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대선' 이재명 마지막 히든카드

무릎 꿇고 울어도 미동 없는 표심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은 알고 보면 무서운 말이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하늘의 뜻이 아니라면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는 소리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요즘 그야말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사과하며 무릎을 꿇기도 하고, 또 유세 현장에서는 종종 울기도 한다. 그럼에도 박스권 지지율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하늘은 그를 차기 대통령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소리일까.

이제 진짜 코앞이다. 대선이 한 달가량 남았다. 향후 5년간 국가의 명운을 책임질 대한민국의 리더가 누가 될지 다음달 9일 드디어 정해진다. 수능을 한 달 앞둔 수험생처럼, 후보들은 선거 운동 막판 오답 노트 체크에 들어가고 있다.

지금까진
다소 밀려

그동안 어떤 선거운동이 잘못됐는지, 성적을 최대한 끌어 올리기 위해선 무엇을 다시 공부해야 할지 필사적으로 따져봐야 하는 시점이다. 

오답을 체크한 후 진행돼야 할 것은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다. 한 달 남은 상황에서 대대적인 개편이나 선대위 차원의 큰 혁신은 불가능하겠지만,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 선택과 집중을 하는 일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마저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겐 쉽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이 후보의 지지율은 크게 올라가지도 않았고 크게 내려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30%대의 박스권 지지율은 좋게 해석하면 어떤 비리가 터져 나와도 두꺼운 팬층이 뒤에서 힘을 싣고 있다는 뜻이고, 나쁘게 해석하면 아무리 몸부림을 쳐봐도 박스권 지지율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이 후보는 그동안 선거 운동 과정에서 크게 실책한 부분은 없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처럼 당 대표와의 갈등도 없었고, 말실수나 성의 없는 사과 논란도 없었다. 오히려 유세 현장에 방문할 때마다 진행했던 즉흥 연설은 종종 호평을 받기도 했다.

대체적으로 정계에선 이 후보의 선거운동을 두고 “무난한 선거운동이었고, 무난한 지지율 변동이었다”고 평가한다. 이에 반해 다사다난한 선거운동을 펼쳤던 윤 후보 측은 오히려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얻고 점점 당선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각종 말실수와 부적절한 사과 태도 때문에 슬금슬금 빠져가던 지지율을 보며 고심이 깊었던 윤 후보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의 내홍 논란 때 특히 지지율이 대폭 하락해 치명적인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와의 갈등을 봉합하고 선대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과거의 지지율을 모두 회복하더니, 요즘에는 외연 확장에까지 성공하고 있다. 

이 후보가 지금의 무난함만으로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까. 한 달 남은 시점에서 점차 상향하고 있는 윤 후보의 지지율을 잡기 위해선 이 후보의 마지막 승부수가 중요하다.


역대 대선에서 짧은 시간에 지지율 반등을 이루어낸 사례는 총 세 번 있었다. 2002년의 노무현 후보와 2007년의 정동영 후보, 그리고 2016년 홍준표 후보다.

2002년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당선은 아직도 이변으로 회자된다. 처음 대선 출마할 당시 그의 지지율은 2%였고, 많은 사람들은 그가 경선도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스권 지지율 벗어나야 하는데…
오답 노트 펼치고 최후의 몸부림

그러나 훌륭한 연설 솜씨로 경선을 뚫어내더니 본선에 올라와서는 호적수였던 이회창 후보의 뒤를 바짝 추격하는 양상을 그렸다.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던 노 후보였지만 그래도, 2002년 대선 한 달 전 지지율은 이 후보와 10%포인트 가까이 차이났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오차범위 밖의 열세를 겪었던 것이다. 노 후보가 마지막 승부수로 띄운 것은 정몽준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였다.

당시 월드컵 4강 신화의 후광으로 대선 다크호스로 떠오른 정 후보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3위를 달리는 맹주로 급부상했었다.

노 후보와 정 후보, 둘 다 나오면 필패하는 선거에서 야권의 단일화는 2, 3위 후보들의 필수 사항이었고, 노 후보는 단일화 조건을 많이 양보해 정 후보에게 제안했다.

단일화를 이루기 위한 통 큰 양보 탓에 이때 노 후보의 참모들은 단일화에 반대했다고 전해진다. 정 후보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단일화 투표 협의가 진행돼 노 후보가 이기는 것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후보는 강행했고 결국 본인으로의 단일화를 이뤄냈다.

