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풍’ 맞은 이재명 세 가지 묘수

검과의 전쟁 서막 올랐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걱정이 현실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빨을 드러내는 중이다.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2부와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지난 1일, 이 대표에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조사를 위해 출석해달라고 통보했다. 수사팀이 이 대표에게 제시한 소환 시점은 지난 6일 오전 10시였다.

지난 1일 오전 11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핸드폰에 문자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발신자는 오랜 시간 이 대표와 함께 일한 김현지 보좌관으로, 문자에는 “백현동,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김문기 모른다 한 거 관련 의원님 출석 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라 적혀 있었다.

시작된
힘겨루기

문자 말미에는 “전쟁입니다”라 쓰여 있었다. 이 대표 의원실 직원들에게 검찰의 출석 요구는 그야말로 ‘전쟁’으로 받아들여진 모양새다.

이 대표 의원실이 받은 출석 요구서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대선 기간 중 이 대표가 발언했던 대장동, 백현동의 개발 이익에 관련해 부인했던 점과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에 대해 “모른다”고 발언했던 점을 문제삼아 기소를 준비 중이다.

이 대표에게 걸려 있는 많고 많은 혐의 중에 ‘허위사실 공표죄’가 먼저 거론되는 것은 공소시효의 만료 시점 때문이다. 선거법상 선거 기간 중 했던 ‘허위사실 공표’의 공소 시효는 6개월이다. 검찰은 지난 3월 치러진 대선서의 혐의를 지난 9일 자정 전에 기소해야만 했다. 

이번에 대장동, 백현동의 개발 이익에 관한 이 대표의 발언 중 검찰이 문제삼는 것은 지난해 10월 경기도지사 시절 국정감사에서 했던 발언이다.

국감 자리에서 이 대표는 “국토부가 공문으로 용도변경을 요청해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 응할 수밖에 없었다”며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발언했다. 

이로부터 얼마 후 국토부 노조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부지 개발과 관련해 ‘국토부가 협박했다’는 발언으로 국토부 공무원들의 사기를 저하한 것을 사과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인용해 당시 대통령 후보의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라 판단하고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국토부 노조 측은 이 대표가 궁지에 몰리자 논란의 화살을 힘없는 공무원 측에 돌렸다며 구체적인 근거자료를 함께 제시했던 참이었다. 

김 전 처장에 대한 발언과 관련해서도 뒤늦게 여러 증거가 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김 전 처장의 소식을 접한 후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고 알게 된 것은 도지사 후 개발이익 확보와 관련된 재판(2019년 1월)을 받을 때였다”며 “하위 직원이었으니까 시장 재직 때는 몰랐던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혀 몰랐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세간의 평가가 이어졌다. 두 사람이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새로운 증거가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2015년 1월, 그가 김 처장과 함께 해외로 출장을 갔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보도에 따르면 이 대표는 판교에 노면 전차 도입을 추진하면서 시찰단(총 12명)과 함께 호주와 뉴질랜드로 출장을 갔는데, 이 시찰단에 김 전 처장이 포함돼있었다.

당시 언론은 시찰 당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을 함께 보도해 파급력을 배가시켰다. 물론 동영상에는 김 처장과 이 대표가 함께 담겨있었다.

또 2009년 한 세미나에서도 둘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파악됐다. 해당 세미나는 성남 야탑3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것으로 이 대표는 당시 성남정책연구원이었던 김 전 처장과 함께 토론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만남은 사진과 영상에 남아있는 것만 수차례고, 실제로는 더 많이 만났다는 제보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이를 들은 대중은 “전혀 몰랐다”는 이 대표의 주장을 설득력 없는 변명으로 치부했다. 

허위사실 공표죄 남은 공소시효…소환 통보
서면 답변으로 일단락? 남은 죄목 더 있어

이 같은 의혹들과 관련해 검찰이 이 대표를 직접 소환해 조사하려 한 것이다. 공소시효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검찰은 지난 6일, 소환조사를 통해 백현동 사건과 관련해 성남지청 수사팀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장 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소환에 최종 ‘불응’했다. 당초 이 대표의 ‘정면 돌파’ 스타일상 소환에 응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으나 민주당은 기나긴 의원총회 끝에 “이 대표는 검찰에 출석하지 않고 서면으로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5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이 대표 검찰 소환’건으로 몇 시간 동안 마라톤 토론을 펼쳤다. 이날 의총 끝에 민주당은 세 가지 결론을 냈다.

