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급' 역대 최대 민주당 선대위 해부

사공 많아 산으로 갈라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호의 출항식이 거하게 치러졌다. 최종 대선후보로 당선된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는 출항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준 넥타이를 매고 등장해 ‘융합형 선대위’의 출발을 국민에게 알렸다. 그동안 대립을 이어오던 모든 경선 후보와는 물론, 청와대와도 ‘원팀’이 되겠다는 상징적인 표시였다.

정치권에서는 큰 규모의 선거캠프를 흔히 ‘매머드’에 비유한다. 매머드는 ‘맘모스’로 널리 알려진 고대 동물로, 코끼리보다 키가 1m 이상 크고, 몸무게는 1t 이상 더 나가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괴수다. 

‘융합형’
사세 과시

상상할 수 있는 크기보다 훨씬 큰 규모를 비유할 때, 오래 전 멸종되어 더 이상 상상할 수 없는 동물인 ‘매머드’를 비유에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그간의 캠프를 ‘코끼리급’으로 만든 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선대위다.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돔에는 수백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 후보의 선대위 공식 출범식이 이곳에서 열린 것.

최근 경선 흥행몰이에 성공한 국민의힘을 의식한 듯, 이날 출범식에는 경선 경쟁자 5인을 비롯한 499명의 민주당원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499명은 제1단계 ‘위드 코로나’ 인원 제한 규칙하에 모일 수 있는 최대 인원이다. 


참석자 중 현역 의원만 169명이었는데 이 정도 숫자의 현역 의원들이 한 사람의 당선을 돕기 위해 일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당시 최대 규모라 일컬어지던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선대위보다 약 50명이나 더 많다.

출범식 오프닝에는 유명 대중가수 HOT가 부른 노래 ‘빛’이 울려 퍼졌다. 이 노래 중간엔 “마주 잡은 두 손으로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가요”라는 가사가 등장했다.

지난 몇 달간 서로를 낙마시키기 위해 칼을 맞댔던 경선 후보들이 하나가 되어 ‘정권 재창출’로 나아가자는 의미였다.

‘원팀’ 참여에 대한 의심을 많이 받아온 이낙연 전 대표와 날선 비판을 지속했던 박용진 의원도 이날 이 후보와 ‘두 손’을 맞잡고 함께 이재명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했다.

이 전 대표는 ‘이 후보를 지지 연설문’을 통해 “민주당에는 민주당만의 내부 문화가 있다. 경쟁할 때는 경쟁해도, 하나 될 때는 하나 됐다”며 “서로 다투더라도 울타리를 넘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며 전진했고 우리는 그런 자랑스러운 문화를 지키고 가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훈·홍영표 등 이낙연 인사 공동위원장
현역 의원 169명 참여…문보다 50명 많아


박 의원 역시 “이재명은 변화를 상징하는 사람이다. 그의 삶과 정치 역정처럼 변화와 개혁의 정당이 돼야 한다”며 “내가 앞장서겠다. 원팀을 넘어 빅팀으로 빅팀을 넘어 윈(win)팀으로 나아가자”고 힘줘 외쳤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경쟁자였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최종 후보의 당선을 도와주는 그림에 민주당원들은 감동했다.

그러나, 비민주당원들의 눈에는 의아했고, 더 나아가 낯 부끄럽기까지 했다. <일요시사>가 취재 중 만난 한 정계 인물은 “참 뻔뻔한 사람들이라 생각했지만, 이런 경우를 여의도에서 한두 번 봐온 게 아니기에 그냥 할리우드 연예 뉴스 보듯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선 기간 각 캠프는 서로 간 주워 담을 수 없는 말들을 너무 많이 뱉어왔다. 게다가 그런 말을 아직 주워 담지 못한 채 ‘이재명 대선호’에 탑승한 인물들이 존재하는 탓이다.

대표적인 인물로 민주당 설훈 의원을 꼽을 수 있다. 설 의원은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이재명 후보 구속’을 언급하며 그를 궁지에 몰아넣으려 한 인물이다.

이낙연 캠프의 좌장 역할을 맡아온 설 의원은 경선이 끝난 후에도 무효표 처리에 대한 부당함을 지적하며 “이재명 후보를 민주당 최종 대선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그랬던 그가 지난달 15일 이 후보를 만나 악수하고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더니, 얼마 뒤엔 급기야 이재명 대선호의 공동선대위원장직을 맡았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설 의원과 함께 이재명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된 그는 경선 기간뿐 아니라 그 이전부터 이 후보와 대립각을 세워온 인물이다.

홍 의원은 ‘친문(친 문재인)’ 계파의 핵심 의원으로, 이 후보의 ‘문준용 발언’ 등 갖가지 이슈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던 바 있다. 이런 인물이 다 같이 모여 손을 잡자고 하니, 일반 국민들이 의아해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원팀? 
각 팀?

