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풍’ 맞은 이재명 세 가지 묘수

검과의 전쟁 서막 올랐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걱정이 현실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빨을 드러내는 중이다.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2부와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지난 1일, 이 대표에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조사를 위해 출석해달라고 통보했다. 수사팀이 이 대표에게 제시한 소환 시점은 지난 6일 오전 10시였다.

지난 1일 오전 11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핸드폰에 문자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발신자는 오랜 시간 이 대표와 함께 일한 김현지 보좌관으로, 문자에는 “백현동,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김문기 모른다 한 거 관련 의원님 출석 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라 적혀 있었다.

시작된
힘겨루기

문자 말미에는 “전쟁입니다”라 쓰여 있었다. 이 대표 의원실 직원들에게 검찰의 출석 요구는 그야말로 ‘전쟁’으로 받아들여진 모양새다.

이 대표 의원실이 받은 출석 요구서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대선 기간 중 이 대표가 발언했던 대장동, 백현동의 개발 이익에 관련해 부인했던 점과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에 대해 “모른다”고 발언했던 점을 문제삼아 기소를 준비 중이다.

이 대표에게 걸려 있는 많고 많은 혐의 중에 ‘허위사실 공표죄’가 먼저 거론되는 것은 공소시효의 만료 시점 때문이다. 선거법상 선거 기간 중 했던 ‘허위사실 공표’의 공소 시효는 6개월이다. 검찰은 지난 3월 치러진 대선서의 혐의를 지난 9일 자정 전에 기소해야만 했다. 


이번에 대장동, 백현동의 개발 이익에 관한 이 대표의 발언 중 검찰이 문제삼는 것은 지난해 10월 경기도지사 시절 국정감사에서 했던 발언이다.

국감 자리에서 이 대표는 “국토부가 공문으로 용도변경을 요청해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 응할 수밖에 없었다”며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발언했다. 

이로부터 얼마 후 국토부 노조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부지 개발과 관련해 ‘국토부가 협박했다’는 발언으로 국토부 공무원들의 사기를 저하한 것을 사과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인용해 당시 대통령 후보의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라 판단하고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국토부 노조 측은 이 대표가 궁지에 몰리자 논란의 화살을 힘없는 공무원 측에 돌렸다며 구체적인 근거자료를 함께 제시했던 참이었다. 

김 전 처장에 대한 발언과 관련해서도 뒤늦게 여러 증거가 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김 전 처장의 소식을 접한 후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고 알게 된 것은 도지사 후 개발이익 확보와 관련된 재판(2019년 1월)을 받을 때였다”며 “하위 직원이었으니까 시장 재직 때는 몰랐던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혀 몰랐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세간의 평가가 이어졌다. 두 사람이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새로운 증거가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2015년 1월, 그가 김 처장과 함께 해외로 출장을 갔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보도에 따르면 이 대표는 판교에 노면 전차 도입을 추진하면서 시찰단(총 12명)과 함께 호주와 뉴질랜드로 출장을 갔는데, 이 시찰단에 김 전 처장이 포함돼있었다.

당시 언론은 시찰 당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을 함께 보도해 파급력을 배가시켰다. 물론 동영상에는 김 처장과 이 대표가 함께 담겨있었다.

또 2009년 한 세미나에서도 둘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파악됐다. 해당 세미나는 성남 야탑3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것으로 이 대표는 당시 성남정책연구원이었던 김 전 처장과 함께 토론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만남은 사진과 영상에 남아있는 것만 수차례고, 실제로는 더 많이 만났다는 제보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이를 들은 대중은 “전혀 몰랐다”는 이 대표의 주장을 설득력 없는 변명으로 치부했다. 

허위사실 공표죄 남은 공소시효…소환 통보
서면 답변으로 일단락? 남은 죄목 더 있어

이 같은 의혹들과 관련해 검찰이 이 대표를 직접 소환해 조사하려 한 것이다. 공소시효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검찰은 지난 6일, 소환조사를 통해 백현동 사건과 관련해 성남지청 수사팀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장 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소환에 최종 ‘불응’했다. 당초 이 대표의 ‘정면 돌파’ 스타일상 소환에 응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으나 민주당은 기나긴 의원총회 끝에 “이 대표는 검찰에 출석하지 않고 서면으로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5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이 대표 검찰 소환’건으로 몇 시간 동안 마라톤 토론을 펼쳤다. 이날 의총 끝에 민주당은 세 가지 결론을 냈다.

