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풍’ 맞은 이재명 세 가지 묘수

검과의 전쟁 서막 올랐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걱정이 현실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빨을 드러내는 중이다.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2부와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지난 1일, 이 대표에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조사를 위해 출석해달라고 통보했다. 수사팀이 이 대표에게 제시한 소환 시점은 지난 6일 오전 10시였다.

지난 1일 오전 11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핸드폰에 문자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발신자는 오랜 시간 이 대표와 함께 일한 김현지 보좌관으로, 문자에는 “백현동,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김문기 모른다 한 거 관련 의원님 출석 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라 적혀 있었다.

시작된
힘겨루기

문자 말미에는 “전쟁입니다”라 쓰여 있었다. 이 대표 의원실 직원들에게 검찰의 출석 요구는 그야말로 ‘전쟁’으로 받아들여진 모양새다.

이 대표 의원실이 받은 출석 요구서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대선 기간 중 이 대표가 발언했던 대장동, 백현동의 개발 이익에 관련해 부인했던 점과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에 대해 “모른다”고 발언했던 점을 문제삼아 기소를 준비 중이다.

이 대표에게 걸려 있는 많고 많은 혐의 중에 ‘허위사실 공표죄’가 먼저 거론되는 것은 공소시효의 만료 시점 때문이다. 선거법상 선거 기간 중 했던 ‘허위사실 공표’의 공소 시효는 6개월이다. 검찰은 지난 3월 치러진 대선서의 혐의를 지난 9일 자정 전에 기소해야만 했다. 


이번에 대장동, 백현동의 개발 이익에 관한 이 대표의 발언 중 검찰이 문제삼는 것은 지난해 10월 경기도지사 시절 국정감사에서 했던 발언이다.

국감 자리에서 이 대표는 “국토부가 공문으로 용도변경을 요청해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 응할 수밖에 없었다”며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발언했다. 

이로부터 얼마 후 국토부 노조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부지 개발과 관련해 ‘국토부가 협박했다’는 발언으로 국토부 공무원들의 사기를 저하한 것을 사과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인용해 당시 대통령 후보의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라 판단하고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국토부 노조 측은 이 대표가 궁지에 몰리자 논란의 화살을 힘없는 공무원 측에 돌렸다며 구체적인 근거자료를 함께 제시했던 참이었다. 

김 전 처장에 대한 발언과 관련해서도 뒤늦게 여러 증거가 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김 전 처장의 소식을 접한 후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고 알게 된 것은 도지사 후 개발이익 확보와 관련된 재판(2019년 1월)을 받을 때였다”며 “하위 직원이었으니까 시장 재직 때는 몰랐던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혀 몰랐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세간의 평가가 이어졌다. 두 사람이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새로운 증거가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2015년 1월, 그가 김 처장과 함께 해외로 출장을 갔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보도에 따르면 이 대표는 판교에 노면 전차 도입을 추진하면서 시찰단(총 12명)과 함께 호주와 뉴질랜드로 출장을 갔는데, 이 시찰단에 김 전 처장이 포함돼있었다.

당시 언론은 시찰 당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을 함께 보도해 파급력을 배가시켰다. 물론 동영상에는 김 처장과 이 대표가 함께 담겨있었다.

또 2009년 한 세미나에서도 둘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파악됐다. 해당 세미나는 성남 야탑3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것으로 이 대표는 당시 성남정책연구원이었던 김 전 처장과 함께 토론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만남은 사진과 영상에 남아있는 것만 수차례고, 실제로는 더 많이 만났다는 제보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이를 들은 대중은 “전혀 몰랐다”는 이 대표의 주장을 설득력 없는 변명으로 치부했다. 

허위사실 공표죄 남은 공소시효…소환 통보
서면 답변으로 일단락? 남은 죄목 더 있어

이 같은 의혹들과 관련해 검찰이 이 대표를 직접 소환해 조사하려 한 것이다. 공소시효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검찰은 지난 6일, 소환조사를 통해 백현동 사건과 관련해 성남지청 수사팀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장 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소환에 최종 ‘불응’했다. 당초 이 대표의 ‘정면 돌파’ 스타일상 소환에 응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으나 민주당은 기나긴 의원총회 끝에 “이 대표는 검찰에 출석하지 않고 서면으로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5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이 대표 검찰 소환’건으로 몇 시간 동안 마라톤 토론을 펼쳤다. 이날 의총 끝에 민주당은 세 가지 결론을 냈다.