민주당은 이번 선대위를 ‘융합형 선대위’라 명명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인사들이 ‘융합’해 ‘원팀’을 구성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4년 전 문재인 선대위 때 나온 ‘용광로 선대위’와도 뜻이 유사하다. 이름뿐 아니라, 모든 면이 그때의 선대위와 흡사하다.

민주당 전체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대립했던 모든 경선 후보가 ‘원팀’이 되어 최종 후보를 지켜주고 있으며, 각 후보 캠프 인력 대부분이 선대위에 합류해 힘을 보태고 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선대위 내에 이재명 계파가 소수라는 것.

2017년 대선에 처음 도전할 당시부터 이 후보를 도왔던 정성호 의원과 그를 필두로 구성된 이른바 ‘7인회(정성호·김병욱·김영진·임종성·김남국·문진석·이규민)’는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될 수 있으나, ‘이해찬계’ ‘박원순계’ ‘민평련계’ 등 민주당 주류인 그 외의 계파들은 엄밀히 말해 애시당초 이 후보와 결을 달리해왔던 이들이다.

반면, 2017년 ‘용광로 선대위’에는 친문 의원들이 절대 다수였다.

15인의 공동선대위원장 중 김진표·박병석·김부겸·이종걸 등 4명과 총광본부장을 맡은 송영길 의원, 공보팀에서 일한 민병두·박광온 의원 등 비문(비 문재인)계 인사도 선대위에 제법 참여했었다.

하지만, 공식 인사만 430여명이었던 ‘용광로 선대위’에는 문 대통령과 정치적 역경을 함께 겪어온 의원이 대다수였고, 그가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친문 인사들이 캠프의 중심에 자리 잡은 후, 비문 인사를 영입해 외연을 확장해나가는 양상을 띤 것이다. 이재명의 ‘융합형 선대위’에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이들은 어딘가 찝찝한 이유를 여기서 찾곤 한다.


선대위 중심에 진짜 ‘이재명계’ 의원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브레인
총집합

이 같은 ‘불편한 동거’를 할 때는 캠프 ‘브레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장이 역할을 잘해야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듯, ‘브레인’ 역할을 하는 선대위 인물들이 제몫을 다해야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

선대위의 가장 중요한 요직에 포진된 인물들이 바로 이 ‘브레인’ 역할을 해야 한다. 중요하다고 평가되는 요직은 총괄·상황·공보·비서실, 총 네 개다.

‘융합형 선대위’의 총괄선대본부장에는 캠프의 총괄직을 맡았던 5선의 조정식 의원이 임명됐다. 총괄은 말 그대로 전체를 보고 선대위 살림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므로, 무게감 있는 의원이 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민주당 안에는 4~5선급의 무게감 있는 의원 자체가 희귀하고, 조 의원보다 선거 경험이 많은 의원은 없다. 비록 전통 ‘이재명계’가 아닌 이해찬 전 대표의 최측근 출신이나, 이 후보와 비교적 관계가 좋은 ‘이해찬계’이고, 이 후보 전국지지 모임인 ‘민주평화광장’의 공동 대표이니, 조 의원만큼 적임자가 없다는 게 민주당 측 분위기다.

상황실장직에는 김영진·조응천·진성준·고민정 의원이 포진됐다. 이 중 재선의 김영진 의원이 상황실의 리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7인회’에 소속된 이 후보의 최측근 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김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도 이재명 캠프의 상황실장을 맡으며 매끄럽게 캠프를 운영해왔고, 이 후보와 많은 소통을 하고 있으며, 민주당 경선 초반엔 이낙연 전 대표의 ‘탄핵 찬성 의혹’을 제기해 이재명 캠프의 간판 공격수로 등극한 바 있다.

그는 이 후보의 의중을 가장 빠르게 파악하는 인물로 당내에서 정평이 나있기도 하다.

또 다른 주요직인 공보단 수석대변인에는 고용진·박찬대·오영훈·조승래 총 4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중 주목해야할 인물은 재선의 고용진 의원.

‘한 지붕 대가족’ 복심 역할론 부각
총괄·상황·공보·비서실 요직은?

민주당 수석대변인이기도 한 고 의원은 이재명 캠프에서 일하며 ‘이 후보 지키기’에 온 힘을 다해온 인물이다. 그는 대장동 이슈 등 각종 공세에 대항해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내며 이 후보를 보호해왔다. 그는 이번 선대위에서도 같은 역할을 부여받았다. 

비서실에는 총 8명의 이름이 올라왔다. 비서실장에 박홍근·최인호, 부실장에 천준호·허종식·정진상·강희용, 정무조정실장엔 강훈식, 수행실장엔 한준호다.

선대위의 비서들은 후보의 일정 담당, 후보의 대외 메시지 파악 등 가장 가까이서 후보를 돕는 일을 수행한다. 정계에서는 비서가 ‘핵심 중의 핵심’이라는 평가가 파다하다.