의총에 참여한 민주당 의원들은 첫 번째로 이 대표가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것을 권유했고, 두 번째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 발의였다. 나머지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을 허위사실 공표죄로 검찰에 고발하자는 것이었다. 현행법상 대통령은 임기 중 형사소추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효성이 없는 정치적 고발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정치적이자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무리한 고발에서 보여주듯,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야권 탄압’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정권을 잡은 여당 쪽에서 야당 대표에게 무리한 기소를 진행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받아든 ‘검찰 소환’ 카드는 마냥 나쁜 패만은 아니라는 것이 민주당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몇몇 민주당 인사는 이를 잘 활용하면 몇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우선, 검찰 소환에 응하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강하게 결집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항간의 분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실 호남쪽 민심이 이 대표에게 많이 좋지 않다”며 “그러나 호남 유권자들이 특히 이런 거(검찰 수사)에 관심이 많다. 이 대표가 만일 검찰 수사를 받아 포토라인에 선다면 이들의 마음이 동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는 큰 표 차이로 2위 후보인 박용진 의원을 따돌린 바 있다. 이 대표는 연이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70% 후반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이는 호남권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남·광주지역 순회 경선에서 이 대표는 79.02%와 78.58%를 각각 기록했다.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던 결과다.

전화위복
오히려 좋다?

그러나 투표율이 저조했다. 높은 득표율을 얻었음에도 ‘알맹이 없는 전당대회’라는 평가는 이 때문에 나왔다. 권리당원의 35%가 포진돼있는 호남에서 전국 투표율의 평균을 한참 밑도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평균 투표율은 37.69%다. 여기서 호남지역 투표율은 35.49%(전북 34.07%, 전남 37.52%, 광주 34.18%)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평균 투표율 42.74%보다 약 5%p 낮은 수치고, 2020년 전당대회 당시(41.03%)보다도 낮은 수치다.


전당대회 후, 회복되지 못한 호남 민심은 민주당 지도부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실제 지난 대선에서도 이 대표는 80%대 중반의 호남 득표율을 기록하며 지난 역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들보다 10%p가량 낮은 득표율을 얻었다.

이때 윤 대통령은 10%대 초반의 득표를 기록하며 호남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보수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대선 후, 호남에서 좀 더 압도적인 지지가 있었으면 이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뤘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진 득표율 차이가 고작 0.73%p였기 때문이다. 

민주당 전통 지지자가 즐비한 호남권에는 검찰에 대한 강한 불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몇 년간 호남권에서 강하게 지지를 받았던 민주당 출신 정치인들이 검찰로부터 수사를 유난히 많이 받았던 탓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며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은 세종증권 관련 주식 조작과 관련된 수사에서 몇몇 정치인에게 뇌물을 살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그 몇몇 정치인 중 노 전 대통령의 이름도 올라가 있던 것이다.

검찰의 수사는 노 전 대통령에게 빠르게 좁혀져갔다. 그의 형 건평씨를 비롯해 이광재 전 민주당 의원,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 권영숙 여사 등이 줄줄이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마침내 2009년 4월30일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해 조사했다.

이는 세 번째 전직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였다. 소환 조사가 있고 약 한 달 후, 검찰 수사에 큰 스트레스를 받던 노 전 대통령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이때의 검찰 수사를 아직도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이 대표마저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는다면 ‘호남 쪽 지지자들의 시각이 조금은 달리지지 않겠냐’는 것이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이 대표가 소환조사를 받는다면 앞으로의 수사가 많이 남아있는 검찰이 한층 더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는 주장도 이어진다. 앞서 밝혔듯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이번에 기소된 ‘허위사실 공표’뿐만이 아니다.

그를 향한 검찰의 칼날은 다섯개나 더 남아있다.

호남 반등
재판 유리?

검찰은 지난해부터, 그리고 지방선거가 끝난 후부터 여러 개의 혐의점을 갖고 이 대표를 수사 중이다. ▲대장동, 백현동 특혜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경기주택도시공사 합숙소 선거캠프 사용 의혹 등이다.

