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가르는 ‘극성 친문’ 내막

같이 걸을까 따로 달릴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소란스럽다. 재보선 참패 원인을 테이블에 놓고 나서부터다. 민주당 의원들로서는 스스로에게서 잘못을 찾는 격이었다. 쉽지 않았지만 이들은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하지만 돌아온 건 강성 당원들의 수위 높은 비난이었다. 당을 향한 충정으로 감안할 수 있겠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지적이다. 또 의원들의 시각차가 분명해지면서 당내 갈등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4·7 재보궐선거 후폭풍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그대로 관통하고 있다. 1년짜리 서울·부산 시장이었다는 자기합리화에 빠지려 해도, 표 차이는 간과하기 어려웠다. 민주당이 주요 선거에서 참패한 건 2016년 총선 이후 5년 만이다.

5년 만에
판정패

당은 즉각 외형적 쇄신 절차에 돌입했다. 우선 지도부가 총 사퇴했다. 김태년 당시 당 대표 대행은 “국민들께서 됐다고 할 때까지 당 내부 공정과 정의를 바로세우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아섰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전당대회와 원내대표 선거를 앞당겼다.

다음은 내형적 쇄신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의 자성이 뒤따랐다. 첫 출발은 민주당 2030 초선 의원들이 끊었다. 하지만 이들의 반성문은 곧 당내 갈등으로 비화됐다. 왜일까?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의원은 지난 9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고 밝혔다.


‘조국’은 민주당 내에서 성역화된 금기어다. 평소 검찰개혁을 주장했던 그는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뒤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그의 가족들까지 수사선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결국 그는 사퇴를 결정했다.

국민은 갈라섰다. 서초동 집회가 대표적이다. 한 쪽에서는 조국 수호를, 다른 한 쪽에서는 조국 퇴진을 외쳤다. 정치권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조국을 끌어안았고, 국민의힘은 조국 때리기에 나섰다.

민주당의 방어는 필사적이었다. 소신 발언으로 조 전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했던 금태섭 전 의원은 징계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금 전 의원은 민주당을 떠났다.

여론은 다시 격렬하게 갈라섰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가 1심 판결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아서다. 특히, 자녀의 부정입학 의혹에 대해선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오히려 검찰개혁을 최우선 의제로 못 박았다.

선거 패배 이후 ‘초선 5적’으로 시끌
소신 vs 주류 이어 친문 vs 비문 구도?

이런 배경 아래 초선 의원들의 이른바 ‘조국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문빠’로 통하는 강성 당원들 사이에서 그랬다. 이들은 5명의 초선 의원들을 향해 ‘초선 5적’이라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구한말 매국노 을사오적에 빗댄 표현이다.

‘초선족’이라는 비아냥도 쏟아졌다. 초선과 조선족을 합친 말이다.


강성 당원들의 비판에 민주당이 발칵 뒤집혔다. 초선 5인에 대한 ‘문자 폭탄’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당내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쇄신이라는 전제 하에 소신 발언을 냈지만 이를 입막음한 것과 다름없다는 입장과 당심이 곧 민심이기에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맞붙었다.

강성 당원들이 이른바 친문 진영에 속하는 만큼 친문 의원과 비문 의원의 대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민주당 중진 의원들은 강성 당원들의 이번 행위를 ‘당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명명했다. 5선의 변재일·안민석·이상민 의원과 4선 노웅래·안규백·정성호 의원은 공동 성명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지난 15일 “자기 생각과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불문곡직하고 적대시하는 것”이라며 “초선 의원들이 선거 참패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제기한 의견을 있는 그대로 경청하고, 타당한 내용이면 당의 정책 기조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돌 맞을 일이 있다면 중진 의원들이 더 큰 책임으로 대신 맞겠다며 초선 의원들을 감쌌다. 앞서 지난 13일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초선 5인을 향해 ‘초선의 난’ ‘배은망덕’이라는 표현과 함께 권리당원 성명서가 게재된 바 있다.

중진 의원들은 “초선 의원들이 선거 참패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제기한 의견을 있는 그대로 경청하고, 타당한 내용이면 당의 정책 기조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입막음?
민심?

이들이 직접 나선 데에는 앞서 초선 5인 중 한 명인 장경태 의원의 사과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 의원이 강성 당원들의 문자 폭탄을 견디지 못해 사과하는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장 의원은 반성문 발표 이후 같은 날 지인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진심으로 미안하다”며 “조 전 장관께서 고초를 겪으실 때 그 짐을 저희가 떠안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 의원들은 강성 당원들을 감싸며 오히려 초선 5인의 행동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지난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초선 5인의 반성문에 대해 “선거에 지면 100가지의 이유가 만들어진다”며 “이런 식의 분석은 실제로 이후에 해법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민주당 소신파로 분류되는 조응천 의원은 비대위에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지난 14일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폭력적으로 쇄신을 막는 행위를 좌시하지 말고, 소수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다수 당원과 뜻있는 젊은 의원들을 보호하라”고 촉구했다. 쇄신을 위해 꾸려진 비대위라면 당내 소신 발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조 의원은 비대위에게 폭력적 언행을 수수방관하지 말라며 따져 물었다.

