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가르는 ‘극성 친문’ 내막

같이 걸을까 따로 달릴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소란스럽다. 재보선 참패 원인을 테이블에 놓고 나서부터다. 민주당 의원들로서는 스스로에게서 잘못을 찾는 격이었다. 쉽지 않았지만 이들은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하지만 돌아온 건 강성 당원들의 수위 높은 비난이었다. 당을 향한 충정으로 감안할 수 있겠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지적이다. 또 의원들의 시각차가 분명해지면서 당내 갈등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4·7 재보궐선거 후폭풍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그대로 관통하고 있다. 1년짜리 서울·부산 시장이었다는 자기합리화에 빠지려 해도, 표 차이는 간과하기 어려웠다. 민주당이 주요 선거에서 참패한 건 2016년 총선 이후 5년 만이다.

5년 만에
판정패

당은 즉각 외형적 쇄신 절차에 돌입했다. 우선 지도부가 총 사퇴했다. 김태년 당시 당 대표 대행은 “국민들께서 됐다고 할 때까지 당 내부 공정과 정의를 바로세우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아섰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전당대회와 원내대표 선거를 앞당겼다.

다음은 내형적 쇄신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의 자성이 뒤따랐다. 첫 출발은 민주당 2030 초선 의원들이 끊었다. 하지만 이들의 반성문은 곧 당내 갈등으로 비화됐다. 왜일까?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의원은 지난 9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고 밝혔다.


‘조국’은 민주당 내에서 성역화된 금기어다. 평소 검찰개혁을 주장했던 그는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뒤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그의 가족들까지 수사선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결국 그는 사퇴를 결정했다.

국민은 갈라섰다. 서초동 집회가 대표적이다. 한 쪽에서는 조국 수호를, 다른 한 쪽에서는 조국 퇴진을 외쳤다. 정치권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조국을 끌어안았고, 국민의힘은 조국 때리기에 나섰다.

민주당의 방어는 필사적이었다. 소신 발언으로 조 전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했던 금태섭 전 의원은 징계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금 전 의원은 민주당을 떠났다.

여론은 다시 격렬하게 갈라섰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가 1심 판결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아서다. 특히, 자녀의 부정입학 의혹에 대해선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오히려 검찰개혁을 최우선 의제로 못 박았다.

선거 패배 이후 ‘초선 5적’으로 시끌
소신 vs 주류 이어 친문 vs 비문 구도?

이런 배경 아래 초선 의원들의 이른바 ‘조국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문빠’로 통하는 강성 당원들 사이에서 그랬다. 이들은 5명의 초선 의원들을 향해 ‘초선 5적’이라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구한말 매국노 을사오적에 빗댄 표현이다.

‘초선족’이라는 비아냥도 쏟아졌다. 초선과 조선족을 합친 말이다.


강성 당원들의 비판에 민주당이 발칵 뒤집혔다. 초선 5인에 대한 ‘문자 폭탄’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당내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쇄신이라는 전제 하에 소신 발언을 냈지만 이를 입막음한 것과 다름없다는 입장과 당심이 곧 민심이기에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맞붙었다.

강성 당원들이 이른바 친문 진영에 속하는 만큼 친문 의원과 비문 의원의 대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민주당 중진 의원들은 강성 당원들의 이번 행위를 ‘당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명명했다. 5선의 변재일·안민석·이상민 의원과 4선 노웅래·안규백·정성호 의원은 공동 성명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지난 15일 “자기 생각과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불문곡직하고 적대시하는 것”이라며 “초선 의원들이 선거 참패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제기한 의견을 있는 그대로 경청하고, 타당한 내용이면 당의 정책 기조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돌 맞을 일이 있다면 중진 의원들이 더 큰 책임으로 대신 맞겠다며 초선 의원들을 감쌌다. 앞서 지난 13일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초선 5인을 향해 ‘초선의 난’ ‘배은망덕’이라는 표현과 함께 권리당원 성명서가 게재된 바 있다.

중진 의원들은 “초선 의원들이 선거 참패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제기한 의견을 있는 그대로 경청하고, 타당한 내용이면 당의 정책 기조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입막음?
민심?

이들이 직접 나선 데에는 앞서 초선 5인 중 한 명인 장경태 의원의 사과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 의원이 강성 당원들의 문자 폭탄을 견디지 못해 사과하는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장 의원은 반성문 발표 이후 같은 날 지인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진심으로 미안하다”며 “조 전 장관께서 고초를 겪으실 때 그 짐을 저희가 떠안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 의원들은 강성 당원들을 감싸며 오히려 초선 5인의 행동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지난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초선 5인의 반성문에 대해 “선거에 지면 100가지의 이유가 만들어진다”며 “이런 식의 분석은 실제로 이후에 해법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민주당 소신파로 분류되는 조응천 의원은 비대위에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지난 14일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폭력적으로 쇄신을 막는 행위를 좌시하지 말고, 소수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다수 당원과 뜻있는 젊은 의원들을 보호하라”고 촉구했다. 쇄신을 위해 꾸려진 비대위라면 당내 소신 발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조 의원은 비대위에게 폭력적 언행을 수수방관하지 말라며 따져 물었다.