그동안 말 많았던 ▲배우자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이 대표를 송치 대상에서 제외하며 검찰 수사망을 벗어나게 됐다.

한 법조계 인사는 앞으로의 수사를 여론전에서 유리하게 끌고 가려면 검찰 소환에 응하는 모습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검찰도 사람이 이끄는 조직이다 보니 이런저런 분위기를 탈 때가 종종 있다”며 “특히 정치인에 대한 수사할 때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야당 탄압’이라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 유력 인사가 적극적으로 검찰에 협조해 수사받는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면 검찰에 부정적인 여론이 배가될 것이라는 게 일부의 시각이다.

지속해서 검찰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은 모습만 알려진다면 정치인으로서도, 수사받는 피의자로서도 좋지 않은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 아래서다.

기소에 이어 재판을 받아야 하는 이 대표가 재판부에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도 남겨놔야 한다는 지적 또한 존재한다. 검찰 수사를 기피하는 모양새는 어떤 이유였건 재판부의 판단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첫 소환 통보를 거부한 이 대표는 ‘서면조사’에 응할 뜻을 함께 밝혔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이 대표가 검찰의 서면조사 요구를 받아들여 서면진술 답변을 했으므로 출석요구사유가 소멸돼 출석하지 않는다”며 “이 대표는 꼬투리잡기식 정치탄압에 끌려다니지 않을 것”이라고 언론에 알렸다.

출석은 거부했으나 기본적인 검찰의 수사에는 협조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한편,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진척된 만큼 김 여사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붙이라는 뜻을 역으로 전달했다. 

‘김건희 특검법’ 발의
맞불 전략 명분 생겨

‘김건희 리스크’는 이 대표의 ‘대장동 리스크’처럼 지난 대선 기간 내내 윤 대통령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던 악재였다. 김 여사는 지난 대선 기간에 나온 것만 3건이 넘는다. 그중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허위 경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와 ‘사기’ 혐의, 그리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다.

김 여사는 2001년 2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한림성심대·서일대·수원여대·안양대·국민대 등 5개 대학의 시간강사·겸임교원 채용에 지원하면서 허위 경력이 기재된 이력서를 제출해 채용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 등 몇몇 시민단체는 지난해 11월 김 여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허위 이력서에 대한 수사를 지난 5월에서야 본격적으로 착수한 경찰은 수개월의 수사 끝에 지난 5일 ‘혐의 없음’으로 결론짓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도 검찰 내부에서 이미 ‘무혐의’로 결론지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아직 검찰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었지만, 신빙성 있는 증언과 보도자료를 접한 민주당은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당은 그런 사법기관의 수사 의지 자체를 의심하고 있다. 지난 4월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이미 주가조작 공범들의 공소장에 나온 수많은 김건희씨의 계좌 통정거래 정황 등은 김(건희)씨가 단순 연루자가 아니라 핵심 공범임을 가리키고 있다”며 “이는 결론은 내놓고 짜맞추기 소환쇼를 하겠다는 것”이라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속적으로 김 여사에 대한 ‘특검’을 주장하고 있었다. 사법기관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민주당은 김 여사의 혐의만을 수사할 별도의 특별검찰 수사팀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은 명분이 없었다.

수사기관의 ‘의지’에 대한 의심만으로 특검을 도입할 동력이 부족했던 셈이다. 그런 민주당에게 좋은 명분이 생겼다. 야당 대표를 소환 조사할 정도로 수사 의지가 투철한 사법기관이 왜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미온적이냐는 대중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결국 민주당 지난 5일 ‘김건희 특검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고 언론에 알렸다.

위기가 
기회로?

그동안 정계에서는 위기가 기회로 작용하곤 했다. 검찰 소환조사 통보를 받은 이 대표는 이번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 ‘검찰로의 소환’이 호남에서의 지지율 반등, 재판에서의 유리한 위치 선점, 김 여사 수사에 대한 압박 등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민생을 책임지겠다고 호언장담하며 민주당 대표로 당선된 이 의원이 본인의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 빠져나올지 유권자들은 지켜보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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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