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잃은 사법부 개혁 막전막후

‘독립’ 외칠수록 벼랑 끝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여당에서 진행 중인 사법개혁이 조만간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당정과 사법부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와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으로 신뢰를 잃어버린 사법부는 ‘사법부 독립’을 외치고 있지만, 정부·여당은 들어줄 마음이 없는 모양새다. 법조계에서는 사법개혁이 필요하지만 살펴볼 것이 많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여당에서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사법부 개혁을 줄곧 외치고 있고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이 100일 연설에서 ‘내란특별재판부’를 언급하면서 정부와 사법부의 대립이 심화됐다.

정치권
강경수

정부와 여당은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며 이를 회복하기 위해 사법개혁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주)’에서 사법부 신뢰도에 대해 3월31일~4월1일 이틀간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당시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1.8%에 달했다. ‘신뢰한다’(34.7%) 잘 모르겠다 3.5%. 국민 10명 중 6명은 최고의 사법 기관인 사법부에 대해 불신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결과를 낳게 된 계기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 것과 대선 기간이었던 지난 5월1일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재판을 파기환송을 한 것으로 꼽힌다.


일련의 판결 이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핵심으로 한 사법개혁을 줄곧 외쳐왔다. 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속도를 조절하던 민주당은 조만간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사법개혁 속도 조절은 끝난 것 같다”며 “조만간 개혁안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당 사법개혁 특별위원회가 마련한 대법관 26명 증원안을 확정하고,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번 정기국회 안에 처리한다는 게 민주당의 목표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다음 달 국정감사 기간 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하는 방안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관 증원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은 법사위 소관 법률인 만큼 국감 중에도 충분히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사법개혁은 총 7가지다. ▲대법관 증원 ▲대법관 후보자 추천 제도 개편 ▲법관 평가 제도 개선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재판 소원 도입 등이다.

대법관 증원은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총 26명까지 대폭 늘리는 방안이다. 이는 상고심 재판의 적체를 해소하고, 대법원의 재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조만간 개혁안 발표”
총 7가지 사안 중점


대법관 후보자 추천 제도 개편은 법관 후보 추천 과정에 법원행정처장의 참여를 배제하고,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포함하는 등 추천 위원회의 구성을 다양화해 사법부 내 특정 세력의 영향력을 줄이고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려는 의도를 담았다.

법관 평가 제도 개선은 기존에 소속 법원장들이 주도하던 법관 평가를 국회와 법률가 단체 등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위원회로 개편해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외에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사법부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화대를,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에 판사가 직접 심문을 통해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를 도입해 무분별한 압수수색을 막고 국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는 현재 내란 심판을 진행하고 있는 지 부장판사를 재판에서 배제하는 것이 골자다. 재판소원 도입은 법원이 법률을 잘못 적용하거나 절차를 어기는 경우를 바로잡아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이 강하게 사법개혁을 밀어붙이자 사법부에서는 여러 의견을 내놓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12일 오전 대법원 청사 2층 중앙홀에서 열린 11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사법권 독립’의 가치를 강조하며 국회의 사법개혁 입법 과정에서 “국회에 사법부의 의견을 충분히 제시하고 소통과 설득을 통해 국민을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사법제도 개선을 둘러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사법부는 국회와는 물론 정부, 변호사회, 법학교수회, 언론 등과 다각도로 소통하고 공론의 장을 통해 충분히 검토한 후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바람직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관들
의견은?

그러면서 “사법부는 앞으로도 계속해 권력분립과 사법권 독립의 헌법 가치를 중심에 두고, 과거 주요 사법제도 개선이 이뤄졌을 때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전례를 바탕으로 국회에 사법부의 의견을 충분히 제시하겠다”며 “필요한 부분은 합리적인 설명과 소통을 통해 설득해 나감으로써 국민 모두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가 그 헌신적인 사명을 온전히 완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며 “법관 여러분은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림 없이 오직 헌법을 믿고 당당하고 의연하게 재판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최근 우리 사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우려 섞인 시선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이 사법부에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보완하며 국민의 신뢰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말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전국 각급 법원장들도 지난 12일 서초동 대법원 청사 대회의실에서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열고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며 “제도 개편 논의에 사법부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법원장들은 회의 종료 뒤 보도자료를 내고 “사법제도 개편은 국민을 위한 사법부의 중대한 책무이자 시대적 과제이므로 국민과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추진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폭넓은 논의와 숙의 및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입장을 함께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고법원 구성과 법관 인사제도는 사법권 독립의 핵심 요소”라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하므로, 그 개선 논의에 사법부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장들은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를 통해서만 존립 가능하므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사법부는 개혁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국회와 정부, 국민과 소통에 열린 자세로 임하는 한편,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을 위한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 구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법개혁과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자칫 사법 체계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실상
4심제?