의총에 참여한 민주당 의원들은 첫 번째로 이 대표가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것을 권유했고, 두 번째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 발의였다. 나머지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을 허위사실 공표죄로 검찰에 고발하자는 것이었다. 현행법상 대통령은 임기 중 형사소추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효성이 없는 정치적 고발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정치적이자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무리한 고발에서 보여주듯,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야권 탄압’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정권을 잡은 여당 쪽에서 야당 대표에게 무리한 기소를 진행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받아든 ‘검찰 소환’ 카드는 마냥 나쁜 패만은 아니라는 것이 민주당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몇몇 민주당 인사는 이를 잘 활용하면 몇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우선, 검찰 소환에 응하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강하게 결집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항간의 분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실 호남쪽 민심이 이 대표에게 많이 좋지 않다”며 “그러나 호남 유권자들이 특히 이런 거(검찰 수사)에 관심이 많다. 이 대표가 만일 검찰 수사를 받아 포토라인에 선다면 이들의 마음이 동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는 큰 표 차이로 2위 후보인 박용진 의원을 따돌린 바 있다. 이 대표는 연이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70% 후반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이는 호남권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남·광주지역 순회 경선에서 이 대표는 79.02%와 78.58%를 각각 기록했다.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던 결과다.

전화위복
오히려 좋다?

그러나 투표율이 저조했다. 높은 득표율을 얻었음에도 ‘알맹이 없는 전당대회’라는 평가는 이 때문에 나왔다. 권리당원의 35%가 포진돼있는 호남에서 전국 투표율의 평균을 한참 밑도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평균 투표율은 37.69%다. 여기서 호남지역 투표율은 35.49%(전북 34.07%, 전남 37.52%, 광주 34.18%)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평균 투표율 42.74%보다 약 5%p 낮은 수치고, 2020년 전당대회 당시(41.03%)보다도 낮은 수치다.

전당대회 후, 회복되지 못한 호남 민심은 민주당 지도부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실제 지난 대선에서도 이 대표는 80%대 중반의 호남 득표율을 기록하며 지난 역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들보다 10%p가량 낮은 득표율을 얻었다.

이때 윤 대통령은 10%대 초반의 득표를 기록하며 호남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보수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대선 후, 호남에서 좀 더 압도적인 지지가 있었으면 이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뤘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진 득표율 차이가 고작 0.73%p였기 때문이다. 

민주당 전통 지지자가 즐비한 호남권에는 검찰에 대한 강한 불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몇 년간 호남권에서 강하게 지지를 받았던 민주당 출신 정치인들이 검찰로부터 수사를 유난히 많이 받았던 탓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며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은 세종증권 관련 주식 조작과 관련된 수사에서 몇몇 정치인에게 뇌물을 살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그 몇몇 정치인 중 노 전 대통령의 이름도 올라가 있던 것이다.

검찰의 수사는 노 전 대통령에게 빠르게 좁혀져갔다. 그의 형 건평씨를 비롯해 이광재 전 민주당 의원,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 권영숙 여사 등이 줄줄이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마침내 2009년 4월30일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해 조사했다.

이는 세 번째 전직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였다. 소환 조사가 있고 약 한 달 후, 검찰 수사에 큰 스트레스를 받던 노 전 대통령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이때의 검찰 수사를 아직도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이 대표마저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는다면 ‘호남 쪽 지지자들의 시각이 조금은 달리지지 않겠냐’는 것이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이 대표가 소환조사를 받는다면 앞으로의 수사가 많이 남아있는 검찰이 한층 더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는 주장도 이어진다. 앞서 밝혔듯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이번에 기소된 ‘허위사실 공표’뿐만이 아니다.

그를 향한 검찰의 칼날은 다섯개나 더 남아있다.

호남 반등
재판 유리?

검찰은 지난해부터, 그리고 지방선거가 끝난 후부터 여러 개의 혐의점을 갖고 이 대표를 수사 중이다. ▲대장동, 백현동 특혜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경기주택도시공사 합숙소 선거캠프 사용 의혹 등이다.

