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 건조 승인을 얻어냈다. 이를 통해 전통적인 안보 이슈 선점을 통한 중도 보수 공략 의지가 이어지고 있단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오로지 ‘김현지’에만 집착하다가 눈 뜨고 전통적인 영역을 잠식당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진행한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계획을 승인했다. 앞으로 우리가 소유할 핵추진잠수함은 한화오션이 소유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된다.
눈 뜨고 잠식
미국은 핵추진잠수함 기술을 우리에게 공유할 예정이다. 한미 원자력 협정도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일부 개정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시도는 문민정부에서부터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 시기는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3년이었다. 조영길 당시 국방부 장관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프랑스 핵잠수함 바라쿠다급을 모델로 한국형 핵잠수함 3척을 건조해 2020년 이전 실전 배치한다”는 취지의 362 사업을 보고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를 승인했지만, 곧 중단됐다. 그 이유로는 “언론 보도 때문에 외부에 노출됐다”는 것이 거론된다.
이후로도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 시도에 대한 설왕설래는 계속 이어졌다. 미국의 반대는 일관적이었다. 반대 논리는 대체로 “한반도 주변 해역은 넓지 않아서 몇 주 넘게 잠항할 수 있고, 소음도 훨씬 적은 기존 디젤 잠수함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진짜 속내는 로이드 오스틴 당시 미국 국방부 장관의 지난해 6월 발언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오스틴 당시 장관은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아시아 안보 회의에서 “한국과 미국은 강력한 동맹으로 서로 의지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발언했다.
북한은 지난 2023년 9월 “첫 전술핵 공격 잠수함을 건조했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가능성이 다시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이유로는 ▲특유의 세일즈 시도 ▲중국 견제 분담 ▲한국에 대한 핵 통제 유지 등이 거론된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핵잠수함을 건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짜 속내는 다음 문장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조선업은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원자력 잠수함 건조 승인
미국도 중국 견제로 이익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잠수함을 건조하는 데 필요한 각종 시설을 갖추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조선소를 실제 운용하려면 결국 각종 기반 시설을 새로 갖춰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과정을 두고 ‘대대적인 부활’이라고 표현했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미국의 지원을 받아 미국 조선소에서 핵잠수함을 갖추면, 미국으로선 핵 통제를 하면서 중국에 대한 견제 부담도 나누는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핵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해서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국의 부담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일 한미안보협의회 이후 진행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군은 최선을 다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란 의견을 밝혔다. 기술 공유와 통제가 함께 진행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우리의 핵잠수함 보유를 완고하게 반대했던 미국과의 합의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세력은 국민의힘이라고 볼 수 있다. 군비 증강은 보수의 전통적인 영역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소속 대통령이었던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군을 사적으로 활용하려고 한 정황이 밝혀져 큰 타격을 입었다.
박 전 대통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탄핵소추당했다. 탄핵소추가 인용돼 파면당한 이후엔 “탄핵 심판이 기각돼 직무에 복귀할 때 발생할 수도 있는 폭동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비상계엄 선포를 검토했단 의혹을 받았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실제로 비상계엄을 선포해 군을 동원했다가 파면됐고, 현재 구속 피고인 신분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윤 어게인’을 추종하던 강경파가 국민의힘을 장악하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김민수 최고위원은 강경파의 지원에 힘입어 당선됐다. 강경 보수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구출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는 오로지 ‘세일즈’였다.
계속 먹히는 중도 보수 공략
정당해산 추진 안 하는 이유?
국민의힘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2일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져 북한·중국의 잠수함 추적 활동의 제한이 있다”던 이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아 “중국을 언급한 발언은 중국을 자극하는 외교적 실언”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국민의힘이 반중 여론이 강한 강경 보수와 밀착해 당세를 유지하는 현 상황 때문에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같은 날 “대놓고 중국 혐오 노선을 탔던 국민의힘이라면 환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국민의힘이 중국의 역성을 들어 놀랐다”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핵잠수함을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한단 것은 이재명정부에 대한 미국의 낮은 신뢰를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곧바로 이어진 국민의힘 우재준 최고위원의 주장 때문에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우 최고위원은 “이재명정부가 국민의힘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부분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숟가락 얹기’를 시도했다. 그는 “핵잠수함은 대선 당시 김문수·한동훈 후보가 적극적으로 주장했던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명백한 현실을 부정하면 웃음거리밖에 안 된다. 이럴 땐 ‘숟가락 얹기’가 상책이란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토대로 이재명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 밝힌 중도 보수 공략 의지를 잇고 있단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과정 여하를 떠나 핵잠수함이 건조되면, 우리는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인도에 이어 7번째로 핵잠수함 보유국이 된다.
이 대통령은 전례 없던 국방 정책 실현을 통해 안보에 민감한 중도 보수 유권자의 관심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국민의힘으로선 눈 뜨고 ‘안보’라는 보수의 전통적인 영역을 잠식당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도 있다. 문재인정부 시절이었던 2021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한국과 미국은 “사거리 800km를 넘는 군사용 고체 로켓을 개발하지 않는다”는 한미 미사일 사거리 지침을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진행된 국정감사 내내 오로지 김현지 제1부속실장에게 집착했다. 정작 김 실장의 국정감사 출석도 끌어내지 못했고, “최악의 국정감사에 일조했다”는 비판을 민주당과 함께 들었다.
2연타 휘청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윤 전 대통령 면회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관련된 당원 게시판 의혹 등이 주된 이슈로 통한다. 눈 뜨고 잠식당하는 현 상황은 누가 만든 걸까? 이정부와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추진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ctzxp@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