대법관 증원 개정안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임기 중에 임명하는 대법관이 22명에 달하게 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대법관 과반 이상이 한 정권에서 임명될 경우 대법원이 정치권에 예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를 두고 서울의 한 고법 부장판사는 “한 정권에서 다수 대법관이 임명되면 정치적 논란이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행정처는 이를 고려해 국회에 제출한 대법관 증원 관련 의견서에서 소부 1개를 구성하는 대법관 4명을 1년 또는 2년에 1명 또는 2명씩 순차로 증원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법관 26명 증원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꼽히는 것은 사법제도의 중추인 하급심 심리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다.

행정처에 따르면 현재 대법관 1명당 8.4명의 재판연구관을 두고 있다. 재판연구관은 대개 14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부장판사들이 맡는다. 대법관 12명을 늘리기 위해선 약 100명의 1·2심 중견급 법관이 보조 인력으로 차출돼야 한다. 수도권 지법 1개 정도 규모의 인력이 빠지는 셈이다.

정작 법관 증원이 더 절실한 곳은 하급심 법원이다. 2023년 민사본안사건 상고심 평균 처리 기간은 7.9개월인 반면, 1심 합의부는 평균 15.8개월에 달한다. 형사사건 역시 2023년 기준 상고심의 경우 3개월에 그쳤지만, 1심 합의부는 같은 해 6.9개월이 걸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견급 법관이 재판연구관으로 대거 차출되면 1·2심 약화와 지연 문제가 더 악화할 수 있다. 1·2심 판결에 불만을 갖는 당사자가 늘어나면 대법원에 접수되는 상고심 사건도 덩달아 급증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심리가 어려워지는 문제도 있다. 민주당 방안대로 대법관이 늘어나면 쟁점이 복잡한 전원합의체 사건을 결론 내기에 너무 많은 숫자가 된다는 것이다.

한 고법판사는 “26명이 합의체를 운영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합의체를 독일식으로 두 개로 나누더라도 양측에서 충돌되는 판결은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지 논의가 돼야 한다”며 “다양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법리가 나올 것이라는 취지와 다르게 결론 도출이 너무 복잡해 기존 법리만 이어가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법관 26명’ 증원 인원·시점에 이견
“하급심 심리 흔들릴 것” 부작용 우려

재판소원이 사실상 ‘4심제’를 촉발해 재판지연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대법원 판결에 불복해 헌재까지 사건을 끌고 가면 헌재의 업무가 가중되고 국민의 권리구제는 심각하게 미뤄진다는 것이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당사자들이 사건을 3심까지 끌고 가는 분위기 속에서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대부분 헌법소원까지 제기할 것”이라며 “당사자들의 법적 결과가 나오는 시점도 미뤄지고 변호사 비용도 더 쓰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서는 위헌 논란이 나왔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헌법상 헌법 제110조에 명시된 군사법원만 특별법원(예외법원)으로서 허용되고 그 외의 특별법원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학계의 다수설”이라며 “특정한 사건을 심판하기 위한 재판부 설치는 (피고인 입장에서도)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고 재판받을 권리(헌법 27조) 침해 우려도 높다”고 지적했다.

재판 당사자인 법관을 외부에서 추천하는 발상부터 사법권 독립 침해라는 지적도 있다. 헌법 제104조 제3항은 법관의 임명 권한을 대법원장과 대법관회의에 부여한다. 이처럼 법관 임명과 사건배당을 법원의 전속 권한으로 둔 것은 재판의 독립성·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전원 교수는 “사법부 독립이란 독립적 사법행정을 통해서 이뤄져야 하는데 외부 세력이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겠다는 것 자체가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것은 실질적 법치국가인데 형식적으로 국회가 법률로 정했다고 문제없다는 논리는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사법부가 탄력적으로 먼저 대응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논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법인 호인의 김경호 변호사는 “현재의 내란특별재판부 논란은 법원조직법의 두 가지 핵심 조항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형식적인
신뢰 회복

그는 “법원조직법 제3조 1항은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요하는 사건을 다루기 위해 전문법원을 설치할 수 있음을 규정한다”며 “회생법원이 사회 변화에 맞춰 신설됐듯, 중대하고 복잡한 국가적 사건을 다루기 위한 비상설 전문법원 신설은 충분히 입법 가능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조직법 제7조 2항은 대법원장에게 특정 사건을 다룰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권한을 부여한다”며 “이는 사건의 특수성에 따라 사법부가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 제도적 장치인데 조 대법원장이 이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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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