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정감사 스포트라이트가 ‘김현지’ 세 글자를 비추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면서도 알려진 바가 없어 국민들게도 생소한 이름이다. 국민의힘은 작은 꼬투리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태도로 벼르고 있다. 이번 사태를 빠르게 털어내지 못한다면 이 대통령은 남은 임기 내내 ‘김현지 리스크’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이재명정부 초기 총무비서관을 맡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신뢰하는 측근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에서 시민운동을 했던 때부터 인연을 맺어왔으며 ‘성남 라인’ 핵심으로 통한다. 2022년 이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백현동 허위 사실 공표,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 사실 공표, ‘김문기 모른다’고 한 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던 것 역시 김 실장이었다.
흔들기
여의도에서 김 실장은 ‘이재명 측근’ ‘얼굴 없는 참모’로 불린다. 백현동 개발 의혹을 받고 이 대통령과 불륜설이 제기돼 네티즌을 고발하는 등 크고 작은 일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성남에서 국회로, 국회에서 용산으로 이동할 때에는 늘 김 실장이 함께했다. 정권을 잡은 뒤에는 김 실장을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으로 기용했다. 대통령실 살림과 예산, 행정 등을 총괄하는 핵심적인 자리로 역대 정부 모두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인물이 임명됐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이 대통령은 사람을 잘 믿지 않는 타입이다. ‘만사현통(모든 것은 김 비서관을 통한다)’이라는 별명이 있는 것 같은데 좋은 사람을 잘 보는, 그런 능력을 (이 대통령이) 높게 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 주재 회의서 몇 번 얼굴을 비추는 게 다였지만 국정감사(이하 국감)를 앞두고 난타전이 벌어졌다. 인사와 예산을 모두 총괄하는 중요직인 만큼 총무비서관은 14대 국회 이후 국감 증인에서 제외된 적이 없지만, 김 실장이 명단에서 빠지면서 국민의힘이 반발한 것이다.
지난달 24일 국회 운영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국정감사 계획서와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의 건을 논의했다. 이날 안건에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김용범 정책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비서관 등 11명이 포함됐지만 김 실장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강 비서실장이 국감에 출석하는 만큼 김 실장의 출석이 필수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관례대로 총무비서관을 불러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정쟁으로 삼으려는 의도에 동의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국감 앞두고 총무비서관→부속실장
“하필 지금?” ‘김현지 구하기’ 논란도
국민의힘은 “절대 불러서는 안 되는 존엄한 존재인가”라고 직격했다. 30년간 진행돼온 전통을 깨트리는 모습의 이면에는 김 실장이 드러나서는 안 되는, 숨기는 것이 있기 때문에 출석을 거부한다는 설명이다.
김 실장의 국감 출석 여부를 놓고 거친 공방이 벌어지던 중 대통령실이 인사 및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그가 총무비서관에서 제1부속실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국민의힘에서는 “국감 출석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그림자 대통령이 전 국민 앞에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것이냐”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국감에 총무비서관을 출석시키려고 했더니 갑자기 자리를 바꿨다”며 “일각에선 용산 대통령은 이재명이 아니라 김현지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꼬집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역시 “정부여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은 어떻게든 국회에 세우려 하면서 김 실장의 국감 출석은 피하기 위해 보직까지 바꾸려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수십 년간 우리가 목격한 가장 위험한 권력은 선출된 권력이 비정상적으로 비호하는 ‘선출되지 않은 측근 권력’이었다. 만약 이재명정부가 이런 꼼수를 계속 쓴다면, 그 순간이 바로 국민들에게 또 다른 ‘V0’의 출현을 알리는 서막일 것”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인 김건희씨를 에둘러 묘사하기도 했다.
친명(친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김영진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최초로 김 실장의 출석에 목소리를 낸 인물이다. 김 의원은 M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총무비서관이든, 법무비서관이든, 정무비서관이든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 나와서 공직자로서 자기 입장을 표명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상식적으로 판단했으면 좋겠다”며 “30년 동안, (그리고) 저도 문재인 여당 정부의 원내수석으로서 국정감사 증인 채택 때 총무비서관이 논란이 됐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냥 당연직으로 국감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곱게 놓아주지 않겠다”는 국힘
결국 ‘측근 리스크’ 족쇄 찰까
김 의원은 “국감에 나오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고 국민주권정부가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에서 김 실장을 타깃으로 삼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분석하나’라는 질문에는 “타깃이 아니라 그냥 원래 (돼야 하는) 기관 증인이었는데 굳이 타깃을 만들어 놓은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악의적인 프레임’을 경계했다. 장 의원은 CBS 라디오를 통해 ‘민주당은 김 비서관 출석에 왜 반대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나와 봐야 꼬투리 잡고 악의적인 프레임 씌우고 할 게 뻔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아마 쉽게 (출석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공방 끝에 순리대로 되지 않겠나”라며 여지를 남겼다.
출석을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인 지경에 다다른 만큼 용산의 고민이 깊다. 용산을 비롯한 민주당에서는 사뭇 의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이정부의 비선 실세라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 국감을 기회의 장으로 쓰자’는 이들과 ‘오히려 국민의힘에 공격받을 건수만 늘릴 것’이란 신중론이 공존한다.
특히 김 실장은 백현동을 비롯한 이 대통령의 각종 사법 리스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만큼 국민의힘이 이 점을 파고들 것이란 우려가 앞선 것으로 전해진다.
폭풍의 한가운데 서있는 김 실장은 국감과 관련해 불출석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 용산은 “국회가 요구하면 나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 모든 상황에 대해 김 실장에 관해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선택은?
이 관계자는 “오랜 기간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졌으면서도 관련한 정보가 없어 (김 실장에 대한 평판이) 더 부풀려지고 과장되는 것 같다. 알려진 게 없으니 얼마나 말을 지어내기가 좋겠냐”며 “비선 실세, V0, 존엄 같은 단어로 불리는데 김 실장은 그런 인물이 아니다. 워낙 이 대통령과 오래 알고 지내다 보니 신뢰감이 두텁다. 그래서 곁에 두는 거지, 국민의힘에서 주장하는 최순실 같은 인물은 아니”라고 말했다.
국감 출석에 대해서는 “본인 의지가 중요하지 않겠나”라며 “이미 큰 관심을 받아버린 이상 무탈하게 끝나긴 어려울 것 같다. 국민의힘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