노 후보가 세상을 떠난 뒤 발간된 자서전에는 “나는 정몽준 후보에게 근소하게 뒤지는 3위였다. 결단할 때가 온 것이다. 단일 후보가 될 확률은 50%에 조금 모자랐다”며 “(그럼에도)정몽준 후보가 원하는 단일화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민주당 후보라는 작은 기득권에 집착하는 것은 떳떳한 선택이 될 수 없었다”고 적혀 있다.

절반도 안 되는 확률에 그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건 모험을 한 것이다.

이 후보의 권력 의지도 노 전 대통령만큼 강하다면, 단일화를 진행해야만 한다. 확실한 승리는커녕, 질 가능성이 농후해져가는 이번 대선에서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잡으려면 파격적인 모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이 표현했던 민주당의 ‘작은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나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의 단일화를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안 후보나 심 후보는 단일화를 거부하는 입장이지만, 이 후보가 조건을 많이 양보한다면 제안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벼랑 끝
파격적 모험

안 후보는 본인으로의 단일화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 단일화 이슈가 터질 때마다 그는 ‘단일화는 없다’는 뉘앙스 보다는 ‘나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왔다. 안 후보 본인도 대선 레이스에서의 당선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모든 방안을 물색 중인 것이다.

사실, 이 후보가 단일화를 먼저 시도해야 할 상대는 안 후보보다 심 후보 쪽이다. 크게 볼 때, 여권으로 분류되는 심 후보의 정의당은 이 후보의 표를 빼앗아가는 1순위 정당이다. 이 후보에게 진보주의자들의 표가 상대적으로 결집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심 후보의 존재다.

일각에서는 “여권에서의 단일화도 이뤄내지 않은 채,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심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 안 후보보다 더 완강하게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대선 완주에 대한 의지가 강한 심 후보는 단일화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불쾌한 내색을 비추며 대선을 끝까지 완주할 뜻을 내비쳐왔다.

지난달 12일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양당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단일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양당 체제가 대변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더 큰 볼륨으로 대변하고, 차악의 선택이 아니라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는 대안으로서 확고하게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후에 며칠간 칩거에 들어갔던 심 후보는 현재 칩거 전에 밝혔던 거의 모든 입장을 뒤집는 중이다.

칩거 후 돌아온 그는 기자회견에서 “후보와 당이 많이 부족했던 것이 지지율로 표현된 것 같다”며 “이번 계기를 통해 후보와 당이 모두 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의당은 선대위를 전격적으로 해체하고 대대적인 쇄신에 들어갔다. 만일, 이 후보가 심 후보와의 단일화에 합리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논의한다면 과거 완강히 반대했던 그의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이다.

2007년 정동영 후보가 지지율 반등을 이뤄낸 것은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부터다. 본인의 선거 전략보다는 상대의 리스크가 크게 붉어지며 ‘어부지리’로 지지율이 급반등한 것이다.

그의 대선 한 달 전 지지율은 13%에 불과했지만, 최종 대선에서는 26%의 지지를 받으며 막판 한 달간 약 두 배 올랐다. 당시 대선에서는 참여정부에 대한 정권교체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서울시장 시절 인기가 높았던 이 후보가 야권의 대선후보로 확정되자, 모든 사람은 그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서울시의 교통 개혁과 청계천 사업 등으로 호평받던 이 후보는 CEO 출신의 ‘경제 대통령’을 내세우며 선거운동을 진행했다. 

매우 불리한 상황 속에서 정 후보는 지지율 정체의 늪에 빠져 있었다. 그런 그를 구제해 준 것은 이른바 ‘BBK 주가조작 사건’이라 불리는 이 후보의 리스크였다.

투자자문회사 BBK는 국내 중견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받았지만, 후에 거짓된 투자 운용, 사업보고서 날조, 임원진의 횡령 등이 드러나며 경영난에 빠졌고, 2002년 3월에는 평판을 부당하게 높이는 방식으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가 드러나 5000명 이상 피해자와 1000억 원대의 손실을 낳는 당시로선 최대의 금융범죄를 저질렀다.

안 먹히는
경제 대통령

이 때문에 BBK와 관련됐다는 의미는 치밀한 금융범죄의 가담했다는 소리와 마찬가지였고, 이를 알고 있던 이 후보는 BBK와 거리를 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이 후보의 대학교 강의 동영상이 유출됐다. 해당 영상에는 이 후보는 “내가 BBK를 설립했다”는 육성이 담겨있어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정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주요 요인이 됐다.