매일 후보와 소통하는 일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업무의 특성상, 비서들의 ‘상하 관계’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대신 ‘후보와의 친밀도’가 비서 간의 직급을 나누는 척도로 사용된다. 비서는 후보와 친밀할수록, 선대위 내에서 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비서실 8인 중 가장 힘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은 아무래도 부실장직의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이다. 이 후보가 공식석상에서 “나의 최측근”이라고 언급하기도 한 그는 이 후보의 정치 인생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해오고 있다. 

정 전 실장은 1995년 성남시민모임 시절부터 약 25년간 이 후보의 곁에 있었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로 일했을 때는 정책실장을, 이 후보가 경선 주자로 뛸 때는 캠프에서 비서실 부실장직을 수행했다.

그야말로 이재명의 복심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문재인에게 양정철이 있었다면, 현재 이재명에겐 정진상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민주당 측 사람들은 이번 선대위 구성원 중 정 전 실장이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측근
비서 8인

이외에도 이 후보의 측근으로는 경기·성남 라인의 김용 전 성남시의원, 김현지 전 경기도 비서관, 김남준 전 대변인 등이 있다. 김용 전 의원과 김현지 전 비서관, 김남준 대변인 모두 선대위 실무진에 포함돼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뛰어들었고, 이들 또한 선대위의 ‘브레인’으로서 일할 예정이다. ‘한 지붕 아래 대가족’인 민주당의 선대위에서 ‘브레인’ 역할을 맡은 이재명의 복심들의 어깨는 매우 무거워졌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17년 문의 복심들 각양각색 말로 

4년 전 출범했던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에도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일컬어지는 인물이 다수 포진됐었다.

그중 언론에서 가장 많이 회자됐던 핵심 3인방은 김경수·양정철·임종석이다.

문재인 후보를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 만든 3인방의 현재는 어떨까?

화려한 앞날을 맞이할 줄 알았던 3인의 현재는 각양각색의 길을 걷고 있다.

우선 가장 비참한 상황을 맞이한 인물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다.

그는 지난 7월26일 교도소에 수감돼 아직까지도 형을 살고 있다. 그의 죄목은 불법 여론조작.

김 전 지사는 ‘댓글 조작’ 혐의를 받아 오랜 시간 재판을 받아왔다.

문제가 된 것은 ‘킹크랩’이라는 댓글 자동화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인데, 사법부는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 업로드를 ‘여론조작’의 일환으로 인정했고, 김 전 지사가 이것을 주도한 사람이라 판단했다.

김 전 지사는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1심 선고 직후, 법정 구속된 그는 77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지난 7월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해 청원교도소에 재수감된 상태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해외로 떠났다.

이때 문 대통령은 그를 끝까지 만류하며 청와대 입성을 제안했으나 “문정부의 요직을 맡지 않겠다”는 양 원장의 뜻은 매우 확고했던 바 있다.

양 전 원장은 2017년 대선 후에 뉴질랜드, 일본 등 여러 나라를 떠돌며 한동안 정계와 거리를 둔 뒤, 2019년 4·15 총선에 돌아와 민주당을 위해 잠시 일했다.

이후 또 다시 정계를 떠난 그는 아직까지도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3인방 중 임종석 비서실장만 유일하게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는 2017년 문 대통령의 비서실장직에 임명되며 약 2년간 대통령 최측근으로 일했고, 2018년에는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아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바 있다.

지난해 외교안보특별보좌관직으로 직함을 바꿔 아직까지 문 대통령의 곁에서 일하고 있다.


<기사 속 기사> 선대위 출범식 이재명 ‘박정희’ 언급, 왜?

민주당 대선 후보의 입에서 이례적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칭찬 아닌 칭찬이 나왔다. 언론은 순식간에 들끓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선대위 출범식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어 제조업 중심 산업화의 길을 열었다”며 “이재명정부는 탈탄소 시대를 질주하며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겠다”고 밝혔다.

골자는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에 대한 의지였으나, 많은 언론이 그 앞에 부연설명에 더욱 집중했다.

언론은 “박 전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가 대한민국 산업화의 밑거름이 되어 국가적 부흥을 이끌었다”는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에 이 후보가 사실상 동의한 것이 아니냐고 해석했다.

박 대통령은 독재자였고, 동시에 국가 경제 부흥을 이끈 인물이다. 이 때문에 그에 대한 평가는 늘 양극단으로 나뉜다. 평가의 양 끝에는 물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있다.

이 후보는 비판하는 극단에서 박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칭찬한 것이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문재인 정권이 갖고 있는 기본 노선에서 이탈한 것”이라며 “보수의 프레임을 끌고 왔다는 것은 소득주도 성장론(문 정권의 핵심 경제정책)자체가 사실은 실패했다는 걸 자인한 것”이라며 이 후보의 발언을 평가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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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