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가르는 ‘극성 친문’ 내막

같이 걸을까 따로 달릴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소란스럽다. 재보선 참패 원인을 테이블에 놓고 나서부터다. 민주당 의원들로서는 스스로에게서 잘못을 찾는 격이었다. 쉽지 않았지만 이들은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하지만 돌아온 건 강성 당원들의 수위 높은 비난이었다. 당을 향한 충정으로 감안할 수 있겠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지적이다. 또 의원들의 시각차가 분명해지면서 당내 갈등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4·7 재보궐선거 후폭풍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그대로 관통하고 있다. 1년짜리 서울·부산 시장이었다는 자기합리화에 빠지려 해도, 표 차이는 간과하기 어려웠다. 민주당이 주요 선거에서 참패한 건 2016년 총선 이후 5년 만이다.

5년 만에
판정패

당은 즉각 외형적 쇄신 절차에 돌입했다. 우선 지도부가 총 사퇴했다. 김태년 당시 당 대표 대행은 “국민들께서 됐다고 할 때까지 당 내부 공정과 정의를 바로세우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아섰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전당대회와 원내대표 선거를 앞당겼다.

다음은 내형적 쇄신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의 자성이 뒤따랐다. 첫 출발은 민주당 2030 초선 의원들이 끊었다. 하지만 이들의 반성문은 곧 당내 갈등으로 비화됐다. 왜일까?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의원은 지난 9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고 밝혔다.


‘조국’은 민주당 내에서 성역화된 금기어다. 평소 검찰개혁을 주장했던 그는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뒤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그의 가족들까지 수사선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결국 그는 사퇴를 결정했다.

국민은 갈라섰다. 서초동 집회가 대표적이다. 한 쪽에서는 조국 수호를, 다른 한 쪽에서는 조국 퇴진을 외쳤다. 정치권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조국을 끌어안았고, 국민의힘은 조국 때리기에 나섰다.

민주당의 방어는 필사적이었다. 소신 발언으로 조 전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했던 금태섭 전 의원은 징계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금 전 의원은 민주당을 떠났다.

여론은 다시 격렬하게 갈라섰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가 1심 판결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아서다. 특히, 자녀의 부정입학 의혹에 대해선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오히려 검찰개혁을 최우선 의제로 못 박았다.

선거 패배 이후 ‘초선 5적’으로 시끌
소신 vs 주류 이어 친문 vs 비문 구도?

이런 배경 아래 초선 의원들의 이른바 ‘조국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문빠’로 통하는 강성 당원들 사이에서 그랬다. 이들은 5명의 초선 의원들을 향해 ‘초선 5적’이라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구한말 매국노 을사오적에 빗댄 표현이다.

‘초선족’이라는 비아냥도 쏟아졌다. 초선과 조선족을 합친 말이다.


강성 당원들의 비판에 민주당이 발칵 뒤집혔다. 초선 5인에 대한 ‘문자 폭탄’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당내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쇄신이라는 전제 하에 소신 발언을 냈지만 이를 입막음한 것과 다름없다는 입장과 당심이 곧 민심이기에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맞붙었다.

강성 당원들이 이른바 친문 진영에 속하는 만큼 친문 의원과 비문 의원의 대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민주당 중진 의원들은 강성 당원들의 이번 행위를 ‘당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명명했다. 5선의 변재일·안민석·이상민 의원과 4선 노웅래·안규백·정성호 의원은 공동 성명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지난 15일 “자기 생각과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불문곡직하고 적대시하는 것”이라며 “초선 의원들이 선거 참패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제기한 의견을 있는 그대로 경청하고, 타당한 내용이면 당의 정책 기조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돌 맞을 일이 있다면 중진 의원들이 더 큰 책임으로 대신 맞겠다며 초선 의원들을 감쌌다. 앞서 지난 13일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초선 5인을 향해 ‘초선의 난’ ‘배은망덕’이라는 표현과 함께 권리당원 성명서가 게재된 바 있다.

중진 의원들은 “초선 의원들이 선거 참패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제기한 의견을 있는 그대로 경청하고, 타당한 내용이면 당의 정책 기조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입막음?
민심?

이들이 직접 나선 데에는 앞서 초선 5인 중 한 명인 장경태 의원의 사과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 의원이 강성 당원들의 문자 폭탄을 견디지 못해 사과하는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장 의원은 반성문 발표 이후 같은 날 지인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진심으로 미안하다”며 “조 전 장관께서 고초를 겪으실 때 그 짐을 저희가 떠안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 의원들은 강성 당원들을 감싸며 오히려 초선 5인의 행동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지난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초선 5인의 반성문에 대해 “선거에 지면 100가지의 이유가 만들어진다”며 “이런 식의 분석은 실제로 이후에 해법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민주당 소신파로 분류되는 조응천 의원은 비대위에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지난 14일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폭력적으로 쇄신을 막는 행위를 좌시하지 말고, 소수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다수 당원과 뜻있는 젊은 의원들을 보호하라”고 촉구했다. 쇄신을 위해 꾸려진 비대위라면 당내 소신 발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조 의원은 비대위에게 폭력적 언행을 수수방관하지 말라며 따져 물었다.