나름 순항 중인 윤 후보 또한 각종 비리를 떠안고 레이스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윤 후보는 현재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2007년의 이 후보처럼 비리를 인정하는 뉘앙스의 동영상이나 녹음 파일이 유출되면 이 후보는 지지율 급반등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

윤 후보 본인의 비리 의혹으로는 ‘고발 사주’ 사건이 있다. 고발 사주 사건은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윤 후보가 야권의 여러 인사들의 고발을 부하 검사에게 사주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윤 후보는 핵심 측근인 손준성 당시 정책관에게 유시민 노무현 재단 전 이사장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몇몇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훼손과 공직선거법 위반을 고발하라고 지시했다. 

정치 중립성을 지켜야할 검찰총장이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점만으로 ‘고발 사주’건은 언론의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고, 이는 현재 공수처가 철저히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의 리스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배우자, 장모도 여러 비리 의혹에 휩싸여있다. 배우자 김건희씨는 허위 경력 논란에 휩싸여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고, 이미 수사를 진행하고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도 윤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윤 후보의 장모 최모씨는 요양병원을 불법 개설해 의료급여를 부정수급한 혐의인 이른바 ‘요양급여 불법수급’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3심이 아직 남아있고, 사문서 위조 관련 재판 또한 따로 진행 중이다. 그는 2013년 4월부터 10월까지 결기도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당했다.

‘노·정·홍’ 과거 반등 사례는?
단일화·네거티브·토론이 기회?

아직 결론이 확실하게 나지 않은 모든 수사 상황에서 한 가지라도 치명적인 수사 결과가 발표된다면 이 후보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로 작용한다. 2007년의 정 후보처럼 지지율 급반등의 시나리오가 쓰여질 요소가 아직 있는 것이다.

2016년 홍 후보는 TV토론에서의 활약으로 드라마를 그려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으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이미지가 한창 좋지 못하던 시절에 대선후보로 확정된 홍 후보는 당 이름을 자유한국당으로 교체하며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돌아선 민심을 달래기는 매우 힘든 일이었다. 5%대를 웃돌던 그의 지지율은 좀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홍 후보가 TV 토론에서 맹활약하면서부터다.

그는 당시 제1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고, 여러 효과적인 프레임을 들고 나와 보수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TV 토론이 방영될 때마다 보수 지지층은 그에게로 더욱 결집했고, 대선 한 달 전 7%였던 그의 지지율은 토론 직후 가파르게 상승하더니 최종 대선에서는 24%까지 올라갔다. 암울했던 시작과 달리 나름 선방한 최종 수치다.

‘TV 토론 카드’는 이 후보가 노릴 수 있는 마지막 수중에 가능성 가장 높은 카드다.

현재 상황에서 단일화를 이뤄내거나 윤 후보의 더 큰 비리가 터져 나오는 것은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TV 토론은 이 후보가 자신의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박스권 지지율의 가장 큰 요인은 ‘대장동 의혹’과 ‘결집되지 않는 지지층’이다. 이 후보는 윤 후보 만큼이나 커다란 리스크인 대장동 의혹을 떠안고 있다.

성남시장 시절 자산관리사인 화천대유에 막대한 이익금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 후보는 지난 몇 달간 함께 일했던 과거 동료들이 검찰에 구속되면서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더욱이 수사 대상이었던 핵심 관련자 두 명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날이 갈수록 매서워지는 상황이다.

아직 의혹을 시원하게 해소하지 못한 이 후보가 TV 토론 자리에서 설득력 있는 해명을 보여준다면 그동안 그에게 의심을 보냈던 유권자들의 마음을 녹일 가능성이 있다. 대장동 이슈만을 주제로 한 토론을 제안한 윤 후보 측의 공격을 잘 막아내기만 한다면 그 자체로도 큰 득점 요인이 되는 것이다.

TV 토론은 홍 후보처럼 지지층을 결집시킬 카드로도 쓸 수 있다. 아직 호남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 후보는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에게도 믿음을 주고 있지 못하다.

여당 내에서도 큰 계파 없이 지내온 터라, 지지층이 협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TV 토론에서 본인의 정치적 사상과 윤 후보와의 치열한 설전을 잘 보여준다면 잃어버린 텃밭 표심을 회복하는 데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오답노트 정리와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고 나면 이제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의 할 일은 끝이 난다.

잃어버린
텃밭 민심 

이 후보는 지난달 유세 과정에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든 방안을 모색해 노력하는 타입이지만, 결과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결과가 어찌되든, 원하는 결과를 이루기 위한 이 후보의 마지막 총력전은 이제 시작된다. 대권을 얻기 위해 그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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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