그동안 말 많았던 ▲배우자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이 대표를 송치 대상에서 제외하며 검찰 수사망을 벗어나게 됐다.

한 법조계 인사는 앞으로의 수사를 여론전에서 유리하게 끌고 가려면 검찰 소환에 응하는 모습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검찰도 사람이 이끄는 조직이다 보니 이런저런 분위기를 탈 때가 종종 있다”며 “특히 정치인에 대한 수사할 때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야당 탄압’이라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 유력 인사가 적극적으로 검찰에 협조해 수사받는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면 검찰에 부정적인 여론이 배가될 것이라는 게 일부의 시각이다.

지속해서 검찰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은 모습만 알려진다면 정치인으로서도, 수사받는 피의자로서도 좋지 않은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 아래서다.

기소에 이어 재판을 받아야 하는 이 대표가 재판부에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도 남겨놔야 한다는 지적 또한 존재한다. 검찰 수사를 기피하는 모양새는 어떤 이유였건 재판부의 판단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첫 소환 통보를 거부한 이 대표는 ‘서면조사’에 응할 뜻을 함께 밝혔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이 대표가 검찰의 서면조사 요구를 받아들여 서면진술 답변을 했으므로 출석요구사유가 소멸돼 출석하지 않는다”며 “이 대표는 꼬투리잡기식 정치탄압에 끌려다니지 않을 것”이라고 언론에 알렸다.

출석은 거부했으나 기본적인 검찰의 수사에는 협조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한편,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진척된 만큼 김 여사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붙이라는 뜻을 역으로 전달했다. 

‘김건희 특검법’ 발의
맞불 전략 명분 생겨

‘김건희 리스크’는 이 대표의 ‘대장동 리스크’처럼 지난 대선 기간 내내 윤 대통령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던 악재였다. 김 여사는 지난 대선 기간에 나온 것만 3건이 넘는다. 그중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허위 경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와 ‘사기’ 혐의, 그리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다.

김 여사는 2001년 2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한림성심대·서일대·수원여대·안양대·국민대 등 5개 대학의 시간강사·겸임교원 채용에 지원하면서 허위 경력이 기재된 이력서를 제출해 채용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 등 몇몇 시민단체는 지난해 11월 김 여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허위 이력서에 대한 수사를 지난 5월에서야 본격적으로 착수한 경찰은 수개월의 수사 끝에 지난 5일 ‘혐의 없음’으로 결론짓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도 검찰 내부에서 이미 ‘무혐의’로 결론지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아직 검찰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었지만, 신빙성 있는 증언과 보도자료를 접한 민주당은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당은 그런 사법기관의 수사 의지 자체를 의심하고 있다. 지난 4월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이미 주가조작 공범들의 공소장에 나온 수많은 김건희씨의 계좌 통정거래 정황 등은 김(건희)씨가 단순 연루자가 아니라 핵심 공범임을 가리키고 있다”며 “이는 결론은 내놓고 짜맞추기 소환쇼를 하겠다는 것”이라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속적으로 김 여사에 대한 ‘특검’을 주장하고 있었다. 사법기관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민주당은 김 여사의 혐의만을 수사할 별도의 특별검찰 수사팀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은 명분이 없었다.

수사기관의 ‘의지’에 대한 의심만으로 특검을 도입할 동력이 부족했던 셈이다. 그런 민주당에게 좋은 명분이 생겼다. 야당 대표를 소환 조사할 정도로 수사 의지가 투철한 사법기관이 왜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미온적이냐는 대중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결국 민주당 지난 5일 ‘김건희 특검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고 언론에 알렸다.

위기가 
기회로?

그동안 정계에서는 위기가 기회로 작용하곤 했다. 검찰 소환조사 통보를 받은 이 대표는 이번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 ‘검찰로의 소환’이 호남에서의 지지율 반등, 재판에서의 유리한 위치 선점, 김 여사 수사에 대한 압박 등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민생을 책임지겠다고 호언장담하며 민주당 대표로 당선된 이 의원이 본인의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 빠져나올지 유권자들은 지켜보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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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