민주당을 발칵 뒤집은 초선 5인의 이른바 ‘조국 반성문’ 이후 재선 의원과 3선 의원들도 연이어 반성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선수가 높아질수록 초선 의원들이 발표한 조 전 장관에 대한 언급은 사라졌다.

지난 12일 모인 민주당 재선 의원들은 당이 나가야 할 길에 대해 논의한 뒤 49명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2030을 비롯한 초선 의원들의 반성 메시지에 적극 공감한다”고 운을 뗐다.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목소리를 듣는 것에 부족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사실상 초선 의원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건넨 것이다. 

이들은 “정치개혁 과정에서 민생에 소홀했으며, 과오를 인정하는 것에 정정당당하지 못했다. 깊이 반성하고 성찰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초선 의원들의 반성문과 비교했을 때 ‘맹탕’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물론 재선 의원 49명이 공동으로 이름을 올린 만큼, 이해관계와 공감대 형성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란 시각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금기어인 조 전 장관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튿날 모인 3선 의원들은 더욱 엎드린 자세를 취했다. 이날 이들은 당의 중추로써 재보선에 확인된 민심에 큰 책임을 갖고 반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뿐, 초·재선 의원에 비해서는 무게감이 오히려 줄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로 윤관석 의원은 ‘조국 사태에 대해 별도 언급이 있었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대답했다. 또 일부 강성 당원들의 초선 의원 공개 비판에 대해 “당심” “당을 위한 관심과 충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초선 의원이 아닌 당원들을 감싼 셈이다.

서영교 의원 역시 “누구를 탓 하지 말고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며 에둘러 표현했다.

관심과 충정
제식구 감싸기

앞서 민주당 소신파로 분류되는 박용진 의원은 지난 11일 초선 의원들의 반성문에 대해 “초선 의원님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힘을 실어준 바 있다. 하지만 선수가 올라갈수록 당원들을 감싸거나 초선 의원들을 지적하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오는 형국이다.

강성 당원들의 발언에 민주당이 이토록 내분 아닌 내분을 겪는 까닭은 뭘까. 강성 당원들의 탄생 시점과 그간 이들이 민주당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살펴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내는 이들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출발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대권에 도전했다. 앞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범진보 진영 지지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는 비극을 맞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인 만큼 이들을 지지하기 위한 굳건한 팬덤이 꾸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자책했던 이들은, 문 대통령 만큼은 꼭 지켜내자는 공감대 속에 대거 당원으로 가입했다. 이후 당의 비공식적 주류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강성 당원들의 수는 2000~3000명으로 추산된다. 민주당 전체 당원 170만명 가운데 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이 어떻게 비공식적 주류가 된 것일까. 민주당의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등을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에서는 강성 당원들의 표심이 승패를 가른다. 이들은 비록 소수에 불과하지만 집단 행동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 지도부 선출은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국민 10%, 일반 당원 5%의 비중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경선 가운데 권리당원 득표율이 가장 높았던 5명의 후보가 모두 당선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재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이 와중에 발생한 ‘초선 5적 사건’에 출마자들의 입장이 각기 다른 것도 강성 당원의 힘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2012 대선 이후 결집한 ‘팬덤’
차기 지도부 주목…혁신? 정체?

우선 송영길 의원은 ‘바람직한 행태가 아니다’라고 쓴소리를 냈다. 송 의원은 지난 15일 “견해가 다르다고 해당 행위로 규정하고 공격하는 행위는 당의 건강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를 묵과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의 이견이 수렴될 통로가 차단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온전하게 열린 정당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홍영표 의원의 입장은 달랐다. 문자폭탄에 민심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제가 정치인 중에서 문자폭탄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 중 하나”라며 “문자가 절대로 한 목소리로만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자폭탄이라 하더라도 이를 민심의 소리로 듣는다는 설명이었다. 

우원식 의원 역시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우 의원은 “강성 지지층이 다양한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분위기를 억압한다고 해서 그들의 표현을 막는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당원을 구분하고 선 긋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원들 모두 ‘진심 당원’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단 당 대표 선거를 앞둔 후보들의 목소리만 다른 것은 아니다.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의원들 역시 서로 이견을 보였다.

박완주 의원은 지난 14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이 그동안 침묵하고 방관했다”고 꼬집었다. 강성 당원의 행위가 건전한 논의를 위협한다고도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튿날 KBS 라디오에서도 “과대한 당심, 왜곡된 당심에 대해서는 원내대표를 떠나 중진으로서 교정하고 수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윤호중 의원은 지난 14일 언론 인터뷰에서 “의원들에게 자유롭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는 방향 자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열혈 지지자분들께 당부드리고 싶은 건 (의원들이)개별 현안마다 각자 다른 입장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성 당원들의 표현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이들의 행위 자체는 부정하지 않은 셈이다. 이들 중 윤 의원이 지난 16일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당권 따라
결정될까

민주당은 재보선 참패 이후 일주일 넘는 시간 동안 강성 당원 눈치보기에 쇄신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앞서 비대위가 꾸려졌을 때에도 비대위원장이 친문 중진인 도 의원으로 정해지면서 ‘김 빠진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의 차기 당 대표가 누가 될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쇄신의 길로 걸어갈지, 도로 친문으로 회귀할지에 대해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