의총에 참여한 민주당 의원들은 첫 번째로 이 대표가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것을 권유했고, 두 번째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 발의였다. 나머지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을 허위사실 공표죄로 검찰에 고발하자는 것이었다. 현행법상 대통령은 임기 중 형사소추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효성이 없는 정치적 고발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정치적이자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무리한 고발에서 보여주듯,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야권 탄압’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정권을 잡은 여당 쪽에서 야당 대표에게 무리한 기소를 진행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받아든 ‘검찰 소환’ 카드는 마냥 나쁜 패만은 아니라는 것이 민주당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몇몇 민주당 인사는 이를 잘 활용하면 몇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우선, 검찰 소환에 응하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강하게 결집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항간의 분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실 호남쪽 민심이 이 대표에게 많이 좋지 않다”며 “그러나 호남 유권자들이 특히 이런 거(검찰 수사)에 관심이 많다. 이 대표가 만일 검찰 수사를 받아 포토라인에 선다면 이들의 마음이 동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는 큰 표 차이로 2위 후보인 박용진 의원을 따돌린 바 있다. 이 대표는 연이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70% 후반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이는 호남권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남·광주지역 순회 경선에서 이 대표는 79.02%와 78.58%를 각각 기록했다.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던 결과다.

전화위복
오히려 좋다?

그러나 투표율이 저조했다. 높은 득표율을 얻었음에도 ‘알맹이 없는 전당대회’라는 평가는 이 때문에 나왔다. 권리당원의 35%가 포진돼있는 호남에서 전국 투표율의 평균을 한참 밑도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평균 투표율은 37.69%다. 여기서 호남지역 투표율은 35.49%(전북 34.07%, 전남 37.52%, 광주 34.18%)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평균 투표율 42.74%보다 약 5%p 낮은 수치고, 2020년 전당대회 당시(41.03%)보다도 낮은 수치다.


전당대회 후, 회복되지 못한 호남 민심은 민주당 지도부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실제 지난 대선에서도 이 대표는 80%대 중반의 호남 득표율을 기록하며 지난 역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들보다 10%p가량 낮은 득표율을 얻었다.

이때 윤 대통령은 10%대 초반의 득표를 기록하며 호남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보수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대선 후, 호남에서 좀 더 압도적인 지지가 있었으면 이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뤘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진 득표율 차이가 고작 0.73%p였기 때문이다. 

민주당 전통 지지자가 즐비한 호남권에는 검찰에 대한 강한 불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몇 년간 호남권에서 강하게 지지를 받았던 민주당 출신 정치인들이 검찰로부터 수사를 유난히 많이 받았던 탓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며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은 세종증권 관련 주식 조작과 관련된 수사에서 몇몇 정치인에게 뇌물을 살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그 몇몇 정치인 중 노 전 대통령의 이름도 올라가 있던 것이다.

검찰의 수사는 노 전 대통령에게 빠르게 좁혀져갔다. 그의 형 건평씨를 비롯해 이광재 전 민주당 의원,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 권영숙 여사 등이 줄줄이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마침내 2009년 4월30일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해 조사했다.

이는 세 번째 전직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였다. 소환 조사가 있고 약 한 달 후, 검찰 수사에 큰 스트레스를 받던 노 전 대통령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이때의 검찰 수사를 아직도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이 대표마저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는다면 ‘호남 쪽 지지자들의 시각이 조금은 달리지지 않겠냐’는 것이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이 대표가 소환조사를 받는다면 앞으로의 수사가 많이 남아있는 검찰이 한층 더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는 주장도 이어진다. 앞서 밝혔듯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이번에 기소된 ‘허위사실 공표’뿐만이 아니다.

그를 향한 검찰의 칼날은 다섯개나 더 남아있다.

호남 반등
재판 유리?

검찰은 지난해부터, 그리고 지방선거가 끝난 후부터 여러 개의 혐의점을 갖고 이 대표를 수사 중이다. ▲대장동, 백현동 특혜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경기주택도시공사 합숙소 선거캠프 사용 의혹 등이다.