민주당을 발칵 뒤집은 초선 5인의 이른바 ‘조국 반성문’ 이후 재선 의원과 3선 의원들도 연이어 반성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선수가 높아질수록 초선 의원들이 발표한 조 전 장관에 대한 언급은 사라졌다.

지난 12일 모인 민주당 재선 의원들은 당이 나가야 할 길에 대해 논의한 뒤 49명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2030을 비롯한 초선 의원들의 반성 메시지에 적극 공감한다”고 운을 뗐다.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목소리를 듣는 것에 부족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사실상 초선 의원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건넨 것이다. 

이들은 “정치개혁 과정에서 민생에 소홀했으며, 과오를 인정하는 것에 정정당당하지 못했다. 깊이 반성하고 성찰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초선 의원들의 반성문과 비교했을 때 ‘맹탕’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물론 재선 의원 49명이 공동으로 이름을 올린 만큼, 이해관계와 공감대 형성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란 시각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금기어인 조 전 장관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튿날 모인 3선 의원들은 더욱 엎드린 자세를 취했다. 이날 이들은 당의 중추로써 재보선에 확인된 민심에 큰 책임을 갖고 반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뿐, 초·재선 의원에 비해서는 무게감이 오히려 줄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로 윤관석 의원은 ‘조국 사태에 대해 별도 언급이 있었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대답했다. 또 일부 강성 당원들의 초선 의원 공개 비판에 대해 “당심” “당을 위한 관심과 충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초선 의원이 아닌 당원들을 감싼 셈이다.

서영교 의원 역시 “누구를 탓 하지 말고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며 에둘러 표현했다.

관심과 충정
제식구 감싸기

앞서 민주당 소신파로 분류되는 박용진 의원은 지난 11일 초선 의원들의 반성문에 대해 “초선 의원님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힘을 실어준 바 있다. 하지만 선수가 올라갈수록 당원들을 감싸거나 초선 의원들을 지적하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오는 형국이다.

강성 당원들의 발언에 민주당이 이토록 내분 아닌 내분을 겪는 까닭은 뭘까. 강성 당원들의 탄생 시점과 그간 이들이 민주당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살펴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내는 이들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출발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대권에 도전했다. 앞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범진보 진영 지지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는 비극을 맞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인 만큼 이들을 지지하기 위한 굳건한 팬덤이 꾸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자책했던 이들은, 문 대통령 만큼은 꼭 지켜내자는 공감대 속에 대거 당원으로 가입했다. 이후 당의 비공식적 주류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강성 당원들의 수는 2000~3000명으로 추산된다. 민주당 전체 당원 170만명 가운데 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이 어떻게 비공식적 주류가 된 것일까. 민주당의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등을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에서는 강성 당원들의 표심이 승패를 가른다. 이들은 비록 소수에 불과하지만 집단 행동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 지도부 선출은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국민 10%, 일반 당원 5%의 비중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경선 가운데 권리당원 득표율이 가장 높았던 5명의 후보가 모두 당선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재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이 와중에 발생한 ‘초선 5적 사건’에 출마자들의 입장이 각기 다른 것도 강성 당원의 힘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2012 대선 이후 결집한 ‘팬덤’
차기 지도부 주목…혁신? 정체?

우선 송영길 의원은 ‘바람직한 행태가 아니다’라고 쓴소리를 냈다. 송 의원은 지난 15일 “견해가 다르다고 해당 행위로 규정하고 공격하는 행위는 당의 건강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를 묵과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의 이견이 수렴될 통로가 차단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온전하게 열린 정당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홍영표 의원의 입장은 달랐다. 문자폭탄에 민심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제가 정치인 중에서 문자폭탄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 중 하나”라며 “문자가 절대로 한 목소리로만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자폭탄이라 하더라도 이를 민심의 소리로 듣는다는 설명이었다. 

우원식 의원 역시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우 의원은 “강성 지지층이 다양한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분위기를 억압한다고 해서 그들의 표현을 막는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당원을 구분하고 선 긋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원들 모두 ‘진심 당원’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단 당 대표 선거를 앞둔 후보들의 목소리만 다른 것은 아니다.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의원들 역시 서로 이견을 보였다.

박완주 의원은 지난 14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이 그동안 침묵하고 방관했다”고 꼬집었다. 강성 당원의 행위가 건전한 논의를 위협한다고도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튿날 KBS 라디오에서도 “과대한 당심, 왜곡된 당심에 대해서는 원내대표를 떠나 중진으로서 교정하고 수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윤호중 의원은 지난 14일 언론 인터뷰에서 “의원들에게 자유롭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는 방향 자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열혈 지지자분들께 당부드리고 싶은 건 (의원들이)개별 현안마다 각자 다른 입장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성 당원들의 표현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이들의 행위 자체는 부정하지 않은 셈이다. 이들 중 윤 의원이 지난 16일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당권 따라
결정될까

민주당은 재보선 참패 이후 일주일 넘는 시간 동안 강성 당원 눈치보기에 쇄신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앞서 비대위가 꾸려졌을 때에도 비대위원장이 친문 중진인 도 의원으로 정해지면서 ‘김 빠진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의 차기 당 대표가 누가 될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쇄신의 길로 걸어갈지, 도로 친문으로 회귀할지에 대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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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