혐의로 수사 종결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규정대로 돈을 지급했을 뿐 ‘측근 챙기기’가 아니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윤곽 드러나는 후원금 흐름
여 “자금 세탁 의혹 있다”

이 의원 측의 해명에도 국민의힘은 공세를 퍼부었다. 지난 22일 국민의힘은 이 의원이 성남FC 후원금을 자금 세탁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또 다시 ‘이재명 의혹’이다. 이 의원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백현동 개발 특혜 ▲부인 김혜경씨 법인카드 사적 유용 ▲장남 불법 도박 및 성매매 ▲경기주택도시공사 합숙소 운영 등 각종 비리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성남FC 후원금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의혹이 보도됐다”며 “2015~2017년 3년간 성과급 지급 내역을 확인해보면, 이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3인이 후원금 유치 성과급의 90.6%를 챙겨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성남FC 규정에는 광고나 후원금을 유치해오면 임직원은 최대 10%, 공무원과 일반 시민은 최대 20%를 포상금으로 지급한다고 돼있다. 이때 공무원이 포상 대상에 포함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 사항으로 일각에서는 외부 유출, 자금 세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윗선’ 수사가 지지부진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보다 성남FC 의혹이 좀 더 빠른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에서 성남FC로 지급된 후원금의 흐름을 따라 가다보면 ‘몸통’이 드러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찰의 창
의원의 방패

이 의원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첩첩산중’인 상황이다. 이 의원은 대선 패배 이후 자숙 대신 배지를 택했다. 여기에 당 대표 도전도 저울질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칼, 이 의원의 방패 중 어느 쪽의 힘이 더 강할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수사 무마 의혹 박은정 지청장은?

박은정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하고 법무부에 명예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지청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때 대립각을 세운 이른바 ‘친정부 검사’다.

법조계에서는 박 지청장이 성남FC 사건 수사 무마 의혹으로 입건된 상태인 만큼 명예퇴직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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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