그동안 말 많았던 ▲배우자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이 대표를 송치 대상에서 제외하며 검찰 수사망을 벗어나게 됐다.

한 법조계 인사는 앞으로의 수사를 여론전에서 유리하게 끌고 가려면 검찰 소환에 응하는 모습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검찰도 사람이 이끄는 조직이다 보니 이런저런 분위기를 탈 때가 종종 있다”며 “특히 정치인에 대한 수사할 때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야당 탄압’이라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 유력 인사가 적극적으로 검찰에 협조해 수사받는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면 검찰에 부정적인 여론이 배가될 것이라는 게 일부의 시각이다.

지속해서 검찰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은 모습만 알려진다면 정치인으로서도, 수사받는 피의자로서도 좋지 않은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 아래서다.

기소에 이어 재판을 받아야 하는 이 대표가 재판부에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도 남겨놔야 한다는 지적 또한 존재한다. 검찰 수사를 기피하는 모양새는 어떤 이유였건 재판부의 판단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첫 소환 통보를 거부한 이 대표는 ‘서면조사’에 응할 뜻을 함께 밝혔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이 대표가 검찰의 서면조사 요구를 받아들여 서면진술 답변을 했으므로 출석요구사유가 소멸돼 출석하지 않는다”며 “이 대표는 꼬투리잡기식 정치탄압에 끌려다니지 않을 것”이라고 언론에 알렸다.

출석은 거부했으나 기본적인 검찰의 수사에는 협조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한편,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진척된 만큼 김 여사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붙이라는 뜻을 역으로 전달했다. 

‘김건희 특검법’ 발의
맞불 전략 명분 생겨

‘김건희 리스크’는 이 대표의 ‘대장동 리스크’처럼 지난 대선 기간 내내 윤 대통령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던 악재였다. 김 여사는 지난 대선 기간에 나온 것만 3건이 넘는다. 그중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허위 경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와 ‘사기’ 혐의, 그리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다.

김 여사는 2001년 2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한림성심대·서일대·수원여대·안양대·국민대 등 5개 대학의 시간강사·겸임교원 채용에 지원하면서 허위 경력이 기재된 이력서를 제출해 채용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 등 몇몇 시민단체는 지난해 11월 김 여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허위 이력서에 대한 수사를 지난 5월에서야 본격적으로 착수한 경찰은 수개월의 수사 끝에 지난 5일 ‘혐의 없음’으로 결론짓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도 검찰 내부에서 이미 ‘무혐의’로 결론지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아직 검찰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었지만, 신빙성 있는 증언과 보도자료를 접한 민주당은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당은 그런 사법기관의 수사 의지 자체를 의심하고 있다. 지난 4월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이미 주가조작 공범들의 공소장에 나온 수많은 김건희씨의 계좌 통정거래 정황 등은 김(건희)씨가 단순 연루자가 아니라 핵심 공범임을 가리키고 있다”며 “이는 결론은 내놓고 짜맞추기 소환쇼를 하겠다는 것”이라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속적으로 김 여사에 대한 ‘특검’을 주장하고 있었다. 사법기관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민주당은 김 여사의 혐의만을 수사할 별도의 특별검찰 수사팀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은 명분이 없었다.

수사기관의 ‘의지’에 대한 의심만으로 특검을 도입할 동력이 부족했던 셈이다. 그런 민주당에게 좋은 명분이 생겼다. 야당 대표를 소환 조사할 정도로 수사 의지가 투철한 사법기관이 왜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미온적이냐는 대중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결국 민주당 지난 5일 ‘김건희 특검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고 언론에 알렸다.

위기가 
기회로?

그동안 정계에서는 위기가 기회로 작용하곤 했다. 검찰 소환조사 통보를 받은 이 대표는 이번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 ‘검찰로의 소환’이 호남에서의 지지율 반등, 재판에서의 유리한 위치 선점, 김 여사 수사에 대한 압박 등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민생을 책임지겠다고 호언장담하며 민주당 대표로 당선된 이 의원이 본인의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 빠져나올지 유권자들은 지켜보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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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