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잡힌’ 이재명 사건 키맨들 막전막후

팔다리 묶고 몸통만 남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수사기관이 지난해부터 쫓던 ‘윗선’의 꼬리가 희끄무레 드러나고 있다. 그 꼬리는 아예 감춰져 있던 것도 아니고, 드러나 있던 것도 아닌 상태였다. 포위망이 좁혀 오자 주변 인물이 꼬리를 언급하고 있다. 꼬리를 잡으면 다음에 드러나는 것은 몸통이다.

검찰이 던진 그물망에 대어들이 속속 걸려들고 있다. ‘지지부진’ ‘늑장 수사’ 등의 비판을 받았던 지난해와는 아예 딴판인 모습이다. 조직을 재정비한 이후 전선을 넓히더니 단숨에 중심을 겨냥하는 모양새다. 지난해부터 입길에 오르내렸던 ‘윗선’의 턱밑까지 다가섰다. 

주변부터
조여간다

최근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사건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불거진 사건의 결과를 속속 내놓는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시효 만료를 하루 앞둔 지난달 8일이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방송 인터뷰에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성남)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전 처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의 핵심 관계자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의 진술, 유가족이 공개한 사진 등을 토대로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전부터 알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발언도 허위라고 봤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는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0월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토부가 용도변경을 요청했고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 저희가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 대표의 발언을 허위라고 판단했다. 

또 “용도변경을 해 수천억원의 수익을 취득하는 것은 성남시에서 수용할 수 없으므로 성남시가 일정 수익을 확보하고 업무시설을 유치하겠다고 했는데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한 발언도 허위로 보고 기소했다. 

‘측근’ 이화영 구속 이어
‘최측근’ 정진상 압박 중

이 과정에서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소환 통보, 서면 답변 등을 두고 여야가 강하게 맞부딪쳤다. 이 대표가 당 대표로 취임한 지 나흘 만에 검찰의 소환 통보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국이 급격하게 냉각된 것.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검찰은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더욱 고삐를 당기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그룹으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재직 당시 평화부지사를 지낸 측근으로 현재 킨텍스 대표를 맡고 있다. 

김영록 수원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뇌물및정치자금법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화영 전 부지사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동시에 뇌물공여와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인멸, 범인 도피 등의 혐의를 받는 쌍방울 부회장도 구속됐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사외이사직을 마친 뒤 부지사를 역임한 2018년 8월부터 2020년 1월, 킨텍스 대표를 맡은 2020년 9월부터 올해 초까지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외제차를 제공받는 등 2억5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자신의 측근을 쌍방울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임금 9000만원을 지급받도록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이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신병 확보에 성공하면서 쌍방울그룹 관련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의 동력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쌍방울그룹이 2018년 이 대표의 선거법 사건을 변호한 변호사들의 수임료 20억여원을 전환사채 등으로 대신 지불했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의 측근인 이 전 부지사의 구속으로 검찰 수사가 최종적으로는 이 대표로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검찰이 쌍방울그룹과 이 대표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를 ‘약한 고리’로 보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대납 의혹
후원금 의혹

지난달 8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쌍방울과 당시 이 대표 간의 관계, 그 중간 매개체로서 이 전 부지사가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하면서 나온 표현이다.

당시 조 의원은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측으로부터 법인카드를 통해 1억여원을 제공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30개월 동안 1억원이면 월 300만원 정도”라며 “크게 한꺼번에 많은 돈을 줬다기보다는 품위유지비 정도로 계속적인 지원을 해주는 든든한 스폰(서) 정도 관계(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이 대표를 압박하는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초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재점화된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수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두산건설, 네이버 등의 기업으로부터 16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그 대가로 민원을 해결해줬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9월 경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처리했다. 하지만 고발인의 이의신청과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로 지난 2월 재수사가 시작됐다. 박은정 전 성남지청장이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수사팀 요청을 수차례 묵살했다는 수사 무마 의혹도 함께 불거졌다. 

재수사가 시작되면서 이 대표와 함께 후원금을 낸 기업에 수사가 집중됐다. 첫 번째 타깃은 두산건설이었다. 두산건설은 55억원 상당의 광고 후원금을 내고 그 대가로 두산그룹이 소유한 분당구 정자동 병원부지 3000여평을 상업 용지로 용도변경이 이뤄져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관계자
입 열렸다

당시 성남시는 용적률과 건축 규모, 연면적 등을 3배가량 높여주고 전체 부지 면적의 10%만을 기부채납 받았다. 그러면서 두산 측이 막대한 이익을 봤다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달 13일 이 대표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는 내용이 담긴 보완수사 결과를 수원지검에 통보했다. 성남시청, 두산건설, 성남FC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필요한 자료를 확보‧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처음 불송치 결정을 내린 때와 비교해 1년 만에 수사 결과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경찰의 보완수사 결과를 받아든 검찰은 더 나아가 다른 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당초 경찰은 두산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네이버, 차병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네이버는 약 40억원의 후원금을 내고 제2사옥 건축허가 등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차병원은 후원금을 33억원을 내고 분당구 야탑동 차병원이 자리한 옛 분당경찰서 부지의 용도변경 등 특혜를 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검찰이 수사 수위를 높여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름들이다. 자타공인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민주당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이 거론되고 있는 것.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에 대해 측근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과정에서 “측근이라면 정진상 정도는 돼야 하지 않느냐”고 말한 바 있다.  

정 실장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정책실장으로 일한 복심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대선 때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후보 비서실 부실장을 맡았다. 이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성남 라인’의 핵심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이후 비서실 정무조정실장에 그를 임명했다. 

당 대표 취임 후 호출
‘윗선’ 가는 다리 될까


정 실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과 관련해 유동규 전 본부장의 ‘윗선’으로 언급되는 인물이다. 유한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사업본부장과 공모해 황무성 초대 성남도개공 사장의 사퇴를 강요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 

정 실장은 유동규 전 본부장·언론인 출신 김만배씨(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남욱 변호사(천하동인 4호 소유주)·정영학 회계사(천하동인 5호 소유주)·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개공 투자사업팀장) 등 이른바 ‘대장동 5인방’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것과 달리 최근까지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주변의 우려에도 정 실장을 다시 중용하면서 그가 자신의 최측근이라는 사실을 공고히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가 핵심을 향하면서 검찰의 칼끝이 정 실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곽선우 전 성남FC 대표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으로부터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과 모든 것을 상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 실장을 구단주 대리인으로 생각했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곽 전 대표로부터 이 대표와 정 실장 등에게 보낸 메일 등을 임의제출 받는 형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정 실장이 성남FC 직원과 함께 해외출장을 간 정황도 나왔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 실장은 2015년 성남FC 운영 등에 관여했다. 당시 정 실장은 성남FC 관련 직함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박 의원은 “정상적인 공무원이라면 출장비로 가지, 민간기관이나 산하기관의 돈으로 출장 가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진상과 관련 공무원에 대한 수사를 확실하게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턱밑까지
칼 겨눴다

법조계에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정 실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이 대표로까지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업과 성남FC 간에 후원금이 오갈 당시 대표를 맡고 있던 관계자의 입이 열린 이상 최소한 조사 자체는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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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