민주당을 발칵 뒤집은 초선 5인의 이른바 ‘조국 반성문’ 이후 재선 의원과 3선 의원들도 연이어 반성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선수가 높아질수록 초선 의원들이 발표한 조 전 장관에 대한 언급은 사라졌다.

지난 12일 모인 민주당 재선 의원들은 당이 나가야 할 길에 대해 논의한 뒤 49명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2030을 비롯한 초선 의원들의 반성 메시지에 적극 공감한다”고 운을 뗐다.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목소리를 듣는 것에 부족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사실상 초선 의원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건넨 것이다. 

이들은 “정치개혁 과정에서 민생에 소홀했으며, 과오를 인정하는 것에 정정당당하지 못했다. 깊이 반성하고 성찰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초선 의원들의 반성문과 비교했을 때 ‘맹탕’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물론 재선 의원 49명이 공동으로 이름을 올린 만큼, 이해관계와 공감대 형성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란 시각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금기어인 조 전 장관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튿날 모인 3선 의원들은 더욱 엎드린 자세를 취했다. 이날 이들은 당의 중추로써 재보선에 확인된 민심에 큰 책임을 갖고 반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뿐, 초·재선 의원에 비해서는 무게감이 오히려 줄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로 윤관석 의원은 ‘조국 사태에 대해 별도 언급이 있었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대답했다. 또 일부 강성 당원들의 초선 의원 공개 비판에 대해 “당심” “당을 위한 관심과 충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초선 의원이 아닌 당원들을 감싼 셈이다.

서영교 의원 역시 “누구를 탓 하지 말고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며 에둘러 표현했다.

관심과 충정
제식구 감싸기

앞서 민주당 소신파로 분류되는 박용진 의원은 지난 11일 초선 의원들의 반성문에 대해 “초선 의원님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힘을 실어준 바 있다. 하지만 선수가 올라갈수록 당원들을 감싸거나 초선 의원들을 지적하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오는 형국이다.

강성 당원들의 발언에 민주당이 이토록 내분 아닌 내분을 겪는 까닭은 뭘까. 강성 당원들의 탄생 시점과 그간 이들이 민주당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살펴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내는 이들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출발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대권에 도전했다. 앞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범진보 진영 지지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는 비극을 맞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인 만큼 이들을 지지하기 위한 굳건한 팬덤이 꾸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자책했던 이들은, 문 대통령 만큼은 꼭 지켜내자는 공감대 속에 대거 당원으로 가입했다. 이후 당의 비공식적 주류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강성 당원들의 수는 2000~3000명으로 추산된다. 민주당 전체 당원 170만명 가운데 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이 어떻게 비공식적 주류가 된 것일까. 민주당의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등을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에서는 강성 당원들의 표심이 승패를 가른다. 이들은 비록 소수에 불과하지만 집단 행동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 지도부 선출은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국민 10%, 일반 당원 5%의 비중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경선 가운데 권리당원 득표율이 가장 높았던 5명의 후보가 모두 당선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재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이 와중에 발생한 ‘초선 5적 사건’에 출마자들의 입장이 각기 다른 것도 강성 당원의 힘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2012 대선 이후 결집한 ‘팬덤’
차기 지도부 주목…혁신? 정체?

우선 송영길 의원은 ‘바람직한 행태가 아니다’라고 쓴소리를 냈다. 송 의원은 지난 15일 “견해가 다르다고 해당 행위로 규정하고 공격하는 행위는 당의 건강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를 묵과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의 이견이 수렴될 통로가 차단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온전하게 열린 정당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홍영표 의원의 입장은 달랐다. 문자폭탄에 민심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제가 정치인 중에서 문자폭탄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 중 하나”라며 “문자가 절대로 한 목소리로만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자폭탄이라 하더라도 이를 민심의 소리로 듣는다는 설명이었다. 

우원식 의원 역시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우 의원은 “강성 지지층이 다양한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분위기를 억압한다고 해서 그들의 표현을 막는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당원을 구분하고 선 긋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원들 모두 ‘진심 당원’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단 당 대표 선거를 앞둔 후보들의 목소리만 다른 것은 아니다.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의원들 역시 서로 이견을 보였다.

박완주 의원은 지난 14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이 그동안 침묵하고 방관했다”고 꼬집었다. 강성 당원의 행위가 건전한 논의를 위협한다고도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튿날 KBS 라디오에서도 “과대한 당심, 왜곡된 당심에 대해서는 원내대표를 떠나 중진으로서 교정하고 수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윤호중 의원은 지난 14일 언론 인터뷰에서 “의원들에게 자유롭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는 방향 자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열혈 지지자분들께 당부드리고 싶은 건 (의원들이)개별 현안마다 각자 다른 입장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성 당원들의 표현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이들의 행위 자체는 부정하지 않은 셈이다. 이들 중 윤 의원이 지난 16일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당권 따라
결정될까

민주당은 재보선 참패 이후 일주일 넘는 시간 동안 강성 당원 눈치보기에 쇄신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앞서 비대위가 꾸려졌을 때에도 비대위원장이 친문 중진인 도 의원으로 정해지면서 ‘김 빠진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의 차기 당 대표가 누가 될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쇄신의 길로 걸어갈지, 도로 친문으로 회귀할지에 대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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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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